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멜론뮤직어워드에서 첫번째 공연에서 밤편지를 부른 다음 아이유 노래 중에서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지만 의외로 팔레트 앨범의 더블 타이틀 곡이었던 <이름에게>를 불렀덥니다. 어제 영상을 보고 헐 소리가 나왔는데, 힙합은 아니지만 LE에 아이유앨범 나왔을때 감상을 올리신 분도 많고 저도 이 공연에 대한 감상을 공유하고 싶어서 (+ 평론 박살이 LE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시점에 기회다 싶어 글빨 더 가꾸려고(!)) 써봅니다.
이름에게는 팔레트 앨범 중에서 가장 대규모의 악기편성을 보여주는 곡이며, 대충 들을땐 "꿈에서 그리운 목소리"부터 시작해 "너"라는 단어가 많이 나와 얼핏 사랑노래일 듯한 이 노래의 주제를 본인은 "위로와 화해에 대한 노래"라고 말했습니다. SNS 등지에서는 혹시 이 노래가 세월호 사건 추모곡이 아닐까 하는 이야기 역시 했죠. 아이유는 이 노래를 두고 "가장 조심스러운 노래"라고 해 어느 정도 가설의 신빙성을 돋우기도 했습니다. 다만, 본인 스스로 자신이 다룬 노래 중 몇 없는 큰 이야기를 하는 노래라고 하기도 한 만큼 주제 역시 해석할 수 있는 방향이 다양합니다.
그런데 공연에서 아이유는 이 노래의 거대한 초점을 MMA 공연 한정으로 "무명"으로 정조준했습니다. 이름에게 공연 1소절이 끝나자 낮선 목소리가 들립니다. "오잉 듀오공연인가?" 하며 화면에 집중하는데 또 모르는 목소리로 바뀌며 낮선 이름이 화면에 디스플레이됩니다. 그 이름은 코러스 가수의 이름, 버스킹 가수의 이름 등등... 그 이름을 가지고 '텅빈 허공을 혼자 껴안으며', '춥고 모진날'을 '수없이 잃으며' 하루하루 기다리던 음악인의 삶을 살던 이름입니다.
공연이 막바지로 향할때 이름 모를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자신의 이름을 외치며 화면에 띄워집니다. 합창으로 절정에 달하는 이 공연에서 이 공연의 주제가 나옵니다. 어둠속에서 이름없이 매일을 잃어가던 사람들이 소원을 품고, 곧 그 새벽이 밝아진다는 겁니다.
이 공연에서만큼은 잊혀진 이름의 뜻은 바로 빛을 기다리는 모든 사람을 두고 한 말이었다는 겁니다. 저는 이 부분을 처음 들었을 때 무명가수의 이름이 나온 부분이 인상깊어 <이름에게>는 꿈을 가진 모두를 위한 노래라 생각했는데, 공연을 보던 중 '수화'가 머리에 뇌리에 박혔습니다. 수화로 소통하는 사람은 언어를 듣는게 매우 어려운 사람들이며, 그런 사람들은 자연히 말하기 역시 뼈아픈 훈련 없이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자신의 말을 전달할 수 없어 '어두운 밤'에 파묻혀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가사에서 나오는 밤이 둘러싼 건 꿈과 희망이라는 사람의 내면뿐이 아니라 삶 자체일까요? 어쩌면 이 노래는 살아있는 모두를 위한 노래라는 생각이 듭니다.
(근데 정작 수화가 제대로 안보인 건 함정.... 그냥 방송국 차원에서 수화를 화면에 계속 띄워주던지 아니면 프로그램 통째로 수화를 올려주는 건 어렵겠죠? 제가 수화로 사는 사람이었으면 저걸 보고 마냥 기쁘진 않았을듯. 의미가 퇴색된 것 같아서 아쉬운 대목입니다. )
저번 아이유 <팔레트> 앨범 중 최고의 노래가 마냥 '잼잼'이나 '밤편지'라고 생각했고 '이름에게'는 큰 감흥이 없던 저한테 저 영상은 뚝배기를 도리깨로 박살내는 느낌이었습니다. 꿈도 희망도 큰데다 마침 힘든 일이 있어서 어제 저 영상을 보자마자 울컥했어요. 너무 큰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습니다. 게다가 켄드릭라마나 로직 공연같이 이건 공연만으로 작품이다 싶은 무대를 힙합에 빠지면서 무더기로 접하고 한국노래도 분명 이런게 있을만 할텐데 싶어서 아쉽던 차에 저런 무대들 보게 되서 너무 너무 좋네요. 아이유가 더 좋아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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