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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주의)나와 힙합, 그리고 걸어온 길 - 힙합 탄생 50주년에 부쳐

title: Kanye West (Vultures)Alonso20002023.08.12 21:36조회 수 393추천수 5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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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alonso2000/223182072276

 

 

 

시작은 의외로 단순했다. VOD로 튼 뮤직비디오가 지드래곤의 "쿠데타 (COUP D'ETAT)"였고, 디플로(Diplo)의 808베이스와 지드래곤의 능청스러움이 극한의 연출력을 거쳐 나에게로 다가왔던 순간, 나의 무의식에는 "좋은 음악"의 원형이 주입되었다. 물론 그때는 힙합이 어떤 건지 잘 알지 못했던 때였지만, 그때의 나는 무엇이 멋있는 것인지를 본능적으로 체감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내 무의식에 원초적인 무엇인가가 새겨져 갈 때쯤, 쇼미더머니의 격랑이 전국의 십대를 휩쓸었고, 나 역시도 그 격랑을 피해가긴 어려웠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하던 중학교 2학년때, 바비와 아이언의 무대, 그 격렬하던 맛은 그야말로 최고의 스펙터클이라 할 만 했다. 때마침 난생 처음 선물 받은 스마트 폰은 이러한 나의 본능을 더더욱 부채질 했다. 스윙스의 가사를 통해 존중을 배웠고("Real Man"), 바비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한 일리네어가 내게 허슬과 스웨거를 알려 줬던 즈음에 제일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곡은 역시 다이나믹 듀오의 "AEAO"였다. 사실 그때는 DJ 프리미어가 어떤 사람인지도 몰랐지만, 재지한 브라스와 심도있는 드럼라인 위로 전해지는 이들의 인간미는 나에게 있어 세상 어떤 것 보다도 거대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때쯤 박하재홍의 책을 통해 적극적으로 이 문화를 탐구하던 즈음, 또 하나의 중대한 변화가 찾아오게 된다.

쇼미더머니3가 힙합을 입문시켜준 트리거였다면, 쇼미더머니4는 적극적으로 언더그라운드를 탐구하게 한 계기였다. 나는 SNS와 인터넷 조사를 통해 피타입의 참전과 어이없는 탈락, 산이와 비프리간의 디스를 접하게 되었고, 그것이 나의 첫 언더그라운드였다. 피타입의 노래들을 처음 찾아 들었을때, 섬세히 짜인 라임의 융단 폭격에 정신을 못차렸던 것이 지금도 생생하다. 돌이켜보면, 이때의 경험이 필자가 꽤나 지독한 상고취미를 가지게 한 계기일지도 모르겠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유튜브를 달고 살며 나의 탐구는 더더욱 심화되어 갔다. 산이의 디스곡을 통해 알게 된 "Hot Summer"를 듣고 감탄하며 하이라이트 레코즈의 음악에 빠져들었고, 이를 시작으로 차츰 디깅의 영역을 넓혔다. 특히 이 과정에서 나무위키의 영향이 지대했는데, 링크들의 연쇄를 통한 디깅을 통해 나는 <양화>와 딥플로우를 알게 되었고, 이센스를 알게 됐으며, 한국의 크루와 레이블들에 대한 정보를 스펀지처럼 흡수하였다. 이때쯤 되자 처음으로 유튜브를 통해 앨범들 돌리게 되었다. 사실, 그때 내가 왜 앨범으로 돌린다는 선택지를 고른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모아놨으니 의미가 있겠거니 싶어서였을 수도 있겠다.

처음으로 돌린 녀석은 빈지노의 <2 4 : 2 6>이었다. 그 세련된 스탠더드함과, 그 사이사이 가사들의 기발함은 내게 있어 상당히 흥미로운 것이었지만, 나에게 앨범을 돌리는 의미를 알려준 것은 사실 타블로의 <열꽃>이었다. 한 인간이 가장 감정적으로 괴로웠던 순간의 이야기들을 긁어모은 다음, 자신이 쓸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언어로 희망까지 흘러가는 일련의 과정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물론 그 사이에도 디깅은 계속되었다. 물론 상대적으로 메인스트림에 가까웠던 아메바 컬쳐와 AOMG, 그리고 비비드(VV:D) 크루의 음악이 주였지만, 비프리와 피타입을 입구 삼아 들어왔던 언더그라운드를 놀이공원 돌아다니듯 했던 기억이 새록하다.

그때 즈음 외국 힙합과 힙합엘이를 알게 되었다. 김봉현 작가의 책으로 처음 드레이크를 접한 뒤, 나무위키를 통해 켄드릭 라마를 알게 되었고, 그렇게 흘러가다보니 힙합엘이까지 흘러들어왔다. 피처와 자막 영상들을 보며 적극적으로 탐구하다가 어느새 회원가입까지 하고 국내 게시판에 죽치고 앉아있기까지는 얼마걸리지 않았다. 그곳에서의 교류를 통해 상식들을 흡수하고, 이를 디딤돌 삼아 대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는 동아리에서 적극적으로 음악에 대한 이야기들을 주고 받았다.

그때쯤 리뷰를 써보는게 어떠냐는 동아리 선배의 제안을 받았다. 그렇지 않아도 글쓰기에 차츰 자신이 붙어가던 터라 나의 행동은 빨랐다. 곧장 안쓰던 내 블로그를 리뷰용 블로그로 탈바꿈시켰고, 그야말로 미친듯이 리뷰들을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2021년 10월 1일 피타입의 <The Vintage>를 리뷰한 것을 시작으로 1년 10개월 정도되는 시간동안 160여개나되는 리뷰들이 쌓였고, 이를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알리려고 시도한 이후에는 플레이어들의 샤웃아웃도 여럿 있었다. 특히 JJK에게 내 리뷰의 오류를 지적받고 리뷰를 수정한적, 내 리뷰 홍보를 비프리가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홍보한 적, 비와이에게 고맙다는 디엠을 받은 기억이 내에는 커다란 감사함으로 남았다.

새로운 기회도 찾아왔다. 힙합엘이 모 회원이 힙합 매거진 창간 계획을 알렸을 때 나는 곧바로 인원 모집에 지원했다. 기사 시험을 떨어지고 방황하던 터라 기회 하나하나가 절실하던 때였다. 그런데 막상 지원하고 나니 그들이 먼저 나를 섭외하려고 했던 사실이 생각외로 충격이었다. 사실 내 리뷰를 힙합엘이와 블로그 양쪽에 올라며 내 리뷰에 대한 좋은 반응을 여럿 받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딱히 남들보다 특출나게 리뷰를 잘한다는 생각은 없었다. 어디까지나 나는 음악 관련 전공자도 아닌 그저 어느 장르에 대한 딜레당트에 가까운 입장이었으니까. 그랬던 만큼,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팀으로 움직인지가 어느 새 몇달이 되어간다.

생각해보면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50년 전, 뉴욕의 어느 클럽의 파티 튠으로 시작하여 욕망을 노래하던 어느 문화가, 몇십년 뒤 이역만리 떨어진 제주도 변방의 어느 소년의 무의식을 이리도 잠식하다니 말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약간의 좌절들도 있었다. 잠깐 래퍼를 꿈꿨던 떄도 있었지만, 나의 발음 체계는 가사를 효괴적으로 전달하기에는 너무도 열악한 것이었고, 그렇다고 50센트 같은 찰진 박자감과 그루브도 없던데다, 무엇보다도 목소리가 내가 들어도 화기 치미는 수준이었다. 그렇게 음악에 대한 길을 고민하며 내 리뷰가 자리를 잡아가던 찰나, 피타입의 인터뷰가 나에게 있어 큰 울림이 되었다. '힙합은 하는 것이 아니라 사는 것이다. 순대를 팔아도 힙합이 될 수 있다'는 말에 나는 깔끔히 내 재능이 뒷받침하지 못하는 부분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힙합적으로 살고 있는 걸까? 사실 잘 모르겠다. 나는 자수성가와도, 허슬로 대표되는 노력과도 거리가 먼 인물이고, 딱히 자랑할 만한 성과도 많지는 않은데다 눈치도 은근히 심하게 보는 편이다. 결국에는 나의 부족함이 겠거니 생각하고 더더욱 정진하는 수 밖에 없겠다.

어쨌거나 나는 이 지면을 빌어 지천명을 넘긴 문화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고자 한다. 이 문화가 변방의 어느 쭈구리에게 꿈과 열망을 심어 줬고, 그것에 대한 감사를 2년 가까이 리뷰로서 갚가고 있지만, 평생을 가도 다 갚기는 어려울 것 같다. 나에게 당당함과 용기를 표현하는 법을 알려 줘서, 내가 새로운 꿈으로 나아가게 해줘서, 고맙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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