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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의 입장에서 이해해보는 맨스티어 논란

seoulmg2024.05.08 12:43조회 수 3948추천수 3댓글 2

물론 이 글을 쓰는 저도 힙합을 안 듣는 일반인(굳이 좋은 표현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만 여기선 일단 써보겠습니다)는 아니고, 꽤 오랫동안 국힙을 들으면서 살아왔던 사람인데요, 저는 맨스티어 논란(이 역시 이것을 논란이라고 칭하는 것이 맞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차치하고)을 일반인의 입장에서 관찰해보는 것이 이 상황을 조금은 더 생산적으로, 그리고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하지 않나 하네요. 그래서 이 긴 글은, ph-1이니 맨스티어니 하는 가장 핫한 키워드를 남발하기 보다는 조금 더 깊게 들어가보고자 합니다. 

 

나누기 어려운 취향이 되어버린 힙합

 

취향이란 다양합니다. 누군가는 영화를 보는게 취향이고, 누군가는 공연을 다니는게 취향이죠. 그리고 힙합을 듣는 것 역시 하나의 훌륭한 취향입니다. 한 때 저는 비속어와 혐오표현이 난무하는 곡들을 찾아서 듣곤 했습니다. 거기서 오는 쾌감이 없었다면 거짓이겠죠. 여전히 곡이 좋으면 듣습니다. 그런데 제 주변에 리스너가 아닌 사람들에게 그 곡들을 추천해줄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해봤을 때,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 장르 자체를 추천해주는 데에 어려움이 있죠.

 

특히 저는 상대와 취향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것을 좋아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나누고 싶고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처음 내 취향에 대해 나누는 대화의 순간에, 힙합을 좋아한다는 얘기를 선뜻 나눌 수 없는 제 자신을 보면서, 그래서 더더욱 힙합을 좋아한다는 사람을 만나면 입에 침이 튀기도록 말이 많아지는 저를 보면서, 힙합에 대한 대중적인 인식이 좋지 않는 것만은 분명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굳이 소비하지 않는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을 눈치 볼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끼리 즐기면 됩니다. 원래 문화란 그런것이죠. 자신이 모르는 세상이 있는 법이고, 그 세상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는게 당연지사죠. 그렇게 관심이 없다가(정확히 말하면 '힙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었을 때 '관심이 없어서 의견이 없는데?' 정도의 단계였다가) 가끔 특정한 계기로(대체로 사회면을 장식할 법한 사건들이죠) 편견을 갖게 됩니다. 그게 쌓이다 보면 그것이 개개인의 장르에 대한 '생각'이 됩니다. 그렇게 특정 장르에 대해 편견을 가지는 게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고자 하는게 아닙니다. 듣지도 않으면서 일부분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는 것 역시 아닙니다. 그냥, 사람은 그렇게 무언가를 쉽게 판단내린다는 것입니다. 모두가 그렇습니다. 이 글을 쓴 저도, 읽는 여러분도요. 

 

우리는 왜 싫어하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게 되었나 

 

그래서 잘 모르고 쉽게 판단하는 사람들의 존재는 어딜 가나 늘 있습니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그냥 무시하는 것입니다. 쇼미더머니로 힙합을 알게 됐건, 맨스티어로 힙합을 알게 됐건, 알게 뭡니까? 그냥 그렇게 살라고 두면 되죠. 두 번째, 대화를 시도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왜 잘 모르면서 쉽게 판단하는지 더 알아가고, 그들과 대화를 시도하며, 그들의 편견을 깰 만큼 힙합은 멋진 장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죠. 여기서 '그들'이란 꼭 넷상에서 만나는 이름도 알 수 없는 불특정 다수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당장에 내가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 중에서도 그런 부류의 이들이 있으니까요. 

 

개인적으로, 이번 논란 이전까지는 첫 번째 방법을 잘 해내는 창작자와 리스너들이 많았다고 느낍니다. 쇼미가 힙합의 전부인줄 알면서 뇌절하는 사람들에게 굳이 일일이 설명하면서 해명하지 않고, 그저 쇼미 외의 영역에도 힙합이 존재한다는 것을 삶으로, 작업물로 보여주는 것이죠. 뭐, 그러다가 쇼미로 입덕한 사람들이 헉피 노래도 듣고, 화나 노래도 듣고, 김심야 노래도 듣고 그런 경우가 있지 않겠습니까? 저는 무시할 수 없는 숫자의 사람들의 쇼미를 통해 국힙을 배웠다가 자신의 취향을 확장시켜보는 경험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취향을 디깅하는 데에 열심인 사람들이, 세상에는 많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일반인의 시선으로 돌아가보면,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특히 힙합 리스너들이 뭔가 장르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하고 자신의 취향에 대해 나름의 자부심 같은 것도 있어 보이는데, 정작 자신들이 편견을 가지게 된 것에 대해 리스너들은 딱히 친절한 설명이나 대화를 시도했던 것 같지가 않거든요. '힙합은 원래 그런 장르다'라는 무적의 치트키가 존재했으니까요. 제 생각에는, 굳이 설명이나 대화의 필요성을 못 느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설명이나 대화는 안 하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어느 한 쪽에서는 계속 오해와 편견을 키워가고 있고, 그걸 보며 못마땅한 이들이 그들을 향해 날선 비판을 가하는 형국이라는 것이 문제죠. 힙합 리스너들은 힙합이라는 장르, 힙합이라는 문화를 일반인들에게 존중받길 원합니다. 존중! 그러니까 그냥 무시하고 편견에 갇힌 채로 평행선을 달리는 게 아니라, 적어도 문화로서의 존중하는 마음은 원하는 것입니다. 어찌보면 리스너들은 참으로 대중 눈치를 많이 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반드시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만 하는 문화란 존재하는가

 

하지만 존중하는 마음은 존중해달라는 말로 자연스레 생기지 않습니다. 힙합이 어떻고 저떻고 하는 말로는 존중하지 않는 이들의 마음을 돌릴 수 없습니다. 흔히들 맨스티어의 흥행을 두고 '자정작용이 없는 씬에 대한 업보'라는 표현을 많이 쓰지 않습니까? 이것 자체에 100% 동의를 하진 않습니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일반인들에게 힙합씬은 자정작용 없는 장르(혹은 하지 않으려는 장르)로 비춰지기 쉽다는 점입니다. 힙합이 케이팝보다는 분명 거칠고 못말리고 제멋대로고 하는 이미지는 있잖아요 ㅋㅋㅋ 그런 와중에 힙합과 관련한 소식을 사회면에서 여러 번 접한 대중들이 편견을 가지지 않는게 오히려 저는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리스너들과 비리스너들은 장르에 대한 애정 정도부터가 다르니, 애초에 편견을 가지기 훨씬 쉬운 조건에 서 있는게 당연하죠. 

 

그런 상황에서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는 말 자체는 저는 일반인들에게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릴 거라고 봅니다. 자꾸 일반인에 빙의해서 말씀드려서 죄송합니다만, 저라면 '힙합이 뭐 대단해? 너 뭐 돼? 왜 굳이 이런 저런 서사들을 다 이해해줘야됨?' 이런 생각이 들 것 같은데 말이죠? 사실 정말 그렇습니다. 힙합 리스너가 아닌 사람들에게 힙합이 대체 뭐란 말입니까? 피타입 형님이 인터뷰에 나와서 "힙합은 직업이 아니라 삶이에요 x발" 이러면 리스너한테나 멋진 말이지, 대중들은 '엄마가 끓여준 된장찌개 먹고 큰 놈들이 뭔 개소리임" 이렇게 생각합니다. 반복하지만, 그게 옳다는 게 아닙니다. 힙합이 힙합 나름대로의 서사와 맥락, 핑계거리가 있듯, 힙합이라는 장르 바깥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게 된 연원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걸 이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힙합의 파이가 좀 더 커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힙합이라는 장르를 더 순수하게 사랑하게끔 하고, 그렇게 해서 더 좋은 작품들이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요. 대중과 리스너들은 갈등 관계에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오히려 전략적으로만 보면, 그들도 예비 리스너들입니다. 그럴리 없다고요? 그런 태도가 일을 여기까지 오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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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ph-1과 맨스티어 중에 누가 더 잘했냐로 이야기를 끌고 가지 않기 위해 잡설이 길었습니다. 부디 이번 논란이 성숙한 대화와 설득으로 이어지길 고대합니다만, 쉽지 않을 거라는 것 역시 잘 알고 있어서 씁쓸한 나날이네요. 다만 너무 과몰입하면 안 그래도 하기 어려운 대화와 설득은 더 물 건너가는게 아닌가 싶네요. 그럼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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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5.8 15:50

    좋은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 5.8 18:28

    정말 맞는 말인듯..그래서 유튜브 댓글들 보면 반박할 생각보다 숨이 막힘.. 어디서부터 말해야할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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