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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DJ 테즈 (DJ Tezz)

title: [회원구입불가]Bluc2015.05.22 02:13추천수 4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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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DJ 테즈 (DJ Tezz)


레드불 쓰리스타일(Red Bull Thre3style, 이하 쓰리스타일)은 세계 최고의 ‘Party Rocker’를 가리는 경연의 장이다. 굉장히 작은 규모로 시작해서 세계적인 대회로 발전한 이 대회는 매년 최고의 DJ를 뽑는데, 그 과정에서 각 나라(혹은 지역)별로 국가대표를 선발하기도 한다. 올해 한국 국가대표의 자리는 DJ 테즈(DJ Tezz)가 차지했다. 그는 압도적으로 많은 관객 반응을 끌어 모았고, 타이트하면서도 재치 있는 루틴을 통해 승리를 거머쥐었다. 우승 이후 더욱 바쁘게 지낸다는 그를 만나서 쓰리스타일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었다. 그간 힙합엘이를 통해서 접하지 못했던 재미있는 사실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LE: 우선 간단히 소개 부탁합니다.

저는 DJ 테즈(DJ Tezz)라고 하고요. 이태원 루시드림(Lucidream)이라는 곳에서 음악감독을 맡고 있고요. 아울라운지(Owl Lounge)와 하우스밍(Houseming), 메카(MECA)에서 레지던트 DJ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넥사이트(Nexcite)라는 에이전시에서 메인 DJ를 맡고 있습니다.






LE: 우선 우승을 축하합니다. 우승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아직은 크게 실감이 안 나는 것 같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생일보다 많이 관심을 받아서 내심 기분은 되게 좋네요. 모르던 사람들이 많이 관심 가져주시고 그래서… 관심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요.






LE: 내셔널 파이널 할 때 응원하러 오신 분은 많으셨나요?

네. 생각보다 되게 많이 오셨더라고요. 회사 쪽에서도 많이 데리고 오신 것 같고, 주변 지인들도 많이 왔고. 일하는 곳의 직원들도 많이 왔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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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테즈라는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되었나요?

친구 중 한 명이 저보고 애니메이션 태즈매니아(Tazzmania)에 나오는 개와 닮았다고 그렇게 불러주더라고요. 이름을 뭐로 할까 고민을 되게 많이 하고 있었는데, 의미 있는 이름보다는 부르기 쉬운 이름이 더 편할 것 같아서 그렇게 짓게 되었네요.






LE: 처음 디제잉 자체를 알게 되고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 궁금해요.

2006년에서 2008년 사이에요. 제가 갓 스무 살이 되었을 무렵인데, 스무 살이 되었으니까 클럽이라는 곳을 가보잖아요. 갔는데 DJ들이 음악을 틀고 있고, 사람들이 거기에 환호하는 모습이 되게 매력적이더라고요. 그냥 매력적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하다 보니까 어떻게 이 길까지 들어오게 된 것 같아요. 원래는 밴드에서 보컬을 하고 있었는데 그게 조금 와해가 되면서 할 일이 없어지니까 자연스럽게 찾게 된 것 같아요. 생각해보니 불순한 의도로 찾게 된 것 같기도 하고요. (웃음)






LE: 처음에는 밴드 음악에 더 관심이 많으셨나요?

저보고 사람들이 힙합 DJ라고 하지만, 힙합 음악만 좋아해서 힙합 DJ를 시작하게 된 건 아니에요. 전반적으로 음악은 다 좋아하고. 근데 DJ는 또 힙합 DJ로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 어디서 들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웃음) 그런 생각 때문에 그렇게 시작하게 되었죠.





LE: 본격적으로 이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언제인지 궁금해요. 따로 레슨을 받은 건지도 궁금하고요.

레슨은 받지 않았고요. 새로 생기는 클럽에 막내로 들어가서 (배웠어요). 형들 밑에서 잔심부름도 많이 하고, 많이 혼나기도 하면서 고생도 많이 하고. 그러면서 배웠어요. 어깨너머 배우는 그런 거였죠. 어깨너머 배우고, 욕 먹으면서 배우고.






LE: 클럽에서 처음 플레이를 하신 건 언제부터였나요?

저 같은 경우에는, 한 두 가게에 되게 오래 있었던 타입이라 시작했을 때부터 제 타임 그대로 쭉 이어왔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시작했을 때부터 별 어려움이 없었죠. 뭐라고 해야 하나… 처음 DJ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고생을 되게 많이 하거든요. 잘 안 되어서…  저 같은 경우에는 그런 일은 없었어요. 바로바로 되었던 거였죠.


 




LE: 아까 말씀하신 그런 클럽에서 계속 레지던트 DJ를 해오신 거에요?

네. 쭉 레지던트를 해오다가 혼자 독립을 하면서 회사와 계약하고, 레지던트도 많이 하고, 파티도 많이 하고 그런 식으로 진행되었어요.





LE: 그 회사라는 게 넥사이트라는 곳이죠?

네. 넥사이트가 어떤 곳이냐면 해외에 먼저 베이스를 둔 회사에요. 마이애미와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회사인데, 국내에서 활동을 제일 왕성하게 하고 있고, 파티도 하고 있어요. 해외에서는 매니지먼트 같은 회사에요. 가수를 키운다든지 그런 일을 하는 곳인데 큰 회사는 아니고요. 대부분 교포, 외국인분들만 있는 회사인데 저만 한국인이에요. 제가 한국에서 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까 해외 쪽으로 부킹을 많이 해주고. 제가 성격이 둥글둥글하지 못해서 집객이 잘 안 되는 타입이에요. (웃음) 음악만 틀게 해줄 수 있는 그런 회사라고 생각해요. 집객이나 파티 이런 건 다 알아서 해주고.

 





LE: 루시드림에서 음악감독을 하고 계시는데요, 음악감독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궁금해요.

루시드림이 힙합 클럽인데, 아무래도 전체적으로 DJ들의 음악을 조율해주는 역할이죠. 헤드(Head)라고 보시면 되는데, 헤드 자리에서 밑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음악을 틀어줬으면 좋겠다’, ‘손님들과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 '사운드는 이런 식으로 해줬으면 좋겠다' 기타 등등그런 것들을 다 조율하는 직책입니다.





LE: 레지던트 DJ를 할 때 트는 음악에 어느 정도 클럽 쪽에서 조율하거나 관여를 하는 편인가요?

아무래도 클럽마다 다 다를 건데, 오너가 원하는 음악적 성향이 있고 DJ가 선호하는 성향이 또 조금씩 다르니까요. 그런 것들을 중간에서 조율을 해주는 역할을 제가 하고 있어요. 사람마다 다 다르듯이 클럽마다 달라요. 클럽마다 오너들도 다르고 DJ도 조금씩 다 다르잖아요. 그런 데서 오는 차이 같아요.





LE: 레지던트 DJ로 틀 때는 주로 어떤 걸 트시나요?

되게 다양하게 많이 틀어요. 장소마다 음악적 성향이 워낙 달라서요. 루시드림 같은 경우에는 뉴스쿨, 트랩 등 요즘 유행하는 음악을 많이 플레이하고 있고요. 아울라운지에서는 대중에게 맞춘,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그냥 대중음악을 플레이한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커머셜한 음악을 플레이하고. 하우스밍 같은 경우에는 EDM 베이스로 가고 있는데, 아무래도 초반부터 EDM 음악을 틀면 사람들이 많이 불편해해서 저 같은 경우에는 초반에 알앤비나 슬로우잼 음악으로 깔아주는 편이고요. 메카 같은 경우에는 공간이 나뉘어 있어요. 블루 존, 레드 존 이렇게 있는데 저는 레드 존에서 힙합 음악을 담당하고 있어서 그렇게 플레이하고 있고요.






LE: 오랜 시간 한 곳에서 레지던트 DJ를 했다고 하셨어요. 그러다 보면 고민 같은 게 생길 것 같은데요.

지금은 되게 여러 곳에서 플레이를 하지만, 그때는 다른 곳에서 플레이했어요. 거기는 오픈 시간은 정해져 있는데 마감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요. 손님이 다 나가야 마감이 되어요. 그래서 여덟 시에 마감하는 날도 있고, 아침 열두 시에 마감하는 날도 있거든요. 거기서 일을 하면 굉장히 힘들어요. 아무래도 계속 그렇게 갇혀있다 보니까… 갇혀있다는 표현이 되게 애매하기는 한데, 그렇게 한 곳에만 있다 보니까 다른 곳도 궁금하고, 다른 DJ들은 어떻게 음악을 트는지 궁금하잖아요. 그런 궁금증이 되게 많이 생기는데 해소가 안 되는 거예요. 나갈 수가 없어서… 그런 점이 불편했죠. 불편한데 장점이 있다면 임금체납이 없다는 것? (웃음) 그리고 꾸준하게 음악을 틀 수 있고, 다양한 사람 앞에서 음악을 틀 수 있고 다양한 분위기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최대 장점인 것 같아요. 단점은 바깥세상이 궁금하다는 것. 우물 안 개구리라는 표현 쓰잖아요. 그런 것처럼 밖이 계속 궁금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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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다양한 음악을 틀다 보면 듣는 것도 계속 새로운 걸 접해야 하고 그래야 할 것 같거든요. 넓은 차원에서도 들어야 할 것 같고.

굉장히 많이 들어야 하는 타입인 것 같아요. 회사 자체에서도 외국 회사이기 때문에 커머셜한 것도 다 들어야 하고. 가게 레지던트에서 일하다 보면 매니악한 음악도 많이 들어야 하고. 사실 요즘에는 머리에 잘 안 들어오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습니다.


 



LE: 홍콩에서도 플레이하셨던 걸로 알고 있어요.

회사 쪽에서 부킹을 해준 건데, 해외 베이스라고 했잖아요. 한국 사람이 많이 모여 있는데 지사가 나뉘어 있어요. 미국 쪽에 가장 많이 분포되어 있고, 그다음 유럽 쪽에 있고. 스위스에도 하나 있고. 홍콩에도 지사가 따로 있어요. 일본에만 없고 세계 곳곳에 퍼져 있다고 보시면 되어요. 홍콩 쪽에 있는 지사 사장이 힘이 좀 있으신 분이셔서 수월하게 잘 갔다 왔던 것 같아요. 앞뒤로 스케줄이 계속 있어서 힘들었는데, 홍콩 갔을 때는 A급 대우를 받아서 좋았어요.

 





LE: 반응은 어땠어요?

처음에는 케익샵(Cakeshop) 같은 곳이라고 알고 갔어요. 새로 나오는 음악, 힙합 음악을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근데 안 좋아하는 거예요. 그래서 처음 30분을 되게 헤맸어요. 저는 이렇게 하면 터질 줄 알았는데 다 안 터져서 되게 당황을 했는데, 전 DJ가 틀었던 음악을 생각해보니까 약간… 걔네도 좀 취향이 이상해요. 예를 들어서 클럽에서 굉장히 터지는 음악을 틀기 위해 브릿지 같은 음악을 틀거든요. 근데 굉장히 터지는 음악이 브릿지 구간이 되고, 브릿지 같은 음악이 터지는 음악이었어요. 그래서 순서만 바꿔서 틀었더니 굉장히 좋아하더라고요. 그걸 감 잡는 데 되게 오래 걸렸어요.


 




LE: 그게 되게 어려울 것 같거든요. 그 자리에서 해나가야 하니까…

음악을 틀면서 머리를 굉장히 많이 굴리는 편이에요. 공부할 때도 그렇게 안 했는데, (웃음) 공부를 워낙 안 하기는 했지만요. 음악을 틀 때는 정말 머리통 굴린다고들 하잖아요. 그게 파바박 계속 돌아가야 해서 한 타임 끝나고 나면 굉장히 지쳐요. 심리적으로 지치는 건 아닌데, 체력적으로 되게 문제가 많아서요.






LE: 보통 레지던트 DJ로 플레이하실 때도 그 자리에서 해결하시는 편인가요?

대부분 즉석에서 해결해요. 아마 모든 DJ가 셋 플레이하지 않을 거예요. 셋 플레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보여주는 루틴 이외에는 셋 플레이라는 게 거의 없어서… 저로서는 그래요. 저는 그렇게 배웠고. 그래서 놀러 오는 손님들의 분위기를 보고 선곡하거나 그런 식으로 하죠.






LE: 아메바컬처(Amoebaculture) 콘서트 같은 행사에서도 플레이하셨던 걸로 알고 있어요.

아메바컬처 콘서트는 제가 아메바컬처 쪽과 연관은 없고요. 공연을 주최하신 분과 연락이 닿았어요. 먼저 연락이 오셔서 이런 콘서트를 진행할 건데 와서 틀어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알고 봤더니 루시드림에서 잠깐 파티를 하셨던 분들이더라고요. 그때 제가 음악을 틀었던 게 인상 깊었다고, 연락처를 받아 가셨는데 거의 1년 만에 연락을 하신 거예요. 저는 뭔지도 모르고 받았는데, 결국 하게 되었죠.






LE: 플레이할 때 매쉬업을 선보이기도 한다고 들었어요.

즉석에서 매쉬업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무래도 편집이다 보니까 그걸 트랙으로 만드는 것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은 것 같아요. 곡을 쓰는 건 어려울 것 같아요. 해보지는 않아서… 어릴 때 공부를 좀 하긴 했는데, 생각보다 되게 어렵더라고요. 용어도 어렵고… 곡을 쓰는 건 나중에 도전해야겠죠.






LE: 혹시 장비는 보통 턴테이블을 쓰시는 건가요?

아뇨, 저는 장비에 제약이 없어요. CDJ도 쓰고, 턴테이블도 써요. 쓰리스타일을 할 때도 CDJ로 할까 하다가, 다들 턴테이블을 쓰는 것 같아서 (웃음) 저도 턴테이블을 쓰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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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활동의 중점을 이태원에 두게 된 계기가 있나요?

처음 시작은 홍대에서 했어요. 홍대에서 했다가 그 가게를 오픈하신 사장님께서 이태원에도 가게를 많이 가지고 계셨어요. 그 가게들을 책임지는 메인 DJ가 저를 담당하시는 형이었던 거죠. "너 여기로 가." 이렇게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우선은 홍대와 이태원 두 군데를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홍대가 점점 문화가 많이 바뀌더라고요. 젊은 층보다는 어린 층으로 넘어가는 것 같고, 음악을 듣는 것도 어려지는 것 같고 그러다 보니까 정이 떨어진다고 해야 하나요? (웃음) 어쨌든 이태원에만 남겠다고 해서 이태원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이태원 같은 경우에는 아무리 커머셜한 음악을 틀더라도 다양하게 틀 수 있다는 점이 좋았고요. 자유롭고 그래서 좋았어요. 그러다 보니 이태원에 유독 애정이 많이 가는 편이에요. 그래도 제가 들어왔을 때는 이태원에 사람이 많이 없었을 때였거든요. 그때가 2011년 정도였던 것 같아요. 제가 사람 많은 걸 안 좋아해요. (웃음) 사람도 별로 없고 그래서 좋았어요. 별생각 없이 편하니까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도.






LE: 생각보다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았네요.

DJ도 오래 하지 않았어요. 5년 정도 한 것 같아요. 2009년 12월 24일에 시작했는데 단 6, 7일로 1년을 날로 먹고 싶지는 않아서 2010년에 시작했다고 하죠.






LE: 내셔널 파이널에 참가하게 된 계기가 특별히 있으신가요?

2012년에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작했던 걸로 알고 있어요. 그때 저와 애증의 관계인 다른 DJ 형이 있었는데, 아마 이름이 나가면 좋아할 거에요. (웃음) 문제가 있었던 사람이어서. DJ 브레인차일드(DJ Brainchild)라고 그 형이 2012년에 나가서 예선을 치르고 파이널까지 올라갔어요. 근데 파이널에서 떨어진 거예요. 저와는 너무도 가까운 관계인데 떨어진 걸 못 보겠는 거예요. 마음이 아파서… 형이 나가고 나서 자신감이 좀 생겼는지 2013년에 다시 재도전했는데, 자기가 생각하기에 조금 안 좋은 점들이 보였는지 그걸 공개 SNS에 써버린 거예요. 그래서 문제가 많이 생겼다가 예선 탈락을 하고 나서 "나는 더는 컴피티션에 나가지 않겠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다가 "나 대신 네가 준비를 해라."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나가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2014년에 열리길 기대하며 준비를 1년 동안 열심히 했는데 2013년에 안 열린 거예요. (웃음) 그리고 나서 회사와 계약을 했는데, 회사에서 일을 너무 많이 주니까 정신도 하나도 없고 준비할 시간도 없었죠. 그러다 2015년이 되었는데 대회 예선 마감 일주일 전에 알게 된 거예요. 전화가 와서 "너 안 나가냐?" 그래서 제가 어딜 나가느냐고 했는데, 쓰리스타일이 열리는데 안 나가느냐고 한 거더라고요. 제가 정보력이 부족해서 2013년에는 제가 열리는지 몰라서 못 나갔거든요. 이번에는 일주일 전에 알려주고, 안 나가면 죽이겠다는 식으로 협박을 들었어요. (웃음) 막상 열린다고 하니까 긴장되고 그런 게 있잖아요. 나갈까 말까 고민을 되게 많이 했어요. 그래서 회사에 고민을 얘기했어요. 회사에서 '네가 하고 있는 커리어가 있는데 왜 나가냐' 이렇게 나올 줄 알고 얘기했는데 당장 나가라는 거예요. 그래서 "나가야지." 말만 하고 준비를 못 하고 있다가 예선 마감 이틀 전에 작업실 가서 끄적대다가 그냥 평소에 즐겨 틀던 셋 같은 걸 짧게 편집해서 보냈더니 의외로 반응이 좋았어요.






LE: 그래도 예선 영상에 나오는 셋을 짤 때 고민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고민을 하기는 되게 많이 했는데, 다른 고민이었던 것 같아요. 음악적인 고민이라기보다는 남들보다 더 잘하고 싶은 그런 고민밖에는 없었던 것 같아요. 깔끔한 스킬, 창의적인 루틴 이런 걸 고민했죠. 선곡이나 이런 건 어차피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다른 쪽으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예선 영상 같은 경우에는 그렇게까지 생각이 많지는 않았는데, 결승 루틴을 짤 때는 고민 정말 많이 했어요.


 




LE: 클럽에서 디제잉을 하다 보면 선곡을 하고 믹싱을 하는 일 외에도 기술적인 면모가 어느 정도로 필요한지 잘 모르겠는데, 쓰리스타일 경기 내에서는 그게 많이 필요하잖아요. 그런 기술도 어깨너머 배우신 건지 궁금해요.

배틀 DJ 외에 클럽에서 일하는 DJ들치고 스킬적인 면에서 괜찮은 사람이 생각보다 많이 없더라고요. 근데 어느 날 친한 DJ 형네 집에 놀러 갔다가, 유투브 영상 하나를 보여주더라고요. "이런 DJ가 있는데, 굉장히 잘한다"라고 하면서 보여주는데, 정말 푹 봤어요. 한 20~25분 영상인데 하나도 안 빼놓고 봤어요. 근데 너무 다른 거예요. 일반적으로 저희가 하는 플레이와 너무 달랐어요. 그때 봤던 게 매쉬업 플레이에요. 클럽에서 자기가 직접 즉석에서 하는 즉흥 매쉬업이었는데 깨끗한 스크래치 기술 같은 걸 보고 집에 가서 정말 그 영상을 이만 번 본 것 같아요. 정말 너무 신기했어요. 스크래치라는 기술 자체는 어깨너머 배웠다기보다는 ‘나도 한 번 해볼까’ 싶어서 익히게 되었어요. 가게에서 하도 오래 있다 보니까 해봤는데 되는 거예요. 신기해서 계속 하게 되었고, 그렇게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습이 되었던 것 같아요. 손님들 앞에서도 자연스럽게 했고요. 이후로 따로 배우거나 그런 건 없었어요. 영상을 보면서 따라 한다거나 그런 식으로 익혔어요. 독학한 셈이죠.






LE: 결승을 위한 15분을 짜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 있다면?

다양한 BPM대로 틀어야 하는데 그걸 연결을 잘 못 하겠더라고요. 평소 클럽에서 음악을 틀 때는 이제 벌스 나가고 훅 나가고, 훅에서 믹스해서 음악을 바꾸는 편인데, 쓰리스타일 같은 경우에는 15분이 짧잖아요. 짧게 짧게 끊어야 하는데 그게 너무 힘든 거예요. 그런 루틴은 짜본 적도 없고, 해본 적도 없어서 그런 부분이 되게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되게 필요했어요. 루틴을 짜다가 그런 목소리를 넣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바스코(Vasco) 형의 목소리를 넣었죠. 개인적으로 알던 사이는 아니었어요. 근데 바스코 형이 지금 준비를 하고 계신 게 있는데, 그런 것 때문에 DJ들에게 관심을 오래 보이다가 쓰리스타일 영상을 보셨나 봐요. 제 영상을 감명 깊게 보셨나 봐요. 하루는 제가 이태원에서 걸어가고 있는데 길에서 마주친 거예요. 근데 이게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인연이라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같이 지나가던 동생이 있는데 그 동생과 바스코 형이 친해요. 그래서 동생이 저를 소개해줬죠. 그랬는데 굶주린 야수의 눈빛으로 저를 쳐다보시더라고요. (웃음) 저는 처음에 저한테 시비 걸려고 그러시는 줄 알고 무서워서 움츠렸는데, 제 손을 꽉 잡으시면서 팬이라고 해주시더라고요. 연락처를 알고 싶다고 하셨어요. 어떻게 보면 연예인이 번호를 가져간 거잖아요. 사람들이 많이 아는 유명한 사람한테 번호를 알려주고 나니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그러다가 만난 지 얼마 안 되었고, 서로 잘 모르는 상태인데도 염치 불고하고 샤라웃을 부탁했어요. 되게 흔쾌히 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자신감 있게 루틴을 짰어요. 정말 그거 하나 믿고. (웃음)




 


LE: 어쨌든 그런 요소가 되게 많았다고 기억하거든요. 곡만 쭉 가는 게 아니라 재미있는 순간들이 타이트하게 나왔던 것 같은데, 관중들에게 먹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있었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바스코 형 샤라웃과 마지막 루틴이었던 건데, “Calabria”라는 음악에서 소스를 가져와서 린킨 파크(Linkin Park)의 “In The End” 곡을 연주하는 부분이었어요. 그 부분이 저의 야심 찬 필살기 같은 느낌이었는데, 그런 게 먹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반응이 많이 없더라고요. (웃음) 사람들이 제가 뭘 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았어요. 되게 아쉬웠는데 심사위원들은 잘 알았을 거예요.


 




LE: 샘플러 같은 걸 쓰고 그러는 건 어렵지는 않으셨나요?

미디 컨트롤러 중에 다이서(Novation Dicer)를 계속 썼는데 가게에 같이 일하는 형이 SP1(Pioneer DDJ-SP1)을 가지고 있었어요. ‘이거 써볼래?’ 권유해서 써봤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아요. 손에 잘 안 익어도 어차피 하는 방식은 똑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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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이번에 나오면서 기존 경기나 우승자들을 참고하셨는지도 궁금해요.

2012년 때 굉장히 불타올라서 2013년도에 그런 영상을 되게 많이 찾아봤어요. 2014년에는 안 열렸잖아요. 그래서 낙심을 되게 많이 했어요. 생각보다 낙심을 너무 많이 해서 (웃음) DJ 영상 모든 걸 다 끊었어요. 아예 안 봐버렸어요. 그러고 나서 발등에 불이 떨어지니까 어떻게 할 수 없어서 찾았죠. 보긴 보는데 눈에는 안 들어오고 그래서 파이널 셋 짜는데 고생 진짜 많이 했어요.






LE: 다른 참가자들 보면서 긴장했다거나 내가 이기겠다 싶으셨는지.

건방진 말이겠지만, 대회 시작 전부터 무조건 내가 우승한다고 확신하고 있었어요. 잘하는 선배도 계셨고, 의외의 DJ도 있었는데 각자가 가진 단점도 있었어요. 근데 저한테는 그 단점이 없었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단점을 단점으로만 소화한다면 무조건 내가 이긴다고 생각했어요. 긴장은 많이 했어요. 아무래도 대회 자체도 그렇고 사람들이 많이 주목하다 보니 긴장을 많이 했는데, 실수만 안 하면 된다고 생각했죠. 지금 이겼으니까 이런 말을 하는 거지, 그렇지 못했으면 생각도 못 하죠. (웃음) 우승했으니까 할 수 있는 얘기죠.






LE: 그러면 이제 월드 파이널이 남았는데, 특별히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한 게 있으신가요?

월드 클래스라는 것 자체가 아무래도 힘들잖아요. 세계라는 장벽이 있고 그래서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 싶긴 해요. 아무래도 스크래치만 하는 대회도 아니고 대회 보면 다들 분명히 저보다 기술적인 부분은 좋을 거예요. 아이디어도 그렇고 다들 좋을 건데 저는 가서 음악을 플레이하고 싶어요. 그냥 화려하게 보여준다기보다는 보러 온 관중들이 놀 수 있게 음악을 플레이하고 싶고, 원래 제 스타일대로 다양하게 틀고 싶어요. 다양하게 플레이하는 게 제 스타일이라 가능하다면 제 것 중에서 보여줄 수 있는 건 다 보여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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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쓰리스타일은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는 것이 유리하잖아요. 본인의 경험이나 그런 것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나요?

그럼요. 아주 많은 도움이 되었고, 힙합 DJ로 시작했지만 그게 맞는 거로 생각하고 DJ를 시작했기 때문에 음악 자체는 힙합만 듣지 않아서요. 도움이 되게 많이 되었어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여러 음악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어서 같이 공유하고 이야기하면서 얻었죠. 음악적인 지식도 많이 쌓았고요.






LE: 월드 파이널을 두고 부담도 있겠지만, 기대도 있을 것 같아요.

우승할 거라는 기대는 안 하는데, Top 5나 Top 4까지 올라가면 기분 좋지 않을까. 그 정도만 되어도 제 목적을 달성한 것이기 때문에… 그래도 그 많은 사람 중에서 제가 더 나은 게 있겠죠. 제가 꼴등은 아니겠죠. (웃음)





LE: 월드 파이널이 가까운 나라에서 해서 아쉽지는 않으신가요?

아니에요. 저는 비행기를 타는 데 스트레스를 굉장히 받기 때문에 오히려 가까운 나라로 가는 게 되게 다행이었어요. 도쿄라는 곳은 금방 가잖아요. 그냥 한 시간 반 차 타고 간다고 생각하고, 홈그라운드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할 생각이에요. 그게 저한테는 좋은 점으로 통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캐나다, 미국에서 열두 시간씩 비행기 타고 오는 사람들은 스트레스받잖아요. 이코노미석 자리도 좁은데. (웃음) 오히려 편하게 다녀올 생각입니다.






LE: 힙합엘이는 알고 계셨는지, 혹은 자주 들어오시는지 궁금합니다.

힙합엘이는 당연히 알고 또 들어가죠. 워낙 해석을 잘해주셔서 가사 내용이 궁금할 때 들어가서 찾아봐요.






LE: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레지던트 생활을 꾸준히 하면서 틈틈이 준비해야 할 것 같아요. 주말은 너무 바쁘다 보니까 월드 파이널 준비할 시간이 생각보다 없을 것 같아요. 회사에서도 아시아 쪽으로 투어를 예정하고 있고, 우승하고 나니 여기저기서 연락도 많이 오네요. 원래 부킹을 하려고 했던 것도 다른 사람 다 쓰고 나서 제가 우승하고 나니까 갑자기 전화가 오고 그래요. 그런 스케줄을 다 소화해 가면서 월드 파이널을 준비하는 게 조금 힘들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더 빡세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최대한 들어오는 스케줄을 다 소화해내고 싶은 게 욕심이에요. 돈을 벌고 싶다는 욕심은 아니에요. 돈은 있으면 있는 거고, 없으면 없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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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MIXMIXTV x Red Bull Thre3style Showcase: 링크

[파티] Red Bull Thre3style National Final: 링크



글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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