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번역기가 있다면 그것은 마이크로 음성을 수음한 후 내부 프로그램에서 언어적 의미를 해석하고 번역한 다음 그 결과를 음성 신호화하여 스피커로 내보내는 구조일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인간 번역기에게 접목하면 음성을 귀로 듣고 뇌로 해석, 번역한 후 입으로 뱉어내는 방식과 같은 것이다. 삶의 여러 가지 문제들과 현상들을 인식하고 그것의 이유를 찾고 본질로서 내뱉는 것은 이러한 번역의 과정과 닮아있다. 가히 삶은 번역, 혹은 해석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삶에 대한 번역의 결과가 '무의미'로 수렴된다면 과연 우리는 앞으로 더 이상 무엇을 번역할 수 있을까.
'가까이 들여다보다 의미를 잃어버린다.'
많은 수식어로 인해 우리는 말과 행동의 본질을 놓치길 마련이다. 그러한 수식어들을 걷어내고 의미를 들여다보면 마주하는 본질은 사실 수식된 의미들과 크게 멀어지는 경우가 잦다. 그렇게 우리는 말의 의미가 손실되는 상황을 경험한다. 그것을 깨닫고 난 뒤 많은 경우 진의를 파악하기를 그만둔다. 번역을 멈추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이라는 번역기에서 더 이상 해석의 기능(뇌)은 필요가 없어진 것을 의미한다. 많은 대화와 상황 속에서 해석의 과정을 생략한 기계적인 반응만을 보이게 된다.
본 앨범의 아트웍 디자인은 이러한 생각에서 시작했다. 번역을 멈추고 기계적으로 듣고 이에 대한 기계적인 반응으로서의 말하기만 할 수 있는, 해석을 담당하는 부품이 사라진 인간 번역기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보니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었다. 해석의 과정이 빠진 수많은 대화와, 삶에서 인지한 인간 본연의 기능을 알아가는 과정을 겪을수록 인간이 '물질을 넘어선 무언가'라는 인식이 희미해져 갔다. 우리의 등을 겨누고 있는 차가운 본질을 인식한 이후 느꼈던 기묘한 섬뜩함을 본 앨범의 아트웍으로 청자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 GOND -
됐어 다 필요 없어. 다 됐어 문자가 있어 적어.
개미친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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