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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힙합에 있어 2004년은 실로 기념비적인 해다. 한국식 붐뱁의 효시라 평가받는 'Undisputed'(2004)와 'Garion'(2004), 한국어 라임을 정립하는데 일조한 'Heavy Bass'(2004), 훵키한 리듬으로 대중성과 퀄리티 모두 높은 수준으로 달성한 'Taxi Driver'(2004) 등 이후의 아티스트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준 불후의 명작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 수많은 명작들 중에서 특히 이 앨범에 주목해야하는 이유는 첫째, 본작이 2004년에 나온 힙합 앨범 중 가장 넓은 장르를 망라한 앨범 중 하나이기 때문이고, 둘째, 본작에 2000년대 한국 힙합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위치해 있던 크루 무브먼트의 역량이 한데 집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바비 킴의 곡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타이거JK, 윤미래, 길, 다이나믹 듀오 등 무브먼트 핵심 멤버들의 트랙이 하나씩 들어가 있다. 전체적으로 알앤비를 기반으로 하되, 'Poor Boy Rhapsody'는 훵크의 느낌이 짙고, 단체곡 'I'm Still Here (Feat. Movement)'는 완연한 힙합곡, '고래의 꿈 (Falling In Love Again) (Feat. 김영근)'이나 '한잔 더 (Feat. Juvie Train)'같은 레게-라틴 풍 트랙에 밴드 아소토 유니온이 동원된 네오 소울 넘버 'Beautiful Life (Feat. Asoto Union)'도 있고, 심지어 마지막 트랙인 'Let Me Say Goodbye'는 아예 발라드다. 이 수많은 장르가 아날로그스러운 편곡으로 묶여 일정한 결을 유지하고 있는데, 바비 킴의 송라이터, 그리고 앨범 총괄 프로듀서로서의 역량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앨범 곳곳에 숨어있는 무브먼트 크루 멤버들도 듣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I'm Still Here (Feat. Movement)'에 드러나는 각 멤버들의 개성들, 'Running Man (Feat. Sean 2 Slow)'에서의 션이슬로우의 유려함, '한잔 더 (Feat. Juvie Train)'에서의 주비 트레인의 걸걸함과 호탕함, 세 트랙이나 참여한 윤미래의 다재다능함까지, 무브먼트 멤버들의 역량이 합쳐져 '하나의 크루'라는 느낌이 진하게 풍긴다. 개리와 타블로의 작사 참여로 극대화된 앨범의 서정성은 덤이다. 더불어, 바비 킴의 부친이자 MBC 관현악단 출신의 트럼페터 김영근의 참여로 보다 감동적인 곡으로 완성된 '고래의 꿈 (Falling In Love Again) (Feat. 김영근)'은 가히 이 앨범의 절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이 앨범을 내기 전에도 바비 킴은 각종 피처링을 통해 (윤미래, 브로스, 터보...etc.) 잔뼈가 굵을 대로 굵은 아티스트였다. 본작에서 보여준 드넓은 스펙트럼의 밑에는 시쳇말로 소위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셈이다. 이 경험으로 쌓인 퍼포먼스적 능력이 본작을 기점으로 만개하기 시작한다. 특유의 비단결 같은 음색과 더불어 탁월한 박자감과 그루브 형성 능력은 모 평론가의 말 대로 '음표를 타고 오선지 위를 나는 듯한' 느낌이 저절로 든다. 이 보컬에 기반한 멜로디컬한 랩도 아주 수준이 높다. 1994년도에 데뷔했을 당시의 현란함 대신 여유와 유연함을 택한 '선택과 집중'이 주효했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수상 실적이 전부는 아니지만, 수많은 명반들의 각축전 가운데 본 앨범이 한국대중음악상 2005 최우수 힙합-음반을 수상한 것은 넓은 범위를 포괄하는 바비 킴의 스펙트럼과 함께, 자신의 음악적 지향점이 대중성과 맞물려 대중들에게 설득력을 줬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 앨범을 기점으로 바비 킴은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알앤비 보컬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되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흥행세를 이어가며 꾸준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때로는 변화가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음을 이 앨범을 통해 다시 한번 느낀다. 물론, 방향이 변했다 해도 자신의 기본, 기반만은 항상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어야 한다. 알앤비로 넘어왔어도 힙합의 영역에도 발을 걸치고 있는 이 클래식처럼 말이다.
Best Track: 고래의 꿈 (Falling In Love Again) (Feat. 김영근). I'm Still Here (Feat. Movement), Beautiful Life (Feat. Asoto Union)
혼란 속의 정성글 추
이 앨범 무브먼트 단체곡 되게 멋있었죠
마지막에 길 웃겼음요 ㅋㅋㅋ
'끝났는데요?'
00년대 한국힙합씬 견인은 무브먼트가 90은 한 듯
라인업만 따지고 보면 다시없을 개사기 라인업 ㄷㄷ
리쌍과 다듀와 에픽을 거느린 크루라니 ㄷㄷㄷ
심지어 서로 앨범에 자주 품앗이 해줘서 꽉 채운 트랙 수에도 아주 든든했죠
i'm still here의 최자 벌스가 최자 최애 벌스 중 하나인데!
앨범을 통으로 돌려본 적은 없는 것 같네요
한 번 들어봐야겠습니다! 좋은 리뷰 감사해요~
제가 초딩 때 이 앨범 덕에 무브먼트를 알고 힙합도 듣고 지금까지 오게 된 앨범이에요 의미가 참 깊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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