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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엘이 줌터뷰 여든아홉번째 손님 A.TRAIN님 인터뷰

title: Quasimoto공ZA2024.03.23 22:39조회 수 646추천수 4댓글 3

인터뷰 전문은 제 블로그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항상 관심 가져주시고 재밌게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https://blog.naver.com/rhdgudtjs12/223231700597

줌터뷰 배경사진 ep.103.jpg

 

Intro : 자기소개

 

공ZA (이하 공) : 안녕하세요, 저는 힙합엘이에서 음악 관련 인터뷰를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는 공ZA라고 합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A.TRAIN (이하 A) : 안녕하세요, 저는 A.TRAIN(에이트레인)이라는 이름으로 음악 활동하고 있고요. 올해로 7년 차 가수입니다.

 

 A.TRAIN 신지환(@sheeneejae) •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팔로워 3,644명, 팔로잉 3,255명, 게시물 743개 - A.TRAIN 신지환(@sheeneejae)님의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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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에 따라 7년 차에 2집 가수라는 건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늦을 수도 있고 어떤 공을 들였느냐에 따라서는 빠를 수도 있죠.

[PAINGREEN]이라는 1집과 [PRIVATE PINK]라는 2집으로 아직까지는 활동하고 있습니다. 3집은 뭐가 될지 모르겠네요.

: A.TRAIN님이 요청하신 대로 기존 줌터뷰 형식이 아닌 A.TRAIN님의 커리어를 한 번 훑어볼 수 있도록 인터뷰 질문을 다시 짜보았어요.

리드머에서 이미 2년 전 쯤에 [PAINGREEN] 관련 인터뷰를 진행하시기는 했지만 2023년 버전으로 다시금 한 번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우선 A.TRAIN이라는 이름을 짓게 된 계기가 굉장히 음악적인던데 이 에피소드에 관해 다시 한 번 풀어주시나요?

A : 재즈 씬에는 듀크 엘링턴(Duke Ellington)이라는 재즈 거장이 있습니다. 1920~70년대에 활동하신 분인데, 그 분의 대표곡으로 <Take The "A" Train>이라는 노래가 있어요.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사후에도 어떤 공연을 하든 듀크 엘링턴 밴드가 공연을 하면 첫 곡으로 <Take The "A" Train>을 항상 할 정도로 굉장히 유명한 곡이에요.

이 곡의 제목의 유래에 관련해서 이야기를 해보자면 듀크 엘링턴이 뉴욕 어딘가에 공연을 하러 지역 재즈바에 갔는데, 문을 들어섰더니 처음 보는 자신의 건반 세션으로 참여하기로 한 한 작곡가가 자신의 노래를 엄청나게 편곡을 잘해서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고 해요.

그래서 이 사람은 누군가 하고 봤더니, 빌리 스트레이혼(Billy Strayhorn)이라는 사람이었어요. 듀크 엘링턴이 마음에 들어 '너 나랑 한번 일 해보자'라는 뉘앙스로 쪽지를 하나 건넸는데 거기에 'Take The "A" Train'이라고 써져 있었대요.

"A" Train이라는 뉴욕의 기차를 타고 종착역으로 가면 할렘 맨 위 꼭대기에 정차를 하는데, 그 곳에는 가장 부유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지역이었고 듀크 엘링턴의 집도 거기 있었다고 해요.

빌리 스트레이혼이라는 한 무명의 작곡가가 "A" Train이라는 열차를 타고 듀크 엘링턴의 집으로 갔을 때의 마음이 야망과 희망이 가득 차있음과 동시에 설렘과 초조함이 곁들여져 있을 것 같더라구요.

그러한 마음을 담아 빌리 스트레이혼이 듀크 엘링턴에게 <Take The "A" Train>이라는 곡을 써서 주었고, 그 트랙이 듀크 엘링턴의 마음에 쏙 들어 그들을 대표하는 곡으로 남게 되었죠.

전 기획사의 제안으로 이 곡에서 이름을 따오게 되었고, 원래 제 활동명은 제 본명인 '희재'였어요. 하지만 제 본명으로 활동하기에는 <국화꽃 향기>의 주인공이나 트로트 가수가 더 유명하더라구요.

그래서 뭔가 다른 이름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활동명에 대한 저와 회사의 입장이 쉽사리 절충이 안 되던 상황이었어요.

그러다가 광고 대행사였던 전 기획사에서 멋있는 의미가 담긴 'A.TRAIN'을 하나의 후보로 제안해주셔서 관련된 에피소드를 듣자마자 '이거다' 싶어서 활동명으로 정하게 됐어요.

물론 저는 .을 붙여 A.TRAIN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만약 .이 없으면 정선 아리랑 열차, [더 보이즈]의 등장인물, 프로레슬러 등과 겹쳐 키워딩이 안 되거든요.

그래서 사실 이 이름을 활동 중간에 바꾸려고도 생각했었는데, 한국대중음악상에 올라온 이후에는 바꿀 수가 없게 되었죠. (웃음)

 

Chapter 1 : [PAINGREEN], 고통이 담겨있는 초록 빛깔의 이야기

 

: A.TRAIN이라는 이름의 유래와 짓게 된 에피소드도 말씀해주셨고, 정규 1집 [PAINGREEN] 이야기로 넘어가보도록 할게요.

앞서 소개에서 언급해주신 것처럼 정규 1집을 '초록빛의 고통', [PAINGREEN]이라는 이름으로 지으셨잖아요?

고통이라는 테마와 초록 빛깔을 조합하는 콘셉트는 어떤 과정을 통해 생각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A : 우선, 줌 화면을 통해 제 작업실이 온통 초록색인 게 혹시 보이실까요? 벽지, 천장, 제가 앉아있는 의자를 비롯해서 잘 안 보이기는 하지만 식물도 굉장히 많아요.

저라는 사람이 개인적으로 초록색을 좋아한다는 것에서 기인하였고, 초록이라는 색깔이 사람들에게 평화를 준다고들 하잖아요? 눈도 편안하게 만들어주고요.

일단 음악을 만드는 작업실에 왔을 때 제가 편안한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작업실을 초록색으로 꾸며놨어요. 그렇게 음악을 시작했는데 데뷔한 이후 몇 년 동안 녹록치 않은 시간들이 있었어요.

절망 가득한 시간이었다 보니 제가 선택해서 들어와 있는 이 작업실이나 제가 만든 음악, 그 모든 것들이 저에게는 고통으로 작용을 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가지고 있는 어떤 고통의 형상들은 제각기 다른 초록색을 띠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장 풀이나 나무만 봐도 다 같은 초록색이 아니라 초록이라는 하나의 범주 안에서 각기 다른 빛깔을 띠잖아요?

제 앨범 안에 있는 <HURT>나 <SWEET SIDE> 같은 특정 에피소드들이 보통의 초록색을 지닌다고 한다면, 이러한 곡들을 한 데 모으면 앨범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를 들어 색상표에 있는 초록을 보면 피콕 그린, 옐로우 그린 등 다양한 색들이 있는데, 거기에 들어있지는 않지만 'PAIN GREEN'이라는 저만의 고통의 초록색을 제가 만들어 낸 거죠.

: 처음 음악을 시작했을 때는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평화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초록 빛깔로 시작했지만, 음악 활동을 꾸준히 하면서 쌓여왔던 고통들이 초록색에 스며들었던 거네요.

그러한 초록빛 고통을 앨범이라는 형태로 집합시켜 [PAINGREEN]이라는 콘셉트를 구상하신 것 같고, 앨범 크레딧을 보면 총괄 프로듀싱과 마스터링을 제외한 모든 곳에 A.TRAIN님의 이름이 단독으로 적혀 있어요.

앨범을 홀로 만들었다고 봐도 무방한 것 같은데, 앨범의 제작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이야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 [PAINGREEN] 이전에 [PRAY ON ME INSECURITY]라는 앨범을 만들었었는데, 그 때부터 제가 편곡이나 믹스까지 담당하기 시작했어요.

그 전까지는 회사에 속해 있거나 회사에서 고용한 프로듀서 분들이 계셨거든요. 그래서 저는 가사와 멜로디를 쓴 다음 녹음하기만 하면 되는 입장이었어요. 그 후에는 회사 차원의 기획이 붙어 그에 대한 비용이 생기는 과정이었던 거죠.

돌이켜보면 저는 뮤직 소울차일드(Musiq Soulchlid)나 맥스웰(Maxwell) 같은 알앤비/소울 싱어가 되고 싶었지, 한스 짐머(Hans Zimmer)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거든요.

그런데 프로듀서가 따로 있는 상태로 싱어의 역할을 한다는 건, 음악에 있어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자그마한 채로 시작을 하고 끝까지 그렇게 가는 거죠.

제가 유명한 사람도 아니다 보니까 생각보다 음악적인 견해가 많이 부딪혔어요. 그런데 돈 내는 사람은 막상 따로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제 의지대로 될 수 있는 상황들이 사실 많지 않았어요.

그러다 보니 거기에서 오는 무력감과 내가 이러려고 선택한 삶이 아닌데와 같은 회의감이나 후회, 현실적으로 겪어야 했던 비참함 때문에 마음의 병이 생겼었어요.

'이렇게 하다가는 아무 것도 안 되겠는데'라는 생각 때문에 그 때 당시에는 죽어야겠다라는 결론이 나왔다가, 어떠한 계기를 통해 음악을 내가 직접 만들어야 되겠다는 생각에 이르렀어요.

제가 가사를 쓰고 노래를 만들면 그건 제 노래니까 월세는 나갈지라도 음악에 관련된 비용은 들지 않잖아요? 그런데 남에게 곡을 받고 믹스를 받으면 비트 비용, 믹싱비 등등 돈 들어갈 곳 투성이거든요.

그렇게 싱글을 하나 만들면 꼬박 100만원이 들어요. 이제 그런 과정들을 내 스스로 할 테니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게 두라는 식으로 갔어야 했기 때문에 편곡과 믹스도 제가 담당해야 하는 상황이 됐던 거죠.

사실은 제 음악으로 저를 증명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됐다기보다는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찾고 싶은데 남의 돈을 써야 되니까 제 돈으로 직접 하려다보니 앨범 크레딧에 제 이름이 몽땅 올라가게 된 거죠.

: 현실적으로 놓고 봤을 때 남에게 비트나 믹싱을 받게 되면 돈을 써야되니 그러한 금전적인 문제를 최대한 줄이고자 A.TRAIN님께서 직접 도맡아 하시게 된 거네요.

A : 그렇죠. 거기에다가 저도 제 마음대로 음악을 만들고 싶은데 다른 사람과 음악으로 부딪히는 게 너무 싫었어요. 제 돈을 써서 어떻게든 해볼테니 한 번 지켜보라는 식으로 진행됐던 것 같네요.

: 그럼 회사에는 그대로 소속된 상태로 방향성만 A.TRAIN님이 조정하신 건가요?

A : 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해주신 것에 대해 무척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 때 당시에는 굉장히 많은 다툼으로 인해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그리고 제가 받은 상처의 두 배로 돌려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제 쪽에서도 회사 분들에게 상처를 많이 줬었죠.

싸우는 걸 안 좋아하는데 홀로 서기가 그만큼 쉽지가 않았어요. 그냥 제가 음악을 만들어서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그것만큼 좋은 상황이 없잖아요?

그런데 시스템에 엮여 있다보면 여태까지 저한테 투자한 비용도 고려해야 되고, 제가 음악적 홀로서기를 시작한 순간부터 회사의 생각보다 제 의견이 옳았고 그 전과 다르게 돈도 된다는 걸 증명해야 되는 입장에 서게 된 거예요.

그래서 부담이 많이 됐었고 실제로 회사의 생각과 다르게 제가 돈을 많이 벌었냐?라도 하신다면 죽을 때까지 음악해도 그 돈은 못 벌 것 같아요. (웃음)

죽음으로는 갚을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최근에 상을 탐으로써 증명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 음악적 홀로서기까지 이르게 된 여러 힘든 과정에 대해 말씀해주셨고, A.TRAIN님이 [PAINGREEN]뿐만 아니라 지금도 밀고 나가시는 유령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게 되셨나요?

A : 우선 [PAINGREEN]의 초록색 유령은 그 유령이 뒤집어 쓰고 있는 초록색 천이 제 고통의 형상이라고 생각했어요.

보통 죽고 싶다는 생각은 저의 이상과 현실의 삶에서의 어떠한 괴리가 너무 크니까 생기잖아요? 그게 비단 저 혼자만 느낀 게 아니라, 마음이 아프신 분들이라면 흔히들 하시는 생각인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죽음을 동경하는 존재이기 위해 유령이라는 캐릭터를 선정했고, [PAINGREEN]이라는 콘셉트에 맞춰 고통의 형상이기 때문에 밝지 않은 암녹색의 천을 둘러쓰고 있는 거예요.

또, 제가 [PAINGREEN]의 수록곡들을 한창 만들면서 마음이 그러한 상태일 때 [고스트 스토리]라는 영화을 봤어요.

2018~2019년 사이에 나왔던 영화인데, 주인공이 죽은 다음 집 안에 항시 존재하는 유령이 되어 사랑하는 여자를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들이 계속 건조하게 표현이 돼요.

포스터만 봐도 전형적인 유령의 형태인데,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는 건 [캐스퍼] 이후로는 없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인지 이런 스타일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열풍이 불기도 했어요.

그리고 영화 속 주인공은 음악을 만드는 사람인데, 유령이 되기는 했지만 어찌 됐던 사랑하는 사람과 한 집에서 계속 머무르는 상태잖아요?

그러한 삐걱거리고 불안한 관계가 유지되는 와중에 주인공이 직접 만든 노래를 여자 주인공에게 헤드폰을 씌워서 들려주게 돼요.

그런데 여자 주인공이 하나도 반가워하지 않는 표정으로 그 음악을 들어요. 왜냐면 그 음악에 그들의 삶이 고스란히 녹여져 있고, 일종의 고통을 음악의 형태로 들어야하는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 난처한 표정으로 음악을 듣다가 결국에는 헤드폰을 벗어버려요.

비슷하게 회사 사람들과 연인을 포함해서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제가 만든 음악을 [고스트 스토리]의 여자 주인공처럼 들었어요.

만약에 공ZA님을 포함한 힙합엘이 유저분들에게 제 음악을 오프라인으로 들려줄 수 있었다면 '개추~'라는 반응이 나왔을 수도 있었겠지만, 당시의 제 음악은 제가 사랑하던 주변 사람들의 기대치의 온도에 전혀 맞지 않았어요.

거기에서 상처를 많이 받았었는데, [고스트 스토리]에서 비슷한 장면이 나오니까 그 부분에서 위로를 많이 받게 되었죠.

이러한 면을 통해 저도 앨범의 콘셉트를 짤 때 오마주를 하게 된 것 같고, 이 영화가 굉장히 강력하고, 처절하고 아름답기 때문에 이 이후로 나오는 어떤 유령 형태의 오마주는 전부 [고스트 스토리]에서 나왔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근데 아직까지도 이렇게까지 병적으로 이 오마주를 간직한 건 저 혼자인 것만 같네요.

: 죽음을 동경했던 A.TRAIN님의 개인적 일화에 더해 본인의 음악적 상황들이 영화 [고스트 스토리]의 내용과 겹치는 게 많아 작품 속 유령 캐릭터를 오마주하게 되신 거네요. 또한, 앨범의 콘셉트인 초록색과 맞물려 유령이 암녹색 천을 덮고 있는 것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앨범 커버 속 유령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셨고, 앨범 소개글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더라구요.

'심연을 들여다 보는 것은 얼마나 용기 있는 일인가

여전히 울창한 그 숲의 바닥을 차고 오를 때까지

스스로에게 시간을 주는 거야

그래 이 마음은 초록이다'

위 소개글은 직접 작성해주신 걸까요? 만약 맞다면 어떤 의미에서 이런 글을 쓰게 되셨을까요?

A : 제가 직접 작성하였고, 보통 사람들이 너무 힘들면 그 상황을 잊기 위해서 재밌는 걸 보는 등 다른 일들을 하잖아요?

그러한 환기할 수 있는 활동들을 통해 일상적으로 느끼는 고통들을 '그럴 수도 있지' 정도로 취급할 수 있는데, 당시에 저는 오히려 근사한 죽음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제가 다가오는 고통을 되게 처절하게 직면했어요.

그러다 보니 앨범이 완성된 후에 이 작품이 세상에 공개된다면 어떤 가치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을 때 그런 삶을 산 제가 너무 특별한 건 아니라고 느껴졌어요.

만약 저와 같은 사람들이 있다면 이 앨범을 통해 일종의 고통과 함께 살아가는 삶에 대한 노고에 치하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구요. 자신의 내면을 무시하지 않고 들여다보는 게 참 가치 있고 용기 있는 일인 거죠.

어떻게 보면 심리 상담들이 전부 그렇게 진행되잖아요? 본인의 트라우마를 피하지 않고 직면한 다음 치유의 과정으로 가는 것.

저는 그러한 의료적인 도움까지는 받지 않았지만, 스스로에게 바닥을 박차고 다시 떠오를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을 때 그 마음이 초록 빛깔이 돈다는 이야기를 소개 글에 적어보았습니다.

: 자신의 우울한 감정이나 내면들을 외면하지 않고 직접 바라보았을 때 자신에 대해서 좀 더 알 수 있고, 자신을 이해한 상태로 바닥에서 조금씩 위로 올라가는 이미지가 초록 빛으로 비춰졌다는 이야기인 것 같네요.

A : 네, 이야기를 조금 덧붙이자면 제가 경험한 어떤 사람들은 '나는 굉장히 밝은 사람이고, 내 삶을 즐기고, 아픈 마 같은 건 없는 사람'이라고 믿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그게 잘못된 건 아니지만 그 사람들이 언젠가 자신 안에 있는 우울을 발견했을 때 저항 없이 끝까지 떨어지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본인이 믿어왔던 것과 자신 안에 있던 우울이라는 감정과의 괴리가 너무 크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자신의 내면에 큰 거리를 두고 바라보기보다 본인의 감정을 인정하고, '나도 충분히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어'라고 느끼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실제로 저에게 통한 방법이기도 하구요.

: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았던 A.TRAIN님의 개인적 경험에 대한 이야기도 덧붙여주셨습니다.

앨범에 대한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서 <우리가 불 속에 놓고 온 것들>이라는 트랙에서만 버둥이라는 피처링 아티스트가 참여했더라구요.

 

 

이건 A.TRAIN님의 입김이 좀 더 크게 들어갔을까요? 아니면 회사에서 '버둥이라는 아티스트 좋던데 한 번 같이 해보는 게 어때?'라는 느낌으로 참여하게 된 걸까요?

A : 제 앨범 크레딧 속에 Executive Producer 란을 보면 프라임타임의 정태호라는 이름이 적혀있잖아요?

프라임타임 뮤직은 전 소속사의 이름이고, 당시에는 모든 걸 내가 할테니 마스터링 비만 지불해달라고 회사에 요청한 상황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마스터링 비용을 지불한 회사 측의 크레딧이 Executive Producer로 들어가긴 했지만, 실상 앨범의 모든 것은 제가 기획을 한 거죠. 버둥도 제가 너무 좋아하는 음악가 중 한 명이라서 함께 곡을 만들게 된 거구요.

버둥의 매력이라고 한다면 노래를 그냥 너무 잘 해요. 저라는 사람은 인디 씬에서 알앤비/소울 싱어로서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그런 상태였다면, 버둥은 제가 알 정도였으니까 인디 포크 씬에서 이미 자리를 잡은 가수였어요.

그리고 <이유>라는 트랙을 듣고 나서 나이도 어린데 어떻게 이렇게 좋은 목소리와 메세지를 가지고 있을까 싶었어요.

언젠가 같이 곡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불 속에 놓고 온 것들>을 스케치를 하고 나니 버둥이 2절에 들어오면 너무 좋겠다 싶어 제가 일방적으로 접근했고 작업이 성사되었죠.

: 버둥이 앨범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이야기해주셨고, [PAINGREEN]은 발매 이후 대한민국 흑인 음악을 대표하는 평론 사이트 리드머에서 4.5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음과 동시에 한국대중음악상에도 노미네이트가 되었어요.

앨범을 만들고 공개하면서 이런 결과를 예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 2016년 말부터 회사와 저의 목표가 한국대중음악상이었어요. 당시에는 뭔가 인지도가 그렇게 높지 않더라도 한국대중음악상에 이름을 올리면 음악으로 인정을 해주는 분위기더라구요.

이를테면 2016~17년 쯤에 지바노프의 <삼선동 사거리>라는 트랙이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알앤비/소울 트랙 부문에서 상을 받게 되었는데, 그걸 보고 무명 가수가 대중적인 음악이 아니라 자신의 색깔을 날카롭게 가져가면서도 음악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건 멜론 차트가 아닌 한국대중음악상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이런 전략을 짜게 된 거죠.

제 음악을 대중성과 줄타기 하면서 짜치지 않게 해볼 수 있다라는 의견에 저도 동의했었고, 그 이후로 쭉 관심을 가지고 있다 보니 한국대중음악상에 제 이름이 오르는 게 하나의 목표가 되었죠.

실제로 지바노프라는 분도 당시에 사운드클라우드에서만 날아다니다가 데뷔 EP에 수록된 <삼선동 사거리>를 통해 갑자기 확 주목을 받으며 어나더 레벨이 되었기 때문에 저에게는 굉장히 좋은 사례가 되었죠.

그러다 보니 제가 앨범을 만들어서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창구가 있다면 그건 한국대중음악상이라고 생각했었고, 어떻게든 후보라도 올라봤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들이 어떻게 후보를 추리는지, 작품 추천은 어떻게 되고 누가 하는 건지에 대해 크게 정보가 없는 상태기는 했지만 강일권 평론가님이 힙합, 알앤비/소울 장르를 담당하시는 분 중 하나라는 정도는 알고 있었어요.

그렇게 앨범이 발매가 되었는데 리드머에서 갑자기 4.5점이라는 평점이 나왔고, 드디어 평단에게도 주목을 받은 것 같아 그 때부터는 희망 아닌 희망을 가졌었죠.

그리고 실제로 노미네이트라는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는 했지만 수상하기에는 저와 경쟁한 음반의 라인업이 너무 쟁쟁했어요. 우선 저 라인업에 제 이름이 있다는 것 자체도 말이 안 되거든요.

인지도로만 놓고 봐도 선우정아 - 서사무엘 - 추다혜차지스 - 까데호 - 한참 떨어진 A.TRAIN 순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렇게 봤을 때 저는 누군가가 봤을 때 충분히 반감을 가질 수 있을만한 이름이죠. '쟤는 뭔데 저기 껴있는 건데?'

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쟁쟁한 선배님들 사이에 제 첫 정규작이 포함되어 있고, 본격적으로 각을 잡고 비디오, 아트워크, 앨범 콘셉트 등 모든 걸 스스로 해냈다는 사실이나 팔기 위해 만든 노래가 아닌 제 개인적인 이야기, 죽고 싶어서 만든 음악들이 담긴 이 앨범이 노미네이트가 되었다는 점이 큰 의미가 있었고 자신감이 많이 생겼어요.

'내가 보여준다고 했잖아?'라기 보다는 '그 동안 왜 그렇게 저한테 틀렸다고 했어요, 그건 아니잖아요? / 제가 당신들이 틀렸다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적어도 난 안 틀렸는데 왜 이렇게 나를 몰아세웠어요'라는 생각이 당시에는 들었어요.

: 어떻게 보면 리드머가 준 긍정적인 평가가 한국대중음악상 노미네이트라는 좋은 결과로 이어지게 된 거네요. 4.5점이라는 점수도 되게 파격적이고 상징적인 점수기도 하구요.

본인의 길을 우직하게 판 한 사람의 음반이 노미네이트가 됨으로써 A.TRAIN이라는 이름이 사람들에게 조금 더 알려지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네요.

A : 리드머와 한국대중음악상 모두 저에게 굉장한 은인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 한국대중음악상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 일종의 전략이자 목표라고 이야기해주셨고, 리드머 인터뷰에서는 <추모>부터 <SWEET SIDE>까지 이어지는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언급해주셨더라구요.

오늘을 기준으로 [PAINGREEN]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을 골라주신다면 어떤 노래일까요?

A : 참 어렵네요. 제 마음을 잘 표현한 건 여전히 <추모>부터 <SWEET SIDE>로 이어지는 구간이지만 지금의 저는 <견딜 만큼만>을 고르겠습니다.

 

 

처음에 나오는 가사럼 '부유하는 것들 다 가라앉을 때까지 자신에게 시간을 준다'는 이야기를 담았어요. 그래서 저는 이 노래를 쓰고 공연을 하면서 <견딜 만큼만>을 부를 때마다 울컥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노래를 잘 써서인지, 아니면 그 멜로디가 울음을 자극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공연을 통해 모두가 같은 감정을 가질 수 있는 건 이 트랙이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방증인 것 같아요.

대중적인 발라드 위주로 노래를 들으시는 분들도 <견딜 만큼만>을 들었을 때 같은 공명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비교적 최근까지도 제게 어떠한 괴로운 일이 있었을 때, 내가 한 말을 스스로 믿어보자고 생각하면서 제 자신을 토닥였었거든요. 요새는 시간이 지나면 안 괜찮아지는 것들이 더 적은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앨범에서 한 곡을 고른다면 현재의 삶을 살면서 계속 가지고 있는 감정이 담긴 <견딜 만큼만>을 선택하겠습니다.

: 말씀해주신 <추모>-<SWEET SIDE> 구간은 본인의 죽음을 직면하는 듯한 감정의 고동, 파도와 같았다면 <견딜 만큼만>은 밑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나 자신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PAINGREEN]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곡으로는 현재의 A.TRAIN님의 감정이 잘 담긴 <견딜 만큼만>으로 소개를 해주셨습니다.

 

Chapter 2 : [PRIVATE PINK], 살아숨쉬는 사적인 분홍

 

: 다음으로는 [PRIVATE PINK] 이야기로 넘어가보도록 할게요. 한국대중음악상 노미네이트, 리드머 4.5점 등의 좋은 평가를 통해서 대중들이 A.TRAIN이라는 아티스트의 존재를 좀 더 많이 알게됨에 따라 다음 앨범에 대한 부담감이 자연스럽게 생겼을 것 같아요.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2집 앨범 [PRIVATE PINK]를 작업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A : 우선 2집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완전히 확고하게 들었을 때, 내가 지금부터 할 이야기들은 상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제가 경험하기로는 한국 음악에서 선보여지지 않은 가사들을 가진 곡들이 몇 곡 있었고, 그 트랙들이 앨범의 뼈대가 되어준다면 수상으로 이어지겠다는 어떠한 확신이 있었어요.

왜냐하면 문학적으로 자신을 평가하기에도 뛰어난 가사들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그게 '나는 상을 받을 수 밖에 없어~'와 같은 오만함이 아니라 앞으로 나올 작품을 통해 상을 받게 될 미래가 나한테 꼭 있었으면 좋겠다에 가까운 것 같아요.

이렇게 믿을 수 있었던 이유는 [PAINGREEN]을 사람들이 정말 들어줄 줄 몰랐는데 생각치도 못한 좋은 결과로 이어지다 보니 내가 꺼낼 이야기들이 많은 공감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작업에 임했어요.

제가 상을 받길 계속 소망했던 건 '나 상 받았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초보와 프로의 선을 넘어가는, 직업 음악가로서 자리 잡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부담은 있었죠. 왜냐하면 어느 순간에는 [PRIVATE PINK]에 수록된 곡들이 따듯하고 1집보다 한 발자국 나아간 저의 상태를 담았고, 어떻게 보면 청자들이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좀 더 잘 알 것 같기는 했어요.

그런데 [PAINGREEN]만큼 멋이 없는 거예요. 만들고 보니 노래가 좋기는 한데 왜 멋이 없는지 생각해보니 저는 압도하는 느낌을 주는 영화들을 무척 좋아하거든요.

모두가 좋아하고 유명한 [기생충]이나 [버닝] 같은 압도하는 매력은 [PAINGREEN]과 보다 닮아 있는 것 같고, [PRIVATE PINK]는 아담 샌들러의 유머러스 하면서도 눈물 날 것 같은 가족 영화의 느낌이었던 거죠.

그래서 어떠한 부분에서는 굉장히 자신 있었지만, 한 편으로는 자신이 없었던 상태가 공존하더라구요.

제가 한국대중음악상에 노미네이트됨으로써 제가 풀어내고자 하는 이야기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주고 공감하겠다는 확신과 동시에 전작만큼의 압도하는 느낌은 살짝 부족했기 때문에 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던 것 같네요.

: 확신과 함께 의구심도 들었다고 말씀해주셨고, 1집의 초록색에 이어 2집에서도 분홍이라는 색깔을 콘셉트를 잡으셨어요.

[PRIVATE PINK]라는 제목은 어떻게 짓게 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A : [PAINGREEN] 작업을 마치고 나서 2집을 준비할 때 초록색의 내부에는 어떤 게 있을지를 생각해보았어요.

제가 정말 죽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던 그 시기가 [PAINGREEN]이라고 한다면, 그건 단순히 그 때 당시에 제가 겪었던 상황들 때문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제가 어느 정도의 자극에 특정한 고통을 겪고 심연으로 떨어져버리는 예민한 부분이 있었고, 그 역치가 조금 낮은 느낌이었어요.

그걸 극복하지 못하고 너무 슬퍼지는 일련의 과정들은 어려서부터 형성된 것이 아닐까 싶었어요.

그건 심리학에서도 굉장한 설득력을 갖고 있는 내용이잖아요?

성격이라든가 성향은 전부 유년기에 겪었던 다양한 경험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저의 자가 치유 과정을 거치기 위해서는 [PAINGREEN]의 덮어쓴 초록색 천 안으로 들어가야 하고, 그러려면 사실 상처를 내야 하잖아요.

그렇게 딱지를 드러내면 그 안에 새로 나고 있는 살들을 분홍색이죠. 뭐 렙틸리언은 초록색이나 보라색일수도 있지만요. (웃음)

어쨌든 저는 인간이니까 한 꺼풀이 확 벗겨진 사적인 속살은 분홍이기 때문에, 그걸 제가 드러내면서까지 알아보고 싶었던 거죠.

내가 어떠한 과정을 지나쳐서 이런 사람이 되었는지를 알면 저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2집을 '사적인 분홍', [PRIVATE PINK]라는 이름으로 지었던 것 같아요.

: 본인이 왜 그렇게 고통에 대해 우울감을 느꼈을지에 대한 원천을 찾으려면 결국 자신을 찢어서 봐야 되는 거네요.

그렇게 찢고 들어간 생채기가 난 개인적인 속살이 분홍색이기 때문에 [PRIVATE PINK]라는 이름이 탄생한 것 같네요.

A : 그렇게 해서 찾아낸 나의 흉터 아래에서 열매가 맺혔다면, 그것 또한 내 흉터를 닮은 분홍색일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보면 찢고 파내려가면서 마주하게 된 분홍색이지만 사실 그로부터 피어난 분홍이라고 할 수도 있는 거죠.

그런데 그게 속살이니까 굉장히 사적인 분홍이라서 [PRIVATE PINK]라는 타이틀을 떠올렸어요.

: 아까 초록색에도 피콕 그린, 옐로우 그린이 있었던 것처럼 2집에서는 속살 분홍, 열매 분홍, 조금 더 깊은 느낌의 분홍 등 다양한 분홍색들이 섞여 있는 느낌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PRIVATE PINK]라는 이름에 대해서 설명해주셨고, 이번에도 전작과 마찬가지로 작사, 작곡, 믹스까지 전부 도맡아주셨는데 총괄 프로듀서는 프라임타임에서 NUNACRIS로 바뀌었어요. 이 분은 어떤 분이실까요?

A : NUNACRIS는 영상 크레딧에 나오는 것처럼 유령 행위를 연기하는 사람입니다. 제가 알기로 영화 쪽에서 총괄이라 함은 제작 투자까지도 하는 사람을 뜻하거든요.

초록 유령이자 NUNACRIS는 베일에 쌓여있기는 하지만 이제 곧 제가 쓴 수필집이 나오거든요. 거기에서 어쩔 수 없이 좀 더 정체가 자세하게 밝혀질 예정이에요.

비밀로 하려고도 생각해봤는데, NUNACRIS가 누구인지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으면 풀어지지 않는 내용들이 있어요. 앞으로 이걸 깨끗하게 밝히는 게 좋을 것 같고, 이를 통해 밀려오는 감동이 있을 예정입니다.

인터뷰에서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NUNACRIS는 아주 엄청난 사람입니다.

: 이제 A.TRAIN님의 유령 캐릭터를 도맡아주심과 동시에 앨범 제작에도 도움을 주시는 분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NUNACRIS에 대한 내용은 앞으로 나올 수필집에서 공개가 될 에정이라고 말씀해주셨고, 인터뷰에서는 살짝만 이야기해주셨습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DEFSTU와의 협업을 통해 [PAINGREEN] LP가 나오게 됐잖아요?

[PAINGREEN]의 아트워크 디자인과 CD 제작은 A.TRAIN님이 맡아서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2집에서는 아트워크와 CD 디자인을 맡기게 된 이유도 궁금합니다.

A : 말씀해주신 것처럼 1집은 제가 CD 제작도 해보고 아트워크 디자인도 하면서 만족하기는 했어요.

그러다가 마장뮤직앤픽처스에서 'SAY IT LOUD'라는 프로젝트로 강일권 평론가님께서 엄선해주신 2010~2020년대에 발매된 국내 알앤비/소울 음반들이 LP가 나오게 됐는데, 제 앨범이 첫 번째 라인업에 들어갔어요.

그 때 디자인을 맡기로 계약이 되어있던 곳이 DEFSTU였어요. 당시에 정예슬 디자이너님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저와 미적인 아름다움을 느끼는 포인트가 너무 비슷한 거예요.

그러한 측면에서 제 음악 또한 좋아해주셨고, 다음에 제가 스스로 디자인을 해야되는 상황이 아닌 디자인에 돈을 조금이라도 쓸 수 있게 된다면 꼭 DEFSTU와 작업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마침 [PRIVATE PINK]는 서울문화재단에서 진행한 예술 지원 사업에 합격을 해서 후원을 받아 만들었다 보니 제 돈 이외에도 쓸 수 있는 예산이 있었어요.

그래서 남는 돈으로 디자인 의뢰를 해야겠다 싶어 DEFSTU와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개쩌는 분들이에요.

: 미적인 감각도 비슷했기 때문에 디자인을 전업으로 하시는 분께 맡기면 좀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겠다 싶으셨던 거네요.

겸사겸사 서울문화재단에서 후원도 받았기 때문에 자금적으로 나름의 여유가 있어 DEFSTU와의 협업이 진행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CD도 정말 예쁘게 나온 것 같아요.

: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1집에는 버둥님만 피처링으로 참여를 해주셨지만, 2집에서는 많은 아티스트들이 앨범에 참여해주셨어요.

그런데 보통 피처링 표기는 보컬만 하는데, A.TRAIN님은 악기 세션 분들의 이름까지 하나하나 적어주셨더라구요.

아예 없었던 일은 아니지만 그렇게 흔한 일은 아닌데 세션들도 피처링 표기를 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셨나요?

A : 일단은 제가 [PAINGREEN]은 말 그대로 혼자 만들다 보니까 연주적인 측면에서는 전문적이지 못한 부분이 분명히 있었어요. 그걸 제가 가진 감정선이나 프로그래밍으로 어떻게든 설득력이 있게끔 만드려고는 노력했지만요.

그래서 이번에는 그러한 부분을 보완하고자 많은 분들에게 참여 요청을 드렸고, 그들에 대한 존경을 담고 싶었어요.

칸예 웨스트(Kanye West)나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가 그러했듯 미적인 측면에서 피처링 표기를 안 하는 경우가 있어요. 어떻게 보면 그게 좀 더 도움이 될 수도 있어요.

피처링 표기가 아예 없는데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나오고, 그 피처링 아티스트가 유명한 사람이거나 생소하다면 그것도 어떠한 마케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다르게 말하면 저 같이 모든 트랙에 피처링 표기를 덕지덕지 해놓으면 조금 꼴 보기 싫은 느낌이 있기는 해요.

제목만으로도 어떠한 서사를 줄 수 있어야 하는데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도 잘 안 보이기 때문에 나름의 불리한 지점이 분명히 있지만 그럼에도 제가 저의 정체성을 남들과 협업하는 사람이 아닌 혼자 하는 녀석으로 밀어 붙였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는 누군가 내 손을 잡아주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그 사람들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워주고 싶었어요.

: 피처링 표기를 통해 홀로 음악을 만들던 아티스트의 이미지에서 다른 사람과 함께 앨범 작업을 했다는 사실도 살리고, 참여해주신 분들에 대한 리스펙트도 드러내고 싶으셨던 거네요.

A : 그쵸. 우선순위를 두자면 리스펙트가 우선이에요. 앨범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는 사실은 저한테는 크게 중요하지 않고 오히려 불리해요.

이득을 볼 수 있는 점이라고 한다면 제가 이 정도의 리스펙트를 가지고 작업에 임하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줄 수 있다는 정도인 것 같네요.

: 어떻게 보면 수많은 피처링 표기가 본인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하지만 참여해주신 분들을 리스펙트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또, 피처링 관련해서 궁금한 점이 있는데요. 앨범 전반적으로 참여한 첼로 연주자 이혜지님은 어떻게 알게 되셨고 작업을 같이 이어나가게 되셨나요?

A : 혜지 씨는 저와 동갑내기 친구인데, 처음 만난 건 온스테이지에서 <견딜 만큼만> 무대를 할 때 소개를 통해 알게 되었어요.

밴드 마스터 우재 씨가 일해본 적이 있는 첼리스트라고 하셔서 함께 연주를 하게 되었고, 제가 개인적으로 첼로라는 악기를 사랑하거든요.

사운드라든지 첼로를 연주하는 사람의 움직임도 너무 인상 깊어 음악 연주회에 가면 첼리스트만 보고 있을 정도예요.

[PAINGREEN]에서도 <추모>나 <CORK>에서 첼로 사운드가 들어가는데, 가상 악기로 구현하기는 했지만 제 아이덴티티 중 하나거든요.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혜지라는 고마운 동료가 생겼고, 첼로뿐만 아니라 피아노도 너무 잘 치고 <잘라도 내가 잘라야지>에서는 보컬까지 맡아줬기 때문에 이 앨범을 만들 당시에 제 인생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혜지가 [PRIVATE PINK]에 많은 이름을 남기며 도움을 주었죠.

: 1집에서는 A.TRAIN님의 사운드적 정체성이 가상 악기로 구현이 되었다면, 본작에서는 리얼 세션을 통해 표현이 되었고 그러한 부분들이 앨범의 많은 크레딧을 통해 나타난 거네요.

A : 그리고 보다 중요한 건 그 때 당시에 저에게는 혜지라는 저보다 한 차원 더 높이 있다고 느껴지는 뛰어난 아티스트가 제 음악을 믿어주었다는 사실이에요.

서스럼없이 앨범에 참여해주는 동료가 되었다는 것 자체가 제가 제 음악을 좀 더 굳게 믿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 어떻게 보면 감정적인 서포트도 많이 해주셨다고 볼 수 있겠네요. 본인의 음악에 확신을 가질 수 있던 이유 중 하나로 혜지님의 적극적인 참여를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럼 [PAINGREEN]과 마찬가지로 [PRIVATE PINK]에서도 가장 마음에 드는 노래를 골라주신다면 어떤 곡일까요?

A : 저는 세 곡을 고르고 싶은데, 처음으로는 메인 타이틀인 <사실 나는 꽤나 괜찮은 사람일지도>예요.

 

 

이 곡에서는 여태까지 제가 죽고 싶다고 말하고 다니면서 소중한 사람들이 마음 아파하는 것을 신경 쓰지 않고 자기 자신만 중요하게 생각했던 스스로에 대한 반성이 들어가 있어요.

실제로 그런 마음을 가지고 노래를 썼지만 정말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은 항상 가지고 있어요.

제가 중요한 만큼 남 중요하게 생각할 수만 있다면 꽤나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 이 곡이 가장 소중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하지만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제가 두 번째로 고른 <커야 돼>라는 곡이 최엘비님이 피처링으로 참여해서 좀 더 많은 사랑을 받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이 트랙으로 뉴스핌에서 개최한 싱어송라이터 오디션 프로그램 '음악의 탄생'에 나가서 1등을 하기도 했어요.

그런 좋은 기억이 있다 보니 <커야 돼>가 제가 생각하기에도 기분 좋은 느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좀 더 모두에게 통용될 수 있고 가볍게 좋아할 수 있는 곡이라고 해야할까요?

그에 반해 <사실 나는 꽤나 괜찮은 사람일지도>는 조금 처연한 느낌이 없잖아 있어서 혼자서는 공감할 수 있겠지만 대외적으로 이 노래를 내세우기에는 조금 무겁다는 생각이 들어요.

: <커야 돼>에 참여한 최엘비님은 어떻게 섭외하게 되셨나요?

A : 최엘비라는 래퍼는 제가 [CC] 앨범부터 알고 있었지만, 접점이 생길만한 아티스트는 분명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독립음악]이 발매된 후 얼마 안 있어서 겨울 즈음에 최엘비님이 제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하기 시작했어요.

저를 팔로우할 이유가 없는데 왜 하셨는지 궁금해서 여쭤보니 한국대중음악상에 노미네이트 된 [PAINGREEN]을 뒤늦게 듣게 되었는데 너무 좋아서 팔로우 하셨다고 하더라구요.

그 때부터 엄청 적극적인 교류는 아니었지만 한 번 만나자는 이야기가 나와서 [PAINGREEN] CD도 드리고, 이런 노래가 있는데 엘비님이랑 너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제안 드렸어요.

팬 분들은 들으면 딱 아시겠지만 그냥 최엘비 비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하지만 애초에 엘비님을 고려해둔 채로 만든 비트는 아니었고, [PAINGREEN]을 발매한 후에 쉬면서 만든 비트인데 운명처럼 엘비님을 만나게 된 거죠.

저는 이 곡에 참여해준 엘비님의 랩이 너무 마음에 들었고 이 노래에 너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오디션에서는 랩 파트를 그냥 제가 소화하기도 했구요.

앞서 언급했던 혜지와 마찬가지로 최엘비라는 아주 훌륭한 아티스트가 제 음악을 선택했다는 점에서도 <커야 돼>를 가장 마음에 드는 곡 중 하나로 고르고 싶어요.

마지막은 시문님이 참여하신 <식물>이라는 곡으로 골라보았습니다. 이 곡은 가사가 먼저 나오고 멜로디가 그 다음으로 나왔는데, 그걸 써내고 보니 타이틀 곡 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식물>이 완성될 때 즈음 이 곡이 수록된 앨범이 날카롭고 솔직하고 표현에 가감이 없어 뼈를 찌르는 수필 같은 느낌으로 만들어지겠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거기에서 힘을 얻고 다른 노래들을 쓸 수 있었고, 얼마 안 있다가 나온 노래가 <사실 나는 꽤나 괜찮을 사람일지도>거든요.

<식물>을 통해 많은 것들이 파생되었고, 가족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제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한 장기간에 걸친 이벤트와 같은 노래가 되기도 했어요.

우리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부터 엄마, 아빠, 형 등 가족의 힘이 들어있어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고르게 되었던 것 같기도 해요.

<커야 돼>를 통해 우승한 '음악의 탄생' 예선전은 이 노래로 참여했을 정도로 이 곡은 제게 <사실 나는 꽤나 괜찮을 사람일지도>보다 훨씬 더 자신 있게 느껴져요.

특히 이 곡 안에는 제가 좋아하는 요소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를 테면 컨트리나 가스펠적인 요소와 더불어 저희 가족이 전부 천주교다 보니 아무래도 익숙할 수 밖에 없는 천주교의 감성도 들어가 있어요.

방금 들으신 브릿지 파트에 나오는 '엄만 정말 죄가 없는데' 같은 부분은 가스펠이겠지만 저에게는 락앤롤처럼 들리거든요.

또한, 아까와 마찬가지로 시문이라는 기타리스트에게 제 노래에 참여해달라고 의뢰했을 때 굉장히 좋은 평을 해주고 흔쾌히 참여를 해주었다는 점에서도 뿌듯함을 많이 느꼈죠.

 

Chapter 3 : 한국대중음악상 그 이후,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A.TRAIN의 색깔은?

 

: A.TRAIN님의 앨범에 참여해주신 분들께서 A.TRAIN님의 음악을 이해하고 좋아해주시고 선뜻 앨범에 참여해주신 점이 곡을 구성하고 발표하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겠네요.

[PRIVATE PINK]에서는 총 세 곡을 골라주시면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A.TRAIN님을 줌터뷰에 본격적으로 섭외하게 된 계기는 힙합엘이에 업로드해주신 글을 통해서였어요.

한국대중음악상 수상 이후 삶이 좀 더 풍성해질 줄 알았지만 막상 겪어보니 그게 아니였다고 적어주셨는데, 지바노프님이 <삼천동 사거리>를 통해 붐업되었던 것과 달리 그러한 상황이 잘 안 이루어진 것 같아 그런 글을 남겨주신 것 같아요.

물론 힙합엘이 글을 통해서 어느 정도 본인의 상황을 말씀해주신기는 했지만, 수상 이후 어떤 삶을 살고 계셨는지 이야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 먼저 좀 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게 됐죠. 제가 되게 감정적으로 음악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상황을 최대한 냉정하게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거든요.

사실 한국대중음악상을 수상했다고 해서 무조건 잘 되는 게 아니라, 한국대중음악상이라는 권위 있는 시상식에서 인정할 정도로 음악을 잘 했다에 가깝죠.

그 중에서도 누군가는 팍 치고 나가고, 누군가는 이전과 별반 다를 것 없지만 만약 두 가지 상황 중 하나를 제가 고를 수 있다면 전자에 가깝기를 바랐죠. 하지만 제 우려와 딱 맞아 떨어지게 제 상황은 후자였어요.

그런데 [PAINGREEN]으로 노미네이트되기 전 후의 저를 비교하면 그 의 저는 아예 달라져 차이가 무척 컸기 때문에 [PAINGREEN] 노미네이트 이후와 달라진 게 없는 거지 길게 놓고 보면 사실은 상황이 많이 달라지기는 했죠.

하지만 제가 좀 더 희망했던 것처럼 직업 음악가로서 선순환을 굴릴 수 있는 어떤 경제적인 부분이나 섭외 요청들이 그토록 염원하던 수상을 했으니 이전과는 아예 다를 것이라고 예상했어요. 하지만 그런 지점에서는 노미네이트된 이후와 크게 달라진 게 없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음악을 소홀히 할 거냐고 묻는다면 전혀 아니에요. 만약에 상을 못 받았으면 이제 더 이상 같은 마음으로 못 하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상을 받았으니 안 할 이유가 더더욱 없거든요.

그런 부분에서는 이 상이 저를 계속 밀어주고 있는 것 같고, 수상했다는 사실 덕분에 제 음악을 새로 알게 되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분명히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걸 떠나서 좀 더 많은 손길을 제가 원하다 보니까 다시 시작해보자는 느낌으로 오디션에도 나가게 됐죠.

: 마침 다음 질문이 오디션 관련 내용이었는데 바로 이어나가보도록 할게요. 힙합엘이 게시글을 통해 '음악의 탄생' 오디션 참여를 알리시면서 유저 분들에게 투표를 부탁하시기도 했잖아요?

저를 포함한 힙합엘이 유저 분들께서 참여한 투표가 A.TRAIN님의 우승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을까요?

A : 투표가 20%라서 아마 많은 분들께서 도와주시지 않았다면 20점이라는 점수가 날라갈 수도 있었을 거예요.

제 투표 점수가 처참하지 않도록 지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고, 이 자리를 빌어 공ZA님을 포함한 힙합엘이, FM 코리아 힙합 갤러리 유저 분들께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 오디션을 통해 좋은 결과를 받을 수 있어 제가 더 뿌듯하네요. 앞서 사람의 손길이 필요했다고 언급해주시면서 '음악의 탄생'이라는 오디션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이 프로는 어떻게 알게 되셨고 참여로 이어지게 되었는지도 궁금합니다.

A : 예술 지원 사업을 아카이빙해서 새로운 소식을 업로드해주는 채널이 있어요. 거기에 '음악의 탄생' 공모가 있었고, 그 공모를 보고 저도 지원을 하게 된 거죠.

아무래도 '뉴스핌'이라는 뉴스 기관에서 진행하는 오디션이다 보니 공정한 방식으로 싱어송 라이팅 능력만 보겠다 싶었고, 그건 제가 자신이 있는 부분이거든요.

그래서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는 했지만, 제 곡이 대중들에게 다 통할 만큼 좋은 노래냐고 물었을 때는 크게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도 서울 예선으로 신청을 해서 서류 통과가 됐고, 예선에서는 2등을 한 다음 본선에서는 1등을 하게 되었죠.

한국대중음악상 수상 이후로 한 6개월 동안 되게 조용했다가 여름이 슬슬 지나갈 때 즈음이 되어서야 좋은 소식을 받기 시작했고, 그 이후로도 조금씩 생기고 있어요.

이런저런 공연도 잡혔고, 불러주시는 곳도 생겼고, 이런 기회와 경험들이 쌓이다 보면 제가 예상하지 못 했던 다른 손길들이 생길지도 모르죠.

사실 남의 손길을 무작정 기다리는 건 그렇게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여태까지 음악을 하면서 쟁취하려는 노력을 해왔었고, 제가 유명하지 않기 때문에 손을 뻗어서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는 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한국대중음악상 수상이라는 제가 이전부터 목표해왔던 바를 이루었고, 수상이 사회에서는 좋은 마케팅 포인트 중 하나기 때문에 그 기준에 드디어 들어섰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열어보니 아니여서 조금 서운한 건 있었죠.

그래도 정신을 차리고 생각을 바꿔 다시 옷을 벗고 물에 들어가는 심정으로 오디션에 나가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습니다.

: 오디션 1등 이후 이런저런 좋은 기회들이 슬슬 들어오고 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2집 발매 이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으니 다음 앨범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겠죠.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구상하고 계시는 다음 앨범에서도 색깔이라는 콘셉트를 활용하실 예정이신지 궁금합니다.

A : 아마 색깔로 풀어내는 게 가장 그럴 번한 접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미 두 번의 좋은 선례가 있으니 자연스럽게 저도 다음 색깔은 어떤 것으로 할지 고민 중에 있어요.

그런데 앨범을 발매할 때마다 색깔을 휙휙 바꾸는 게 바람직하냐고 한다면 한계가 보이는 접근이라는 생각도 들고, 어떤 측면에서는 식상해 보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제가 다음 작품에서 풀어내려는 이야기가 색깔과 닿아 있기는 해요.

초록색은 초록색일 이유가 있었고, 분홍색은 분홍색인 이유가 있었듯 다음 앨범도 어떠한 색깔일 이유가 있는 이야기들이 저에게 일부 있어 어떻게 펼쳐질지는 아직 펼쳐보지 않아 잘 모르겠어요.

그게 어떠한 이야기들로 구성이 될지 굵은 줄기는 구성이 되어 있어 색깔도 윤곽이 잡혀있기는 해요. 하지만 초록색 안에 있는 색깔이 분홍색일지는 아무도 상상을 못 했을테니 공개를 할 수는 없더라도 설득력이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 앨범의 구성에 대한 대략적인 가닥은 잡으셨다고 말씀해주셨고, 어떠한 설득력 있는 메세지를 앨범을 통해 전달하실지 궁금하네요.

그럼 A.TRAIN님께서 다음 작품에서 보여주실 앨범의 테마는 어떤 것일까요?

A : 계속해서 날카로움을 유지하려고 생각하고 있어서인지 마음 아픈 이야기들이 다소 있어요. 그런데 그 이야기들이 사회 고발이라고 하기에는 저는 그 분야에 그렇게 많은 관심이 있지는 않아요.

[PRIVATE PINK]가 저라는 개인에게 온전히 집중한 상태였고,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제 앨범을 듣는 사람들의 각자의 이야기가 될 수 있수도 있다는 걸 기대하는 식의 접근이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시선을 보다 외부로 돌려보고 싶어요.

그 동안 너무 제 자신만 바라봤다면 이제는 바깥 쪽으로 시선을 돌릴 때가 된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제 입장에서 보는 바깥 이야기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흐름이 되려면 결론적으로는 제 이야기로 구성이 되어야겠죠.

이에 관해 임지은 시인 님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시인들도 그런 방식을 취한다고 하더라구요.

처음 한 두 번 정도는 자신에게 집중이 되어있어 굉장히 날카롭고, 그러다 보니 남들에게는 신선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를 풀어낸다고 해요.

그렇게 좋은 결과를 얻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눈이 바깥으로 향하게 된다고 하더라구요. 좀 더 사회적인 의미에서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게 되겠죠.

소재가 떨어진 건 아니지만 언제까지나 작품 안에 온전히 저만 있을 순 없잖아요? 이러한 흐름들이 창작자가 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생각인 것 같아요.

: 어느 정도 시선은 외부에 가 있더라도 그 안에서 풀어내는 이야기들은 A.TRAIN님의 개인적인 경험과 연루되어 있다고 보면 되겠죠?

A : 아마 저라는 필터가 거쳐진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Outro : 인터뷰 참여 소감과 하고 싶은 말

 

: 필터 이야기 좋네요. 이렇게 [PAINGREEN], [PRIVATE PINK] 이야기와 더불어 향후 A.TRAIN님의 계획도 간단하게 말씀해주시면서 오늘의 인터뷰가 모두 마무리되었습니다.

인터뷰에 직접 참여해보시니 어떠셨는지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A : '내 음악이 이래'라고 이야기할 기회가 생각보다는 많이 없어요. 물론 유명하면 많을 수 있지만 제 이야기를 궁금해 할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진행되는 어떤 류의 주장은 굳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메인 스트림보다 좀 더 작은 것들을 봐주시려고 하는 공ZA님께 너무 감사드리는 마음이고, 그럴 수 있어 음악을 하기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또, 줌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인터뷰를 하는 것도 참 신선한 것 같아요.

: 아무래도 인터뷰를 생각하셨을 때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는 경우를 많이 떠올리시더라구요.

그래도 진행하시는 분들께서 줌으로 진행하시는 것에 큰 불편함을 못 느끼시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마무리하기 전에 혹시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실까요?

A : A.TRAIN의 음악을 사랑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는 제 음악이 하루하루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 너무 궁금해서 구글에 한글로 에이트레인이라고 매일 검색해 보거든요. (웃음)

검색 기간을 1일로 설정하면 24시간 내에 저에 관련된 글을 체크하면서 가끔 앨범 추천에 제 음악이 있거나, 알앤비/소울 n대장에 감히 제가 꼽힌다거나 하면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누군가에게는 사소할지라도 저에게는 너무 크게 와닿는지라 기뻐하게 되고, 제 음악을 들어주시고 이야기를 나눠주시는 걸 보면 제 음악에 대한 혹평은 크게 없더라구요.

물론 그 정도 레벨이 안 돼서 혹평할 거리가 없는 거겠지만 좋은 말씀들로 이야기 나눠주시는 것에 대해 너무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단골 집은 절대 주인이 아는 티를 내면 안 된다고, 만약 티를 내면 손님들이 다시는 안 간다고 하는데 이렇게 티를 내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그런 이야기들에 굉장히 귀 기울이고 주목하고 관심있게 보고 있어요.

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눠주시면 큰 힘이 되고, 저는 개인적으로 보다 낮은 위치에 있는 것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음악을 만들어요.

왜냐하면 제 자신이 이미 그렇게 느끼고 있거든요. 너무 높은 곳에 먼저 올라간 사람들은 공감 못할지라도, 대부분의 우리가 비슷한 현생을 살고 있으니, 이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만든 음악이 여러분의 현재를 좀 더 값지게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항상 생각합니다.

: 마지막까지 좋은 메세지를 전달해주시면서, A.TRAIN님의 음악을 듣는 많은 사람들이 충분한 격려와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네요.

오늘 인터뷰를 통해 알찬 많은 이야기 들려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힙합엘이 줌터뷰 모음집 링크] https://hiphople.com/fboard/24321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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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3.24 00:55

    캬~ 진짜 인터뷰 알차다고 HOM 수록 때도 느꼈는데 다시 봐도 좋네요

    줌터뷰도 복귀했는데 혹시 에이트레인님도 슬 돌아오시나...?

  • title: Quasimoto공ZA글쓴이
    3.24 10:37
    @Pushedash

    감사합니다...!

  • 3.24 23:40

    앨범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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