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피지컬 나온다고 해서 허겁지겁 들어봤습니다.
쿤디판다의 작품은 가로사옥하고 균 들어봤는데 다 좋아서 기대하고 들어봤는데 그 이상이더군요 ㄷㄷㄷ
랩 디자인이야 말할 것도 없고, 무엇보다 김라마 이 양반한테 깜짝 놀랐습니다.
어디서 이런 사람이 튀어나왔나... 하고 말이죠... 음색도 미쳤는데 작곡도 했다니 여러모로 대단한 분이네요.
들어가기에 앞서 송정맨션에서 느낀 건 사운드가 상당히 독특했습니다.
이제까지 들었던 앨범중에서 소리가 제일 기괴하더군요(이건 제가 앨범 몇 개 안들어본 힙알못이라 그럴 수도 있읍니다. 반박시 님말이 다 맞아용.)
일단 저한테는 극호였는데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정말 좋은 앨범이니 안들어본 사람은 한번쯤 들어보면 매우 좋은 경험이 될겁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리뷰시작합니다!
서사
송정맨션의 서사는 꽤나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갑자기 주인공이 바뀌거나 하고 시점이 바뀌기도 하고 앞 트랙과 이어지는 게 맞나? 하는 의구심이 많이 드는 작품이죠.
저도 역시 해석글을 보면서 곡을 들었는데 서사가 좀 난해하긴 합니다.
여기서 제가 생각한 서사의 이해를 도와줄 작품 하나를 보여드릴게요.
김인숙 작가의 토요일 밤이라는 작품입니다.
사람들은 한 채의 아파트 안에 다들 똑같은 크기의 방에 살고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다들 다른 일을 겪고있죠.
(출처 노트폴리오 매거진)
애인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방, 목을 매단 방, 사람을 죽인 방... 등등
다 같은 공간에 살고 있지만 그들이 겪는 일은 다양합니다.
저는 이 작품을 음악으로 만든게 송정맨션이라고 생각합니다.
1번 트랙은 복도의 연인.
2번 트랙은 복도의 연인 근처에 살고 층간소음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
3번 트랙은 복도의 연인이라고 볼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층에서 파워 ㅅㅅ를 하는 사람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5번 트랙 수호천사는 송정맨션에서 사는 여자를 스토킹하는 사람 등.
이렇게 보면 트랙이 이어진다기 보다는 '송정맨션'이라는 공통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람들의 군상극을 나타내는 앨범이라고 생각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제 해석이 틀릴 수도 있죠. 각자의 트랙이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앨범일 수도 있구요.
다만 이렇게 생각할 여지를 남겨놓은 것은 앨범의 구성이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7번트랙 빚에서는 가족이 된 두 남녀가 돈 때문에 관계가 갈라지고 있습니다.
근데 8번트랙 패밀리룸에서는 가족에게서 사랑을 받지 못한 비행 청소년의 얘기가 그려지고 있죠.
9번트랙 모험에서는 빚더미에 빠진 화자가 지쳐서 자살을 합니다.
제가 이걸 듣고 생각난 건 각 트랙의 화자가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굳이 가정을 해보자면,
빚- 송정맨션 반지하에서 살고 있으며 돈 때문에 고생하는 두 부부
패밀리룸- 송정맨션에서 살고 있는 어느 한 가족의 아이.
모험- 송정맨션에서 살고 있으며 아버지 때문에 빚더미에 쌓여 고생하는 청년.
이렇게 해석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리
제가 생각한 송정맨션의 서사는 같은 공간에서 일어나는 각기 다른 사람들의 삶
이라고 여겨집니다만 당연히 틀릴 수도 있습니다.
저는 반박시 여러분들의 말이 다 맞다고 느껴질 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해석할 길이 많은 작품이니까요.
쿤디판다가 송정맨션에서 보여주고 싶은 건 '결핍' 이라고 생각합니다.
송정맨션에서 사는 사람들의 관계들은 어딘가 일그러져 있고 뒤틀려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다양하지만 대부분은 돈(저택)의 결핍이 원인이죠.
미시적으로 보면 그렇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송정맨션은 사랑이나 애정이 결핍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돈과 사랑이 비례하는, 상당히 씁쓸한 공간입니다.
그 특유의 불편함을 쿤디의 랩과 김라마의 작곡이 아주 기가막히게 어우러지는 명반이라고 생각합니다.
꼭 한번 들어보세용.
++
트랙 중에는 부동산이 제일 인상 깊었습니다.
가사를 정말 잘 만드셨더군요.
그래서 이것만 좀더 디테일하게 분석해보려 합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밤부터 새벽까지
새벽부터 이른 아침 널 지켜주는
파출소가 가까워 CCTV는 필요 없어
안전하고 값싼 곳 굳이 발 아프게 멀리 갈 것 없어요
부동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송정맨션을 홍보하는 문구로 시작합니다.
파출소가 가까워서 CCTV는 필요없다지만 수호천사에서는 스토커에게 손쉽게 보안이 뚫립니다.
도입부부터 모순을 보여주며 참신하게 스타트를 끊습니다.
보름달이 뜬 어느 날 밤
반달처럼 부른 당신과
가로등 아래 입 맞출 때
하늘에서 들려오는 말
여러 해석에서도 나왔지만 '반달처럼 부른 당신'은 임신한 여성을 뜻하고 있습니다.
두 남녀는 가로등 아래 길에서 키스를 하고 있죠. 그때 말이 들려옵니다.
집중 단속 구역입니다 이곳에 버리지 마세요
과태료가 부과되오니 무단 투기하지 맙시다
집중 단속 구역입니다 이곳에 버리지 마세요
과태료가 부과되오니 무단 투기하지 맙시다
가스펠 같은 신성한 사운드로 들려오고 있죠.
하늘에서 들려온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기계에서 들려오는 음성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 분리수거장 앞에는 감시카메라 기계가 있고 가까이 지나가면 여성 목소리로 과태료 부과 지역이니 무단 투기하지 말라는 음성이 나오거든요. (우리 집 근처는 이렇습니다.)
현실인지 환상인지 구분이 잘 안가는 모호한 상황에서 무단투기는 말 그대로 그냥 쓰레기로 해석되지만
임신한 여성을 생각하면 낙태 or 아이 유기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여러모로 디자인이 훌륭한 트랙입니다.
오늘 피지컬 못구하면 울거야 진짜.
+++
잘 봤다는 제작자의 칭찬
100년 뒤에 문학 작품으로 교과서로 나오면 이제 그 때 학생들 큰일나는 앨범
소릴 죽이든지 개를 죽이든지 해~
음악으로 듣는 이토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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