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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츠요지 "SITCOM OF THE YEAR"

ansaninLBNC2020.11.22 08:57조회 수 2014추천수 14댓글 8

 

첫 트랙 "주인공"에서 키츠요지는 자신의 성취를 말한다. 쇼미8땐 짤없이 불구덩이였는데 올해는 방송도 드디어 탔고, 심지어 올패스. 같이 하자던 프로듀서들이 무려 세 팀. 거기에 본인 음악 시작부터 같이 했던 다시 없을 절친 가오가이도 같이 일을 냈다. 쏟아지는 축하문자, 너는 진짜 될 줄 알았다. 본인과 LBNC에 붙어있던 과소평가 딱지를 떼버리고 터트려버린 리미터가 뿌듯하다.

 

그러나 마냥 좋지만은 않다. 본인들은 이렇게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었지만 호프갱을 알아봐준 건 오직 차붐뿐이고(국방부 유해 발굴단이란 표현까지 썼다), 미친듯이 작업하고 일만 했지만 결국 방송에 나온 60초가 본인이 지금까지 개고생하며 걸어온 그것보다 더 영향력 있다는 것에 씁쓸하다,

 

그리고 다음 트랙에서 느끼는 건 분노뿐이다.

 

주인공이 된 키츠요지는 쇼를 한다. 트랩비트 뒤로 깔리는 웃음소리는 스탠딩 코미디를 연상시킨다. 집이 망해 서울에서 서울 변두리로, 마침내 남양주로 내려가게 된 현실. 지독한 가난에 오래 신은 에어맥스에선 삑삑 소리가 났다. 대학생 시절, 용돈은 물론 없고 알바비는 물론 밀리고. 20대 초에 사랑했던 연인은 돈이 없단 이유로 떠나갔다. 그리고 음악 시작한 남양주 작업실, 1월에 물이 터졌다. 마침내 트랙 제목인 "극대노"를 하지만, 기묘하게도 어디선가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실제로 트랙 내내 관객의 웃음소리가 백그라운드에 깔린다).

 

드디어 쇼의 주인공이 된 키츠요지의 성취는 3, 4번 트랙으로 이어진다. 3번트랙에선 머니스웩의 대표 수퍼비와 함께 성공을 즐긴다. 4번 트랙 NG 모음에선 안 될 거라고 했던 놈들. 자신에게 쏟아졌던 많은 지적들. 그 수많은 NG들이 모여 지금의 주인공인 내가 됐다고 하며(실제로 랩학원 7위때 축하해준 건 비앙뿐이었다고 한다) 비웃는다.

 

그리고 앨범의 흐름이 갑자기 반전된다.

 

주인공 자리를 꿰찼지만 개뿔, 조연 complex가 있었다. 그것도 본인의 제일 친한 친구이자 본인 커리어 시작을 같이 하고 지금까지 같이 하고 있는 가오가이에게.

 

쇼미더머니라는 연례행사에서 키츠요지는 떨어지고, 가오가이는 붙었다. 그것도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다(총 8화로 예정된 시즌에서 6화까지 살았다. 심지어 1화부터 지금까지 분량 빡세게 챙겨받았다). 처음 음악 시작했을 때부터 느꼈던 하드웨어와 톤의 차이는 갈수록 심해지는 것 같다.

 

더 슬픈 사실은 가오가이는 키츠요지 본인 때문에 본인이 이뤄내고 있는 성과들을 막 좋아하지도 못하고 본인 눈치만 보고 있다는 것이다. 쌓인 분노는 최근 대두한 속사포 래퍼들에게 향했다가, 결국 이딴 걸 느낀 본인이 레전드라며 자조하며 끝난다.

 

그리고 다음 트랙, 쇼가 끝난 뒤 시상식장이다. 레이블 사장이자 국방부 유해발굴단 차붐이 함께하고 있다.

 

LBNC에게 제일 크게 붙어있는 딱지는 "과소평가"이다. 이는 레이블의 대장인 차붐도 마찬가지다. Original, Sour, Sweet and Bitters. 로컬 샷아웃(창모는 직접적으로 차붐의 영향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내는 것마다 평이 좋지만 결국 결과는 하나도 없다. 한대음, KHA. 언제나 노미네이트만 되고 갈 땐 빈 손이다(가사에 직접 10번 넘게 노미네이트가 됐으나 무관이라고 한다). 리드머 별점이 뭔 의미야. 남는 게 없는데. 상도 원하고, 돈도 원하고. 차붐과 키츠요지의 한이 폭발한다.

 

주인공 자리까지 했으나 결국 시상식상에서는 무관. 그리고 다음 트랙이 시작된다.

 

집으로 가는 LBNC의 회사 차 안이다. 새벽 네 시. 조용하기만 하다. 침묵이 압박이 되는 것만 같다. 차붐이 언제나 LBNC의 기대주라고 힘을 돋워주지만, 사실 알고 있다. 차붐이 본인에게 기대는 게 아니라 본인이 차붐에게 기대고 있다는 것을. 가오가이는 뒤에서 자고 있지만 사실 자는 척인 걸 안다.

 

올 한해 미친듯이 작업물 쏟아냈고 평도 좋았지만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다. 집에 가보니 네시 반이지만 부모님은 안 자고 본인을 기다리고 있다. 억한 심정에 짜증을 내고 문 닫고 들어오자 밖에서 아들 고생했다는 소리가 들린다. 감정은 터질 듯 하다 이내 사그라든다. 몇 년째 똑같은 천장에 좆같은 결과뿐이다. 문득 내가 주인공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마지막 트랙이 시작된다.

 

본인은 주인공이 아니었다. 달콤했던 쇼미는 끝이 났고, 본인은 다시 낮에는 알바하고 밤에는 남양주 작업실에 있다. 젊은 애들은 본인을 보고 가끔 수군거리지만 딱히 달라지는 건 없다. 다시 반복되는 키츠요지의 삶. "쇼미10 꼭 해라 그땐 내가 우승자여"라고 중얼거리며 이 앨범이 끝난다.

 

 

쇼미더머니라는 TV쇼가 한국 힙합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상상을 초월한다. 대다수 레이블들이 CJ E&M의 자회사가 되고 있다. 대다수 상황에서 사클, 유튜브는 언발에 오줌 누기일 뿐이다. 쇼미더머니 2차 60초 한방이 제일 큰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키츠요지의 쇼미9는 달콤씁쓸하게 끝나버렸다.

전체 트랙은 "돈이 다가 아니란 새끼들은 전부 사기꾼이야"를 작곡한 iCOS가 만들었다. 전곡 트랩비트. 오토튠과 싱잉이 전면적으로 채용됐으며 톤은 평소의 작업물보다 더 갈리는 느낌으로 발성을 했다. 본인의 최대 장점인 톤이나 멜로디 메이킹 능력이 빛을 발한다.

 

돈 이야기 하는 사람은 항상 많았다. 일리네어가 있었으며 지금은 창모, 수퍼비, 언에듀 등이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그들은 좋은 차, 롤리와 AP, 구찌와 LV같은 명품과 사치에 집착한다면 키츠요지는 순수히 돈에 집착한다. 그 기저에는 순수히 자신의 트라우마가 깔려 있다.

 

2번 트랙의 백그라운드 웃음소리는 일견 이 앨범의 분위기를 "조커"의 스탠딩코미디 장면으로 이끄는 것 같다. 결국 폭발해버린 플렉처럼 5번 트랙에서 키츠요지는 쉽사리 못할 이야기를 터트려버린다(이 장면에서 블랙넛의 그것이 느껴졌다). 

인정도, 돈도 다 가지고 싶다. 쇼미9 올패스 때는 얼마 안 남았구나 싶었다. 그리고 아니었다. 그리고 남은 건 일상생활과, 쇼미 출연으로 만들어낸 이 앨범 하나만이 남았다.

 

올해는 LBNC와 키츠요지가 상을 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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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 11.22 09:16

    진짜 키츠요지 앨범엔 이렇게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어서 너무 좋아요 이번에도 잘들었습니다

  • 11.22 11:19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올해 팀활동(호프갱 앨범, 리비도와의 합작)과 개인활동('돈이 다가 아니란...'과 이번 신보) 모두 허슬했는데 저는 키츠요지라는 개인의 서사가 많이 담긴 결과물이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다음 앨범에선 그의 성공에 관한 가사가 등장했음 좋겠습니다.

  • 11.22 12:52

    돈미새의 페이소스가 너무 잘 느껴지는 앨범이었어요. [돈다아새전사]는 코믹했는데, 시트콤을 내건 이번 앨범은 되려 섬뜩하더라구요

  • 11.22 14:11
    @스니꺼즈

    ㄹㅇ 너무 슬프고 무서웠음

  • 11.22 13:39

    쇼미 끝나고 내지 왜 지금 내지 했는데 들어보고 납득스 유후, ng , complex , nominated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nominated 는 자기 음악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만들수 없는 바이브라 줜나 힙합 complex 쇼미 재미있게 보고 있는 와중에 왠지 사람이라면 저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했는데 제 생각이랑 맞아 떨어져서 흥미로왔고

    유후 ng는 비트랑 멜로디가 좋았습돠~ 슈퍼비 붐뱁 근본론자들 겨냥하는 가사도 좋았고 가사랑 멜로디 둘다 챙길줄아는 베테랑 왕초

  • 11.22 18:15

    키츠요지는 ㄹㅇ 미친듯

  • 11.23 04:29

    키츠요지 랩학원 때도 호미들이랑 제 투픽이었습니다. 잘 듣고 있음

  •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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