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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K 정규 1집-ESCAPE

title: Kanye West (Korea LP)Alonso20002024.06.02 23:22조회 수 3169추천수 16댓글 10

https://blog.naver.com/alonso2000/223466881674

 

 

 

 

MBA(Most Baddest Asian) 크루의 중추로서 데뷔하여 어느덧 10년 차를 바라보는 EK에게 '대기만성'이라는 말은 꽤나 가깝게 느껴진다. 물론 10년대 중후반에 이미 베이식, 허클베리피 등 여러 베테랑들의 주목을 받았고, 이 하입을 등에 업고 출전한 쇼미더머니에서도 준수한 평가를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쇼미더머니에서의 대진운이라거나, 이후 크루원과의 갈등 등 여러 음악 외적인 안건이 EK에게 있었고, 그동안 그의 결과물들은 그 질은 훌륭했으나 이 안건들을 깨뜨리기에는 결정타가 아직 부족했다. 오히려 EK의 재능이 더더욱 만개하기 시작한 시점은 20년대에 들어서였다. '260 Asia'라는 인디펜던트 레이블을 동해 독립 노선을 천명하는가 하면, 비프리와의 협업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등 대성의 조짐이 차츰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완성된 <ESCAPE>는 먼 길을 돌아온 끝에 도달한 EK의 완성형과도 같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604레온(604LEON)이 주축을 맡고 타입 비트들이 적절히 치고 빠지는 <ESCAPE>의 프로덕션은 그 어느 때보다도 EK의 랩 퍼포먼스에 최적화되어 있다. 트랩을 중심으로 멤피스 랩("Survive", "Fucked Up"), 스냅("Filp Freestyle"), 칩멍크 소울("0817", "전부", "What's Up") 등의 서브 장르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조성해낸 타이트함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장르의 활용도 그렇지만, 야성적인 현악 샘플("Survive"), 혹은 사이키델릭한 신시사이저 루프("Fucked Up") 운용과 같은 디테일한 부분에서 프로덕션이 지니는 간결하지만 짙은 힘을 실감할 수 있다. 특히, 인트로 트랙인 "Yellow Print"에서 보여준 블루지한 기타를 위시한 극적인 구성은 상술된 디테일이 가장 치밀하게 드러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앨범이 지니는 맹렬한 에너지는 주로 후반에 포진된 멜로딕한 넘버를 거쳐 감탄을 넘어 감동의 영역으로 접어든다. 책임("전부")과 고독("EXIT"), 그리고 자신의 인생담에 기반한 초극 의지("What's Up")로 이어지는 후반부의 구성은 청자에게 있어 무엇보다 든든한 힘으로서 다가온다. 이러한 메시지를 더욱 확고히 하는 것은 정확한 박자감과 명료한 직선성에 토대를 둔 EK의 퍼포먼스이다. 견고한 기본, 감정적 기승전결, 심지어는 일부 트랙에서 드러나는 오토튠 운용과 멜로디 메이킹까지 두루 오가는 구성은 마침내 EK의 아티스트리가 만개했다는 일종의 선언과도 같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본질을 잊지 말라는 앨범의 핵심 뼈대가 영리한 구성을 갖춘 일련의 프로덕션, 그리고 이에 기반하여 신명 나게 치고 달리는 EK의 탁월한 랩 퍼포먼스를 거쳐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한국 힙합에서도 손꼽히는 퍼포머들이 앨범에 등장하여 EK와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특히 앨범 초*중반에 배치된 고참들의 벌스가 주는 충격이 상당하다. 한국 멤피스 랩의 최고 권위자인 비프리의 미니멀하고 각진 벌스도 그렇지만, 이센스 특유의 동물적인 움직임은 그 벌스의 짧은 분량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여전히 날카롭다. 이외에도 코르 캐쉬, 오왼과 같은 EK와 비슷한 연배의 블루 칩들이 앨범의 허리가 되어주고, 현재 장르 씬에서 제일 주목받는 영 건 중 하나인 노윤하의 재치가 앨범에 혈기를 더해주기도 한다. 이러한 와중에도 MBA로 대표되는 신림동과 크루, 친구들에 대한 애정이 앨범의 게스트 편성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십선비, CD 판 한정으로는 GV와 AGJB가 앨범에 멜로딕한 요소를 추가해 주며 형제애를 과시하는 부분에서 느껴지는 뜨거움은 다른 누군가로 대체되기 어려운, 크루만이 지니는 고유한 열기라 할 만하다.

<ESCAPE>에서의 EK는 그 어느 때보다 '자기다움'에 호소한다. 자신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크루와 동네에 대한 자부, 자신의 본성을 잊은 이에 대한 직설적인 비판, 그 이면의 방황과 극복에 해당하는 그 모든 영역에서 말이다. 이러한 메시지가 유기성을 갖춘 간결한 프로덕션과 야성이 넘치는 랩과 같은 하드웨어적인 부분이 EK가 그동안 겪었던 갈등과 고민과 결부되는 순간, '어떠한 상황과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참된 면을 잃지 마시기 바랍니다.'라는 앨범의 소개 문구는 진정성과 생명력을 띄게 되었다. 형제들과 동료들, 롤 모델들을 두루 아우르는 앨범의 구성, 그 안에 내포된 경험에 기반한 원숙미에 이르기까지, 오랜 여정의 끝에 도달한 EK의 본질은 그 어느 때보다 빛나고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이 있다면, 앨범의 제목인 <ESCAPE>와는 달리, "What's Up"에서 내린 EK의 결론은 탈출이 아닌 수용이었다는 것이다. 어쩌면 자신이 벗어나고 싶었던 모든 부정적인 부분들마저 품고 끌어안은 끝에 성장하는 일련의 과정이야말로 EK가 꿈꿔왔던 탈출이 아닐까 싶다.

Best Track: Yellow Print, Fucked Up (Feat. E SENS), What’s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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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 6.3 00:01

    스냅이 혹시 뭔가요?

  • title: Kanye West (Korea LP)Alonso2000글쓴이
    6.3 00:45
    @homiedp

    2000년대에 크렁크에서 분화된 서던힙합 서브장르에요

     

    한때 대박쳤던 솔자보이 주전공이 그쪽이었죠

     

    https://en.wikipedia.org/wiki/Snap_music?wprov=sfla1

     

    자세한건 여기

  • 6.3 01:17

    진짜 멋진 앨범의 좋은 리뷰!!

  • 1 6.3 08:34

    Aoty

  • 6.3 11:24

    ek가 아무리 날고기어도 유툽 인증 ㅂㅅ랩 맴버임

  • 6.3 15:41
    @보여요

    날고기 맛있죠

  • 6.3 17:45
    @보여요

    찐따 ㄷㄷ

  • 6.3 19:20
    @방탄소년단

    ?? 뭔가 착각하시는것 같은데 사회에서는 ek같은 비주류를 빠는 사람을 찐따라고 부릅니다

  • 6.3 20:22
    @보여요

    ?님이 뭔데요 걍 찐따 두글자에 긁혀서 발작하는거 밖으론 안보이는데

  • 6.3 20:23

    2024 국내 AO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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