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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대표곡 대항전: 염따, 〈돈 Call Me〉 vs Bill Stax, 〈IDUNGIVAㅗ〉

title: Kanye West - The Life of Pablo라이프오브타블로2020.03.29 00:59조회 수 1317추천수 6댓글 10

https://youtu.be/fOeq_UJjonA

https://youtu.be/bYA_USqmqm0

 

나름 연도별로 '대표곡'이랍시고 여태 다룬 곡들은 대부분 내가 좋아하는 곡들이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특별히 부정적인 감정은 없었다. 그러나 여기서 다룰 〈돈 Call Me〉는, 솔직히 말하자면, 싫어하는 곡이다. 그냥 싫은 것도 넘어서 우연히 들리기라도 하면 머리끄댕이 부여잡고 고통스러워 할 정도로 극혐하는 곡이다. 엄청난 파급력이었다고 하는데 정작 곡 발표 전후로 나는 훈련소에 들어가있어서 그 여론을 리얼 타임으로 실감할 수는 없었다. 그러고 보니 훈련소에서 나온 게 트와이스 〈FANCY〉, 방탄소년단 〈작은 것들을 위한 시〉, 씨잼 《킁》 앨범 등등... 트와이스 곡 빼고는 대체로 좋아하는 데에 시간이 좀 걸렸고, 역시 당시의 여론을 알 수가 없었기에 연말 시상식 때 방탄이 상을 휩쓰는 광경을 멍하니 지켜볼 뿐이었다(2018년이라면 이해가 갔다).

내가 곡에서 느끼는 부정적 감정이 단순히 곡 자체의 완성도 때문에 그럴까? 당연히 아닐 것이다. 그것은 분명 염따를 메인으로 한 Dingo(딩고)의 일련의 프로젝트 결과로 드러난 캐릭터가 곡에 투영되기 때문이고, 30대 남성의 능글맞은 속물적 감성을 긍정하는 캐릭터 빌드 서사에 내가 (흔히 '질투심'으로 치부되고 마는) 반감을 가지고 있어서 그럴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캐릭터-화'와 '컨텐츠 메이킹' 관점에서 본곡은 매우 중요하다.

특정 아티스트 혹은 레이블/크루와 손잡고 한두장의 디지털 싱글 발매를 중심으로 유튜브 컨텐츠 시리즈를 기획해 흥행을 노린다는 사업 모델. 이의 가장 가시적인 최초 성공 사례는 2018년 인디고 뮤직과 함께 한 〈flex〉일 것이다. 그리고 〈띵〉은 그 프로젝트의 연장에서 최초로 음원 차트 1위라는 성과를 거뒀다. 다만 2018년 힙합의 유튜브 미디어를 통한 최고 성과는 아무래도 〈소년점프〉의 몫이라 판단해 〈flex〉를 후보에서 제외했고, 19년에 이르러서 이 딩고 프로젝트를 대표할 곡으로서 〈띵〉과 〈돈 Call Me〉 중에서 고민했다. '음원차트 최초 1위'의 성과도 있고 개인적으로도 조금 더 좋아하는 〈띵〉을 선정하려고 했으나, 글을 쓰는 막판에 아무래도 그 주변 컨텐츠까지 성공시키고 전국민 대상으로 유행어까지 만들어버린 염따의 그것이 훨씬 더 대표성을 띤다고 판단해버렸지 뭐야.

사실 여기까지 와서 볼 때, 곡 자체는 별로 안 중요한 것 같다. 굳이 중요한 지점을 꼽자면 보여지는 비주얼과 갭 차이가 큰 비교적 감미로운 랩-싱잉이 만드는 인식의 간극이 만들어내는 밈 정도가 될 것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플렉스 해버렸지 뭐야", "빠끄" 같은, 『개그콘서트』와 비슷한 프로세스로 전개되는 이 '노골적으로 띄우기 위한 유행어'가 그래도 랩 트랙을 중심으로 한 컨텐츠에서, 그리고 새삼스럽지만 TV 매체와의 별 연계 없이도 정말 '전국 단위'로 퍼진 것에 대한 충격이다. 그것도 얼마 전까지는 장르 팬 아닌 이상 거의 이름도 몰랐을 인물의 그것을. 여기서 〈소년점프〉와 또 차별화되는 지점이 뭐냐면, 〈소년점프〉의 경우는 기존에 널리 쓰이던 인터넷 밈을 재활용하는 가운데서 캐릭터를 빌드했다면, 염따는 '자신이' 유행어를 직접 생산했다는 점이 되겠다. 이 성공은 꼭 유튜브뿐만 아니라 염따가 자체적으로 진행한 옷 사업, 아티스트 자신이 예전부터 밀던 유머러스한(←난 그 유머를 잘 모르겠지만;;) 캐릭터, 활발한 SNS 바이럴 등이 아주 거하게 시너지를 일으킨 케이스인데, 내 근본적인 의문이랄까, 크리피한 감각은, 그 이전에 컨텐츠의 내용물 자체다. 정말 저 "성공한 남자" 캐릭터가 2019년에 와서도 뜬다고?! 신자유주의 끝물의 발악이 아직까지도 이렇게나 유효하다고?! 거의 『곰돌이 푸,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의 흥행만큼이나 충격적인데?!

...라고, 씹덕 진지충 트잉여 심야빠 아싸가 말했습니다.

한편, 여기 또 한 명의 (진짜) 아저씨가 있다. 2016년인가 7년인가, '바스코'라는 옛 활동명을 버리고 이제는 트랩의 시대라며 '빌 스택스'라는 또 뭔 요상한 이름으로 바꾸고 나와서 오질나게 비웃음 먹다가 《Buffet》 믹스테이프 등을 비롯해 뭔가 내는 게 심상치 않고 다들 '뭐야 이 바스코 닮은 신인은???' 하게 만든 그 사람. 그 간지랄까 아우라랄까 그게 그거랄까가 철철 풍기는 래퍼. 정확히 언젠진 기억 안 나지만, 이 사람도 씨잼과 함께 대마 피고 잡혀간 전과가 있다.

근래 대마로 유명한 래퍼라면 역시 이센스를 빼먹을 수 없고. 씨잼 역시 그렇다. 이센스는 적어도 음악에서 이 경험을 직접적으로 다루진 않는다(*〈WTFRU〉 제외) . 씨잼은 아예 사건을 토대로 망나니 캐릭터를 흥미롭게 구축해 호평을 받는다. 그렇다면 빌스택스는? 주장한다, 강하게, '대마 합법화'를. 〈IDUNGIVAㅗ〉은 재치 있는 멈블 트랩 넘버이면서, "대한민국 법"에 엿을 날리며 대마 합법화를 주장하는 '컨셔스 랩' 트랙이다.

화제를 컨셔스 랩으로 돌려보자. 의식 있는 랩. 정치/사회 문제에 대한 아티스트의 견해가 담긴 랩으로, 한국힙합 커뮤니티에서도 자주 화두에 오르는 주제 중 하나다. 많은 진중한 주제 의식을 가진 래퍼들이 주로 '컨셔스 래퍼'라고 불리고 있는 가운데, 개인적으로는 슬릭, 제리케이, 재키와이, 넓게 봐서 QM, 이현준 정도를 제외하고는 한국에 실질적으로 '컨셔스 래퍼'는 거의 보기 힘들다는 게 내 의견이다(*이것은 정의의 문제지 각 아티스트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다. 또, 내가 모르는 아티스트가 당연히 훨씬 많기 때문에 실제로 활동하고 계신 컨셔스 랩 아티스트분들께는 먼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나 혼자의 정의이긴 하지만, 나는 컨셔스 랩을 '사회적 문제를 아티스트가 어느 정치적 위치에서 어떤 의견을 갖고 실제적으로 다루느냐'를 보고 판단한다. 엄밀히 장르 비평 내에서 보면 또 '폴리티컬 랩'이란 장르와도 구분되어야 되고 어쩌고저쩌고 해서 이 역시 옳은 정의는 아니라 거기까진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것은 가사의 '진중도' 문제와는 엄연히 구분되어야 한다.

씬에서 '컨셔스'가 소위 '가사 진중도'로 자주 오용되는 가운데, 정말 '컨셔스한' 랩 트랙이 얼마나 있을까? 대중음악 장르 중 나름 '저항'의 이미지가 큰 장르인 것과 달리, 오히려 국내 음악계에서 실질적인 사회적 참여는 타 장르에 비해 적어보인다. 그 가운데서 "I don't give a fuck 대한민국 법"이라는 직설적인 훅과 함께 '대마 합법화'라는 명확한 주제 의식 및 의견을 드러내는 빌스택스의 곡은, 근래 씬에서 자주 보기 힘들었던, 명확한 정치적 의도를 지닌 컨셔스 랩 트랙이다(*물론 그동안 컨셔스 랩 트랙이 안 나왔다는 게 아니다. QM 〈용서받지 못한 자〉, 던말릭 〈Yellow〉, 제이클레프 〈mama, see〉 등등등...). 그리고 이것이 소위 '컨셔스 랩'의 딱딱한 이미지와 다르게, 전술했던 〈Anarchy〉와 같이 트랩 멈블 랩이라는 점도 특기할 대목이다.

곡에서는 대마 합법화뿐만 아니라 스쳐지나가듯 하지만 문신, 동성혼 등에 대해서도 다룬다는 점에서 구시대적 법률을 전반적으로 공격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어쨌든 '대마'를 기본 테마로 삼으면서 자칫 막연해질 수 있는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또 아티스트 개인의 전과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모습에서 장르적 쾌감까지 담보한다는 점에서, 본곡은 훌륭한 곡이다.

그러나 2019년을 대표하는 곡은 결국 염따의 〈돈 Call Me〉로 남을 것이다. 한국힙합씬은 아직, 성공담에 목말라 있기 때문이다.

my pick:

염따, 〈돈 Call Me〉

제3의 추천곡:

JUSTHIS, 〈Gone〉

- 시대의 일부분을 꿋꿋이 지켜오던 랩적 가치의 종언을 고하는 트랙. (*18년 12월 발표)

https://youtu.be/2B7GHO7sws4

 

 

 

 

https://blog.naver.com/ings7777/221875032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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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 3.29 01:01

    글 너무 재밌게 보고 있어요. 앞으로도 좋은글 많이 써주세요.

  • 3.29 01:05
    @pcroom11

    감사합니다 ^^

  • 3.29 02:02

    시대의 일부분을 꿋꿋이 지켜오던 랩적 가치의 종언을 고하는 트랙

    ㄷㄷㄷ

  • 3.29 03:05

    이 글도 잘 읽었습니다. IDUNGIVAㅗ에 대한 부분이 개인적으로도 크게 공감하는 내용이네요. "컨셔스"와 "진중도"는 양립할 수 있지만 양립해야만 하는 건 절대 아니다 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흔치 않죠. 2015년 TPAB과 Summertime 06의 차이를 쉬이 받아들이지 못하던 현상과도 어느 정도 접점이 있다고 생각해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제 표는 결국에 염따에게로 향하겠지만요. 블로그가 글쓴이분 거라면 이웃신청 해놓겠습니다!

  • 3.29 03:30
    @zIRENE

    감사합니다!! 정말 제가 뭘 제대로 아는 것도 아니라 사실 ‘컨셔스 랩’ 정의 관련 부분은 한편으로는 맘 졸이면서 썼는데 수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정말 모르면서 지껄이는 블로그입니다 ㅋㅋㅋ 잘 부탁드립니다!

  • 3.29 06:23

    글 계속 재밌게 잘 읽고 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돈콜미 별로 안좋아합니다... 진짜 안좋아합니다...

    그래도 돈콜미의 영향력과 염따가 보여준 성과들을 보면 어쩔 수 없이

    제 선택은 씨잼 - 포커페이스가 되어야 할 것 같네요.

    아 이것만큼은 양보못함

  • 3.29 11:04
    @PMAM

    감사합니다!

    사실 개인적인 원픽은 XXX 〈Bougie〉입니다 ㅎㅎㅎ

  • 3.29 22:41

    사실 돈콜미는 딩고효과도 있겠지만.. 진짜 대중적인 곡이었죠. 곡 자체의 예능적인 부분도 그렇고, 쉽게 기억되고 흥얼거리게 만드는 멜로디. 트렌드 하나만 보고 파버린듯한 프로듀싱과 랩메이킹.

     

    염따가 힙합씬 내에서 하나의 현상이 되어버린 게 우연은 아니다 싶어요. 유튜브와 결합된 것까지 생각한다면 2019년은 진짜.. 헉피 가사처럼 '올해는 어차피 빠끄' 였던 것 같아요.

  • 3.29 22:50
    @타코비

    훈련소 갔다 오니 세상이 바뀌어있었습니다... 정말 염따가 뜨네??? 하고...

    아 저 ‘그 글’ 저는 잘 읽었습니다...

  • 3.30 02:41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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