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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리 정규 1집-2002

title: Kendrick Lamar (4)Alonso20002024.01.04 22:05조회 수 1077추천수 3댓글 4

https://blog.naver.com/alonso2000/223312709124

 

 

 

 

무브먼트 크루의 핵심 아티스트들 가운데서도 리쌍의 행보는 확실히 탈 장르적이었다. 어느 누구보다 언플러그드적인 요소에 진심이기도 했고, 협업의 범위도 블랙 뮤직적인 아티스트들보다는 인디 씬을 비롯한 그 외 장르 씬의 아티스트 위주였다. 그랬으니만큼, 어느덧 무브먼트도 과거의 이름이 되고 리쌍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던 시점에 나온 개리의 첫 정규 작은 상당한 의외성을 띈다고도 할 수 있다. 당시 블랙 뮤직 씬의 주요 아티스트들과의 적극적인 교류는 물론, 그 사이에서 자신만의 페이소스까지 고루 담아내었기 때문이다.

앨범의 사운드적 중심축을 꼽자면 역시 4트랙이나 비트를 제공해 준 그루비룸이다. 아직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전이었지만, 이때도 이미 이들의 다재다능함은 역력히 빛났다. 재지하고 전형적인 붐뱁("랩해")부터 훵키하고 밴드적인 넘버("SHIPAPA"), 서정적인 팝 랩("바람이나 좀 쐐", "뚝방의 꿈")에서 모두 뚜렷하고 짙은 인상을 주고 있는 부분은 훗날 이들이 얻게 될 상당한 하입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앨범의 나머지 부분은 블랙 뮤직 씬과 케이팝 씬을 두루 아우르는 프로듀서 편성으로 채워졌다. 시모의 전자적인 프로덕션은 "어차피 잘 될 놈 (루져 날다)"의 얼터너티브 알앤비적인 접근과 "MUSHI MUSHI"의 강렬함으로 이어졌고, "허해"나 "ALCOHOL FEELING"의 팝적인 측면과 "둥둥"의 러프하고 고전적인 부분, 심지어 프리마 비스타를 통해 서던 힙합의 요소를 가져온 "엉덩이"가 묘한 공존을 이루고 있는 부분이 특히나 흥미롭게 다가온다. 커머셜한 영역과 장르적인 영역을 하나로 엮는 것이 있다면 역시 개리의 독특하고 진솔한 퍼포먼스일 것이다. 사실 <2002>에서 드러나는 개리의 가사적 소프트웨어가 리쌍 시절의 그것과 큰 차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리쌍 시절에 비해 보다 트렌디하고 세련된 프로덕션에서도 진솔한 인생 이야기와 예술 이야기("어차피 잘 될 놈 (루져 날다)", "랩해", "뚝방의 꿈", "허해"), 혹은 힙합의 클리셰에 걸맞은 브라가도시오와 스웨깅("MUSHI MUSHI", "둥둥")이 훌륭히 작동하고 있으며, 이것이 개리 특유의 엇박을 거쳐 우리에게 전달되었을 때 오는 감흥은 조금도 쇠하지 않았다. 베테랑 아티스트로서의 개리의 노련함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게스트 편성에서도 장르씬 이외의 대중적 인물들과 언더그라운드의 힙합 아티스트들이 고루 섞여있다. 개리의 행보를 오랫동안 지켜본 이들이라면 허니 패밀리 시절의 동료인 박명호, 그리고 리쌍 시절부터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정인의 존재가 반가울 것이고, 언더그라운드 힙합을 즐겨 듣는 리스너라면 평소대로의 견고함 내지는 능글맞음을 탑재한 딥플로우와 던밀스의 등장이 놀라울 것이다. 레게 씬의 두 거물인 쿤타와 스컬이 각기 다른 색의 코러스로 짙은 서정과 걸쭉한 쾌감을 새겨 넣었고, 대중적인 접근도 두 오디션 스타인 우혜미와 존 박을 통해 꽤나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한창 장르 씬에서 파이를 넓혀가던 박재범이 "엉덩이"의 농밀한 느낌을 증폭시키는 것이나, 무브먼트 시절의 흔적인 더블케이가 "MUSHI MUSHI"의 날카로움을 받아치는 모습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전체적으로 딱히 특별하다고 하긴 어려운 구성이지만, 대신 전체적인 균형이 잘 잡혀있고 그만큼 견고한 편성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사실 팀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의 단독 작품은 팀으로서의 결과물과의 비교가 불가피하다. 길의 조력을 받아 락, 탱고, 보사노바, 뉴에이지 등 다양한 장르로의 확장을 보여줬던 리쌍에서의 개리와는 달리, <2002>에서의 개리는 보다 힙합을 위시한 블랙 뮤직의 틀에 좀 더 충실했다. 한편으로는 본인 만의 독특한 박자감이라거나, 담백하고 솔직한 언어로 대표되는 개리의 개성도 상당히 잘 유지되어 있다. 오랫동안 자신의 음악적 반쪽이었던 길의 부재를 성공적으로 메우는 새로운 아티스트들과의 호흡부터, 팝 랩에서 서던 힙합 등 넓은 영역까지 두루 아우르는 음악적 확장은 그의 관록을 따라 안정적으로 흘러간다. 음악과 방송 양쪽에 이미 많은 걸 이뤄낸 한 아티스트의 만족감과 안온함이 자신의 색으로 오롯이 담겨있는 작품이다.

Best Track: ​둥둥 (Feat. Skull, Deepflow), 랩해 (Feat. DJ Pumkin), 뚝방의 꿈 (Feat. 존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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