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이지 리스닝으로 접하기엔 진입 장벽이 있을 것 같아요.
흘려서 듣기에는 비트나 오토튠 싱잉 랩이 비슷비슷하게 들릴 것 같습니다.
이번 정규를 들으면서 씨잼의 새로운 면면을 발견했다고 해야할까요,
예전에 어느 정도 잠재되었던 것들이 펼쳐졌다고 해야 할까요.
가사가 매우 독특한 swag를 뿜어냅니다.
이전 곡들에서도 여러 번 행했던 것처럼,
프리스타일도 아닌데 그냥 그 자리에서 가사를 써서 곡을 냈던 것과 유사한 것 같아요.
별다른 필터링이나 세간의 시선을 거치거나 고려하지 않고 꾸밈없이 쓴 것 같은 가사들입니다.
술에 취해서만 가사를 쓰게된다는 소절이 실제와 거의 일치할 것 같다는 인상을 주네요.
그래서 오토튠이라는 장치가 더 필요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사실상 이 가사들은 랩의 스킬을 고려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려우니까요.
라인을 먼저 짜고 트랙을 만들었다거나 라인과 트랙을 함께 만들었다기보다는
일정한 원칙과 분위기 정도의 원칙으로
어느 정도 이미 완성된 비트들을 선별해서
되는 대로 원하는 대로 씨잼의 랩을 입히면서 완성한 느낌이네요.
한국에서도 씨잼 이전까지 이미 대마나 코카인으로 물의를 빚은 사건사고들이 많았는데,
이런 식으로 그 경험 자체를 자신의 캐릭터에 그대로 투영해서
날 것(raw)처럼 앨범을 낸 건 처음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흘려 들으면 마구 날려쓴 가사 같은데
수록곡 전체를 가사를 생각하면서 읽으면서 들으면 느낌이 굉장히 다릅니다.
각각의 개별적인 트랙으로는 호소력이 약할 수 있는데,
오히려 앨범이라는 단위로는 꽤 단단하고 깊이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의 곡에서는 피상적이거나 파편적인 나열 같은 단어나 인상들이
다른 곡(들)에서 이어지기도 하고요.
앨범이라는 단위로 감상할 때 왈은 마지막 곡으로 적격이죠.
메들리를 들을 수 없어서 아쉽습니다.
CD only를 암시하는 걸까요?
아무튼 전반적인 비트의 스타일도 그렇지만
마치 어떤 추상적이면서도 고정관념 같은 외국의 락스타 이미지를 연상할 수 있는 앨범입니다.
무언가에 중독되고 의존적이게 되면서 끝내 삶이 망가지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걸 부인하지 않고 되돌아가지 않고 멋있게 치기있게 어리석게 불태우는 식의 이미지 말이죠.
전체적인 바이브가 너무 마음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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