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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너 v ph-1 디스전 관련 유튭 댓글 중에 통찰력 있는 글 보고 공감돼서 올려봐요

Lannister2024.05.08 16:57조회 수 2945추천수 2댓글 12

원 댓글-

 

PH-1 디스전 갑분엄근진 ㅎㅎ


래퍼들은 왜 희화되나:
"힙합은 문화예요, 문화" 타이거JK가 이 말을 한게 20년도 넘었을 거다 아마. 그런데 아직도 K힙합을 하는 메이저 아티스트가 힙합은 문화라는 말을 하고 있다. 그것도 심심찮게 한다. PH-1 뿐만 아니라 최신식 힙합 가수들도 여전히 이런 가사를 써댄다. 힙합한다는 사람들과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들 머리속에 여전히 이런 구도가 있는 것이다. 힙잘알과 힙합찐팬, 그리고 문외한들.


힙합 역사가 50년이라는데(이제 51년째) K힙합 역사가 무려 '최소' 30년이다. 컴백홈 발매가 1995년인데 그때 당시에도 '저게 어떻게 힙합이냐'는 논란이 있을 정도로 힙잘알이 이미 깔려있었다. 그 이후로도 이 힙잘알들은 씬을 이끌며 스스로가 플레이어가 되기도 하고, 플레이어가 못되면 힙합찐팬이 되었다. '못되면'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현재도 힙합팬임을 자처한다는 것은 어떤 '신문물'스러운 무언가 - 소위 '힙'한 최첨단의 무언가의 내밀한 사연을 꿰고있는 자산적 지식의 소유자라는 자부심, 그러니까 지적 허영에 기반한 어떤 우월한 태도 그 자체로 해석되고 통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짧게 말해, 힙합팬이라면 당연히 힙합의 워너비여야한다, 이런 느낌이 20년째 계속되고 있다는 말이다. 본토힙합 역사가 50년이고 그걸 들여온 지가 30년인데 아직도 로컬라이징이 안됐다. 힙찔이들 그동안 뭐했냐고.


뭐했냐면 '힙합은 여윽시 흑성님들이 해야 제 맛~' 이카면서 천조국 최고!나 외치고 있었지 모야. 그 결과물이 뷰티풀너드다. 힙합이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문화적 자산이라고 설명하는데에는 성공했지만, 동시에 근데 그게 실은 우리꺼가 아니라는 자각도 함께 저 지적 우월감의 근간으로 써먹느라 힙합을 우리의 것으로 소화를 못했다. 그 멍청한 지적 우월감을 까는게 뷰티풀너드다. 근데 이걸 단순히 문화 사대주의 비판이라고 말하긴 곤란하다. 그런 납작한 인식은 계속해서 씬의 내부적인 갈등과 오해의 먹이로 소비된다.


한국 힙합이 로컬라이징이 안된 것에는 크게 두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로 한국 힙합의 주요소비가 인터넷 커뮤니티의 형태 중심으로 발전해온 역사의 결과가 K힙합이라는 점. PC통신 때의 검은소리와 SNP라는 동호회에서 태동해 형성된 씬이 여전히 힙겔들 중심으로 정론을 양산하며 바이럴을 통해 유통되는 형태로 남아있다. K힙합팬들은 여전히 흑인의 게토적 삶과 미국의 인종차별 역사를 공부한다. 그리고 그것을 빠르게 공유한다. 새로운 입문자를 교육한다. 이런 프로토콜이 형성되어 있다. 물론 공부하는게 나쁘단 건 아니다. 그 과정에서 세상 보는 눈도 넓혀지고 하니깐. 그런데 누가 정량적으로 많이 알고있는가, 지식적인 배경이 얼마나 두터운가가 아이디라는 식별자 아래 정리되고 서열화된 각종 트리비아가 명문화되지 않는 힙겔의 바깥 - 즉 현실에서는 겉으로 드러나지를 않는다. 그런데 힙합을 향한 진정성이 계급의식으로 변모한 이것을 증명받지 못하면 앞서 말한 프로토콜은 작동하지 않는다. 


그럼 무엇으로 진정성을 증명받지? 말투를 비롯한 과잉적인 습관들, 제스쳐, 이런걸 수행함으로써 나는 이 세계관에 몰입해있다, 래퍼로서 힙합적인 삶을 살고있다라는 티를 내면 된다. 그런 양식을 자연스럽게 몸짓 언어로 체화하는 그 자체가 워너비 정신을 계승하고 있음의 크레딧이 되는 것이다. 뷰티풀너드가 미러링하는 것들은 일종의 지적 허영의 에셋이다. 뷰티풀너드의 캐릭터는 현실세계에서는 기인 취급을 받을수 있는 양식을 용감하게(?) 수행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인물들이다. 그니까 현실세계에서 자연인의 평범한 삶을 살고자하는데 힙합 음악은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걸 보면 얼마나 웃기겠냐고. 사실 뷰티풀너드 그 자신들도, 뷰티풀너드의 팬들도 결국 힙합을 좋아하는 거다. 이들은 힙합을 진심으로 좋아할수록 힙합을 진심으로 좋아한다고 말하기 쪽팔려지는 아이러니에 빠져있는 건데 이게 다 힙충이들때문임.


그런데 또 힙충이들이 그러는 것엔 이유가 있다. 이게 로컬라이징이 안되는 두번째 문제인데, 흑인들이 기본적으로 그들의 문화를 전유하는 것에 엄격하다는 점 때문이다. 말하자면 힙충이는 과잉 양식 수행이라는 제례의식을 통해 힙합 내부에 정신적으로 링크되어 본토의 찐힙충이(유령)와 문화적 동일화를 욕망한다. 미국은 다민족의 국가라는 사실이 힙충이에겐 힙합사랑이 전유가 아니라 향유라는 알리바이가 되어 주는 것이다.


그런데 문화 전유는 힙합 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중문화가 글로벌라이징하는 과정에서 PC주의와 결합해 여러 잡음을 일으키고 있는 만큼 힙충이가 혼자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힙합을 대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그런게 아니다. 그 잡음은 주체와 객체, 송신자와 수신자 간의 주파수가 부딪히며 발생하는 오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의 흑인착취가 미국 역사를 해석하는 하나의 축이 되는 만큼 흑인문화 그 잡채인 힙합이 미국 밖에서 소비되는 것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데, 여기에 더해 애초에 세계화의 의미가 미국문화가 미국 국경을 넘는다는 말과 다름없기때문에 스스로에 의해 객체로 전락(?)한 힙충이가 힙합을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도 그들의 전유가 향유가 되지는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본토힙합의 정수인 락네이션에 접속한 제이팍이 앞머리를 땋았을 때도 글로벌 팬 정확히는 흑인들에게 '그건 문화전유'라는 뭇매를 맞고 뮤비를 내렸었다. 그런게 힙합이다.


그러니까 PH-1의 불쾌감 내지는 불만이 해결되는 방법은 하나 밖이다. 그냥 니네가 힙합의 주체가 되어라. 근데 그럴려면 더이상 힙합은 문화라는 말을 하지 말아야한다. 이건 힙합이 문화가 아니라는 말이 아니라, 힙합이 문화, 즉 흑인의 역사적 스피릿을 담은 그릇이라는 전제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뜻이다. 양식은 어찌보면 그냥 그릇이다. 이것저것 섞기 좋게 디자인된 힙합이라는 양식은 무엇보다 훌륭한 그릇이다. 힙합은 아주 훌륭한 플랫폼이다. 그것만으로도 자부심 가지기에 충분하지 않나.


실제로 이제 힙합은 트랩과 붐뱁으로 양분되지 않는다. 펑크도 담고, 아프로비트도 담고, 드릴도 담는다. 그리고 어쩌면 뷰티풀너드의 음악도 그 그릇이 힙합이기에 성립 가능한, 제대로 로컬라이징된 K힙합의 한 단면일수 있다.

 

 

====

 

우선 위 댓글은 제가 작성한건 아니구요, 댓글 중에 꽤 장문의 댓글이 있어 우연히 읽어보았는데 이번 디스전과 관련해서 생각해볼만한 시사점이 있는것 같아 같이 읽고 이야기 나눠보고 싶어 올려봅니다. 아마 엘이 하시는 분이 아니실까 싶어요. 좋은 글이라 묻히는게 아쉬워서 제가 여기 올려봅니다.

 

제 생각을 조금 덧붙여 보자면요... 제 생각 역시도 위 글에서 지적하는 것과 거의 같은데요.

현지인이 아닌 이상 그들의 오리지널리티를 어떻게든 최대한 비슷하게 구현해낸다고 한들 결국 열화 복제판에 불과하다는 태생적 한계가 있는데 그걸 로컬라이징해서 우리의 문화로 승화 하려는 노력이 충분하지 못했다고 생각이 들어요. 단순히 그들의 사운드를 카피하고, 그들의 걸음걸이와 아웃핏을 적당히 번안해서 흉내내는데 그친 것에 대한 반동이 이번 사태가 아닌가 싶습니다. 결국 힙합 음악의 정수는 그들의 검은 피부와 그들의 핍박받던 역사, 미국이라는 특수한 사회의 환경과 그 안에서 부딪히는 삶의 경험들에서 나온 거잖아요. 아파트에서 전국민이 고등교육 받고 김치찌개 된장찌개 먹는 나라에서 골드체인 걸고 아무리 thug life를 외쳐봐야 진정성을 느끼기 어렵고 대중들로부터 폭넓은 공감을 얻기 어렵죠. 현재 한국 평범한 20대들의 삶을 노래한 최엘비 독립음악 같은 음악이나 故아이언처럼 진짜 한국적인 밑바닥의 삶을 노래한 음악이라던지 이런 음악들이 좋은 로컬라이징의 예이지 않을까 싶은데 사실 힙합 씬 내에서조차 완전한 주류였던 적은 없었죠... 형식은 어느 정도 빌려오되 한국화 하는 방법을 아직도 한참 더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아요. 곪고 곪았던 문제가 이번에 터진 게 아닐까 싶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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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2
  • 5.8 17:01

    https://www.youtube.com/watch?v=cco-EQQmYks

     

     

    문득 이게 생각나네요

  • Lannister글쓴이
    5.8 17:11
    @Alonso2000

    아직도 로컬라이징을 고민한다는 이센스도 그렇고 이 곡에서 쿤디도 그렇고 사실 많은 랩퍼들이 공유하고 있는 고민이고 많이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긴 하네요...아직 꽤 요원해 보이긴 하지만..

  • 5.8 17:12
    @Lannister

    오히려 2000년대 즈음의 음악이 로컬라이징이 더 잘됐었던 느낌도 있었던거 같기도 해요 ㅋㅋㅋㅋㅋㅋㅋ

     

    근래 나온 것들 중에서도 좀 옛날분들 음악 들을때마다 감탄하고 그럽니다. 피타입 화나 딥 이런 분들이요.

     

    넉형도 있고, 근래 뜬 분들 중에는 큐엠도 생각나고

  • Lannister글쓴이
    5.8 17:27
    @Alonso2000

    저도 공감되네요. 저 어렸을 때 <소년을 위로해줘>나 <상자속 젊음> 같은 음악들 많이 들었었거든요. 힙합의 형식을 차용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겪을 수 밖에 없는 경험들을 담으면서 본인이 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는. 꼭 그런 음악 아니더라도 빈지노님의 24:26 같은 앨범들은 꼭 한국이 아니더라도 인류에서 보편적인 '청춘 찬가' 같은 느낌이라 또 와닿는 부분들이 있었구요. QM님이나 최엘비님 음악같이 지금 한국 사회의 젊은이들이 느낄 수 밖에 없는 박탈감과 열등감 같은 감정들을 노래한 음악들도 좋았구요. 제 취향은 그런 쪽인가 봅니다. 그에 반해서... (제가 진짜 힙합을 딥하게 좋아하는 팬까지는 못되기도 하고 나이도 이제 좀 먹은지라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근래의 국내 힙합의 흐름은 솔직히 말하면 좀 따라가기가 버거운 느낌이에요. 청각적인 쾌감도 좋고 신선하고 재밌는 기믹도 뭐 다 좋은데, 너무 한국의 감성과 괴리 되어 있는 것들을 보면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아서 그냥 역할놀이, 컨셉질로 밖에 안 느껴진달까요... 사실 미국 사람들한테는 그 음악과 과격한 가사들도 어느 정도 그들의 실제 삶의 모습에 발붙이고 있을 텐데, 한국은 사실 아니잖아요. 그런 것들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좀 많은 것 같아요. 저도 사실 그 중 하나구요...

  • 최근 몇년간 국힙씬에서는 말씀하신 부분, 어찌 보면 내용에 대한 발전에 노력을 쏟느니 사운드적 쾌감에 모든 노력을 쏟아붓는 게 쉬운 성공을 위한 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내용을 발전시키는 데 썼을 수도 있는 노력까지 다 거기에 갈아넣어졌으니 남는 건 그냥 외힙을 그대로 카피한 가사와 애티튜드였던 게 아닐까 싶어요.

     

    물론 외국에서도 힙합이 보기 좋게만 보이는 건 아니겠지만 미국 사회라는 맥락 안에서 흑인이 아닌 사람들, 힙합을 살지 않는 사람들도 적어도 왜 저들이 저런 소리를 하고 저렇게 행동하는지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고는 있을텐데 이게 한국패치 없이 그대로 들어와버리니 대중 입장에서는 저게 대체 뭐가 멋있다는 건지 최소한의 이해조차 안되는 상황이 벌어진 거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입 덜 받는 영역에서 노력해온 아티스트들은 많은 적든 꾸준히 있어왔으니 그들의 결과물이 새로운 성공으로 보답받는 날이 늦지 않게 오기를 기원합니다.

  • Lannister글쓴이
    5.8 17:33
    @차돌박이쌀국수

    무조건 가사가 현실에 기반하고 엄근진 해야 할 필요까진 없고 말씀 하신대로 청각적 쾌감에 집중하는 곡들도 취향에 따라 필요할 수 있지만 너무 한쪽이 지배적이면 안되는 것 같네요. 최근의 흐름은 말씀 하신대로 청각적 쾌감에 집중하고 미국 본토의 것을 거의 그대로 번안해 오는 형식이 주류였던 것 같고 그 과정에서 대중과의 괴리가 심해진 것 같아요. 물론 힙합도 쇼미라는 매개체를 통해 대중문화의 영역에 많이 들어오긴 했지만 본질적으로 서브컬처다 보니 대중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들도 있고 매니아들이 향유하는 부분들도 있는 거지만 지금은 너무 대중과 멀어진 느낌... 모든 면에서 대중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지만 '보편적인 공감'을 받지 못한다는 건 여러모로 치명적인 거긴 하니까요. 결국 모든 것은 균형의 문제지 않을까.... 최근 힙하다는 아티스트들 유튜브 쇼츠 댓글만 봐도 '이게 진짜 좋냐?'하는 대중들과 '힙알못들 또 지랄하네'하는 매니아들 사이에서 거의 전쟁이죠...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입니다 ㅠㅠ 한국힙합 화이팅

  • 5.8 17:36
    @Lannister

    결국엔 이게 또 새로운 정 반 합을 만들거라 봅니다.

     

    다시금 가사와 공감대, 보편성에 호소하는 음악이 올라올 것 같아요.

  • @Lannister

    길게 보면 이 역시 정반합의 한 과정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단 그 과정에서 상처입는 사람이 많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 5.8 18:00

    글 잘 봤습니다. 이런 깊은 글을 보고나니 제가 한심하게 느껴지네요ㅋㅋ 개인적으로 동의 하는 바입니다. 로컬라이징은 다른 나라에서 갖고올때 꼭 필요한건데 그걸 안하니 지금 이렇게 고름이 터지죠. 래퍼지망생들은 꼭 봤으면 좋겠네요

  • Lannister글쓴이
    5.8 18:40
    @tjdnfdp

    저도 많이 공감돼서 퍼온 글인데 재밌게 읽어주셨다니 기쁘네요

  • 5.8 18:32

    미국 친구들 여럿 있는 입장에서 미국에서도 흑인이 랩 안하면 일단 백안시당하고,

    흑인 중에서도 소위 '진짜' 흑인 아니면 니가 무슨 우리 문화를 안다고? 소리를 듣는데

     

    그 문화를 아무런 준비도 없이 아예 다른 환경인 한국에서

    자기가 겪지도 않은 환상 속의 무언가인 흑인 문화를 그대로 이식하려고 하니

    래퍼도 잘 안되고 듣는 사람도 잘 안되고.. 삐걱삐걱입니다

  • Lannister글쓴이
    5.8 18:43
    @GGMBJV

    말씀하신 대로 우리네 삶과 동 떨어진 이야기를 단순히 이식하다보니 약간 뜬구름 잡는 소리 같이 느껴지는 부분 때문에 좀 짜쳐 보이는 부분도 있는 것 같구요... 처음 글 쓰신 분이 언급하신 대로 그런 흑인 문화로서의 정체성을 우리 것으로 발전적으로 승화시키지 못하고 단순히 지적 허영이나 계급 의식의 근거로 소비하는데 그치면서 제대로 대중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고 오히려 매니아들만의 리그로 전락하면서 조롱의 대상이 되어 버린 것 같아 슬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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