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온 지 2년이 다 되어 가는 곡이지만, 특히나 제가 강한 인상을 받은 던말릭의 벌스를 제가 이해한 대로 풀어보려고 합니다. 원래 던말릭을 좋아했지만(탯줄부터 paid in seoul까지), 이 벌스는 개인적으로 2022년의 손꼽히는 명가사라고 생각합니다. 편의상 아래 해석은 음슴체로 하겠습니다.
등본을 뽑음 거기에 이젠 이름 한 개만 남아있어 혼자 덩그러니
동사무소 문서 위에 글자로만 홀로 서 있어 주위엔 아무도 없지
: 미성년자일 때는 등본에 보호자와 가족 관계가 표시되는 것과는 반대로, 성인이 되어 뽑은 등본에는 자신의 이름 석 자만이 표시되는 상황. 이를 통해 성인이 되며 유년기와는 대비되는 외로움, 홀로됨을 표현함.
이젠 몇천따리 계약서에도 사인 해 엄마하고의 전화도 없이
: 마찬가지로 미성년자일 때는 제약받던 경제 활동에서 자율성이 생김. 꼭 미성년일 때에 한정짓기보다는, 나이를 먹어 가며 경제적인 독립을 이루게 된 던말릭의 상황을 표현.
~> 던말릭은 첫 세 라인을 통해, 성장함에 따라 '고독'과 '경제적 독립과 책임'을 얻게 됨을 표현.
더 넓어지는 방, 두꺼워지는 주머니
익숙해지는 밤이 몇 번이고 있었지
오 이런 또 잊어버렸어 미안해 나 이제
더 이상 겨우 사는 어린애가 아닌데
: 선인장화의 Sunrayz, Paid in Seoul의 칭칭칭 등의 벌스에서 묘사된 바와 같이, 던말릭은 유년기를 비교적 불우하게 보냈던 것으로 추정됨. 절대적으로 불우했던 것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이 곡에서는 현재의 상황과 대비하여 자신의 과거를 경제적으로 자유롭지 못했던 시절로(가난과 어린 나이로 인한 경제적 부자유를 중첩하여 표현한 것으로 추정) 묘사하고, 점차 자유로워지는 자신의 현재 상황이 마냥 자연스럽거나 만족스럽지만은 않음을 표현함.
흘러내리는 프라다, 벨트는 마르지엘라
있는 자들이 아는 단어 그게 우리들의 아젠다
: 경제적 여유를 차츰 얻어가며, 과거에는 감히 꿈도 꾸지 못한 명품 브랜드를 보란 듯이 입에 올리는 자신의 상황을 '아젠다', 즉 회의 안건을 논하는 일과 같이 표현하고 있음.
매일같이 일어나서 하는 돈 생각
그 사이 남은 자리에 가끔 끼워 넣은 이름들은 휘발된 듯이 사라져버려 온데간데
근데 나쁜 소문은 퍼져 있어 동네방네
: '어른'이 된 던말릭의 가치관의 중심에는 이제 돈이 자리잡았으나, 그러한 돈 생각 사이에 가끔 끼워 넣은, 즉 자신이 인간관계를 겪으며 이따금 소중히 생각하게 된 이름(사람)들조차 휘발된 듯이 사라져버리고 반대로 자신을 적대하는 이들은 자신에 대한 나쁜 소문을 퍼뜨림. 즉 성장의 결과로 경제적 독립과 동시에 책임을 얻어 돈을 벌려고 노력하게 된 던말릭은 그러한 노력으로 인해, 또는 적어도 마찬가지로 성장의 결과로 더 고독해짐을 체감함.
달콤한 성공 몰려드는 개미 떼
나 또한 저 코 찌르는 냄새에 취해
홀린 듯이 올라와 있네 길 위에 이제 navigation 끄지
: 성공을 향한 자신의 열망과 욕구를 해소하고자 '길' 위에 올라와 있다고 표현. '길'이라는 이미지에 주목.
목적지에 가는 모든 순간이 내 main event
: 목적지는 성공이지만, 성장한 던말릭은 '목적지에 가는 모든 순간이 내 main event'이므로 이제 내비게이션을 끄겠다고 말함. 이 또한 '어른'이 되어 얻은 자유와 동시에, 가치관 면에서의 성장을 드러낸다고 보임.
내일이 되면 또 일어나서 가치 있는 걸 만들고
되길 바래 돈이 아니면 온기
삶은 관문의 연속이네 가방 안에 넉넉히 챙겨 톨비
: 이 벌스에서 가장 좋아하는 라인. 던말릭은 자신이 만든 가치 있는 것, 즉 음악이 '돈(경제적 자유와 책임을 해소할 수 있는 매개체)이 아니면 온기(고독을 해소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기를 바란다고 함. 그 직후의 '삶은 관문의 연속이네 가방 안에 넉넉히 챙겨 톨비'라는 라인은 던말릭이 아까 제시한 길이라는 이미지와 맞물림.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마주치는 고난이나 여러 문제를 길을 걷다가 만나게 되는 '관문'이라고 표현하고, 이를 통과하기 위해 '톨비'가 필요하다는 라인을 통해 삶에서 마주하는 여러 고난을 극복하려면 돈이 필요함을 역설함.
따라서, 자신이 만들어낸 가치 있는 것들이 어떻게든 던말릭이 현재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뜻.
And Life is getting better 내 시야로
시안을 만든 뒤에 현실로 갖고 와서 돌려받아 샤일록
피 한 방울조차 떨구지도 않고 베어갈 수 있어 천 파운드의 살점
: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 오마주 라인. 대금업자인 샤일록은 소설의 주인공 안토니오에게 돈을 빌려주며 심장 근처의 살 1파운드를 담보로 거나, 후에 안토니오가 돈을 빌린 이유였던 친구 바사니오의 약혼녀 포셔의 지혜로 '피는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오직 살만을 떼어 가야 한다'는 말로 역관광을 당하고 마을에서 쫒겨나게 됨. 이 라인에서는 던말릭이 자신을 샤일록이라고 표현하며, 자신은 피 한 방울조차 떨구지 않고 천 파운드의 살점을 베어갈 수 있다고 말하며 오히려 던말릭의 경제적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하는 장치가 됨.
발 뻗고 편히 잠들기에는 내 침대는 아직 싱글
: 아직 발 뻗고 잠들 정도로 자신의 침대가 크지 않다는 말(경제적으로 아직 충분히 자유롭지 않다)
여왕과 함께 잠에 들어야지 킹은
: '어른'이 되어 얻게 된 고독 또한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음
그래서 아직은 깨있어
내 이름이 서울시 그 위로 떠오른 뒤에야 깊은 취침을
: 취침할 시간에 떠오르는 것은 달, 즉 자신의 이름이 서울시 전체를 비추는 달처럼 떠오를(뜬다는 말의 이중적 의미) 정도로 유명해져 그만큼의 돈을 벌고 사랑을 얻으면 자신의 경제적 부담과 고독 모두가 비로소 해결되고 던말릭의 내면적 갈등이 해소될 것이라는 메시지와 동시에 자신은 그때까지 편히 잠들지 않고 꾸준히 허슬할 것임을 암시하는 라인. 즉, 던말릭은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는 행위) 하지 않고' 오히려 달이 되어 서울시 전체를 비추겠다는 의지를 보임.
두 줄 요약 : 던말릭은 '어른'이 되어 경제적 자유와 그에 따르는 부담, 그리고 인간관계에서의 고독을 동시에 얻게 됨(내면적 갈등). 자신의 삶을 성찰하며 해결책을 찾던 던말릭은 결국 더 열심히 일해 더 많은 돈과 유명세를 얻으면 경제적 부담도, 자신을 외롭게 만드는 고독도 해결될 것이라고 믿고 허슬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임.
이 벌스에서 던말릭이 보인 최대의 강점은 바로 상징을 이용한 이미지화와 메시지 전달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길, 침대라는 이미지를 제시하여 자신의 상황을 해결하려면 돈이 필요함을 뻔하지 않은 문장으로 유려하게 풀어내는 라인은 저 벌스 한정, 정말 올해의 라인이라고 보아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그 바로 다음에 들어오는 공공구의 벌스는 별다른 해석이 필요 없을 정도로 직관적인데도 불구하고, 감각적인 스토리텔링과 어마어마한 몰입력을 지닌 채로 영상을 보는 것 같은 가사로 구성되어 있어 앞의 치밀한 던말릭의 가사와 대조를 이루며 곡을 더 좋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결론 : 젓디형 이곡에서는 나가있어...
멋진 해석 감사합니다!
이곡은 진짜 젓딧이 피쳐링들한테 밀린 몇 안되는 곡
(대충 던말릭 여친 구한다는 내용)
던말릭 Made in seoul 보면 여친 있지않나요 ㅋㅋㅋㅋㅋ
헉
이거 진짜 잘썼음
마지막에 “여왕과 함께 잠에 들어야지 킹은” 라인은 침대 퀸사이즈 킹사이즈를 말하는 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생각해요!
그래서 앞에 부러 싱글 사이즈 침대의 경제적 상징성을 미리 언급하고 해석했는데, 표현이 부족했네요 ㅎㅎ 보충 감사합니다 !!
아<~~~ 진짜 좋아ㅏ는 벌스입니다~~~ 앞뒤로 공공구랑 콰이 벌스도 진짜 좋죠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