https://youtu.be/6QONejPvOkk?si=qzRrYiYWAYa7rekb
'이때다'는 드럼 비트 없이 일렉 기타의 소리만으로 도입부가 시작된다.
이때다
싶어 몰려온 나의 맘
속에 피로를 깨우는
너의 그림자 어두워
무서워
이별의 처한 화자에게 불현듯, 전 연인이 떠오른다. 전 연인이 떠오르는 기억의 순간을 '이때다'라고 표현한 부분과 전 연인의 그림자가 '무서워'라고 표현한 것 역시, 이별의 상황에 놓인 사람의 솔직한 심정이다.
티비엔
웃는 것들만 보여줘
재미없잖아
이럴 거면 더 잘해줄 걸 그랬어
잘못했어
화자는 TV를 틀어놓고 있지만, TV가 '재미없다.'라고 이야기하며, TV에 집중하지 못하고 전 연인과의 기억을 떠올린다.
'더 잘해줄 걸 그랬어.' '잘못했어'라는 전 연인과의 이별 상황에 대한 본인의 후회와 미련이 솔직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잘못했어' 이후 베이스가 추가되면 훅이 진행된다. 특히 베이스 추가 전에 박자를 맞추는 기능을 하던 일렉 기타가, 베이스가 추가되고 나서 따로 음을 진행하여 훅을 만들어내는 미묘한 차이가 인상적이다.
Don't leave me
Don't leave me 나를 봐
난 너의 예상보다 잘 살고 있는데
약 오르지 솔직히 솔직히 말해봐
Don't leave me
Don't leave me 하지만
이별은 예상보다 날 외롭게 해서
넌 이때다 싶어 나를 쉽게 만들어줬니
좋으니
'날 떠나지 마'라고 간절히 외치는 'Don't leave me'가 이때다를 대표하는 부분이다.
'난 너의 예상보다 잘 살고 있는데 약 오르지 솔직히 솔직히 말해봐'라는 지극히 찌질한 전 남자친구의 모습을 보여주는 부분은,
이전 부분에 'Don't leave me'와 어우러지면서, 더욱 애절하게 느껴진다.
화자는 이별의 아픔과 고통을 겪으면서 누구보다 잘 살고 있는 모습을 전 연인에게 보여주려고 한다. 그러나, 자신이 이별 후에도 잘 살고 있음을 전 연인에게 보여주고 '인정'받을 필요는 없다. 전 연인이 그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를뿐더러, 전 연인이 '너 잘 살고 있구나'라고 인정한다고 두 사람이 다시 결합할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 연인에 대한 미련과 '찌질함'은 이별에 상황에 있는 사람은 누구나 공감할 만한 마음이다. 그리고 이 모습이 '너 때문에 내가 망했어'라고 망가지는 모습보다는 훨씬 더 긍정적이다.
'이별은 예상보다 날 외롭게 해서/ 넌 이때다 싶어 나를 쉽게 만들어줬니/ 좋으니', 훅의 두 번째 부분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이별은 그 순간을 예상하고 있어도, 막상 닥쳐왔을 때 사람마다 받는 충격이 다르다. '예상보다 날 외롭게 해서'라는 표현이 이별에 대한 후폭풍을 시적으로 잘 묘사했다고 생각한다.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히네'라는 말처럼, 이별 후 전 연인을 잊기 위해서는 빠르게 새로운 연인을 만나는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은, 새로운 연인에게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이때다 싶어 나를 쉽게 만들어줬니'라는 표현은 이렇게 새로운 연인을 찾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별 후 바로 새 연인을 만나는 것은 '환승 연애'는 아니지만, 사람들의 시선에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러한 이별의 순간에 미묘한 감정을 기리보이가 잘 포착하여 묘사하였다.
이후 일렉과 키보드의 음으로 브릿지가 이어지며, 기리보이의 벌스가 끝나고 베이스가 추가된다.
이때다
싶어 몰려온 이별은
상처가 됐어
너도 잘못한 건 맞긴 맞지만 내가
잘못했어
또다시 '이때다'로 시작되는 브릿지는, '이별이 상처가 됐다.'라는 꽤나 명료하게 설명한다. 이후 '너도 잘못한 건 맞긴 맞지만 내가 잘못했어'라는 부분도, 기리보이 특유의 이별 노래 감성을 잘 보여준다. 보통의 사랑은 두 사람에 마음이 서로 맞아서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보통의 이별 역시 어느 한쪽에 완전한 잘못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이때다'에서도 '상대방'이 이별의 상황에서 완전히 무결한 입장은 아니다. 화자는 이에 대해 '너도 잘못한 건 맞긴 맞지만 내가 잘못했어'라고 대답한다. 이때 정말 화자가 이별의 상황에서 더욱 잘못을 한 것일 수 있지만, 그러한 해석보다는, 이별의 상황에 대하여 화자가 상대방보다 더 상대방을 좋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상대방을 더욱 좋아하고, 혹은 더욱 외로움을 많이 타고, 더욱 상대에게 의지했기 때문에, 이별의 상황에서 화자는 계속하여 고통받고 괴로워한다.
브릿지 이후 훅이 다시 나오고, 이후 다시 한번 브릿지가 진행된다. 이때 브릿지에서는 처음 도입부 때처럼, 일렉 위주로 음이 구성되는데 이는 마지막에 나올 훅 부분의 악기를 강조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이때다 싶어 내게 다가왔던
악마들은 내게 저주를 계속 퍼부어
어쩐지 그동안 너무 행복하다 했어
어쩐지 그동안 너무 행복했어
행복은 저주
행복은 저주
행복은 폭풍 전야이자 또 저주
그러나 악기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하여, 브릿지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사적으로는 브릿지 부분이 특히 중요한데, 두 번째 브릿지의 가사 역시 매우 시적이다. 역시 '이때다'로 시작되는 브릿지는 '악마들이 저주를 퍼붓는다.'로 시작한다. 이별의 상황을 계속 되짚어보는 화자에게 이별의 순간에서의 잘못, 그리고 이별을 만들게 된 자신에 대한 자책과 혐오, 그리고 이별의 상대방에 대한 저주까지 여러 부정적인 감정들을 계속 가져온다. 이것이 화자가 느끼는 '이별의 외로움'인 셈이다. 이후 '이쩐지 그동안 너무 행복하다 했어' 와 '행복은 폭풍전야이자 또 저주'라는 화자의 말은 '이때다'의 핵심을 강조한다. 연애 생활이 행복하면 행복했을수록, 이별의 순간에 닥쳐오는 고통과 외로움은 더욱 크게 된다. 화자는 계속하여
'내가 잘못했어', '더 잘해줄 걸 그랬어'라며, 예상치 못한 이별에 대해 너무나 아파하고 외로워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행복은 저주' 즉, 행복하면 행복할수록 이별의 순간이 더 아프고 괴롭다는 것을 저주 그리고 폭풍 전야라고 표현한 것이 매우 시적이다.
이후 마지막 훅으로 이어지는데, 마지막 훅 부분에서 시작되는 'Don't leave me'는 브릿지 부분에 일렉 기타 한 개 만 있는 구성에서, 베이스와 키보드가 추가되면서 음향적으로 더욱 사운드가 풍부해지면서, 'Don't leave me'라는 가사의 애절함이 배가 된다.
마지막은, 도입부와 마찬가지로 일렉 기타 사운드 만 남으며 곡이 마무리된다.
이때다
싶어 술김에 너에게
전화를 할까 하다가
아차
아차
아뿔싸
이별의 순간, 가장 흔하게 하는 행동인 '술 먹고 전 연인에게 전화를 할까 고민하는 것'이 잘 드러난다. 이러한 '술김에 연락'하는 내용의 이별 노래는 흔하게 존재한다. 하지만 '이때다'는 이러한 '술김의 연락'을 하기 전까지, 이별의 상황에 있는 화자가 이별의 상황과 전 연인을 생각하면 했던 여러 고민들이 절절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면이 기리보이만이 가지는 독보적인 영역이다. 누구보다 이별의 상황에서의 자신의 고민과 고통, 그리고 찌질할 정도의 본심을 숨기지 않고 모두 드러내는 것이 기리보이의 이별 노래이며, 이 노래를 듣는 사람들은 이별의 순간에 겪는 감정의 오르내림과 찌질함이 자기 자신만이 겪는 게 아님을 깨닫고 위로를 받게 된다.
원글: https://blog.naver.com/kszysaa/223496866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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