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 이태원에 몰린 인파로 인해 사람들이 깔려 숨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가 처음에 한 생각은 ‘안타깝다’ 였다. 그날밤 그 지역을 찾은 사람들의 생각은 제각각이었겠지만, 적어도 그런 죽음을 바라거나 예상하고 간 사람은 없었을 테니까. 단지 나로선, 그런 종류의 사고가 났다는 사실 자체는 놀랍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몇 년 전, 코로나가 터지기 전쯤에 친구를 보러 이태원에 가본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할로윈 무렵이었다. 그 좁아터진 길목길목에 할로윈마다 구름떼같은 인파가 몰려드는데, 이러다 언젠가 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위태로워보였던 기억이 있다. 애당초 나는 그렇게나 사람이 많은 장소를 좋아하지 않고, 웬만하면 피해다니려는 습성을 가진 사람이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이해가 안 된다. 왜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가면서, 그리도 혼잡한 곳에 스스로 발을 들이는지. 수백 수천 명의 사람들이 서로 뒤엉켜 짓눌리고 비명하던 그때. 나는 평소처럼 집에서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쩌면 인터넷을 자주하는 사람들 중에는 나같은 사람이 많아서, 철없는 젊은이들이 괜히 그런데 가서 얼마쯤 죽음을 자초한 것은 아닌지 의아한 이들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감정이야말로, 그 중에 타인에 대한 슬픔이야말로 우리가 진정 노력해야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자연스런 감정을 ‘노력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 되물을지 모르겠지만.
나 자신, 나와 관계된 이들, 혹은 나와 별 다를 바 없는 이들의 비극에 슬퍼하기란 참 쉬운 일이다. 그러나 타인들…… 내가 모르던 이들과, 관심도 없었던 이름들과, 나와 닮기는커녕 정반대의 면모를 가진 사람들의 슬픔을 이해하려면, 어쨌거나 노력하는 수밖에는 없다. 나와 다른 상황, 생각, 가치관, 그리고 그 당시의 절망과 처절함까지. 어쩌면 나나 내 주변인이 처했었을지 모를 그들의 입장을 애써 그려보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안 됐지만 마땅히 슬퍼해야할만큼 지독한 사건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적어도 나나 내 주변사람은 할로윈에 코스튬플레이를 하고 발딛을 곳도 없는 이태원에 가서 그런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맞이할 일이 없다고 생각해서, 소위 말해 그만큼의 인싸거나 인싸 문화를 즐기는 부류의 사람이 아니라서. 전혀 슬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것이 다소 이기적이라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아주 틀렸다거나 사악한 발상이라고 말할 순 없다.
하지만 한 번쯤 물어보고는 싶다. 그런 당신에게 ‘슬퍼해야 마땅할 죽음’이란 대체 어떤 것인지. 당신이 사적으로 아는 모든 사람인지. 절친한 친구와 이름 정도나 아는 사이인지. 좋아하는 연예인인지. 사랑하는 연인이나 가족인지. 혹은 그 누구도 아닌 당신 스스로 뿐인지…… 어쩌면 그런 당신도 당신의 죽음에 대해, 죽고 난 이후의 차례에 대해. 나의 장례식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와서 진심어린 눈물을 흘려줄지를, 살면서 한 번쯤 상상하거나 염려해본 적이 있진 않은지 말이다.
영국의 목사이자 시인이었던 존 던은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는지 / 알고자 사람을 보내지 말라’고 썼다. 종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우리들 자신을 위해 울리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충분하게 무거운 죽음도, 슬퍼하기엔 가벼운 죽음도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죽음이 인류의 죽음이자, 내 일부분의 죽음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어제만해도 안타까웠던 나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도 두렵고 슬프다. 악인의 교수형에조차 말못할 쓸쓸함을 느끼는 것이 인간이라면, 성인의 죽음 앞에서도 노력해 눈물흘리는 것이 사람이라면. 나 아닌 타인의 종소리에 무심해져가는 우리는 대체 어떤 마지막을 향해 가는가. 사람도 인간도 아닌, 그 누구도 관심두지 않는 소중하고 특별한 나 하나의 종소리라니…….
이묵돌 작가님의 글을 퍼왔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p/CkVdnBLBSpZ/?igshid=YmMyMTA2M2Y=
놀러 갔다 죽은게 그렇게 죽음의 무게를 가볍게 여기는 요소가 되야되는지 모르겠어요. 우리 모두 놀러갔다가 불의의 사고로 죽을 수도 있는데.. 기사들 보니까 죽은 피해자들 수험공부하고 취업준비하고 일하고 열심히 살던 어리고 젊은 친구들이더라구요. 그저 안타깝습니다.
공감합니다.
친구들끼리 바다를 놀러가도 사고로 목숨을 잃을수도 있는 것이죠.
"이태원" "할로윈" 이러한 명사들이 요즘 시대에는
무한한 쾌락을 좇는 젊은이들이 향유하는 문화와 그 근거지라는 이미지가 있어서
부정적인 여론이 더욱 재빠르게 나오는게 아닌가 싶네요.
놀러 갔다 죽은게 그렇게 죽음의 무게를 가볍게 여기는 요소가 되야되는지 모르겠어요. 우리 모두 놀러갔다가 불의의 사고로 죽을 수도 있는데.. 기사들 보니까 죽은 피해자들 수험공부하고 취업준비하고 일하고 열심히 살던 어리고 젊은 친구들이더라구요. 그저 안타깝습니다.
노는 게 못마땅하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습니다...
이거 볼때마다 의아했어요
놀러갔다가 사망한게 잘못인거마냥 얘기하던데
와닿는 글이네요...
공감합니다.
친구들끼리 바다를 놀러가도 사고로 목숨을 잃을수도 있는 것이죠.
"이태원" "할로윈" 이러한 명사들이 요즘 시대에는
무한한 쾌락을 좇는 젊은이들이 향유하는 문화와 그 근거지라는 이미지가 있어서
부정적인 여론이 더욱 재빠르게 나오는게 아닌가 싶네요.
노는게 나쁘다는 생각이 한국에 꽉막힌 특징인데 부숴버려야됨
아주 공감가는글이네요
이건 뭐 가서 논 사람들 인싸들 자기 잘못이라고 얘기하는 느낌이 좀 있네요
인간 공감능력의 한계라고봅니다
무면허 10대무리가 음주운전하다 사망했다는 소식에는
남한테 피해안주고 가서 다행이다라는 내용이 태반인게 현실이죠 최소한의 애도를 던지는이조차 찾기힘든게 사실입니다
당연히 이번참상과 비교할순없겠지만
어쨌든 이미 코시국에 그렇게 통제를 해도 기어이 밖에서 놀아야되는 사람들때문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쌓였던것도 사실이라서
무면허로 음주운전한 10대 무리는
큰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범죄로 자초한 사망이라서 그럴까요 당장 저 조차도 눈곱만큼의 안타까움도 없습니다
그저 축제를 즐기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나섰던 이태원 희생자들과는 다른 결인거 같습니다
물론 단순 비교하려고 적으신건 아니겠지만
타인의 생명에 위해를 가할 수도 있는
범죄행위하다가 죽은건
그냥 뒤진겁니다
어디서 존엄성을 찾아야 하나요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