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하이라이트 레코즈.
여러분께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한 것 같지만, 10년 동안 애정을 놓지 않았던 팬입니다.
힙합LE에 가입하고 처음으로 글을 써 봐요.
저는 지역을 가리지 않고 모든 공연을 쫓아다니지도 않았고,
모든 앨범과 굿즈를 빠짐 없이 사는 그런 열성팬은 아니었어요.
그저 20대 때 몇몇 공연과 파티를 참석했던, 몇몇 굿즈를 사고 좋아했던,
새 음악이 발매되면 기쁜 마음으로 찾아 들었던 숱한 팬들 중 하나입니다.
오늘 퇴근하던 길에 팔로알토님의 인스타 포스팅을 봤어요. 중대 발표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솔직히 단박에 느낌이 왔어요. 이건 해체 소식일 확률이 높다, 하고요.
누군가를 오랜 시간을 지켜보다 보면 무슨 말을 할지 알겠다 싶은 그런 예감 있잖아요.
안 좋은 쪽의 예감은 언제나 빗나가지 않아요. 얄밉게도 정확하죠.
그런데 감정이 절제된 그 발표를 듣고 나서는, 과연 이게 '안 좋은 소식'이었나 싶어요.
안 좋다고 표현하기엔 12년 동안 너무 좋고, 너무 멋진 기억과 음악들이 남았으니까요.
20대 때는 무언가가 끝난다는 게 마냥 무서웠는데, 30대가 된 지금은 끝이 꼭 끝은 아님을 느낍니다.
마침표를 찍더라도 그 뒤에 새로운 문장이 이어질 수 있고, 새로운 문장 역시 과거와 교감하고 있다는 것을 배우고 있거든요.
저는 드렁큰타이거로 힙합을 알게 되었고, 하이라이트 레코즈를 통해 남들에게 '나 힙합 좋아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어요.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고 있는 지금, 하이라이트 레코즈의 음악이 내 삶을 바꿨다고까지 말할 수는 없지만, 분명 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주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요.
많은 기억들이 떠오르지만, 몇 가지만 적어 볼게요.
HI-LIFE 컴필레이션 앨범을 발매하고, 홍대 롤링홀에서 열렸던 2013년의 썸머 투어가 가장 먼저 떠올라요.
제게 하이라이트가 청춘일 수 있었던 것은, 대학 친구들의 영향도 커요. 우리는 모두 힙합을 좋아했고, 하이라이트 레코즈를 좋아했어요.
2012년 말과 2013년 초에 전역한 우리에겐, 2013년 여름의 홍대는 정말이지 뜨겁고 에너지가 넘치는 공간이었어요. 저는 하이라이트 반팔 티셔츠에 뉴에라 모자를 걸치고 친구들과 함께 롤링홀을 찾았습니다.
맨 앞 줄은 아니었고, 중간쯤에 위치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하지만 아무런 상관도 없었죠.
그날 공연장에 퍼진 노래는 모두 우리가 아는 노래뿐이었고, 공연 끝에 땀 범벅이 되었을 때는 희열까지 느꼈어요.
그리고 2015년, 우리가 다니는 대학교 축제에 하이라이트 레코즈가 찾아왔어요.
저와 친구들은 믿을 수 없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 힙합팬을 제외하면 하이라이트 레코즈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어요. 알더라도 노래 몇 개만 알 뿐이었죠.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지만, 그 당시에 우리는 그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겼던 것 같아요.
광장을 채운 사람들을 보며, 여기서 하이라이트 레코즈의 진짜 팬은 우리 뿐이라고 생각했죠.
우리는 굳이 인파를 뚫고 앞자리로 갈 필요도 없었어요. 오히려 공간이 넓은 맨 뒤를 택했습니다.
거기서도 우리는 모든 멤버를 알아볼 수 있었고, 다른 이들이 손만 뻗고 있을 때 벌스까지 더블링 칠 수 있었거든요.
방방 뛰었어요. 고래고래 가사를 따라 외치며 방방 뛰었어요.
그래 봤자 지면에서 50cm나 떨어졌을라나 모르겠지만, 하늘을 나는 것과 다름 없었어요.
우리는 하이라이트 레코즈의 음악이나 뮤직 비디오가 발매된 날, 강의가 끝나고 전산실에 모여 같이 음악을 즐겼어요.
최고였고, 최고였어요. 음악이 주는 즐거움을 가장 충만하게 느꼈던 게 바로 그 시절입니다.
어느덧 하이라이트가 12년차를 맞이한 것처럼, 저와 제 친구들은 30대가 되었습니다.
여전히 힙합을 좋아하고, 힙합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눠요.
이어폰을 넘어 진실로 우리 삶에 박혀 있던 하이라이트 레코즈를 대하는 마음과는 다를 수밖에 없지만요.
하지만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팔로 형과 헉피 형(여전히 형이라 부를 수 있는 나이인 것이 참 좋습니다)의 모습처럼, 아쉬움보다는 감사함을 간직하고자 합니다.
하이라이트 덕분에 20대가 더 즐거울 수 있었어요.
하이라이트는 제게 물질적인 유산이 아니고 정신적인 가치입니다.
정신적인 가치는 시작과 끝이라는 시간의 굴레에 얽매이지 않고, 존재했다는 사실 자체로 영원하리라 믿습니다.
고맙습니다. 많이 고맙습니다.




아 물론 지금도 청춘이고, 앞으로도 힙합 열심히 들을 겁니다.
전 하이라이트 레코즈 소속 아티스트들의 멋진 음악을 기대합니다!
사랑이 느껴지는 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가슴 안에 사랑만!
아 힙합이네!
아 감사합니다!
저도 돌아보면 하이라이트 덕분에 행복했던 기억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저도 비슷하게나마 정신적 가치를 함께 향유한 사람으로서 감히 감사인사에 한 숟가락 올려봅니다.
같은 행복을 느꼈던 분의 댓글이라 더 반갑네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시고 비슷한 감정을 느끼신 분이 계셨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좋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거 힙합이네요
감사합니다 ㅎㅎ
🤟🤟
추천 하려고 로그인합니다. 따뜻하네요
저같은 경우도 상당히 갑작스러운 해체 소식이었음에도
막상 들으니까 의외로 엄청나게 슬픈 느낌은 들지 않더라고요
왜 그런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암튼 뭔가 기분 좋은(?) 작별은 맞는거같아요....ㅋㅋㅋ
진심을 너무 유려하게 잘 풀어내시네요..기분이 몽글해졌어요 멋진글 감사해요
2012~2013 때 하이라이트 트랩 가져왔고 edm에 밀리던 힙합 클럽 다시 부흥하던 시기고 그래서 하이라이트도 공연 많이 하고 하이라이트가 국힙 먹었던 시기인데 그때 클럽에서 열정, 환호성, 스피커 소리 회상만 하던 흥분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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