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더비에서 처음 권기백의 랩을 접하고 깊은 인상을 받은 이후
보라타운부터 이번 권기백 1집까지 모든 커리어를 통틀어 들어본 결과
현재 권기백의 랩은 매우 과도기에 있는 듯 보입니다.
프더비나 보라타운 에서 보여준 멤피스, 호러코어 류의 프로덕션 위에선
특유의 걸걸한 긁는 톤, 날것의 플로우, 수위 안 가리는 가사 등이
아주 잘 녹아들고 매력적으로 소화됩니다. (휴식에서의 피처링은 권기백 벌스 중에 최고로 뽑습니다)
멤피스 랩이라는 장르에서는 다소 박자가 나가거나 플로우가 무너지고 엉성해도
그게 장르 특유의 조악함, 더러운 맛으로 다소 상쇄가 됩니다.
물론 아티스트에 따라 의도하는 바도 있구요. 그 특유의 날것의 느낌으로 매니아 팬들이 많습니다.
허나 이번 1집에서 다수 시도한 지펑크 장르에서는 글쎄요
돈벌이 같은 바운스감 넘치는 트랙에서는 꽤 매력적인 벌스를 선보입니다만
Inhale Exhale 같은 칠한 분위기의 트랙에선
전혀 분위기와 매치되지 않는 가사와 톤, 지속해서 무너지는 플로우가 끝까지 듣기 힘들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느긋한 템포의 지펑크 트랙들에서는 잘 나가다 불안해지는 박자 감각,
엇나가는 라이밍, 단순하고 무너지는 플로우가 계속해서 부각이 되더군요.
풍문으로 들었소나 FINALE 같은 다소 클린?하고 캐치한 느낌의 트랩 위에서도
비트와 잘 묻어나지 않는 상당히 기복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줍니다...
앞서 말한 장점들이 전부 단점으로 바뀌는 느낌이랄까요.;
전체적으로 빠꾸 없는 가사들에서 위트와 통쾌함이 느껴지긴 합니다만
기본적으로 기복이 심하고 불안한 느낌의 벌스들로 무려 32트랙의 앨범을 이끌고 가기엔
상당히 벅차보였고 욕심이 과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이전 앨범 보라타운에서의 퍼포먼스가 그리울만큼 이번 앨범은 섣부르고 황급히 만들어진 느낌입니다...
앨범을 다 듣고 나서 기억에 남는 건 권기백의 벌스 그 자체보단 군데군데 자극적인 디스라인들 뿐이였고
오히려 대단한 박자감각을 보여준 비프리, 완벽히 바이브를 이해하고 돕한 느낌으로 트랙을 씹어먹은 ponyromo,
기대 이상으로 대단한 존재감을 보여준 스카이민혁의 벌스가 더 인상 깊었네요.
물론 권기백군의 프로듀싱 능력에는 나이에 걸맞지 않는 기량과 센스를 느끼면서 감탄했지만
이 역시 전 앨범 보라타운이 더 임팩트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랩적으로는 아직 과도기에 있다고 생각하고 단순히 다작에 욕심을 품기보다는
좀 더 갈고 닦아서 모두의 입을 다물게 하는 엄청난 작업물을 들고 왔으면 합니다.
권기백에게는 분명히 그런 포텐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의 캐릭터는 대체불가한 매력이 있으니까요.
아직 미래가 창창하기에 너무나 기대되고 이번 앨범은 성장의 밑거름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응원합니다 !
좋은 글이네요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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