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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MC의 인기를 견인했던 트로이카 중에서도 던밀스는 확실히 이질적인 존재였다. 딥플로우나 넉살의 음악이 이스트 코스트 힙합의 그것에 기반한 작가주의로 무장했다면, 던밀스는 서던 힙합 내지는 트랩 프로덕션 위에 직설적인 표현과 시원한 훅 메이킹을 내세웠다. 던밀스의 음악은 탄탄한 랩 피지컬과는 별개로 단순무식한 컨셉과 그가 지닌 '쌈마이'한 억양으로 인해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지만, 지코, 빈지노 등의 메인스트림의 아티스트들은 그러한 던밀스의 음악을 조미료로서 쏠쏠히 써먹기도 했다. 던밀스의 첫 정규인 '미래'는 상술한 그대로의 던밀스의 음악, 다시 말해 구수하면서도 화끈한 던밀스만의 개성으로 충만하다. 아티스트의 첫 정규가 자신을 소개하는 명함과도 같다는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산뜻하면서도 준수한 출발 지점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당시 VMC의 주요 프로듀서였던 TK(現 Van Luther)가 앨범의 사운드 대부분을 책임지고, 여기에 이안 캐쉬, 제스티가 보조를 맞추며 맛깔나는 트랩 비트를 선사한다. 특히 전반부의 타이트하고 장쾌한 전개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미래"에서 "쌀"에 이르기 까지 808 베이스와 스네어를 복잡하게 쪼개고 배치해 가며 긴박감넘치는 리듬을 일관성 있게 끌고 가고, 이를 "드렁큰 던밀스"에서 버기가 지펑크 냄새 살짝 섞인 붐뱁으로 갈무리하는 일련의 흐름은 에너지 넘치는 던밀스의 퍼포먼스에 완벽하게 최적화되어 있다. 한편, 앨범의 후반부로 향할수록 던밀스가 트랩을 넘어 다른 영역까지 노리고 있음이 두드러진다. 물론 "All Age"와 "E.D.L"로 대표되는 트랩 넘버도 건재하나, "That Shit"에서 능글맞게 래칫의 그루브를 소화하는 모습, 심지어는 "Fetish"에서 팝 랩까지 끌어들여 클럽에서의 로맨틱한 순간을 캐치해 내는 모습은 이전의 던밀스에게서는 상상하기 힘든 것이다. 같은 트랩이라도 전반부의 야성적인 모습이나, "안겨줘"의 PB R&B적인 섬세함은 차이가 크다. 이러한 유지와 확장은 던밀스 본인의 퍼포먼스에서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견고한 기본기와 독특한 억양이라는 던밀스의 특징은 그대로 유지되어 있지만, "Fetish"와 "안겨줘"의 싱잉에 가까운 멜로딕함, "미래"의 찰진 꺾기, "쌀"과 "All Age"에서의 오토튠 활용 등의 시도는 기존의 색과 섞여 독특한 향취를 풍긴다. 가장 트렌디한 영역에서 자신의 유머러스함과 로컬적인 구수함까지 아울러 녹여낼 줄 아는 던밀스의 역량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당시 힙플라디오를 오랫동안 진행하며 쌓인 인맥의 힘으로 협업에서 강세를 보이던 던밀스의 강점이 더더욱 극대화되었다. "Ye I Need"에서 타이트하게 치고 빠지며 자신의 개성을 남긴 넉살과 오디(ODEE)로 대표되는 VMC 동료들의 존재감도 상당하지만, 크루 밖에서 데려온 게스트들의 임팩트도 이에 못지 않다. 능글맞게 던밀스의 랩 스타일을 흉내 내는 도끼의 모습이라거나, 당시 트랩에 지대한 흥미를 보이며 유연한 관록을 과시하는 바스코(現 BILL STAX)의 모습이 대표적이고, 제이통이 자기 스타일 대로 노골적으로 토하는 훅은 그 충격이 좋은 쪽으로 상당하다. 특히 신예들의 등장과 활약이 인상적이다. 한창 쇼미더머니의 힘으로 연일 기세가 붙던 비와이의 독특한 박자감도 그렇지만, 이때만 해도 언더독이었던 창모의 오토튠 활용과 타이트함은 던밀스의 그것과 어우러지며 탁월한 시너지를 드러낸다. 일견 무식해 보이지만, 그러한 단순하고 직설적인 모습의 이면에는 영리한 본능이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미래>는 상당히 모범적인 첫 정규다. 아티스트의 개성이 이미 확고히 자리 잡은 상황에서 이를 토대로 준수한 확장을 이뤄냈다. 게스트 하나하나의 이름값이 상당함에도 앨범의 주인 격인 던밀스가 이에 눌리지 않았을 만큼 본인의 퍼포먼스의 수준도 훌륭한 편이다. 여기에, VMC의 제일 큰 장점인 인간적인 페이소스도 "Air Canada"와 "That Shit"의 자전적인 부분, "Fetish"와 "미래", "쌀"의 유머러스함에 충분히 녹아들었다. 아티스트의 강점이 극대화되어 그려낸 새로운 그림은 명징한 성공의 미래를 그려내었고, 그 뒤로 던밀스의 디스코그래피는 쭉 탄탄대로였다. <F.O.B>(2021)은 <미래>의 상술된 장점이 던밀스 본인의 인생에 기반한 탄탄한 서사를 거쳐 업그레이드된 결과물이었고, VMC가 더 이상 회사가 아니게 된 지금은 스윙스의 마인필드(Mine Field)에서 신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어쩌면 <미래>라는 키워드가 아로새겨진 이 앨범이야말로, 가장 던밀스다운 개성으로 가득 찬 앨범이 아닐까 감히 생각해 본다.
Best Track: 미래, 쌀 (Feat. JTONG), All Age (Feat. Dok2, Deepflow)
방굽습니다~
이 앨범 통으로 안 돌린지는 쫌 됐지만 마지막 트랙 에어캐나다는 요즘도 가끔 듣네요.
힙플라디오 푹 빠져있을때 미래나왔었는데 공연장에서 미래 사비 다 따라부르니 밀스형이랑 아이컨택되더라고요 그때 재밌었는데. 여튼 나에게는 엄청 뜨거운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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