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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use this is thriller!

TomBoy2026.06.22 22:10조회 수 617추천수 8댓글 4

마이클 잭슨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사실 저도 잘 모릅니다.

그냥 그의 음악 그리고 춤을 좋아했지요.

 

그럼에도 제가 그에 대해 힘주어 얘기할 수 있는 몇 가지가 있다면,

백인이 되려 한 적이 없다는 것,

성형 중독이 아니라는 것,

사전에 약속한 곡을 빼고는 립싱크한 적이 없다는 것,

무엇보다 단 한 번도 아동을 추행한 적이 없다는 것,

그리고 우리처럼 음악과 춤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는 것.

 

 

이맘때가 되면,

유독 마이클이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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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3월 25일 캘리포니아 파사데나 컨벤션 센터에서는 모타운 25주년 특집 공연이 촬영됐다. 다이애나 로스와 슈프림스, 스티비 원더와 마빈 게이, 스모키 로빈슨과 미라클스, 라이오넬 리치와 코모도스, 템테이션스와 포 탑스 등 한자리에 뭉친 세기의 스타들이 모타운의 황금기를 완벽하게 재현했지만, 공연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 건 다시 태어난 마이클 잭슨이었다. 유려한 실루엣의 스팽글 원단 재킷, 발목이 훤히 드러나는 똑기장 팬츠, 왼손에만 착용한 은백색 장갑, 기름기가 흐르는 제리 컬 헤어, 셀 수 없는 사람들이 셀 수 없을 만큼 흉내 냈던 절도 넘치는 동작들, 그리고 문 워크. 이 무대는 브리트니 스피어스, 저스틴 팀버레이크, 어셔, 마돈나, 오마리온 등이 꼽은 최고의 퍼포먼스였으며 이들의 무의식으로 틈입해 제스처와 춤 선으로 되살아났다. 슈퍼스타들뿐만이 아니다. 이 무대는 내가 가장 많이 시청한 라이브 영상 중 하나이고 매번 진지한 마음가짐으로 마이클의 춤을 따라 하며 그 자취를 눈에 새겨 넣곤 했다. 그가 미국의 연인이 되기 전에, 대중의 구경거리로 전락하기 전에, 온갖 가십의 찌꺼기에 파묻히기 전에, 퀸시 존스와 함께 모든 수록곡이 킬링 트랙인 앨범을 만들기 위해 분투하던 그 모습을.

 

릭 제임스의 Give It to Me Baby, 홀 앤 오츠의 I Can't Go for That (No Can Do), 대즈 밴드의 Let It Whip 등, 지금 와서 <Thriller>를 들으면 마이클과 퀸시가 당시 무엇에 귀 기울이고 있었는지 알 듯하다. 이들은 결코 전에 없던 무언가를 창조한 게 아니다. 대신 시대의 얼굴을 주의 깊게 관찰하며 그 초상에서 제일 인상 깊은 요소들을 가져와 제 입맛대로 고쳐 쓴 것이다. 본디 <Thriller>가 이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내 방식대로' 아니었던가. 미래적인 디스코 그루브로 포문을 연 앨범은 에디 반 헤일런의 난폭한 기타 사운드를 지나 테디 팬더그래스의 애수에 젖은 슬로 잼으로 막을 내린다. 내 생각에 <Thriller>는 디스코와 하드 록 팬들이 동시에 사랑한 몇 안 되는 레코드이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이 앨범을 위대하게 만든다.

 

Wanna Be Startin' Somethin'과 P.Y.T. (Pretty Young Thing)에 담긴 풍성한 디스코 그루브는 디스코의 생사가 대중이 아니라 아티스트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우리가 폭파시킨 것은 무분별하게 복제한 듯한 싸구려였지, 다프트 펑크, 카일리 미노그, 제시 웨어의 디스코 리바이벌은 두 팔 벌려 환영하지 않았던가. 얼핏 Wanna Be Startin' Somethin'은 유치한 말싸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말맛을 살린 훅과 팝 오마주가 정교하게 맞물려 있는 복잡다단한 십자수에 가깝다. 마이클은 라임과 문맥을 맞추기 위해 자신이 고안한 문장들을(my baby cryin', You're a vegetable) 펑카델릭과 마누 디방고에게서 빌려온 재치 있는 라인들 사이에 절묘하게 끼워 넣는다. 만약 말장난에도 수준이 있다면 이 곡은 셰익스피어 등급일 것이다. 생전 인터뷰에서 마이클은 Wanna Be Startin' Somethin'의 완성도가 만족스럽지 않다고 밝혔지만 그는 단 한 번도 이 곡을 립싱크하지 않았다.

 

<Thriller>가 공개된 1982년에는 프린스가 <1999> 또 케이트 부시가 <The Dreaming>을 통해 신시사이저와 드럼 머신의 새로운 활용법을 제시했다. 솔직히 <Thriller>하면 자연스레 연상되는 Billie Jean의 8비트 리듬과 Thriller의 마약 같은 베이스라인을 프린스나 부시의 것과 비교했을 때, 마이클의 테크닉은 지나치게 단순하거나 안일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당시 수십만 명의 천진한 아이들은ㅡ미래의 자넷 잭슨과 마돈나를 포함해ㅡ훵크 워리어나 아트 팝 위치가 되는 대신 문 워크를 추며 댄스 팝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한편 당대에는 Beat It이나 Billie Jean 같은 곡들의 아성에 가려 크게 주목받지 못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 진가를 인정받은 Human Nature가 있다. 토토의 키보디스트 스티브 포카로와 송라이터 존 베티스의 합작으로서 팬들이 동경해 마지않는 로맨틱한 버전의 마이클이 시대에 얽매이지 않는 세련된 무드와 성찰적인 가사를 선보인다.

 

비틀스 마니아가 최고작을 두고 옥신각신하는 것처럼 마이클의 팬들은 종종 <Off the Wall>과 <Thriller>를 비교한다. 둘의 제일 큰 차이는 기획 의도일 것이다. <Off the Wall>에도 엄청난 야심과 기술력이 집중됐겠지만, <Thriller>는 기획 단계부터 유전자 조작을 통해 거대해지도록 프로그래밍된 작품이다. <Thriller>는 <Off the Wall>이 그래미 어워드 제너럴 필드에 지명되지 못하고 단 한 부문의 수상에 그치던 그날 밤 제작이 결정됐다. 이 성인으로서 겪은 첫 실패가 마이클의 운명을 결정지었을 가능성이 높다. 전성기 뮤지션들이 으레 그렇듯 <Thriller>는 위대함 그 자체를 벤치마킹했다. 이때부터 디스코그래피가 진행될수록 더 많은 자본과 인력을 투자했으며, 이 선택으로 마이클은 Thriller라는 대작을 탄생시키고 팝의 황제로 가는 길목에 들어섰다. 하지만 동시에 더 화려하고 더 성대한 무언가를 보여줘야 할 의무를 스스로 짊어졌다.

 

1984년 그래미 어워드가 마이클의 대관식처럼 비쳤던 일이나 그 왕좌에서 필연처럼 내려오게 된 과정을 <Thriller>와 분리해서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사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과 마이클의 어마 무시한 존재감이 이 앨범에 가치 이상의 상징성을 부여했다고 보는 의견도 적지 않다. "마이클 잭슨은 왜 이토록 신격화된 걸까?" 이 질문을 파헤치는 일은 비틀스, 히치콕, 톨스토이라는 이름에 반기를 드는 것만큼이나 무의미하고 고단할 것이다. 그 영광이 의심할 여지도 없는 진실이라서라기보다는 그것이 이미 한참 전에 결정된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대답할 수 없는 질문에 되레 질문을 던지고 싶다. "무엇이 마이클 잭슨을 신격화하도록 만드는가?" 1982년에 퀸시 존스가 프로듀싱한 또 한 장의 앨범인 도나 서머의 <Donna Summer>를 살펴보자. 이 앨범은 <Thriller>와 마찬가지로 매끄러운 댄스와 알앤비 트랙들로 구성됐다. Beat It에 반 헤일런이 있었다면 Protection에는 스프링스틴이 있었다. 두 앨범 모두 흠잡을 데 없는 멜로디로 가득했으며 A 면의 마지막 곡을 영화 같은 스케일의 블록버스터 싱글로 장식했다. 어찌 보면 <Donna Summer>는 <Thriller>의 거울상과도 같았다. 그런데 현재 <Donna Summer>가 거의 언급도 되지 않는 반면에 <Thriller>는 어쩌다가 우리 문화의 제2차 세계대전이 됐을까?

 

군대에서 휴가를 나오던 날 서울역 대합실에서의 풍경이 여전히 생생하다. 스무 명가량의 사람들이 모여 TV를 시청하고 있었다. 브라운관에서 펼쳐진 영상은 전 국민의 관심사나 속보가 아니었고, 스포츠 경기나 국가대항전도 아니었으며, 높은 시청률을 보장하던 예능 프로그램도 아니었다. 그 속에서는 마이클 잭슨이 춤을 추고 있었다. 10년 만에 재개된 투어 This Is It을 기념해 그의 콘서트 영상을 틀어준 것이다. 투어 한 달을 남겨두고 마이클은 사망했다.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그 풍경이 내 머릿속에서 생생한 것은 가던 길을 멈추고 TV를 보던 스무 명의 사람들 때문이다. 나는 요즘도 가끔씩 그 대합실을 떠올린다. 대체 무엇이 저마다의 행선지로 가기 위해 모인 스무 명의 발길을 묶어둘 수 있을까? 한 사람이 노래 부르며 춤추는 것을 지켜보기 위해서?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한데 이야말로 마이클이 가졌던 가장 큰 힘일지도 모른다. 스티비 원더와 마빈 게이가 선 무대에서 하이라이트를 장식하고, 서로 다른 장르의 팬들을 동화시키고, 유치한 말장난 같은 가사를 묘기에 가깝게 소화하고, 수십만 명의 아이들이 문워크를 추게 하고, 기차역에서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스타성, 카리스마, 아우라, 이미지, 캐릭터 등 뭐라고 부르든지 간에 대중음악 역사상 마이클 잭슨만큼 그것이 충만한 인물은 없었을 것이다.

 

고전 할리우드 영화 <선셋 대로>에서 글로리아 스완슨이 연기한 노마 데스몬드는 홀로 있는 거실에서 자신의 한창때를 씁쓸하게 돌이켜본다. 유명인의 흥망성쇠와 거대 문화산업의 이면을 다루는 원조 격의 작품으로서, 평론가 로저 이버트는 이 장면에 "모든 스타들이 되돌아갈 요람"이라는 평을 남겼다. 하늘 아래 영원한 것은 없으며 당신이 사랑하는 모든 스타들은 전성기를 지나 다른 별들에게 그 자리를 내어준다. 오직 단 한 사람 마이클 잭슨을 제외하고. 전성기의 끝자락에 접어들어 자신의 발자취를 되돌아볼 시기가 왔을 때에는 말 같지도 않은 루머를 해명하느라 너무나도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마침내 무대 위로 돌아올 준비를 마쳤을 때에는 죽음이 그의 시간을 앗아갔다. 마이클이 노마가 서 있던 거실에 있었다면 어떤 시기를 회상했을까? 캘리포니아의 웨스트레이크 스튜디오, 로드 템퍼튼이 주요 루프가 될 베이스라인을 들려준다. 짙은 선글라스를 낀 퀸시 존스는 근엄한 표정으로 부스를 응시하며 검지를 올려 그에게 사인을 보낸다. 마이클은 이거다 싶은 표정으로 숙맥처럼 리듬을 타며 순간 떠오른 가사를 헐떡임과 함께 내뱉는다. 이 장면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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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1 6.22 22:27

    The Lady in My Life를 들으며 단 한번도 테디 팬더그래스를 떠올려본 적이 없는데, 생각해보니 무척이나 잘 어울리네요. 저는 마이클 잭슨의 음악적 영향력이 한참 과대평가되었다가도 다시 과소평가되었다고 느낍니다. 디스코 리바이벌 하시니 체감되지만, 후대의 아티스트들이 디스코를 위시한 댄스 팝을 제작할 때 마이클과 Thriller를 참조한 비중이 적지 않다고 생각하네요. 그게 굳이 저스틴 팀버레이크나 위켄드가 아니어도, 저스티스 역시 마이클을 사랑해 마지 않잖아요. 마이클이 음악 매니아들이 선호할 만할 전위음악가는 아니어도, 전성기 시절의 야망과 그 야망을 끝내 현실로 만들고 마는 실행력만큼은 대중음악사를 통틀어 비견될 만한 이가 몇이나 있나 싶습니다. 저는 칸예의 다크 판타지가 랩 버전의 Thriller로 거듭나리라 생각하고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음악성은 몰라도 체급은 아직 한참 딸리는 것 같거든요 ㅋㅎㅎ

  • 6.23 17:07
    @온암

    진짜는 HIStory임

  • 6.23 17:47
    @카녜는신이다

    진짜는 20세기가 시작하고 드랍된 INVINCIBLE이라 봅니다. 올드하면서도 동시에 (당시엔) 모던한 사운드가 굉장히 잘 어우러진다고 봅니다.

  • 감동적인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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