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거의 10년만에 로그인해보는 것 같네요. 2010년대 초기에 다른 아이디로 글도 자주 올리고 자극적인 제목으로 어그로도 많이 끌었었는데 10년 가까이 눈팅으로 국힙 소식만 접하다 스윙스 신보에 대해 의견을 좀 남기고 싶어서 로그인했네요.
일단 저는 스윙스가 2007년에 믹스테잎으로 등장했을 때부터 팬입니다. 이번 [업그레이드 5] 가사에도 있듯이 2007년에 보여준 퍼포먼스로 당시 활동하던 래퍼들 90% 이상의 랩과 가사를 초라하게 만들었던 걸로 기억해요. 실력을 기반으로 한 건방지고 당당한 태도, 힙합이니까 더 극대화할 수 있는 말장난까지. 워드플레이 잘 안 하던 버벌진트나 이센스를 비롯해 수많은 래퍼들의 가사 쓰는 스타일을 바꿔놨으니 더 설명이 필요 없겠죠.
그때 보여준 여유 넘치는 리듬감, 타격감, 남다른 발성, 골때리는 가사 등의 무기들은 여전히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The Future', '영원히 올라가', 'Concerta Freestyle', 'Work' 같은 건 지금도 스윙스만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런 거 할 때의 쾌감은 국내 다른 래퍼들에게선 느낄 수 없어요.
이번 앨범이 아쉬운 건 프로듀싱 측면에서 다양한 사운드를 받아 잘 스며들기 위해 고민했던 점은 느껴지지만 그게 결과적으로 스윙스만의 무기로 완성되진 않은 것 같아요. 잘해오던 스타일의 랩이 아닐 땐 유독 딱딱하게 들리는 발음과 그루비하지 않은 리듬이 느껴져서 듣기 불편하기도 했고요.(ex. Forever, Jump)
개인적으로는 2013년에 발매된 [No.1 MIXTAPE vol.2]에서 보여준 라이밍, 리듬감, 펀치라인, 생각하게끔 만드는 빛나는 가사들이 현재의 스윙스까지 포함해서 현역 래퍼들의 퍼포먼스를 아직까지도 압도한다고 생각합니다. 버벌진트의 [누명]이나 이센스의 [에넥도트] 같은 앨범에 견줬을 때도 부족한 점이 전혀 없는 앨범이라고 생각하구요. 당시 이센스가 트위터를 통해 여러 곡들의 가사를 올리고 샤라웃을 한 유일한 스윙스의 앨범이었던 걸로 기억하네요.
선택과 집중이 유독 더 느껴지는 앨범이기도 했고, 이번 [업그레이드 5]보다 트랙 수도 더 많고 심지어 2CD였음에도 훨씬 정돈이 잘 된 앨범이죠. 물론 서사적인 유기성이 있는 앨범은 아니었지만요.
너무 많은 곡들을 빠르게 발표해왔고 앨범도 무료로 배포할 정도로 랩을 쉬지 않는 래퍼였으니 동어반복의 가사도 어느 정도 이해는 돼요. 하지만 이번 앨범의 가사들은 생각하게끔 만드는 가사가 없던 것 같습니다. 진지하고 철학적인 가사를 말하는 건 절대 아니고 청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의식의 전환을 유도하는 새로운 시각과 표현이 없었달까요? 말 그대로 문지훈의 열정과 업적 전시에만 그친 것 같아서 흥미롭지 않았습니다. 시대에 무언가 질문을 던지고 자극을 주는 가사들이 줄어들어서 아쉬웠어요. 스윙스가 그렇게 얘기했던 리스크를 거는 지점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앨범에 대한 너무나 많은 혹평들을 먼저 접하고 앨범을 감상했는데 비난이 과하다고 느꼈습니다. 앨범을 내기 전에 자신감 있는 무리수 발언들을 하는 건 스윙스가 17년 동안 했던 건데 폐급 앨범 취급하는 건 조금 과하지 않나 싶기도 하구요. 스킷은 분량을 줄였다거나 스킷의 내용을 뒤집는 곡 구성을 했다면 좀 더 잘 활용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고민이 조금 부족했던 것 같더라구요.
앨범 전반적으로 스윙스가 잘하는 랩에 있어서는 크게 아쉬움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힙합 뮤지션으로서 처음부터 보여줬던 무기가 너무 견고하고 매력적이기 때문에 그걸 더 고도화시켰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요. 다음 작업물에서는 원래 갖고 있던 무기를 트렌드가 따라오도록 하는 퍼포먼스를 기대합니다.
아, 그리고 논란의 갠소/대소/해쏘 라인은 개인적으로는 너무 재밌고 좋았어요. 스윙스는 원래 진지한 분위기에서 그런 황당한 라인 넣는 걸 오랫동안 해왔잖아요. 능청스러운 억양과 쫀득한 발음 때문에 오히려 포인트가 되고 좋았어요. CURV에서 라이브했던데 한 번 감상해보길 추천합니다.
10년만에 쓰다 보니 글이 좀 길어졌는데요.ㅎㅎ
스킷을 제외하고 곡 단위로는 듣기 좋은 앨범이었다. 내용에 있어서 동어반복이 아쉬웠으나 현재 이런 내용을 담을 서사를 가진 래퍼도 국내엔 스윙스밖에 없다. 랩이 올드하다기보단 스윙스만의 오리지널리티는 여전했고 더 노련해졌다. 그러나 트렌디한 사운드와 조화되지 못한 엉성한 곡도 몇 있었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공감합니다. 저도 #1 믹테 vol.2 가 스윙스의 커리어 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앨범에서 전성기 때의 그루브함은 찾기 어려웠지만 갠소 라인을 비롯해서 여전히 옛날의 유쾌함이 있어서 재밌었어요.
힙잘알 그자체
전 무난하게 듣긴 했는데 앨범 전체적으로 따졌을 때 랩적인면에선 그래도 아쉽게 들리긴 하더라구요.. 지금 여론은 완전 나락인 거 같은데 좀 잠잠해지면 지금보다는 그래도 평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해봅니다.
여담으로 저도 예전에 #1 mixtape vol.2 지금보다 더 고평가 받아야 된다는 글 올렸었었는데 락힙합 인터뷰였나 센스가 2cool 4school 듣고 충격 받았다였나 미쳤나였나 할튼 랩 진짜 잘했다는 그런 코멘트 던졌던 인터뷰가 기억나네요. ㅎㅎ 당시 라이머가 믹테로 내자는 의견이 꽤 강해서 지금이야 정규와 믹테의 그 경계가 예전보다 허물어졌지만 그 당시엔 정규로 냈어야지 했던 아쉬움이..ㅎㅎ 얘기가 길어졌는데 좋은 리뷰 잘 읽고갑니다. :)
전반적으로 공감합니다. 저도 #1 믹테 vol.2 가 스윙스의 커리어 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앨범에서 전성기 때의 그루브함은 찾기 어려웠지만 갠소 라인을 비롯해서 여전히 옛날의 유쾌함이 있어서 재밌었어요.
222 넘버원2 믹테가 도끼 skrm 만든거보고 일주일만에 만든거고 cd하나당 11곡인 도끼 믹테보다 1곡씩 추가해서 12+12=24곡으로 만들었다는 인터뷰 봤었는데 진짜 스윙스다운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갠소 라인도 옛날 스윙스 가사 느낌이라 오히려 반가운 느낌
힙잘알 그자체
넘버원 진짜 좋은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ㄹㅇ로 국힙 탑티어에요 국초세대 이런 곡 가사들도 그렇고 예술가 그자체
공감합니다
전 무난하게 듣긴 했는데 앨범 전체적으로 따졌을 때 랩적인면에선 그래도 아쉽게 들리긴 하더라구요.. 지금 여론은 완전 나락인 거 같은데 좀 잠잠해지면 지금보다는 그래도 평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해봅니다.
여담으로 저도 예전에 #1 mixtape vol.2 지금보다 더 고평가 받아야 된다는 글 올렸었었는데 락힙합 인터뷰였나 센스가 2cool 4school 듣고 충격 받았다였나 미쳤나였나 할튼 랩 진짜 잘했다는 그런 코멘트 던졌던 인터뷰가 기억나네요. ㅎㅎ 당시 라이머가 믹테로 내자는 의견이 꽤 강해서 지금이야 정규와 믹테의 그 경계가 예전보다 허물어졌지만 그 당시엔 정규로 냈어야지 했던 아쉬움이..ㅎㅎ 얘기가 길어졌는데 좋은 리뷰 잘 읽고갑니다. :)
맞아요. 꽤 공들였고 정규로 내고 싶었는데 회사 때문에 믹스테잎으로 냈다고 했었죠. 정규로 냈으면 좀 더 의미가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신선한 주제, 참신한 표현, 곡 수만큼이나 다양한 플로우까지 한국의 힙합 엔터테인먼트적인 면에 있어서 이 앨범만큼 재밌는 건 못들어봤던 것 같아요.
저도 이번 [업그레이드 5]에서의 랩은 아쉽더라구요. Future, Concerta Freestyle, Work 같은 곡에서의 랩은 너무 훌륭했지만 좀 더 유연하게 랩을 했으면 좋았을 곡들이 있었구요. 작년에 발매한 식케이 디스곡인 'Korean Copycat'도 같은 이유로 랩이 조금 아쉬웠었죠. 딱딱하게 발음하고 헐겁게 라이밍하면서 랩에 기복이 생기는데 왜 이렇게 랩할 때가 있는지는 스윙스 본인이 제일 잘 알겠죠?(모르려나?;;)
아, 그리고 이건 다른 얘긴데ㅋㅋㅋ 스윙스의 과거 인터뷰를 통해서 '물론아냐라면' 같은 라인을 왜 넣는지 이해하고 있고 그래서 '갠소/대소/해쏘' 라인이 웃겼고 즐거웠는데 그런 무드를 깨는 듯한 라인에 버튼 눌리고 욕하는 사람들 의견 보는 게 재밌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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