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그 어떤 기본권 보다도 가장 존중받아야 하는 권리라고 생각해요.
전 개인적으로 블랙넛의 음악을 즐겨듣지 않고, 그의 인간적인 캐릭터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또한 블랙넛이 한 짓은 한국 정서상 잘못됐다고도 생각합니다. 실제로 표현의 자유에 관한 논의와 처벌 여부를 떠나서, 블랙넛이 한짓이 추한짓이라는것은 한국 사회 전반적으로 대부분의 대중들이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힙합 팬들에게는 장르 특성상 그 행위 자체의 잘잘못에 관해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 지고 있긴 하지만요. 하여튼 그건 별개의 문제니까 넘어가도록 하고, 이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것은 블랙넛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잘못을 했나 안했나가 아니라, 이 행위가 국가가 개인을 상대로 형법에 의해 처벌을 받은것이 옳은가 아닌가 인것 같아요. 충분히 논의 해볼 만한 주제니까요.
이런 일들은 단순히 블랙넛-키디비 케이스 같은 한 케이스만 보고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너무 사람들의 시선이 단편적이게 되거든요. 블랙넛의 가사는 충분히 키디비라는 한 사람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할 만한 가사였고, 그것에 관해서 키디비가 충분히 모욕감을 느낄수 있으며, 법적으로 처벌하기 위해 고소할 권리가 있죠. 블랙넛의 행동은 잘못되었고, 키디비는 자신의 권리를 행사한것이지요. 여기에는 부정할 여지가 없습니다. 다만 국가 차원에서 한 사람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면서 형법으로 처벌하는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국가가 법으로 한 개인의 기본권을 무시하고 처벌하는것은, 국가에 의한 폭력과 다를것이 없어요. 법에의해 우리들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받는것은 사실 굉장히 위험한 일이거든요. 단순히 이 케이스에만 국한해서 "야 넌 블랙넛이 한 짓을 보고도 쉴드를 치냐?", "넌 저런 성희롱이 용납할수 있다고 생각하는거임?" 등의 말에 의해 이 논의의 본질적인 가치가 가려져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블랙넛의 사회적으로 비판 받을만한 "잘못"과 국가가 개인에게 행하는 "폭력"을 따로 분리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fd71님의 글에 어느정도 공감을 하는데, 확실히 모욕죄라는것이 워낙 기준이 애매모호하고, 코에 붙이면 코걸이 귀에붙이면 귀걸이 식의 케이스가 많구요. 개인적으로도 말로 누군가를 모욕했다고 처벌한다는것이 말이 안된다고도 생각하고... 폐지에 관한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하루아침에 되진 않겠지만요. 표현의 자유에는 당연히 책임이 따라야하고, 리미트 역시 존재해야죠. 누군가를 말로 공격하는 일은 자제해야 하며, 표현의 자유를 마치 칼처럼 마구마구 휘두르며 상대방에서 상처입히는것은 잘못된 짓이죠. 누군가를 모욕한다는것이 나쁘다는건 모두가 알아요. 실제로 그런 사람은 대부분 사회적으로 매장 당하거나, 최소한 좋지 못한 평판을 얻겠죠. 다만 이것이 국가차원에서 법적으로 처벌받아야 하는가, 하면 저는 완벽하게 동의하지는 않아요.
블랙넛-키디비 케이스를 떠나서, 예술의 규제에 관한 논의를 떠나서, "국가가 개인의 기본 인권을 억압하는 일"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입니다. 국가에게 그만한 권력을 주는것은 위험해요. 그만한 권력이 쥐어지면, 국가는 개인을 상대로 무엇이든 할수 있습니다. 처벌할수 있는 기준을 교묘하게 바꾸는것은 높으신 분들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모욕죄에 대한 비판, 사형제의 폐지에 관한 논의, 조던 피터슨이 유명세를 얻기 시작한 캐나다의 Bill C-16에 관한 의견 등등 전부 같은 선상에서 이루어지는거죠. "국가에게 헌법으로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무시하고 처벌할수 있을만한, 국가가 한 개인을 법으로 죽일수 있을만한 권력을 주지 말자," 가 그 요지이죠. 블랙넛이 한것이 큰 잘못이니까, 성희롱이니까, 이번 일은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죠? 실제로 쌤통이다, 잘됐다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다만 국가에 의해 이것이 처벌이 가능하다면, 이것보다 조금 덜한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보다 조금 덜한건? 또 덜한건? 어디까지 규제할수 있고, 처벌할수 있을까요. 명확한 기준이 정해져있지 않다면, 검열의 잣대는 어디까지 휘어질수 있을까요.
전 법을 공부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렇게 머리가 좋은 사람도 아닙니다. 제 논리에도 구멍이 여러개 있을수 있으며, 반대의 시각도 이해하고, 흥미도 있으며, 공감도 합니다. 제 논지는, 블랙넛은 잘못한것이 없다가 아니에요. 오히려 블랙넛의 행위에 비판적인 스탠스에 서있습니다. 누구나 그러겠지만, 전 혐오없는 세상을 원합니다. 사람들이 서로 조금 더 사랑하고,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에게 악플을 달고, 성희롱을 하며, 타인에게 상처주는 행위는 용납할수 없고 최대한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넷상이든 현실세계든 말이죠. 이루어질수 없는 유토피아겠지만. 다만 이러한 행위들은 깨어있는 시민들에 의한 비판으로 인해 검열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또 여러분들이 타인에게 상처줄수 있는 표현을 하지 않는 이유가, 국가의 헌법에 의한 처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허용된 선에 의한 규제와, 주변인들에 의한 비판과, 자신의 양심이였으면 좋겠습니다.
글도 못쓰고 법알못인데다가, 표현의 자유에 관한글을 이렇게 길게 쓰는것도 처음이고, 또 바로 밑에 autotrophlim님의 멋진 글이 있어서 등록을 누르기가 망설여 지네요. 그래도 쓴 노력이 있으니까...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겠네요.
가령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며 좌표 찍고 죄 없는 사람들
테러하고 다니는 사이버 불링도 그들에겐
"깨어있는 지식인들의 용기있는 운동"으로 둔갑하는게 현실이니까요.
또한 이러한 사람들 주변에는 자신과 같은 부류의 인간들만 남기 때문에
주변인들에 의한 비판같은 자정작용 또한 기대할 수 없겠구요. 안타깝습니다.
저는 그래서 어느정도 국가가 개입을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다만 님이 걱정하신대로 법이 악용될 부분을 항상 경계하고 염두에 두어야 하겠지만,
"나는 소아성애자고 내일 당장 한명을 강간하고 죽이겠다"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설령 말뿐인 표현이라고 해도 공권력을 통한 제재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벌금형이든 구금이든 처벌 기준을 명확히 해야겠구요.
저도 그런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의 행위는 안타깝게 생각하고, 특정인에 대한 절대 다수의 폭력은 어느정도 제제가 들어가긴 해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지만, 또 그렇다고 (조금 조심스럽지만) 국가차원에서 메갈리아나 워마드 (혹은 일베)등을 위해사이트로 지정하고 셧다운 하는것 역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라고 생각해서요. 또한 반대로 얼마전 커뮤니티들을 뜨겁게 달궜던 '페미니즘에 비판적인 유튜브 채널등을 성차별 컨텐츠로 간주하고 검열'하는 법 발의도 같은 이유로 반대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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