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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나 (Fana) - Fanatic] 앨범 리뷰

title: VULTURES 1loding2024.04.14 16:03조회 수 371추천수 1댓글 0

본 글은 H.O.M #11 매거진에서도 작성되었습니다. 이것 외에도 많은 좋은 글 있으니 시간 날때마다 읽어보시길 강력 추천합니다.

 

https://hiphople.com/kboard/27858006?member_srl=1053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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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나 (Fana) - Fanatic

 

1. Fanaticize (Prod.The Quiett)

2. Rhymonic Storm (Prod.The Quiett)

3. 가면무도회 (Prod.The Quiett)

4. 화약고 (Feat.황보령) (Prod.Loptimist)

5. The Recipe Of Lyrical Chemistry (Prod.The Quiett)

6. Brutal Treatment (Part.I) (Feat. Kebee And The Quiett) (Prod.The Quiett)

7. Deadline (Prod.도끼)

8. Red Sun (Prod.DJ Son)

9. 투명인간 (Feat. 있다) (Prod.The Quiett)

10. 누에고치 (Prod.Prima Vista)

11. Code Name (Soul) (Prod.Vida Loca)

12. 샘, 솟다 (Prod.The Quie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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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한국 힙합 역사를 다룰 때, 소울컴퍼니는 절대로 빠질 수 없는 존재이다. 키비, 제리케이, 더콰이엇를 포함한 MC 메타의 랩 레슨생들이 한데 모여 만들어진  레이블 소울컴퍼니는 컴필 앨범 <The Bangerz>에 보여준 감성적인 음악, 그리고 동시대 래퍼들과 차별화된 탁월한 라임 배치와 유려한 랩으로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또한 이에 그치지 않고 <Eluphant Bakery>, <Q Train>, <Crucial Moment> 등 소속 멤버들이 여러 굴지의 앨범들을 발표하였기에 레이블의 명성은 지금까지도 전설로 기억되고 있다.

 

이 중 화나는 레이블 멤버들 중에서도 독보적인 캐릭터성을 지닌 인물이었다. 익살스러운듯 독특한 톤은 물론, 가사 전반에 걸쳐 도배된 라임들은 그를 '라임 몬스터'로 있게 해준 대표적인 특징이다. 이에 더해 데뷔 앨범 <Brainstorming>에는 자동기술법을 차용한 실험성, 그리고 넓은 스펙트럼을 소화해내는 모습까지 선보였다. 데뷔 앨범 이후 약 4년 뒤, 화나는 전보다 진일보된 자신의 캐릭터성과 실력을 극대화한 앨범을 발표하니, 바로 화나 개인, 그리고 소울컴퍼니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앨범 <Fanatic>이다.

 

<Fanatic>이란 제목부터 중의적이다. 본래 '광신적인', '광신자'란 뜻을 지니지만, 단어의 'Fana'를 뮤지션 화나로 보면 '화나스러운' 이란 뜻이 되기도 한다. 이런 제목에 부합하게, 화나는 앨범에서 자신을 '광기의 화신', 'The Ugly Goblin'이라 칭하며 자기자신에 대한, 혹은 그가 풀어낸 이야기를 광기 어린 분위기 속에서 풀어낸다.

 

https://hiphopplaya.com/g2/bbs/board.php?bo_table=interview&wr_id=7438

 

본작과 관련된 힙합플레이야의 화나의 인터뷰에서 밝혔듯, <Fanatic>의 곡의 중심 키워드는 모두 '힙합' 혹은 '(인간과 무언가에 대한) 관계'이다. 구성 또한 분위기의 상승과 하강이 반복된다. 이른바 'W구성'을 이루며 '화나의 캐릭터성("Fanaticize", "Rhymonic Storm")' → '인간관계의 괴로움("가면무도회", "화약고") → '화나와 랩("The Recipe of Lyrical Chemistry", "Brutal Treatment (Part I)")' → '인간의 외부 환경에 대한 공포감("Deadline", "Red Sun")' → '우울감과 절망("투명인간", "누에고치")' → '소울컴퍼니 래퍼로서의 화나("Code Name: Soul", "샘, 솟다")' 순으로 두 트랙씩 비슷한 주제와 무드로 묶인 것도 확인할 수 있다. 두 곡이 한 덩어리를 이루는 셈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다루는 세부 내용이나 구성이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각 곡마다의 색깔들이 하나같이 뚜렷하다. 어찌보면 앨범의 흐름 대신 곡 하나하나 자체에 집중해서 듣는 것 또한 본작의 매력을 잘 헤아릴 수 있는 청취법일 수도 있겠다.

 

'라임몬스터'란 별명답게 화나의 랩은 많은 양의 라임과 함께한다. 여기서 잠시 랩과 라임의 상관관계에 대해 짚어보자. 당연하지만 랩에 있어서 라임은 리듬감을 주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갖춰야한다. 하지만 '과도한 라임이 랩에 도움이 되는가?'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앞서 라임이 랩의 리듬감을 위한거라 한 만큼, 라임은 양보다는 나오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라임이 아무리 많다 한들 이들의 배치를 고려하지 않으면 오히려 랩이 라임에 잡아먹혀 완성도가 낮아지는 원인이 된다. 실제로 '라임의 양 = 랩의 완성도'라는 인식이 컸던  00년대 아마추어 래퍼들에게 이러한 사례들이 만연했으며, 화나 또한 전작의 "When I Flow"같이 라임을 살릴려다가 랩이 단조로워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즉 랩에 있어 과도한 라임은 오히려 큰 리스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본작에서의 화나의 랩 디자인은 이런 리스크가 무색하게 느낄만큼 매우 완성도 있게 짜여져 있다. 이렇게 느낄 수 있게 된 데에는 철저하게 계산된 라임 배치, 그리고 이를 풀어내는 플로우 덕분이다. 기본적으로 킥과 스네어가 나올때마다 3~4음절의 라임을 배치하되 적재적소에 이뤄지는 박자 조절, 그리고 장문형의 라임을 통한 환기나 메인 라임을 바꾸는 등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줬다. 플로우 또한 라임의 첫 음절에만 강세를 둔 후 매끄럽게 마무리하는 식으로 강조보다는 유려하게 풀어나가는 데 중점을 준다. 이 덕에 화나는 많은 라임을 이질감없이 소화할 수 있었으며, 특히 "Fanaticize", "Deadline"에서 'ㅅ' 발음이 연속으로 나오는 파트같이 특정 자음을 적극 활용한 부분에서는 특유의 리듬감에 나오는 감흥을 크게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완성도있는 랩은 앨범 전반에 걸친 화나의 스토리텔링을 더욱 감흥있게 뒷받침해준다. "천국에도 그림자는 진다", "시간의 돛단배" 등 이미 데뷔 적부터 발군의 스토리텔링 능력을 보여주었던 그지만, <Fanatic>에선 더욱 진일보된 모습을 선보인다. 앞서 말했듯 앨범 수록곡들은 각기 다른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에 화나는 각 내용과 연관되는 단어들을 주제삼아 던지는 메세지를 부각하면서도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도록 해준다. 대표적으로 인간관계를 서로 가면을 써 표정을 숨긴 채 만나는 "가면무도회"로 표현한 것이 있다. 표현력과 곡 구성도 마찬가지다. 화나는 분위기에 맞게 톤을 바꿔 곡의 화자를 연기하며, 곡 구성면에서도 몰입감을 높여줄 요소들을 적재적소에 깔아두었다. 가령 "Deadline"과 "Red Sun"은 각각 죽음과 사회 앞에서 연약한 존재 인간을 조소하는 가사를 그로테스크한 톤으로 풀어낸 한편, 반대로 "누에고치"는 암울한 프로덕션와 담담한 톤으로 희망을 품다가 다시 절망하는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서사에서 비롯된 절망감을 한 층 배가시킨다. 구성적인 면모는 단순 랩 퍼포먼스가 중심인 곡에서도 드러난다. 그 중 "Rhymonic Storm"는 후반부에 진입하자마자 갑작스레 빨라지는 변주를 얹은, 현재에도 비슷한 사례가 손에 꼽는 실험적인 요소를 담아낸 케이스이다.

 

화나가 훌륭한 연기를 해냈다면, 프로듀서들은 휼륭한 배경을 조성해냈다. 본작은 특이하게도 "The Recipe of Lyrical Chemistry"를 제외한 전곡이 앨범의 테마와 어울릴만한 가사를 미리 선정한 후 이를 토대로 프로듀싱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작업되었다. 그 덕에 비트들은 대체로 장엄하고 어두운 톤이 주를 이루면서도 각 곡의 주제들에 부합하는 무드를 띤다. 그 중 메인 프로듀서인 더콰이엇은 무거운 톤을 유지하면서도 그 안에서 다양한 사운드를 뽐내며 높은 주제 해석 능력을 보인다. 외부 프로듀서들 또한 일관된 무드를 해치지 않은 곡을 선사해줬다. 특히 “Red Sun”에 참여한 DJ SON은 노이즈 낀 트립합 장르로 ‘광기’라는 테마를 극적으로 끌어내 큰 인상을 남긴다. 이런 여러 요소들이 하나로 응집되면서 <Fanatic>은 고유의 매력을 지니게 되었다.

 

한국 힙합이 발전을 하면서 래퍼들은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개성을 갖추기 시작했다. <Fanatic>이 나오기 이전인 2000년대 중후반을 살펴보면, 이그니토의 <Demolish>나 우주선의 <Superhero> 같이 앨범을 하나의 세계관으로 구축한 사례들이 생겨났으며, 당시 신인이었던 스윙스, 산이는 독특한 작사법과 함께 자신에게 '펀치라인 킹', '산선생님' 이란 이명을 붙여 자신을 표현해냈다. 이는 2024년에서도 변함없으며, 오히려 개성만 있고 실력은 없다고 비판받는 사례가 늘어날 정도로 힙합씬에서 개성은 이제는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되었다.

 

현시점에서 바라봐도 15년이 지난 앨범 속 화나의 개성은 여전히 유니크하고 유일무이하다. 더 놀라운 점은, 이 개성이 지금 시점에서도 많은 이들에게 유효하단 것이다. 많은 이들이 <Fanatic>을 한국 힙합의 명반이라 치켜세우고, 이 중 "Rhymonic Storm", "가면무도회"는 화나를 늦게 접한 이들도 공연에서 따라부를 정도로 여전히 많은 인기를 받고 있는 것이 그 근거일 것이다. 이렇게 <Fanatic>은 누군가에겐 '광기'있게 보이면서도 결국엔 많은 이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화나 커리어 중 가장 '화나스러운' 앨범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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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롱한 앨범 자태 좀 보세요. 심지어 화나 싸인까지 받았어. 세상에 내가 화나틱 앨범 사고 화나한테 싸인 받는 날이 오다니. 화나 그는 신인가?

 

주접은 여까지만 하고..사실 화나의 라이모닉 스톰이랑 가면무도회로 화나에 빠지고 힙합에 빠지게 된 계기가 된 케이스인지라 화나는 저에게 있어 큰 의미가 있는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언젠가 화나 앨범 하나 각 잡아서 써 볼 생각이었는데 마침 화나틱 15주년 기념 리마 CD 발매가 나오고, 이게 딱 H.O.M 활동 시기랑 잘 맞물린 덕분에 그 자리를 빌려 이렇게 리뷰글을 쓰게 됐네요.

 

사실 쓰는데 우여곡절 많았던 리뷰글이기도 했습니다. 워낙 하고픈 말은 많은데 이를 어떻게 풀어야하는지에 대해 막막해서 예상보다도 힘들게 작성한거 같네요. 그걸 반증(?)이라도 하듯 글 분량도 제가 그간 썼던 글 평균 분량보다 1.5~2배 된 거 같네요.. 다행히 글 자체는 나름 잘 나왔다 생각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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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는 본인 인생 앨범 top 10 실물 탑스터로...

 

사실 오래 음악 들으면서 인생 앨범이란거 자체가 무의미해진지라, 그냥 본인 취향 형성에 큰 역할을 한 녀석들로 봐주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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