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방금 전 까지 가입도 안했던 10년차 LE눈팅입니다. 커뮤니티에 글쓰는걸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 여러 회원님들 글을 읽어보니 참 공감이 되는 내용도 많고 스스로 생각도 정리할겸 적어봅니다.
먼저 논점의 대립들을 짚어보자면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누가 옳고 그르냐가 아닌 대립일 뿐입니다.
1. 긁
A. 그들은 힙합을 이용해서 가불기 쓰는 개그 유튜버다. 반응하면 긁 가만있음 긁
vs
B. 그들이 힙합을 이용하는게 뭔 상관이냐 우리가 재밌으니까 개그맨의 본분을 다하는거다. 래퍼들이 사고친건 팩트가 아니냐.
2. 리스펙과 팩트
A. 그들은 풍자가 아닌 국내힙합 래퍼들에 대한 혐오와 조롱이 가득한 컨텐츠로 힙합이라는 문화를 존중하지 않는다.
vs
B. 존중이고 나발이고 왜 하면 안돼냐? 힙합이 무슨 성역이냐 래퍼들이 지금까지 해 온 것들을 봐라. x약, 음주운전, 레슨비먹튀 등 욕먹어도 싸다.
3. 메신저 공격
A. 그들이 메시지 공격이 힘드니 메신저를 공격한 것 아니냐?
vs
B. 검머외가 대한민국에서 돈벌고있으면서 군대 안갔다오면 유승준이랑 같은 취급 받는 것은 당연한거다.
1-A, B
먼저 1번논점은 래퍼와 코미디언 사이의 입장차이와 직업적 본분에 대한 견해가 있기 때문에 어느쪽이 맞다 틀리다를 하기가 더욱 어려운 것 같습니다. 반응하면 긁, 가만있음 긁은 사실 반응하면 공격대상이 되고 가만있으면 바보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ph-1님 말대로 래퍼들은 열심히 작업하고 좋은 퀄리티에 앨범으로 반응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또한 일부 래퍼들이 사고치고, 힙합에 안 좋은 이미지를 부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말 그대로 일부이며, 전체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논리로 입장을 대변한다면, 일반화의 오류라는 한계를 스스로 짊어지는 셈이니 아무 의미가 없는 듯하네요. 개그맨의 본분 또한 웃기면 그만 아니냐라고 한다면 그것이 웃기지 않고 공동체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인 사람들은 모른척해야 하나 싶습니다. 간단한 예로 외국인이 한국을 욕하면 대부분 기분이 좋지 않으실 것 처럼요. 워낙 극성으로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요즘 '불편하면 자세를 고쳐앉아' 라는 말 또한 저도 참 재밌게 받아들였는데, 랄로님과 달리 그다지 좋은 맥락에서 사용한 표현은 아닌 것 같네요.
2-A
2번 논점에선 ph-1님은 가만히 있다가 주변사람들이 사고친걸로 싸잡혀서 힙합이라는 문화공동체가 무차별적인 조롱과 혐오를 받아버리니까 먼저 소속집단에 대한 의견을 ' used to be ' 라는 곡으로 힙합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는 래퍼들은 그만 사고치고 휘둘리지말고 더 좋은 작업물과 앨범으로 문화에 기여하기를 바랬으며, ' beautiful ' 이라는 곡을 통해 울타리에 걸쳐있는 뷰너와 가상의 캐릭터 맨스티어 그리고 동조하는 여론 모두에게 혐오와 조롱으로만 힙합을 소비하지 말고, 자신의 소속집단인 힙합이라는 울타리에 대한 존중을 요청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존중이라는 이름 하에 '아름답게' 요청한 것 같아 좋게 들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뷰너님과 옹호하는 여론을 동일시 하는 맥락으로 가사를 쓰셔서 매신저를 먼저 건드신건 맞는 것 같습니다. 힙합에 대한 존중이 없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아마도 래퍼들에 대한 조롱을 컨텐츠로 일삼는 것을 말하시는 것 같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 저는 아직도 힙합의 개념을 어디까지 봐야하나 경계만 어렴풋하게만 느끼는 정도라 감히 말하자면 뷰너님들은 힙합이 아니라 단순히 대중들이 부정적인 시선을 갖고있는 래퍼들에 대한 조롱 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래퍼도 사람인데 그렇게 조롱하면 기분나쁘겠지만 본인들이 반응해야할 일인 것 같습니다.
2-B
앞서 말했듯이 뷰너님들과 여론의 입장이 동일하다고 확정은 못하겠습니다. 다만 디스곡을 듣고 뷰너님들의 입장이라고 생각한 부분에서 의견을 내자면, 코미디든 힙합이든 소위 풍자, 디스리스펙은 존재해왔고 씬의 막대한 영향을 가져왔던 래퍼를 부정하는 래퍼들도 존재했습니다. 블랙넛이 jk를 싫어하는 이유를 알지 못하는 것처럼 무차별적인 공격과 캐릭터는 언제나 있었다는 겁니다. ph-1님은 힙합에 대한 무차별적인 혐오와 조롱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뷰너의 입장에선 힙합을 공격한게 아니라 대중들이 생각했을 때 멋없는 래퍼들 즉 사고치고, x약하고, 헛소리하고 내 맘에 안드는 래퍼들을 공격하는건 힙합 내에서 비일비재 했던 일이었으니까 뷰너의 입장에서는 난 힙합을 공격한게 아니라 대중들이 싫어하는 래퍼들을 공격한거죠.
-다만 그 방식이 랩으로도 보여준 것이 아닌 혐오와 조롱만 섞인 유튜브 컨텐츠로 그리고 책임없는 쾌락을 소비할 수 있는 가상의 캐릭터로서의 행보였다는게 많이 아쉬울 뿐 입니다. 물론 코미디언이니까 뭔 상관이냐 할 수 있지만 코미디언들도 자기 이름으로 불이익을 각오하고 풍자를 하는데,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래퍼로서도 코미디언으로서도 그저 아쉽다는 말 밖에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3-A, B
뷰너님들은 애초에 래퍼 즉 메신저에 대한 풍자를 컨텐츠로 소비해오셨습니다. 디스곡인 ' hp-1 ' 은 ph-1님에게 우린 힙합을 건든게 아니라 사고치는 래퍼들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니 주변 건드니까 감싸주기 하는거냐 너도 맘에 안들면 우리처럼 이렇게 디스해라 라는 뉘앙스가 느껴지는 곡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요약하자면 ' 니 주변들 쏴대니까 너도 반응하네 긁혔어? 한국인도 아니면서 국힙에 왈가왈부? 군대부터 갔다와라 '
-원래부터 하셨던 방식이라 래퍼로서가 아닌 코미디언으로서 반응했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저 디스곡내면 힙합이겠지 라는 생각으로 내신거였다면, ' 그저 힙합을 이용하고 돈벌이 수단으로 사용한다 ' 라는 의견에 좀 더 마음이 가네요. 그리고 검머외와 국힙 그리고 병역의 문제는 힙합과 국힙을 따로놓고 얘기를 해야할 것 같아요 ph-1이 말하는 힙합은 국힙처럼 생태계가 아닌 문화 그리고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뷰너님들은 당연하게도 군대를 갔다와야 힙합이다? 총을 쏴야 힙합이다? 이런 것들은 힙합의 본질과는 다르다고 생각되네요.
결과적으로 ph-1님과 뷰너님들 서로 국힙과 힙합, 래퍼와 힙합, 개인과 문화를 동일시하거나 서로 다르게 인식하고 공격을 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말을 조금 더 풀자면 집단과 개인을 동일시 혹은 잘못 구분하여 이념의 대립이 생긴것이라 생각되네요. 그러기에 둘 다 이해되면서 둘 다 아쉬울 뿐입니다. 다만 유튜브 댓글의 여론은 배설구 같아요. 낭만이 사라진 시대의 끝자락을 보는 느낌입니다. 서로를 향한 혐오와 조롱 그리고 책임없는 배설, 사태가 심각해지면 모르쇠할 것이 뻔한데, 떡밥이라는 장작을 불태우고 식으면 치우지도 않고 다른 곳으로 떠나는... 이 시대는 스타가 아니라 욕구를 풀어낼 배설구를 원하는 것 같아 아쉬움만 남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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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의견은 당연히 정답도 아니고 그냥 제 생각을 정리하기위해 쓴 글이니 비판도 적극 수용하겠습니다.
+)
생각나는 대로 쓰다보니 논점대립이 후자가 공격적으로 보이는데 유튜브 댓글의 공격성을 접하다보니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물론 공격적인 전자의 입장도 있지만 이것만큼은 덜 공격적으로 표현하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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