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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ONOAH] : 왜 변했고, 변해야만 했나.

saeronkim2024.03.29 22:54조회 수 4976추천수 14댓글 17

우리가 기억하는 하온의 모습은 아마 꿀벌 옷, 명상 래퍼, 욕 하나 없는 가사, 고찰을 오래도록 하게 만드는 곡의 주제였을 겁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그는 변해가기 시작했어요. H1GHR MUSIC 컴필레이션 앨범 발매 즈음부터 몸을 키우고, 장발을 시도하며, 가사는 조금 더 공격적으로, 그가 말하던 '증오'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3년. KC 입단, 그리고 [ALBUM ON THE WAY] 발매 이후, 하온에 대한 사람들의 여론은 급속도로 바뀌었죠. 

 

"이 새끼도 결국 식케이 따라가네", "벌스 채우기 위해 화나있는 래퍼가 되어버렸네" 등.

 

회의적인 여론이 가득했습니다. 저 역시도 이들 의견에 동의했고, HAON의 곡을 잘 듣지 않게 되었고요. Over You 발매 당시에는 식케이의 대필 논란이 있었고, 그래서 저는 KC 레이블 자체에 거의 혐오가 올 지경이었습니다. 왜 내가 동경하던, 내가 자주 듣곤 하던 우상을 이렇게 만들었냐고 식케이에게 따지고 싶은 심경이었어요. 그러나 꼴통을 들어보고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 앨범에 그 이유가 있다." 라는 생각이 제 머리를 치고 지나갔어요. 하온은 왜 변한 걸까요. 아니, 왜 변해야 했을까요.

 

첫 트랙 Pourin'에서 하온은 자신감을 강하게 드러냅니다. 고등래퍼 전 시즌 통틀어 가장 센세이셔널한 위너, 데뷔 당시에도 탑 클래스라고 불리던 그의 랩 스킬. 마치 [Giggles]의 Kiss The Ring을 듣는 듯 했어요. 하지만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가사는 딱 이 한 줄입니다.

"I need two of me to get this shxt done"

난 이걸 끝내기 위해 두 개의 나 자신이 필요해. 왜 두 개의 자신일까요? 기존 작업물에서 계속해 언급해왔던 HAON과 NOAH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앨범에서는 그 서사를 집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2번 트랙 Symmetry에서는 HAON과 NOAH를 더욱 집중적으로 드러냅니다. 어렴풋이 들으면 이별 노래로 들을 수 있겠지만, 이 노래는 NOAH가 HAON에게, HAON이 NOAH에게 쓰는 메시지로 해석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요. Symmetry는 한국어로 대칭입니다. 그리고 훅에서는 "We were in symmetry, I can handle this misery"라는 가사를 반복해요. "우린 대척점에 있었고, 난 이 비참함을 견뎌낼 수 있다"며 NOAH는 HAON에게 자그만 위로를 건넵니다. 그리고 "이번엔 속아 넘어가 줘
돌아오지 말고, 새롭게 날 바라봐 달라"며 하온에게 NOAH는 나를 받아들여 달라는 부탁을 해요.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NOAH가 나타내는 것은 하온이 말했던, 증오와 같은 나쁜 감정들, "질리는 맛"이라 언급했던 것들의 결정체라는 것을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2절에서는 입장이 바뀌어 하온이 NOAH에게 자신의 감정을 나열하기 시작합니다. 가사들로 보아, 하온은 그 동안 본인의 밝은 컨셉 때문에 NOAH의 자아를 피해왔던 것으로 보여요. 하지만 "이런 노래 왜 부르겠어 You are one of the reasons 다시 마주 보기 위해"라며 NOAH의 앞에 마주 서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과, "원래 난 더 나은 걸 원해 그게 너라도"라 말을 건네며 더 나은 것이라면 NOAH를 받아들이겠다며 곡은 끝이 납니다. 

 

3번 트랙 OoMa(우연히 마주치길) 역시 사랑 노래로 해석할 수 있으나, 저는 HAON이 NOAH를 받아들이는 과정의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의 부딪힘"이라는 가사로 NOAH 역시 나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여요. 이 노래의 배경은 클럽입니다. 저는 이 클럽이 HAON의 마음 속을 빗댄 장소라고 생각해요. NOAH는 우연을 가장해 HAON에게 다가와 말을 겁니다. "언제 나가냐고, 여긴 너무 시끄럽고 정신없다"고요. 이에 하온은 "애초에 그럼 왜 온 건데 누가 널 데려왔어 여기에"라며 당황합니다. 하지만 하온은 NOAH를 천천히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다음 트랙에서 하온은 조금 더 공격적인, 소위 'NOAH'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4번 트랙 꼴통은 별 해석할 여지는 없습니다. 그저 NOAH의 모습이 조금 많이 드러나는 곡이죠. 하온과 창모, 그리고 방달, duss의 비트가 삼박자를 잘 이룬 곡인 것 같습니다.

 

5번 트랙 PBNJ는 "Peanut Butter & Jelly Sandwich"의 줄임말입니다. 얼핏 들으면 섹스 송으로 들릴 수도 있긴 합니다만, 전 이 곡은 HAON이 점차 NOAH를 자주 찾게 되는 것을 본인이 투어 버스에서 자주 먹던 PB&J 샌드위치에 비유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본인의 몸에 좋지 않은 걸 알지만 찾게 되듯, NOAH가 점점 더 필요해지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6번 트랙 Fall in Love는 사랑에 빠지고, 하온의 벌스는 연인을 믿지 못하게 되는 내용을 담은 곡입니다. 하지만 저는 HAON이 NOAH에게 질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온은 1절에서 NOAH를 만나기 전에 난 떠다녔지만 NOAH를 만나고, 그를 받아들이려 했지만 그에게 신뢰에 관한 의심이 갑니다. "나를 믿긴 했었냐고." NOAH를 받아들여도 자신은 반복될 것이라고. 그를 떠나려 하며 곡은 끝이 납니다. 

 

7번 트랙 Smoke Again은 전 트랙에서와 상반된 모습을 보입니다. 2번 트랙에서 하온은 담배에 불을 붙이며 NOAH와 얘기를 나누죠. 그리고 시간이 흐르며 그를 떠나려 했으나 다시 담배에 불을 붙이게 되는 (Smoke Again), 즉 NOAH를 떠나려 했으나 차마 떠나지 못하고 오히려 더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딘의 가사에서 "Cuz baby you're stuck in my head", "누가 뭐라 하던 I go dumb 안 보여 너 밖에 I don't know" 라는 내용을 보면 더 NOAH에게 의지하게 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요. 하온은 다시 담배에 불을 붙이며 우린 지금 어디에 있을까라 묻고 한탄하며 곡은 끝이 납니다. 

 

8번 트랙 Anthem은 칸예 웨스트 느낌이 나는 찬양 스타일의 곡으로 보일 수 있으나, 하온이 NOAH를 완전히 받아들여가며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게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곡으로 보여요. "When I'm looking in the mirror 누구지 이 sexy boy" 라는 가사에서 하온은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라인인,

 

"Pain is my bestie 내가 우유면 네스퀵 피하곤 했지 괜히 싫다고 sweet things" 라는 라인에서 하온은 고통과 같은 것들의 상징인 'NOAH'를 자신의 Bestie라고 표현하며 받아들여가죠. 단 것이 싫다고 피하는 것처럼 NOAH의 모습이 두려워 피했던 하온의 모습을 그린 라인입니다. 또한 우유는 깨끗하죠. 마치 HAON의 모습과 같습니다. 만약 깨끗한 우유에 네스퀵이 들어간다면 우유는 제 색을 잃고 초콜릿 우유가 되죠. 이 점에서 하온은 NOAH가 자신을 어둡게 물들일까 두려워 피했다는 해석도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온은 NOAH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힘든 시간들을 견뎌내며 당당하게 "Beat my Chest", 자신의 모습을 자랑하며 곡을 마칩니다. 

 

9번 트랙 광견병은 다시 한번 NOAH의 모습을 드러내며 난 더 강해졌고 견뎌냈으니 다 덤벼라는 내용입니다. 여기도 딱히 해석할 여지는 없지만, HAON이 NOAH를 받아들인 다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겠죠?

 

10번 트랙 Chill에서는 역시 NOAH를 받아들이고 Chill해진 하온의 모습을 담아냈습니다. 여기도 딱히 해석할 여지는 없지만, "I don't even need a air conditioner or some 내 머리엔 없어 fever" 라며 이전과 달리 조금 더 편안해진 하온의 모습이 드러나네요.

 

11번 트랙 Bubble Boy는 하온 자신을 버블에 비유하며 날 더럽히거나 터뜨려보라는 하온과 그를 터뜨리려 "바늘을 손에 쥐고 그를 찾는" 사람들에게 넌 날 못 잡는다며 자신감을 드러내는 곡입니다. 또한 "넘어져도 웃음이 나와"라며 가끔 안 되더라도 그저 웃고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요.

 

12번 트랙 Blunder는 HAON과 NOAH의 관계가 조금 냉랭해진 것 같습니다. NOAH는 9, 10, 11번 트랙의 하온을 보며 "우리의 우연한 마주침(3번 트랙)은 큰 실수(악수)였다"고, "나는 게임을 이겼지만(받아들이게 하는데 성공했지만) 패배했다(본인이 원하는 대로 상황이 이어지지 않음)"며 HAON을 떠나가려 하죠. 그리고 계속 실수였다는 말을 반복하며 곡은 끝이 납니다. 

 

13번 트랙 Over You는 하온이 NOAH가 떠나가고 시간이 지난 뒤, 이제 너의 도움 없이 홀로 잘 살아보겠다며 다짐하는 곡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하온은 오랜만에 NOAH를 마주하여 그립고, 밉고, 계속 보고 싶지만, 이제 마지막이 될 것 같다며 하온이 떠나고, 곡이 끝나죠.

 

14번 트랙 Wish는 NOAH가 하온에게 달리 할 말은 없고, 넌 너가 원했던 걸 다 가질 수 있다며 응원의 말을 보내고 그 자리에 남게 되는 곡입니다. 넌 가질 수 있다며, 마지막 말을 보내고 [HAONOAH] 앨범은 마무리되죠.

 

이 앨범은 HAON이 왜 변해야 했는지, 왜 변했는지를 자신의 두 자아 HAON과 NOAH에 관한 이야기로 풀어낸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온은 이 앨범에서 NOAH가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고, 떠나가는 과정을 연인과에 관계에 빗대서 풀어나갔죠.

 

그리고 앨범 커버에서, 하온은 과거의 꿀벌 옷과 같은 (HAON)옷을 입고 악마가 그려진 가면 (NOAH)을 바라봅니다. 아마 하온은 자신이 왜 변했는지를 NOAH의 입장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끝으로, 만약 누군가 과거의 하온에 대해 묻는다면, 현재의 하온은 이렇게 답할 것 같습니다.

I AM THAT I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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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7
  • saeronkimBest글쓴이베스트
    4 3.29 23:08

    본인의 약한 모습들을 싱잉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긴 합니다 싱잉이 주인 트랙들이 거의 다 하온이 약한 모습 보이는 걸로 해석되는 트랙이더라고요

  • saeronkim글쓴이
    3.29 22:58

    억지같은 부분 있으면 댓글 남겨주세요 해석은 같이 하는 거니까 ~

  • 3.29 23:06

    완전 악마컨셉으로 빡세게 랩했으면 더 좋았을거같음 중간에 싱잉이 들어가는데 몰입이 너무 떨어짐 아니면 초반부에 싱잉 몰아넣고 후반부에 몰아치던지

  • saeronkim글쓴이
    4 3.29 23:08
    @검정스커트

    본인의 약한 모습들을 싱잉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긴 합니다 싱잉이 주인 트랙들이 거의 다 하온이 약한 모습 보이는 걸로 해석되는 트랙이더라고요

  • 3.29 23:20

    좋은해석 같네요!!하온과 노아..잘 읽었습니다!

  • saeronkim글쓴이
    3.29 23:25
    @차칸우코

    감사해요 덕분에 쓸맛납니다

  • 3.29 23:32

    해석을 보니깐 앨범에 대한 서사들이 다시 느껴지게 되네요

    그리고 김하온이 앨범에 소개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도 이해가 가기 시작했습니다

    가사의 내용이나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에 대해서는 십분 공감을 하고

    여러가지가 깔려있었구나 생각을 하게 되지만

    기본적으로 듣고 싶은 마음이 들지는 않습니다..

    좋은 뜻이였던것을 풀어내는것이 더 중요하다라고 생각하는데

    랩적인 면에서는 부족함이 없었지만

    싱잉적인 면에서는 많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앨범입니다

     

    그리고 정말 해석 리뷰 잘해주시네요 여태까지 해석 해주셨던 앨범들도 전부다 한번 들어봐야 겠습니다

  • saeronkim글쓴이
    3.29 23:34
    @박근호구다

    너무 감사합니다 !

    제 개인적인 의견은 힙합 팬들은 싱잉의 비중이 많아서 좋아하진 않겠지만 대중들은 이지 리스닝하기에 좋은 앨범이라 생각해요. 한국에서 이렇게 깊게 본인 얘기 파는 래퍼 또 없으니 전 만족합니다

  • 3.29 23:54

    아 방금 서사 잘 모르겠다고 글 쓰고 왔는데 이걸 이제 봤네

  • saeronkim글쓴이
    3.29 23:58
    @시간죽이는중

    ㅋㅋㅋㅋㅋㅋㅋㅋ 여러분은 그냥 들으십쇼 전 워낙 김하온 덕후라

  • 3.30 00:18

    왜 개인작업물을 안냈는지 의문입니다. 변화를 가져다놓고서 갑자기 설득을 시킬꺼라면 똑같이 변화를 준 양홍원 정도의 음악이 나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은 아쉬웠습니다.

  • saeronkim글쓴이
    3.30 00:23
    @힙합엘이유저

    이미 설득이 시작된 건 20년도 하이어 컴필부터라고 봅니다. 하이어 컴필도 잘 보시면 누군가 겨냥하는 듯한 가사를 쓰기 시작했어요

  • 3.30 00:31
    @saeronkim

    전 이게 어이가 없는 겁니다. 고작 몇마디 뱉어대는 컴필에서 변화를 주는 랩을 뱉은 게 설득력을 가지는 건 어렵습니다. 심지어 김하온은 피처링 조차도 몇개 없습니다. 너무너무 이번 앨범에 싱잉을 많이 넣었는지 의문입니다. 싱잉으로 인해 장점인 랩실력이 다 가려진 것 같습니다.

  • saeronkim글쓴이
    3.30 00:36
    @힙합엘이유저

    위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싱잉은 하온이라는 자아의 약한 모습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앨범에서 하온이라는 자아는 줄곧 불안해하고, 아파해요

  • 1 3.30 01:06
    @힙합엘이유저

    그러게요 개인 작업물에서 빌드업을 해놨어야 설득력이 생기지 컴필 벌스로는 좀..

  • 3.30 01:03

    개인적인 해석일지라도 이런 게 항상

    앨범 몰입해서 듣는 데 도움이 되어주네여

    고마우이

  • saeronkim글쓴이
    3.30 01:08
    @Itsurboydandy

    감사합미다..

     

  • mal
    3.31 05:54

    대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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