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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하이 정규 9집-WE'VE DONE SOMETHING WONDERFUL

title: Kanye West (Vultures)Alonso20002023.03.19 23:33조회 수 431추천수 4댓글 0

https://blog.naver.com/alonso2000/223049505235

 

 

 

 

타블로 학력위조 누명 사건, 이른바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사건은 타블로 개인뿐만 아니라 에픽하이의 활동에도 상당한 지장을 주었다. 당시 투컷의 병역 문제로 에픽하이의 활동이 중단된 와중에 일이 터진 데다, 당시 에픽하이의 전 소속사는 위기에 몰렸던 이들을 제대로 케어해 주지도 않았다. 다행히도 YG 엔터테인먼트가 구원투수로 나서(타블로의 부인인 강혜정 배우의 소속사가 YG였고 이를 통해 연결이 되었다.) 타블로의 솔로작인 '열꽃'(2011)은 무사히 세상에 나오게 되었고, 이후 에픽하이의 모든 멤버들이 YG와 계약하며 이들은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이후 이들의 결과물에 대해서는 약간씩의 아쉬움이 없지 않았다. '99'(2012)는 YG 엔터테인먼트의 테이스트가 너무 짙어 극단적으로 호불호가 갈렸고, '신발장'(2014)은 다시 에픽하이 특유의 서정성과 재기 발랄함을 되찾았지만 당시 미쓰라진의 슬럼프로 인하여 멤버 간의 균형에 아쉬움이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WE'VE DONE SOMETHING WONDERFUL'은 YG 시절의 에픽하이의 결과물 중에서 가장 균형 잡히고 완전한 형태를 갖춘 앨범이라 할 수 있다.

이 앨범으로 접어들며 차츰 투컷과 타블로의 프로듀싱적인 경계선이 옅어지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타블로가 앨범의 서정적이고 장르-리스한 부분을, 투컷이 보다 정석적이고 장르적인 부분을 맡았다면, 이번에는 서정적인 러브 송 넘버인 '연애소설'의 편곡을 투컷이 주도하고, 앨범에서 가장 장르적인 넘버들인 '노땡큐'와 'BLEED'를 타블로와 투컷이 공동 프로듀싱 하는 등 이들의 음악이 하나로 융합되어가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이러한 경향을 기반으로 기본적으로는 에픽하이 특유의 미니멀함과 서정성을 전반적으로 유지하되, 정석('BLEED')과 변칙, 변주('노땡큐')를 오가는 붐뱁, 장엄함('난 사람이 제일 무서워')과 아련함('문배동 단골집')을 끌어안는 칩멍크 소울, 감성적인 재즈('빈차', '상실의 순기능'), 음울한 얼터너티브 알앤비('HERE COME DOWN REGRETS') 등 블랙 뮤직의 다양한 부분을 끌어들이고, 한편으로는 닥스킴을 기용하여 극적인 모던 록('개화(開花)')을 구현하거나, 칵스( The Koxx)의 신시사이저 세션인 숀(Shaun)을 통해 은은하고 전자적인 결을 더하는 등('문배동 단골집') 에픽하이 특유의 장르 융합도 상당히 성공적으로 돌아간다. 비록 타이틀곡인 '연애소설'의 편습적이고 통속적인 부분이나, 초반부의 조금은 난잡하기까지 한 백화점식 구성에 아쉬움이 없지는 않지만, 이러한 다양성이 앨범의 후반부에서 일관적인 서정과 감성, 미니멀한 따듯함으로 갈무리되는 것은 이들이 10년 넘게 쌓아온 음악적 크레딧이 허언이 아니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특히 인터루드로 과거를 반추하다 우정과 추억('어른 즈음에') - 자신을 따라오려는 이들을 위한 진심 어린 충고와 염원('개화(開花)') - 세월의 흐름과 변화에 대한 회고('문배동 단골집')으로 이어지는 최후반부의 구성은 단연 에픽하이라는 그룹이 지닌 장점인 시적 언어와 음악적 다양성, 그리고 이 둘에 기초한 견고함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에픽하이는 이 앨범에서 YG의 아티스트들과 가장 자연스러운 호흡을 이루어 냈다. 스윙에 가까운 '상실의 순기능'에 녹아드는 이수현의 맑으면서도 서글픈 보컬이라거나, 보다 유연해진 랩으로 붐뱁 비트를 다루는 송민호의 벌스가 좋은 예시다. 이 중에서도 이미 '99'에서 합을 맞춰봤던 이하이는 'HERE COME DOWN REGRETS'의 극적이면서도 음산한 프로덕션에 꼭 맞는 소울풀하면서도 바디감있는 보컬로 곡의 맛을 완벽하게 살려내었다. 타블로가 설립한 YG 산하 레이블인 하이그라운드(HIGHGRND)를 통하여 얻은 인연인 오혁도 특유의 러프한 보컬로 '빈차'가 요구하는 위로와 쓸쓸함을 성공적으로 증폭시킨다. 물론 YG 사단의 경계 밖에서 끌어들인 이들도 앨범에서 준수하게 활약한다. 가령 자신의 커리어에서 가장 타이트한 벌스를 남기고 간 사이먼 도미닉이라거나, 언제나처럼 에픽하이, 그리고 타블로와 가장 잘 어울리는 처절한 보컬을 토해내는 김종완의 퍼포먼스는 단연 이 앨범의 수많은 게스트 중에서도 가히 백미라 할만하다. 프로덕션 이외에도 협업을 통해 장르적인 깊이와 장르를 벗어나는 넓이를 두루 만족시키던 에픽하이의 영리함은 이 앨범에서도 훌륭히 작동한다.

타블로는 스티브 잡스의 묘비명에서 따온 이 앨범의 제목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그 제목은 우리가 최선을 다했고, 우리가 이 앨범을 만들고 하루하루 잠들면서 뭔가 아름답고 놀라운 일을 함께 했다,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는 의미로 한 것이다." 사실 이 앨범에 이르는 커리어는 누군가에게는 청춘이요 누군가에게는 추억이었을 것이다. 14년이라는 시간의 무게는 그만큼 무겁다. 그런데 이 제목의 주어를 에픽하이의 세 멤버는 물론 이 앨범을 듣는 이들까지 포용하는 개념으로 해석했던 투컷의 견해를 반영하자면, 이 앨범은 너, 나, 우리가 해냈던 아름다운 모든 것에 대한 회고와 예찬의 의미를 지닌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을 믿지 못하고('난 사람이 제일 무서워'), 청춘이라 방황하고('빈차'), 시간의 흐름에 노쇠해지고 지치더라도('BLEED'), 우리를 기억해 주는 이들이 있기에('문배동 단골집'), 우리를 이끌어주고 우리를 위해 염원해 주는 선배가 있기에('개화(開花)'), 우리의 삶을 같이 걸어가는 벗이 있기에('어른 즈음에'), 그리고 우리 자신이 마음에 품은 녹슬지 않은 패기가 있기에('노땡큐'), 에픽하이는, 그리고 우리는 다시 일어서 아름다운 것들을 그려나갈 수 있다. 어쩌면 이 앨범의 제목이 현재완료형으로 쓰인 것은 우리가 그동안 아름다운 것을 그려왔듯,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그럴 수 있다는 희망의 의미가 아닐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한다.

Best Track: 빈차 (Feat. 오혁), BLEED, 개화(開花) (Feat. 김종완 of 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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