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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리뷰) 리짓군즈 <family sitcom>을 들으면서 했던 생각들

HeonE2022.06.14 23:22조회 수 4546추천수 25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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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리짓군즈 = 아이돌

 

농담삼아서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지만, 저는 리짓군즈가 아이돌이 팬덤을 모음과 동시에 스스로를 브랜딩하는 과정과 무척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리짓군즈가 자신들을 브랜드화하는 지점이 그렇습니다. 앨범에 있어 리짓군즈는 항상 뚜렷한 컨셉을 잡아왔으며 음반 패키징, 커버 아트, 음악 모두 하나의 컨셉 하에 작용합니다. 또한 인터뷰 및 내일의 숙취와 콘텐츠에서 자신들의 개성을 보여주는 지점 역시도 그렇구요. 또한 리짓군즈의 멤버들은 각자 다른 개성을 한데 모아 앨범에서 그것을 통일성 아래 다양하게 표현해냅니다. 지금의 리짓군즈가 뚜렷한 팬덤을 자랑하는 것 역시 이러한 과정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2. 리짓군즈와 앨범

 

서론에서 다소 짜칠 수도 있는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리짓군즈의 이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리짓군즈의 이번 앨범은 지난 앨범들과는 방향성이 뚜렷하게 다릅니다. 지난 리짓군즈의 앨범들은 어떠한 뚜렷한 컨셉 아래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오는 형식이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Camp>에서는 여름철의 낭만,<ROCKSTAR GAMES>에서는 막나가는 (..) GTA를 그 컨셉으로 삼은 바 있습니다.

 

이번 앨범은 다릅니다. 컨셉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리짓군즈 본인들일 것입니다. 제 기억상에 리짓군즈가 본인들의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많이 풀어온 적은 없었습니다. 뱃사, 카키, 해파리 등 리짓군즈의 멤버 이름이 이렇게까지 많이 언급된 앨범은 처음일 것입니다. 즉 리짓군즈의 이번 앨범은 리짓군즈 본인들이 그 대상인 셈입니다.

 

이는 굉장히 효과적으로 기능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리짓군즈의 지난 시간들을 지켜봐왔습니다. 그 시간들을 거쳐 어떻게 지금에 왔는지 지켜봐왔습니다. 그렇게 오늘에 닿은 리짓군즈가 자신들의 지금을 적극적으로 풀어냄으로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번째로 컨셉에 대한 강박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컨셉은 앨범을 유기적이고 매력적으로 만들어주지만 그것이 오히려 아티스트를 묶는 족쇄가 되기도 합니다. 사담이지만 락스타게임즈 앨범은 그러한 과도기와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리짓군즈의 이번 앨범은 그러한 족쇄에서 벗어나 본인들을 직접 그 대상으로 둠으로서 무척이고 다양한 이야기를 도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유명한 말이 있지요.

 

두번째는 리스너들로 하여금 리짓군즈에 대한 애정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1번을 적은 셈입니다. 지난 시간들을 거쳐 다다른 현재는 그 서사를 담아내기만 하는 것으로도 지켜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사랑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작년 브레이브걸스가 역주행을 한 이유도 그들의 서사가 드디어 빛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바와 같이 리짓군즈는 변해온 시간 속 현재 자신들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꺼냄으로서 우리를 리짓군즈에게 더 다가가게 합니다. 

 

 

3. 리짓군즈의 '오늘'

 

 

교육학에는 '쿠레레'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는 지금 자기 자신을 인지하게 하는 방식 중 하나인데요, 설명하자면 과거와 미래를 교차하여 보면 현재 자기 자신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갑자기 교육학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바로 이 '쿠레레'가 리짓군즈의 이번 앨범과 무척 닮아있기 때문입니다.

 

리짓군즈는 이번 앨범에서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지난 이야기,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 그리고 지금에 대한 이야기를 꺼냅니다. 이 모든 이야기들은 리짓군즈에 대한 이야기로 귀결되고, 그 리짓군즈 본인들은 끊임없이 변해왔고 또 지금도 변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리짓군즈는 최근 몇년간 겪어온 변화 앞에서 어지러워했다는 추측을 해봅니다. 끊임없이 흔들리며 방황하는 시간 속 자신들을 어떻게든 붙잡고 또 잡아채고 싶었던 결과가 본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리짓군즈의 이번 앨범은 가장 어둡고 잔잔하며, 때로는 혼란스럽기도 한 바이브로 완성되었습니다. 이는 의도가 아닌 포착에 가까운 결과물입니다.

 

리짓군즈의 지난 날을 생각해봅니다. 어떤 아련한 여름날의 추억은 지나갔습니다. (위나나) 맥도날드 알바를 하면서 음악에 대한 꿈을 꾸던 시기도 지나갔습니다. (Young scooter) 끊임없이 변하는 시간 앞에서 잠시 도피해보지만 결국 현실로 돌아올 뿐입니다. (Credit roll) 

 

그렇게 돌아온 지금에는 어느덧 흘러온 시간 앞에서 변해버린 자신만이 있을 뿐입니다. 어떻게든 어제를 붙잡고자 노력하지만 이는 결코 성공할 수 없는 노력이며 오히려 오늘마저도 잃어버릴 것만 같습니다. 오늘도 어제가 되고, 내일은 오늘이 됩니다. 어제가 된 오늘과 내일이 된 오늘 사이 나 자신은 또 변합니다.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 앞에서 또 변할 오늘의 나를 담아낸 것이 리짓군즈의 본 앨범이고, 그래서 리짓군즈의 이번 앨범은 리짓군즈가 만들어낸 그 어떤 앨범 중에서도 가장 가치있는 앨범이라고 확신합니다. 

 

 

 

P.s. 아 맞다 음악 자체 이야기 좀 해야 하는데

 

뭐 리짓군즈가 그렇듯이 언제나 완성도가 훌륭한 트랙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그 중에서 본 앨범을 가장 잘 대표하는 트랙은 <하모니>, <플랫폼>, <not famous>, <돌아올거야>, <홈비디오>라고 생각합니다. 적고 보니 거의 반 이상이네요? 그만큼 이번 앨범이 좋다는겁니다. 

 

개인적으로는 <thursday brown>이 무척 좋았습니다. 주위 친구들 어느덧 취업준비다 직장이다 뭐다 해서 보기 힘들어죽겠는 와중에 잠깐 시간 내서 만난 어떤 밤이 떠올랐습니다. 예전에는 그냥 매일같이 피시방 가고 밤새 술마시고 그랬는데 말이에요. 흘러버린 시간 동안 우리 모두 변했지만 그래서 오늘이 더 소중합니다. 바보같이 웃을 수 있고, 또 지난 시간들을 떠올리며 농담할 수도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자주 못 만나지만 오히려 그래서 이 시간이 더 값집니다. 

 

그리고 리짓군즈 이번 앨범의 본질도 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신고
댓글 7
  • 6.14 23:55

    thursday brown 저도 이 노래 들으면서 "밤"이 떠올라서 공감이 가네요 ㅎ

  • 6.15 02:27

    공감가는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리짓군즈 진짜 방탄만큼 서사있고 진정성있고 낭만있고 희망도 있는 크루인데!!!!!! 방탄 개인 활동하는 지금!!! 미국 진출이 시급합니다

  • 6.15 06:53

    와 저도 제목 그대로 가족인 리짓군즈 이야기를 이렇게 많이, 직접적으로 다룬 적이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들었는데 감상이 많이 비슷해서 놀랐네요ㄷㄷㄷ

     

     

    어 갑자기 비온다 우산 없는데....? 시험보러 가야하는데...?

  • 6.15 13:53
    @claud8

    이번 주 내내 비 소식이 있으니 앞으로도 주의하셔유

  • 6.15 09:03

    스월비 인터뷰 중, 래퍼가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걸 '치트키'라고 언급한 부분이 있습니다.

    저도 앨범 처음 돌리면서 리짓군즈는 참 적절한 타이밍에 치트키를 사용한 거라고 느꼈습니다.

    앞으로의 음악도 기대 안 할 수가 없네요.

  • 6.15 15:31
    @루플리스

    레디 디스ㄷㄷ

  • 6.15 20:47

    저거 앨범커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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