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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직도 힙합을 들을까

title: Nucksal미스타쿠2020.04.04 00:19조회 수 2875추천수 23댓글 14

저는 또래들이 힙합을 아직 서브컬쳐로 생각할때부터 힙합을 좋아했고, 이제는 어쩌면 또래들이 힙합을 젊은이들의 문화로 생각하는 지금까지 힙합을 좋아하고 있어요.

 

 

문득 왜 나는 이럴까 생각하게 됐죠.  생각해보면 중고등학생 때 저는 김동률의 음악을 사랑하기도 했고, 이승환을 사랑하기도 했어요. 지금도 노래방을 가면 분위기 깨기 싫으니 중고등학생 때 들었던, 외웠던 그 노래들을 위주로 부르죠 ㅋㅋㅋㅋ 심지어 저의 노래방 18번곡은 하림의 출국이에요. 학창시절 불었던 발라드 열풍을 또래보다 조금은 더 깊이 팠기 때문에 저는 하림이란 아티스트를 또래보다 조금더 먼저 접하고 좋아하게 됐고, 출국이란 곡은 왠지 모르게 있어 보여서 가사를 달달 외울 정도로 노래방에서 부르게 됐던거 아닐까 싶어요. 물론 SG워너비의 살다가를 부르던 시절도 있지만, 어쨌건ㅋㅋㅋ

 

결국 30대 초반인 지금까지, 이제는 젊은이의 문화라 여겨지는 힙합을 이렇게 챙겨 듣는 이유는 작가주의가 가장 살아 있는 음악이라, 그리고 나와 함께 늙어가는 아티스트들이 있기 때문 아닐까 싶어요. 중학생 때 친구들은 넋업샨의 클럽 공연을 찾아가기도 했지만, 저는P&Q로 처음 접했던 팔로알토와 더콰이엇은 군대 갔다 와서 학점 따고 취직하려 정신 없이 살았더니 지금은 국힙의 대부가 되어 있고, 어느새 보니 새로 씬에서 주목 받는 래퍼들은 제 또래더군요. 그들은 힙합의 ‘작가주의’에 따라 사랑뿐만 아니라 그냥 제 또래가 살아가는 삶을 노래로 풀어줬고, 30대 초반이 된 지금 제 또래 래퍼들이 뱉어내는 가사들 역시 지금의 제가 느끼는, 살아가는 감정들이더라구요. 나이로는 존나 어른인데, 여전히 어린 그런 내용들, 사회에서 대놓고 드러내긴 힘들어도 사실 내 안에 있는 그것들. 결국엔 저는 얼마나 제가 공감 할 수 있는 가사인가를 찾아 떠돌다가 청년의 사랑을 노래했던 김동률, 이승환, 하림에게 열광했다가 지금까지 저의 삶을 노래해주는 넉살, 팔로알토, 더콰이엇의 노래를 계속해서 듣게 되는거 같아요. 어린 친구들 노래도 뭔가 20대 초반에 대한 추억팔이 느낌으로 듣긴 하지만요 ㅋㅋㅋㅋ

 

이제는 그런 시선이 덜하지만, 힙합이 곧 생각 없는 저항으로 여겨지던 시선은 제가 어릴 때 있었어요. 그렇지만, 그냥 자기 자신이 사는 삶을 뱉어낼 때 중2병에 안 걸리는 사람이 어딨을까 싶기도 해요. 결국 자신이 사는 삶만큼 생생하게 힘들고, 또 깊게 사색 할 수 있는 주제가 어디 있을까? 싶어요. 그래서 ‘작가주의’가 살아 있는 힙합에 이젠 쑥스럽지만 ‘아재’의 범주에 들게 된 저는 여전히 마음을 쏟고 저의 마음을 대신 말해주는 사람 어디 없을까 하고 여전히 디깅을 하고, 대표적인 신보들을 계속해서 듣게 되는거 아닐까 싶어요. 인간은 누구나 나 대신해서 누군가 내 감정을 더 간결하고 명쾌하게 설명해주길 기대해서 소설도 읽고 수필도 읽고 하는거니까요. 존나 오글거리지만, 저한테 그건 힙합이니까 계속 듣는거 같아요.

 

사회 속에서 나는 내 눈 앞의 이해관계 때문에 하지 못하는 말, 사실은 여전히 애새끼인데 어른인 척 해야해서 힘든 맘, 이런것들을 래퍼들만큼 솔직하게 인정하고표현하는 장르를 못 찾아서 듣는거 아닌가 싶어요ㅋㅋㅋㅋ

 

코로나 때문에 다들 힘든데 오랜만에 술 먹고 코쿤 새 앨범에서 리짓군즈-넉살-P&Q로 이어지는 구간에 혼자 가사에 감동 받아서 주절주절 존나 길게 쓰게 됐네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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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
  • title: SLATTWQTIBest베스트
    4 4.4 00:30

    당신이 있었기에 국힙이 있습니다.. 추천

  • 4 4.4 00:30

    당신이 있었기에 국힙이 있습니다.. 추천

  • 2 4.4 01:33

    저도 아직 고등학생이지만 힙합이 30살 되어서도 쭉 좋아하는 장르였으면 좋겠어요 ㅎㅎ. 꾸밈없이 솔직한, 각자의 삶이 드러난 가사가 힙합에서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감성 젖은 좋은 글 감사합니다 !!

  • 1 4.4 04:52

    아니,,나 자신이세요,,.? 너무 공감가는 글ㅠㅜ

  • 1 4.4 06:10

    쓴이님 좋은글 감사합니다 ㅎㅎ 덕분에 저도 추억여행하면서 많이 공감했네요.

     

    쓴이님 글 보게 되니까 저도 갑자기 하고 픈 말이 생겼는데 게시물 올리게 되면 쓴이님 글에서 영감받아 쓰게 된 글이라고 출처 꼭 남길게요!

  • 1 4.4 09:48

    작가주의가 살아있는 음악, 나와 함께 늙어가는 아티스트.

    너무 멋진 말이네요. 큰 공감하고 가요. 제가처음 힙합에 매력을 느낀 이유가 되기도 하겠네요.

  • 1 4.4 10:21

    피쓰

  • 2 4.4 13:06

    물론 다른 장르가 그렇지 않다는건 아니지만 아직도 랩에는 진정성이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 1 4.4 13:08

    고등학생이지만 제가 태어났을때의 곡도 알면 알수록 좋은 곡들이 너무 많아서 항상 새롭다고 생각해요

    다만 걱정되는게 있다면 자유롭게 공연을 다닐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이 은퇴할까봐 걱정됩니다

    좋아하는 사람들이 과거거 된다면 좀 슬플 것 같아요

  • 1 4.4 14:22

    저도 2005년 중3부터 국힙을 열렬히 듣기 시작했는데 글쓴이님과 정확히 똑같은 이유로 지금까지 듣고 있네요. 누가 뭐래도 전 힙합이 좋고 앞으로도 오래 함께하고 싶습니다. 좋은 글 정말 감사합니다

  • 1 4.4 15:02

    글만으로도 마음이 느껴지네요..

    추천합니다

    X_x

  • 1 4.4 16:45

    진짜 너무 공감가네요...저도 피엔큐 자주들어요ㅋㅋㅋㅋ그리고 저스디스 옛날 가사들도ㅜ

  • 1 4.4 17:51
  • 4.4 19:56

    저는 자기 이야기하는 가사하고 그루브한 리듬감이 좋아서 여태 듣네요 몇 년 후면 마흔 되는데 오늘도 버스에서 루피 들으면 고개 까딱까딱 ㅋㅋ

  • 4.4 23:54

    곡에 따라 때론 철 없고 재밌게 사는 양아치가 될 수도 때론 자신의 삶에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게 힙합의 장점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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