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이 032Funk 짧은 후기

 후기를 쓰기 전에 말씀드리자면, 제가 힙합에 본격적으로 관심 갖던 시기가 15-16년 정도부턴데 그때가 한창 비와이가 대세던 시절이었기에 지금도 그 영향으로 비와이를 상당히 좋아합니다. 팬의 입장이라 후기가 객관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본격적으로 말씀드리자면 개인적으로 잘 들었습니다. 몇 년 전 비와이에게 꼬리표처럼 붙는 수식어 중 부정적인 것 중 하나가 <랩이 다 비슷비슷하다> 라고 생각합니다. 비와이의 행보를 주의 깊게 지켜봤던 사람으로서 그가 다양한 스타일을 보여주려고 시도했던 것들을 알고 있으나 그것이 단발적인 이벤트같은 느낌이라 여러 리스너들에겐 와닫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비와이 개인 작품중에서 032Funk가 나오기 전의 앨범인 더 무비스타도 거친 목소리로 랩을 하거나(won, 가라사대) 오토튠을 이용한 싱잉을 하고(장미는아름답지만가시가있다, 초월) 본인의 톤보다 더 낮게 힘을 빼서 랩을 하는 등 비와이 하면 생각나는 스타일인 Forever에서 두드러지는 속칭 다다다랩에서 변화를 주었으나, 정작 비트는 비와이가 선호하는 웅장한 오케스트라 비트가 두드러지는, 아니 오히려 그 특성이 Forever나 전작인 더 블라인드스타보다 강해졌기에 앞서 말한 변화된 점이 미미하게 느껴지고 여전히 비슷하게 들릴만 했다고 봅니다. 물론 저는 원래 과한 사운드를 좋아해서 문제는 없었지만요.

 이번 EP는 비와이 랩이 비슷하다는 인상을 깨기에 충분하다 생각합니다. 쇼미 경연에서 보여준 또 다른 히트곡인 데이데이의 펑키한 느낌에서 파생된 앨범이라 느꼈습니다. 사실 비와이가 이런 느낌의 곡을 데이데이 이외에 해본 적이 없는건 아닙니다. 그레이와 함께 한 슬기로운 감빵생활 OST나 몇몇 피처링에서 이런 느낌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단발성 콜라보인 OST나 피쳐링이라는 점에서 비와이 음악 특유의 웅장하고 심오한 분위기를 환기시키지 못했었죠.

 그런데 이번에는 단순히 싱글이 아니라 앨범으로 이런 밝은 분위기의 곡들을 채워서 보여줬습니다. 그것도 본인의 프로듀싱을 통해서 말이죠. 첫 번째 곡인 떠 버릴래(그레이 프로듀싱)을 제외한 모든 곡은 비와이의 프로듀싱입니다. 개인적으론 랩에서의 변화보다 이쪽의 변화가 더 극적이라 생각합니다. 잘 모르는 사람이 들었을 때 비와이 비트라고 생각을 못 할 정도가 아닌가 싶네요. 타이틀곡인 celebration 정도만 브라스 소리랑 두 번째 벌스 중간에 분위기 바뀌는 파트에서의 베이스 소리정도를 통해 비와이의 기존 비트의 특징을 볼수 있는 것 같습니다. 

 랩에서의 변화도 있긴 했는데 이 쪽의 변화는 생각보다 엄청 크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변한 점을 집어보자면 톤이 더 무비스타때보다는 훨씬 올라갔고, 심지어 최근 작 중 비와이의 초기 톤이랑 가장 비슷하다 느껴지는 손심바와의 합작 네오 크리스쳔때의 랩보다도 약간 올라갔다고 봅니다. 또 변한 점은 랩에 뉘앙스와 음정 변화가 커졌다는 것입니다. 흔히들 싱잉랩이라 부르는 것들에 포함이 될만할 정도로 음정 변화가 커졌습니다. 비와이의 싱잉 곡 중 가장 대표적이고 거의 유이한 곡인 초월보다도 두드러집니다. 아마 초월때보다도 높은 음역에서 랩을 해서 더 티나는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뉘앙스의 강화는 기존 비와이의 끊는듯한 플로우의 연장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부분도 저는 긍정적으로 보고 신선하다고 생각했습니다만...팬인 제가 봐도 ' 아 이거 약간 과하지 않나? ' 라고 느낀 부분도 조금 있었습니다. 이 뉘앙스는 3번 트랙인 눈에 띄어의 훅부분에서부터 두드러집니다. 그리고 다음 트랙이자 타이틀인 Celebration에서도 나타납니다. 이때까지는 발음을 빨리 해 만드는 뉘앙스들이 랩의 재미요소로 잘 기능합니다. 근데 5번 트랙인 썸네일 각에서는... 조금은 과하다고 느껴졌습니다. 다행히 마지막 트랙에서 잠잠하게 분위기를 환기해줘서 이게 단점까지는 가지 않고 조금 아쉬운 부분 정도로만 느껴졌습니다.

 총평을 하자면 비와이의 새로운 면을 잘 보여준 가볍게 들을만한 앨범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상당히 만족하며 들었습니다. 입대 전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앨범이라 EP대신 10곡 이상의 정규가 나왔으면했지만 그래도 앨범이 나온 것에 만족했습니다. 래핑에 관해서는 이제는 노래방에서 커버 랩도 힘들정도로 어마어마한 랩을 한다고 생각하고 청각적으로도 만족스럽다고 생각하는데 개인적으론 5번 트랙에서의 랩보다도 더 과해지면...듣기 좀 버거워지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가장 적절한 밸런스는 1번 트랙 떠 버릴래의 벌스들과 언텔의 쇼미 음원 결에서의 피쳐링 벌스정도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튼 앨범 잘 들었습니다! 데자부 컴필도 곧 나오길 기원하고, 8월달에 군대를 가신다고 들었는데 무사히 잘 다녀오시길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