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내가 좋아하는 힙합이라는 건 그 장르 안에서도 정말 작고 작은 파이들 중 한 부분일 뿐이겠구나. 꼭 요즘과 옛날이 아니더라도 편을 가를 수 있는 요소는 많죠. 붐뱁 트랩, 하이톤 로우톤, 오버 언더. 나처럼 힙합을 좋아한다는 다른 누군가와 비교해도 겹치는 부분이 그렇게 많지 않을 수 있겠구나.
제가 좋아하는 음악들도 언젠가는 구식이나 클래식이라는 평을 받게 될 때가 오겠죠? 그럼 나는 과연 그 시기에 새로이 나오는 힙합 음악들을 좋아할 수 있을까? 저는 당장만 생각해도 아닐 것 같았어요. 최근 신인이라고 떠오르는 인물들 중 인상 깊게 남은 게 권기백과 김상민(김감전)인데, 앞으로의 힙합이 이런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난 수용하지 못하고 지금의 시기에 갇히겠구나 싶었어요.
물론 이게 틀린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무조건 최신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 생각은 아예 잘못됐다고 여기거든요. 하지만 내가 힙합이란 장르 중 정말 작고 작은 그 하나의 부분에 빠졌다 해도, 내가 손을 조금만 더 뻗어서 다른 느낌의 곡들도 접해볼만한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었던 거죠.
잠깐 다른 얘기를 하자면 저는 90년대 골든 에라의 붐뱁 스타일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유명한 곡들을 들어봤는데 정말 랩을 잘하는 구나... 싶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래퍼들이 이런 90년대의 랩을 사랑하고 추천하는 걸 보다 보면, 이 사람은 여기서 어떤 부분을 배웠길래 지금 이렇게 내 취향에 맞는 음악을 하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덕분에 영상을 생각하며 다시 곡을 들어보면 전보다 더 좋은 느낌을 받고 생각이 바뀌기도 했어요.
그럼 앞에서 말한 권기백과 김상민도 분명히 먼저 만들어진 무언가를 듣고 느낀 것을 대입하고 응용해서 자신의 창작물들을 내놓았을텐데, 이 부분들을 찾아본다면 조금은 다르게 들리지 않을까? 당장은 어렵더라도 언젠가 좋게 들리는 때가 오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했어요.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저는 무조건 최신 음악을 받아들이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입장이 아니에요. 취향에 맞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거죠. 듣지 않으면 돼요. 하지만 내가 노력하지 않아서 훗날 좋게 들을지도 모르는 앨범을 놓치게 된다면 그건 정말 안타까울 것 같거든요. 당장 저도 새로운 시도를 통해서 좋은 기억을 남기거나 인식을 바꾼 경우가 많아요. 쇼미더머니 속 리액션 담당 타이틀로만 접했던 이수린의 드럭온라인을 들어보고, 그저 방탄소년단과의 이슈로 이름만 알았던 비프리의 프리더비스트를 들어보고, 250의 뽕을 들어보며 기존에 가지고 있던 뽕 음악에 대한 인식도 조금 변하고.
내 취향이 아닌 음악을 들어보는 것도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다시금 느끼게 되었어요. 제 취향이 아니라고 여겼던 노래들 중 지금 생각난 건 J-POP 장르의 음악들인데, 이번 기회로 한 번 J-POP에 대해서도 공부해보고 여러 곡들을 들어볼 생각이에요.
참고로 이 데이토나 창립썰을 푸는 영상을 통해서 염따의 모습도 재발견할 수 있었어요. 그저 미디어에서 소모되는 우스운 이미지가 아닌, 이 씬의 플레이어나 데이토나 레코즈를 운영하는 사업자로서 염따가 얼마나 많이 공부하고 노력했는지를 느낄 수 있었어요. 염따에게 예상치도 못한 고마운 마음을 느끼고 갑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 음악 즐기는 건 진짜 운 좋은 취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다양한 장르의 매력들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네요
애초에 요즘 힙합 좋아하는 사람들은 엘이 많이 안하는것 같음
요즘 락만 들어서 죄송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저도 최근 익스페리멘탈 앨범들이 유행할 때 잘 맞지 않아서 이런 생각을 해본적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힙합이 아닐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혹은 좋아했던 시절에만 계속 머물러있어서 더 이상 힙합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날이 오지 않게 될까봐 두렵긴 합니다
저거도 맞긴한데 dt 리쌍 다듀 에픽하이만봐도 그냥 말이필요없는 레전드였기에 그때부터든 그이후든 임팩트만봤을때 예전을 회상할수밖에 없을듯 임팩트란 듣는방식에 따른게 아니고 멋이라는 기준에서 봤을때.
단순하게 저는 아무리 맛있어도 스테이크만 먹고 살 수는 없겠다는 느낌으로 생각했어요
자꾸 새로운 경험을 해보려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결론이었습니다
솔직히 지금도 제이팍 비프리 릴타치 블라세등등 멋있긴함 그때 감수성 최고높을때 멋있어랑
감수성 다떨어진후 느끼는 감정이 달라서
온도차가 생기는거같음 그래서 자꾸옛날것만 고집하는것도 그때 향수에 취해서 그런것같음
새로운 음식을 씹어 삼킬 송곳니가 빠져서 먹기 편한 과거의 것만을 찾게 되는 거라고 봅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이를 대조군 삼아 새로운 음식을 후려치는 경우가 보이는데 존나 없어 보이죠
인터뷰들보면 항상 염따는 음악만큼에서는 진심이라고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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