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0
Released On.. 2024.03.08
Reviewd On.. 2024.03.13
Genre... Hip Hop, Trap
2023년 한국 힙합은 꽤나 만족스러웠다. 빈지노의 <NOWITZKI>, 이센스의 <저금통>, 오도마의 <선전기술 X>, 스카이민혁의 <해방>, 고스트클럽의 <Misfits> 등, 수많은 좋은 앨범들이 발매되었으며, <쇼미더머니>의 공백을 아티스트들이 직접 앨범을 발매함으로써 채워나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한 해였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돋보이던 아티스트는 단연코 스윙스(Swings)였다 (물론 이것은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AP Alchemy라는 초대형 레이블을 설립, 2장의 컴필레이션 앨범을 발매, 게다가 식케이와의 디스전 등 그야말로 왕성한 활동을 해온 그는 2023년 국내외를 통합해서 보아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아티스트였다. 실제로 그가 보여준 활동은 모두 영양가 넘치는 것들로 가득했으니 말이다. 그러한 이유로, <UPGRADE V>은 정말 2024년 최고의 기대작 그 자체였다.
하지만 막상 발매된 작품의 퀄리티는 너무나도 아쉽다. 우선 앨범의 구성을 보자. 힙합에서의 스킷(Skit)이라 함은 '음악 중간중간에 지루함을 방지하기 위해 삽입하는 상황 연출'로 정의 내릴 수 있다. 그러나 <UPGRADE V>의 스킷들은 그것의 본래 의도와 지나치게 멀어져있다. '조정식 아나운서가 나를 싫어해', '하하 형님의 형토링', 그리고 '너에게, 나에게'. 앨범에 존재하는 세 가지 스킷 모두 길이가 1~2분이 넘어가며, '너에게, 나에게'는 심지어 그 길이가 5분이 훌쩍 넘어가니, 되려 지루함을 유발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모두 오글거리기 짝이 없다. '조정식 아나운서가 나를 싫어해'의 아주 정확한 딕션으로 스윙스를 소개하다가 갑자기 '병신 새끼'를 내뱉으며 그를 비난하는 연출은 당황스럽다 못해 어이가 없어 웃길 지경이며. 또한 '하하 형님의 형토링'은 굳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아도 될 트랙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작사가가 스윙스 본인이다.
그렇다면 남은 한 트랙 '너에게, 나에게'를 보자. 우선 길이가 무려 5분 26초이다. 세상에나. 이 얼마나 기이한 트랙인가. 정말이지 오글거림의 극치가 무엇인지 보여주는듯한 이 트랙은 정말이지 필자가 평생 들어온 스킷 트랙들 중에서도 단연코 가장 최악이다. 어쩌면 당연하겠지만. 앨범에 담은 메시지와 지금까지의 삶을 담은 '너에게, 나에게'는 완전한 힙합 음악과 랩으로 풀어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게다가 또 하나 웃긴 점은 스윙스의 발음이다. 이 스킷의 대본을 조정식 아나운서가 읽게 만들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일까.
이제 다른 일반적인 트랙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사실 앨범은 스킷이 다 망쳤다 할 수 있을 정도로 생각보다 괜찮은 트랙들이 있긴 있었던 앨범이었다. <FOREVER>에서의 스윙스의 퍼포먼스는 상당히 완성도 있으며 진정한 '영원한 꼴통'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또한 메이슨 홈과 김상민그는감히전설이라고할수있다, 윤다혜가 힘을 보탠 <SAME O SAME O> 또한 굉장히 훌륭한 트랩 넘버였다. 크러쉬가 힘을 보탠 <GOT YOU>의 따마의 보컬은 굉장히 인상적이었으며, 자신의 2013년 곡 <듣고 있어?>을 2024년의 버전으로 재탄생시킨 <듣고 있어? 2024>는 여실히 올해 최고의 힙합 트랙중 하나이다. 명불허전인 크러쉬의 보컬은 말해봤자 입 아플 지경이고, 스윙스의 벌스 또한 특별한 순간은 없었지만, 안정적인 페이스를 유지하며 진중한 가사를 내뱉으며 존재만으로 특별한 트랙이 되었다. <너에게 나에게>로 담으려 했던 메시지보다 이 트랙이 몇 배는 더 인상적이지 않았을까.
그러나 그 좋은 트랙들이 아쉬운 트랙들을 덮지는 못하였다. <HALLELUJAH>는 영혼 없는 그저 그런 트랩 넘버에 불과하며, <PORN FLICK>는 올해 최고의 피처링 중 하나인 양홍원의 벌스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순간 없이 그저 평이하게 흘러갔다. <THE FUTURE>과 <BEAST MODE>는 나쁘지는 않으나, 전혀 기억에 남는 순간이 없이 넘어가는 트랙들이었고, <WORK>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지루하다. 곡에 포함된 스페인어의 가사는 도무지 그 의도를 파악할 수가 없다. 안 그래도 그저 그런 노래를 굳이 이렇게 망치는 이유는 무엇인가. <영원히 올라가>와 <CONCENTRA FREESTYLE>에서의 스윙스의 래핑은 고구마를 씹어 먹는 기분이며, <1세>는 그 비트 또한 끔찍하다. <ALL DAY>는 어떠한가. 스윙스의 보컬은 너무나도 형편없다. 곡을 들으며 칸예 웨스트의 <808s & The Heartbreak>을 잠깐이나마 떠올렸으나, 스윙스의 보컬은 조금 어눌한 수준이 아니라 들어주기 힘들다. 믹싱 상태 또한 깔끔하지 않아서 굉장히 듣기 불편하였다. <JUMP>에서는 비트와 스윙스가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을 아주 크게 받았다. 너무나도 아쉽다. <JUMP>의 비트와 스윙스의 래핑은 너무나도 훌륭하다. 특히 스윙스의 래핑은 비트와 따로 놓고 들어보자면 작품 전체에서 보여준 그의 랩 퍼포먼스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그 둘이 합쳐진 결과물은 어떠한가, 참으로 들어주기 힘들다.
<UPGRADE V>는 기대에 전혀 부흥하지 못한, 아쉬움만 남은 작품이다.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한 노력은 보이나, 그중 성공한 시도는 단 하나도 없었다. 현재 인스타그램으로 스윙스가 예고 중인 다음 정규앨범, <Origins>에도 별다른 기대를 걸고 싶지는 않다. 항상 인스타그램으로 관심이란 관심은 다 끌면서 막상 작품의 퀄리티가 이 모양이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나랑 엮이고 나서야 커리어 하이 된 것 맞음", "너는 생각해 보니 난 니 음악을 깠지 너는 내 음악에 대해서 한 마디도 못하지". 그가 작년 식케이와의 디스전에서 내뱉었던 가사말은 현재의 스윙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대목이다.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작품이 이런 수준으로 발매되다니, 그저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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