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힙합 음악을 오래 들었다. 그렇다고 전문가는 전혀 아니고, 소위 말하는 힙찔이다. 솔직히 '힙합 음악만큼 진실되고 멋진 음악이 없다.' 고 생각한다. 어떤가, 벌써 힙찔이 냄새가 나지 않는가? 구역질이 난다면 제발 더 읽지 말고 뒤로 가기 버튼을 눌러라. 이미 우리는 만날 수 없는 지점에 서 있다.
처음 힙합을 접한 건 6학년 가을이었다. 그전까진 내게 음악이란 교회 찬송가와 엄마가 틀어놓던 샹송밖에 없었다. 당시 원더걸스가 텔미로 히트를 치고 있었는데 나는 후렴도 모를 정도였다. 그런 내게 정철어학원 차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양동근, YDG의 <나는 나뻐>라는 곡은 충격적이었다. "와, 노래에 왜 높낮이가 없지? 또 어떻게 스스로 나쁘다란 가사를 쓰지? 이거 진짜 멋있다." 공부만 하던 찌질이가 힙찔이로 거듭난 순간이었다.
그렇게 처음 음악에 입문할 때쯤 운 좋게 MP3가 생겼었다. 삼성에서 나온 YP-T9라는 기종이었는데, 아버지가 회사에서 상여금처럼 받아온 것이었다. 집에 음악을 듣는 사람이 없었으니 MP3는 자연스레 내 차지가 되었다. 저작권 개념이 없던 나는 우선 네이버 블로그에 올라온 음원들을 이것저것 다운받아서 들었다. 그때 처음 들었던 게 가리온의 <회상>과 소울컴퍼니의 <천국에도 그림자는 진다>였다.
이렇게 내가 알음알음 음악을 알아가던 때 마침 힙합이 대중음악으로 조금씩 주목받기 시작했었다. 드렁큰타이거, 다이나믹듀오는 이미 팬층이 탄탄했었고 에픽하이는 4집 [Remapping The Human Soul]로 히트를 쳤었다. MC스나이퍼가 <Better than yesterday>를 내고 아웃사이더는 TV 광고에 나와 속사포 랩을 선보였다. 언더에서는 소울컴퍼니, 빅딜 같은 레이블이 마니아들의 탄탄한 지지를 받고 있었다. 덕분에 나는 그 시기의 음악에 푹 빠질 수 있었다.
중학생이 되고 첫 중간고사가 끝난 날,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시내의 신나라레코드에 발을 들였다. 처음 가 본 레코드샵의 신세계에서 나는 한 눈에 소울컴퍼니의 [Official bootleg vol.2]에 꽂혀버렸다. 그래피티 풍으로 그려진 앨범 커버에 '이게 바로 힙합이지!'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선뜻 그 앨범을 고를 수 없었다. 어머니께서 내가 힙합을 듣는 것을 싫어하셨기 때문이었다. 고민하던 나는 결국 뭔가 팝송 느낌이 나는, 이름도 모르는 가수의 앨범을 사고 말았다. 집에 와서 CD를 틀었을 때 흘러나온 청량한 목소리에 느낀 실망감이란! 그 앨범은 James Blunt의 [Back to Bedlam]이란 앨범이었다. 사실 좋은 앨범이고 지금도 종종 듣는 음악이지만, 그 당시엔 힙합 앨범을 못 산 게 서럽기만 했었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나는 다시 신나라레코드를 찾았다. 다행히 소울컴퍼니의 앨범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나는 나는 듯한 걸음으로 집에 돌아와 컴퓨터를 켰다. 이제 CD를 리핑해서 MP3에 넣기만 하면 되었다. 사건은 재생 버튼을 눌렀을 때 발생했다.
"다 X 됐어, 이 노래 듣는 사람들, 다 같이 기억하고 명심하고 잘 들어. 내 오른쪽 펀치가 니 아가리를 때리고 내 왼쪽 펀치가 니 X을 때리지."
앨범의 첫 트랙은 우리 집에서 감히 나올 수 없는 단어들을 쏘아댔다. 나는 황급히 스피커를 끄고 식은 땀을 흘리며 주변을 살폈다. 어머니께서 내 뒤에서 청소를 하고 계셨다. 나는 불호령이 떨어질거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어머니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지금도 가끔 그 때를 생각하곤 한다. 어머니께서 노래에서 쏘아댄 단어를 정말 못 들으셨을까? 아마 듣고도 모른 척하신 게 아니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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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학교 다니면서 틈틈히 글도 쓰는 흑고니라고 합니다...ㅎㅎ
이번에 쓴 주제가 힙합이기도 하고, 이왕 쓴 거 많은 분들이 읽어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LE에도 한 번 올려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라 재미있을지 모르겠네요...ㅋㅋㅋ 여튼 시간 날 때마다 올려볼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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