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눈팅만 하다가 저도 가사 해석을 해보고 싶었는데,
첫 가사 해석 리뷰가 마이노스님의 손님이네요!
이 노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구성되어 있는데요.
노래 가사를 보면서 들으면 전 마치 한 편의 소설을 보거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입체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마이노스의 리릭시스트적인 면모를 충분히 볼 수 있는 노래입니다.
사실 해석이 굳이 필요한가 싶을 정도로 직관적인 곡이지만,
그저 힙찔이가 까부네 하며 잘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평생 힙합을 들었음에도, 외국 힙합은 잘 접하지 않았으며
그에 따라 외국 힙합을 인용한 라인 등을 놓치고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맞지 않는 해석이 존재할 수도 있으며,
어떤 가사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지적 감사히 받겠습니다.
가사 원문은 검은색을 사용하여 표시하였고, 제 해석은 주황색을 사용했습니다.
순수 단어의 뜻은 파란색, 공간이나 시간의 흐름은 보라색을 사용했습니다.
그럼 리뷰 시작해보겠습니다. 스압 주의!
verse 1 대과거 ~ 과거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었어 가능하다면 나 있는 모든 곳에서 함부로 할 수 없는 존재 다이아몬드
제일 과거 시점, 힙합에 발을 들인 마이노스는 사람들이 함부로 할 수 없는 다이아몬드처럼
이 씬에서 중요한 사람, 입지있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모두의 벗 마이노스 되기를 원했던 거지 뭐 그다음은 fuckin' 자아도취
어려운 상황에 처한 힙합 문화를 살리고 싶었던 마이노스는 자아도취에 빠집니다.
自我陶醉(자아도취) : 자기가 어떤 것에 끌려 취하다시피 함
맛들이고 나니까 플라시보 익히 다 아는 약 처방전의 효과적 거짓부렁
'나는 힙합 씬을 위해 공헌한다' 등의 자아도취를 시작한 후, 플라시보 효과처럼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사고를 이어나가기 시작합니다.
플라시보 효과 : 의사가 효과 없는 가짜 약 혹은 꾸며낸 치료법을 환자에게 제안했는데, 환자의 긍정적인 믿음으로 호전되는 현상.
이 거리와 나는 망치 못이야 뗄 수 없는 가시버시야
위에서 나온 플라시보 라인의 구체적 예시입니다.
이 거리와 나는 부부이다 / 망치와 못처럼 뗄 수 없다는 펀치라인입니다.
가사에서 흔히들 '거리에서 왔다' 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대충 언더그라운드로 바꾸어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가시버시 : 부부를 낮잡아 이르는 순 우리말
인정받는 기분 마취총 같았지 주인공이 된 기분 마치 처음 같았지
이 노래에서 핵심을 맡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중요한 라인입니다. 후술하겠지만 계속 반복되는 부분입니다.
사람들로부터 힙합씬의 주 구성원으로서 인정받는 기분은 마취총을 맞은 것처럼 high하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되겠습니다.
주인공이 된 기분이 처음이다 / 주인공이 된 기분은 마치 첫 경험처럼 황홀했다는 펀치라인인 것 같네요.
항상 화가 난 상태 불만이 가득한 ugly talkin’에 글자들 자체로 알량한 주인 행세를 해댔지 나는 왜
위의 과거에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 위의 때를 떠올리는 모습입니다.
마이노스의 앨범 ugly talkin’에 화가 난 상태로 썼던 가사들을 떠올리며 왜 이런 가사를 썼지? 하고 생각합니다.
ugly talkin’ : 2008년 2월 19일에 발매된 마이노스의 앨범
Who wanna fuck with me Who wanna fuck with me
'누가 감히 나랑 어울리길 원해?' , '누가 나랑 랩으로 장난치길 원해?' 로 해석하면 될 것 같습니다.
또 다른 누가 이 술자릴 채워도 이상하지 않을 걸 알기에 그랬던 걸까 비좁은 테이블보 땅따먹기 하듯 make the song
정말 입체적인 가사입니다.
힙합씬을 술자리로 표현하여 이 비좁은 술자리(테이블보)에서 나를 대신할 어느 누가 와서 건배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을
본인도 알고 있기 때문에 본인의 입지를 잃지 않기 위해 음악을 마치 힙합씬에서 땅따먹기 하듯 만들어냈다고 표현합니다.
새빨간 눈깔 억지로 뻐팅겼던 새벽도 Need to move out 높은 곳
억지로 밤을 새워 눈이 충혈된 모습은 본래의 목적을 잃어버린 채 그저 높은 곳으로 가야한다는 필요성만 인식합니다.
더 인정받은 기분은 마취총 같았지 주인공이 된 기분은 마치 처음 같았지
위에서의 반복되는 구절입니다. 처음보다 더 인정받는 기분입니다.
Ayo what’s my name 무대가 떠나가라고 기억을 바라는 것을 봐 내 이름 MINOS
시간이 지나 마이노스는 공연도 하며 입지를 다집니다.
what's my name은 무대에서 흔히 하는 추임새 정도지만
대중들이 자신을 잊지 않고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마이노스의 이름을 외치길 원합니다.
서슬퍼래서 뒤집어지는 목소린 거의 우는 지경 아무리 봐도 미성숙한 애 사람들은 잃기 싫고 좆만한 파이서 더 많은 몫을 원해
나중에 생각해보니 권력이나 기세 따위가 대단한 듯이 뽐내는 뒤집어진 목소리는 불안정하고, 미성숙합니다.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들을 잃지 않길 원하며 이 비좁은 힙합씬에서 더 많은 파이를 받길 원합니다.
Top 5 MC 그래 그건 소수 견해 그래도 가져야겠어 그 자리까지
혹자는 마이노스를 한국 힙합 top 5안에 든다고 생각합니다.
소수 견해이긴 하지만, 그 자리까지 가지고 싶어합니다.
난 이 death parade 멈출 생각 없고 거두절미해서 fucked up된 새끼들 택시 태워 보내고 즐길 거야 아침 해 woah
마이노스는 이 죽음의 퍼레이드를 멈출 생각 없으며,
마치 술자리를 같이 하다 주량이 다해서 취한 사람들 먼저 보내고 더 마시는 사람처럼
이 힙합씬에서 도태되는 애들을 먼저 보내고 아침 해(인정, 더 많은 파이)를 즐긴다고 비유하고 있습니다.
온전히 즐길 거야 마침내 돈키호테가 향하는 약속의 장소 rockin’ here woah
그렇게 된다면 마침내 온전히 즐기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돈키호테(마이노스)가 향하는 약속의 장소(가리온의 약속의 장소)는 바로 이곳입니다.
약속의 장소 : 가리온의 곡
클럽을 꽉 채운 관객 또 rap money 부족함 없는 술 담배 걍 해버림 되는 앨범 다 전설이 된 hiphop train도 내 거지
앨범? 그냥 내버리면 되고, 술 담배도 많고, 대구의 힙합트레인 클럽은 관객으로 꽉 찼습니다.
약속의 장소가 이곳인 근거입니다.
멋지게 해낸 기분 feel so good 치솟는 세로토닌
뭔가 해낸 기분이 좋습니다. 세로토닌이 치솟습니다.
세로토닌 : 감정 조절에 관여하며, 세로토닌 신경이 잘 발달되어 있을수록 행복함을 느낌
인정받는 기분은 마취총 같았지 주인공이 된 기분 씨발 붕 떠 마치
욕까지 사용하며 이 곡에서 가장 기뻐합니다.
재수 없어 보이나 fuck you 네가 꺼지라고
"이 성취를 이뤄낸 내가 보기 싫어? 그럼 니가 꺼져 내가 주인이니까"라고 이야기합니다.
거미줄 같은 관계들 가운데 외로운 거미 Peter Parker
스파이더맨의 피터 파커처럼 힙합씬의 거미줄 가운데엔 자신이 있지만 외로운 거미입니다.
Fuck 푸대접 누군데 넌 연거푸 question 퍼부어
"날 푸대접 하지마. 니가 누군데? 니가 뭔데?" 라고 이야기합니다.
두근댐은 분노로만 또 이어질 뿐야 부정됐던 시간들을 기억하지
처음의 힙합을 향한 사랑(두근댐)은 자신이 힙합씬에서 부정당하기 싫어서 발버둥치던 과거가 생각나서 분노로만 이어집니다.
무섭게 더 써 내려갔던 rhyme burn out 재가 되면 어때 궁금했어 주인이 된 기분 yeah
인정받기 위해 계속 써내려갔던 라임들이 다 타버려 재가 되면 어떨지,
OG들처럼 인정받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넌 나를 어떤 눈으로 볼까 이제 답해봐 who’s the best one
"어때? 아직도 내가 힙합씬에서 손님처럼 보여? 야 너 대답해봐." 라고 질문합니다.
verse 2 과거~ 현재
촌놈 냄새는 안될 거라며 비꼬아대던 그 표정이나 말투 재수 없는 태도
누군가 마이노스를 비하합니다.
감 잡았지 여긴 차라리 매너 없는 게 미덕이야 술안주는 궤변 값싼 crooked smile
마이노스는 사기꾼같은 사람들의 가식적인 웃음에 적응해갑니다.
난 녹색 브루스 배너
헐크처럼 항상 화가 나있지만 숨깁니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가식적인 웃음을 지어보입니다.
날더러 언더그라운드는 다 거지새끼들이라 욕질했던 전화 기억해
마이노스의 자존심같았던 언더그라운드를 무시하는 말을 듣습니다.
씨발 respect도 그날 죽었지 rest in peace
그들을 향한 존경은 마이노스의 안에서 죽었습니다.
지워갔던 이름 위에 새긴 SAMO
존경하던 이들의 이름을 하나씩 지워가며 사모했었다고 추모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해석이 제일 애매합니다. SAMO가 이 사모가 맞는지 모르겠네요)
Peace sign 싹둑 잘라낸 검지
피스 사인은 손가락 브이 모양입니다. 검지를 접으면 우리가 잘 아는 그 손모양이 됩니다.
쌓인 말들은 B-side
하고싶었던 말들은 뒷면으로 놓아둡니다.
한 13년쯤은 됐을까 내게 큰 실수한 놈들의 이름 썼다 지웠다를 또 믹스한채 반복했던 기싸움
이제서야 좀 떨쳐낸 기분이야 값싼 신세한탄
뒷면으로 놓아두었지만 그들의 이름을 썼다, 지웠다 반복하며
아닌 척 하지만 분노가 가시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팬으로 몇십 번을 죽였을까 내 공책 너흴 묻어둔 뒷산
큰 실수한 놈들의 이름을 썼다 지웠다 반복했던 공책을
그 놈들을 죽이고 묻어놓은 뒷산이라고 표현합니다.
인정받는 기분 마취총 같았지 주인공이 된 기분 너도 마치 처음 같았지
자신을 닮은 후배를 보며 '너도 그 기분 처음 느껴봤지?' 라는 식의 동질감을 느낍니다.
이 때 현재시점으로 돌아오며 공연하는 누군가를 보며
과거를 생각하는 마이노스를 그리면 이해하기 편합니다.
I understood 거들먹거리는 쎈 척 뭔가를 겁내는 rap도 마이크를 잡은 채로 또 떨리는 왼손
위의 공연하는 사람의 모습이 예전의 마이노스의 모습과 오버랩됩니다.
자신도 그랬었기에 이 사람의 모습이 마이노스에겐 더욱 더 잘 보입니다.
강요되는 respect 안되는 quality control 결국 지금은 이해가 돼도 엿 같았지 전부 뺏고 싶었지 전부
존경하지 않지만 강요되는 존경, 흔들리는 마음과 무대의 퀄리티가 낮아지는 모습들
지금에서야 이해하지만 그 때는 마이노스도 엿같았음을 느꼈으며, 이 모습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모습입니다.
날 보는 네 눈빛 변하는 걸 느꼈거든 토끼를 본 파파닥 바뀐 공기 들이마셨지
영화 8 mile 마지막 랩배틀에서 마음을 다잡은 래빗이 파파닥을 이기는 장면처럼
마이노스를 보는 이의 눈빛이 변하는 걸 느낍니다.
너보다 인정받는 기분 마취총 같았지 주인공이 된 기분 씨발 마치 처음 같았지
다른 사람을 대놓고 랩 실력에서 이겨버리는 기분 또한 째지게 좋습니다.
공연의 앞 순서 래퍼보다 좋은 실력으로 공연했다는 것 같습니다.
불청객이었던 놈 이제는 내가 초대해 누가 날 아직 손님처럼 대해 쏠 테니까 건배
힙합씬에서 불청객이었던 마이노스는 이제는 손님 대접을 받지 않습니다.
위에서의 공연이 끝난 후 술자리를 갖는 중입니다.
몰라도 이런 게 주인이 되는 기분일까 고민이 됐지
마치 이 술자리(힙합씬)의 주인이 된 기분입니다.
Even if I feeling this rap shit 지붕 위의 바이올린 연주는 코미디 됐지
심지어 이 rap shit을 느끼지 못해도,
자신은 지붕 위의 바이올린 연주자(지나간 과거를 떠올리는 남자의 후회섞인 회고)처럼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지붕 위의 바이올린 : 가리온의 곡
혹자는 열등감 또 혹자는 수컷의 본능 혹사시키는 꿈 혼자 남겨질 거야 넌
누구는 열등감이라고 하고, 누구는 수컷의 본능이라고 합니다.
또 누구는 꿈을 혹사시키며 결국 혼자 남겨질거라 말합니다.
좆같은 말 웃어 넘겼지만은 복잡한 머릿속 똑같은 말 했었던 내가 꼭 잡은 테이블 모서리 여전히 못 놨지
현실적인 말에 머리가 아프지만, 비좁은 술자리의 테이블 모서리를 마이노스는 아직도 놓지 못했습니다.
배배 꼬인 맘 ugly talkin' 여전히 못났지 거울 앞에서 취한 눈으로 계속 또 말해 맞아 내가 주인이야 해냈어 Everybody call my name
위에서 공연의 앞 순서 래퍼보다 좋은 실력으로 공연했던 마이노스는 주인이 된 것처럼 행세하지만
술에 취해 흐트러진 마이노스는 화장실에 와 거울을 보며 자신이 지어오던 가식적인 웃음을 짓지 않고 속마음을 드러냅니다.
처음의 미성숙했던 마음 = 아직도 관객들이 자신의 이름을 외치길 바라며 인정을 바라고 있습니다.
가슴팍에 내 이름 M.I.N.O.S 가슴팍에 내 이름 M.I.N.O.S
술에 취해 어지러운 상태로 '그래 나 마이노스야. 내가 주인이야.' 하며
세면대에 양 손을 기대어 거울을 봅니다.
그 순간 알아버렸지 거울에 거꾸로 비친 내 이름 난 여전히 손님 S.O.N.I.M
거울(남들의 시선으로 본 마이노스)을 본 순간 minos를 거꾸로 보게 되고,
이를 그대로 읽으면 손님(sonim), 즉 아직도 마이노스는 힙합씬의 주인이 되지 못한 채, 손님으로 남아있음을 깨닫습니다.
SAMO는 바스키아가 이끌던 그래피티 그룹인데 길거리 여기저기 SAMO(SAMe Old shit)이란 사인을 남기고 다녔다고 해요
진절머리나던 기성 세대에 대한 저항인 SAMO니까 자신을 드러내는 영역표시.. 쯤?
헐 속이 후련하네요!! 지식 공유 감사합니당ㅎㅎㅎ
이 노래 첨 들을 때 좀 마음 아팠어요 ㅎㅎ
분명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씬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보였음에도 약간 애매한 시점에 정점을 찍어서..
너무 다양한 활동을 해서 그렇기도 하고..
아닌 게 아니라 정말 마음 찢어지더라구요 ㅠㅠ,,,
저 소수견해가 바로 나..
22222
긴글 추. 리스펙 추.
마이노스님의 가사는 철학적인 면과 아재스러운 코미디, 오래된 단어와 신조어가 버무러져있는 국힙에서 손 꼽히는 어휘력을 가진 리릭시스트지요.
고맙습니다!!ㅎㅎ 마이노스님 잊을만하면 항상 한 건씩 해주죠!
너무 잘 쓰신 글 잘 읽었습니다. 추천박고가용
고맙습니다!!ㅎㅎㅎ
정말 가슴 아픈 곡이었어요
222 마이노스님 꽃길만,,,!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