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라드 랩의 귀환, 로꼬/기리보이 신곡 (그리고 케이팝의 메인스트림 힙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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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민혁의 <해방> 리뷰에서, 지나가듯 국힙의 가요화에 대해서 말한 적이 있다. 

그리고 먹통 힙합의 토대가 없고 영향력이 없는 한국이니만큼, 대다수의 (메인스트림) 힙합 아티스트들의 음악은 빠르게 가요화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이모 랩을 다리 삼아, 락(혹은 한국식 락 발라드)와 힙합을 엮은 사운드다. 한요한, 김승민, 토일과 친구들, 서동현의 몇몇 사운드는 이렇다.

다른 하나는 랩의 발라드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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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스나이퍼의 발라드 랩은, 발라드를 연상하게 하는 현악/피아노 샘플 위에 드럼을 입히고, (발라드처럼 울부짖는 듯한) 감정적인 래핑을 하는 방식이었다. 내 기억으로는 키네틱 플로우나 배치기 같은 스나이퍼 사운드 소속의 차트 지향적 랩은 이런 방식이었다. (다른 방식이라면, 알앤비/뉴잭스윙을 좀 더 수용한 다이나믹 듀오/리쌍의 방법론, 팝에 가까운 MC 몽이나 마이티 마우스, 시부야계 음악 같았던 에픽 하이다.)

여하튼 요근래 나오는 음악은 이것과는 결이 좀 다르다. 내가 볼 때는, 전형적인 요근래 스포티파이 - 인디 감성이다. (진짜 이것 말고는 뭐라 말할 방식이 없다.) 재즈-알앤비 느낌이 나는 피아노/기타 혹은 신스 루프 위에 랩을 얹는 것. (3집 이후 코드쿤스트나, 빈지노, 코드림 비프리, 프라이머리가 연상되는 사운드이기도 하고, 동시에 네오 소울하는 타일러, 혹은 Mura Masa나 Amine 같은 계열도 생각난다.)

여기에 재미있는 건, 로꼬나 기리보이의 발성이 묘하게 발라드 같다는 점이다. 좀 못 부른 90년대 발라드? (통상 싱잉랩에 영향을 준 알앤비라 하면, 음을 끌면서 리듬을 타는 방식이 특이하다. [솔리드의 김조한 창법을 생각하면 된다. 극심한 차이를 느끼고 싶다면, 조규찬 1집과 알앤비의 영향을 듬뿍 받은 4집을 비교해봐도 된다.] 외국이라면 크리스 브라운/어셔/알켈리 등이 생각나고, 한국이라면 피에이치원이 미국식 싱잉랩-멜로디랩에 가깝게 부른다 생각한다.

그렇지만 로꼬/기리보이가 멜로디를 타는 방식은, 아무런 기교도 없이 정직하게 한음 한음 뱉는 것에 가깝다. 그러다보니 공일오비나 신해철, 윤상처럼 기교 없이 담담히 부르던 몇몇 발라드가 생각난다. 변진섭이나 신승훈도 생각나고...)

https://youtu.be/NL-uanxNldk?si=EM7hWbCSVU14G0un

https://youtu.be/A2Ka7j_bAac?si=gEjo8AD3AD1bx1bL

https://youtu.be/4xhoZKk16Q4?si=s1z2UsMMbSs1wd3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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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생각해보면, 케이팝은 점점 더 메인스트림 힙합에 가까운 사운드를 보여준다. 

https://youtu.be/rQBWYqqfreU?si=iyo9FFE0MFsBfCde

이번에 나온 NCT 127의 Fact Check는 음악 자체는 재키와이/쿠기가 시도하던 레게톤/라틴 트랩/아프로비츠 사운드보다 낫게 들린다. (사운드 소스를 굉장히 촘촘하게 넣은 것이나, 변주가 되는 지점도 여러 점이라는 게 돈을 들인 티가 난다.)

https://youtu.be/KMythzAnNK0?si=zDvGhC0jbJKWBlrq

트리플에스 에볼루션의 Invincible도 비트 자체로 놓고 보면 최상급이다. 초반부는 신스팝이었다가, 점점 템포가 빨라지더니 드럼 앤 베이스도 전환된다. (그리고 뉴진스의 영향은 굉장히 흥미롭다. Ditto 때부터, 뉴진스는 비트는 저지클럽/드럼 앤 베이스처럼 굉장히 빠른 것을 가져다 쓰면서도, 멜로디는 비트의 BPM를 따라가지 않고 상대적으로 느린, 팝적인 멜로디를 선호했다. 뉴진스의 성공 이후, 이런 방식을 시도하는 여러 곡이 들렸지만 뉴진스의 비법을 가장 잘 훔친 건, 이 노래 같다.)

<쇼미> 이후 한국 힙합씬의 축소가 가시화된 상황에서, 상황은 흥미롭게 흘러갈 것 같다. 더 가요화되어서 체급을 유지하는 랩 스타들이 생기거나, 더더욱 가요와 거리를 벌리면서 힙합 장르팬들을 모으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장르는 변방화가 될 수록, 특이한 작품이 많이 나온다. 변방회되면, 애당초 돈 벌 생각으로 힙합을 안한다는 뜻이 되고, 그러다보니 지 맘대로 음악을 만들기 때문이다.

아마 요근래 국힙에서 가장 퀄리티가 좋은 앨범 사운드들이 멤피스와 네오붐뱁/드럼리스라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https://youtu.be/d1roGeD-6mc?si=gqu3YP4rRbfyf4Ww

https://youtu.be/qYA1AxMpUnc?si=wLTiGX4QoNPEXBd_

https://youtu.be/EQVCvMUnY6k?si=D6_2Fr3547b9OEOy

https://youtu.be/9zBIUlvb5EE?si=i7bHMmvFOH6N-aE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