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집 Lord Willin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2집의 제작이 중단당하며 Ab-Liva, Sandman과 4인그룹 Re-up Gang으로 활동을 하던 Clipse는 소속사 자이브 레코즈와의 합의 후 2006년, Hell Hath No Fury가 세상에 나오게 된다.
먼저 이 앨범의 주인공은 2명이 아니라 3명인 점을 명시하도록 하자. Clipse의 멤버, Thornton 형제, 동생 Pusha T와 형 Malice
그리고 이 둘의 동반자, 퍼렐 윌리엄스이다. Clipse의 커리어를 시작부터 함께한 그는 그들의 1집을 성공적으로 프로듀싱했고 2집 역시 주도적으로 프로듀싱에 참여하게 된다. 2집에서 달라진점이 있다면, 같은 The Neptunes 멤버, 채드 휴고의 불참이었다
당시 대중음악을 지배하다시피한 넵튠스의 반쪽을 잃은 퍼렐은,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본인의 역량을 200%로 끌어올린다.
2000년대 초반, 힙합에서 샘플링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해졌다. 21세기 힙합의 청사진, <The Blueprint>부터 역사적인 데뷔 앨범 <The College Dropout>, 소포모어 징크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한계를 깬 <Late Registration>. 저스트 블레이즈와 칸예가 칩멍크 샘플링을 주류로 가져왔고, 그 중 칸예가 직접 앨범을 발매하며 샘플링으로 역대급 커리어의 초석을 다지고 있었다. 언더그라운드에선 샘플링 명반에 빠질 수 없는 역사적인 명반, Madvillainy가 등장했다. 이런 시대에 퍼렐은 샘플링을 사용하지 않은 프로덕션을 전면으로 내세웠다
무언가 망가진 듯한 아코디언 사운드를 사용한 Momma I'm So Sorry
서슬퍼런 신스로 이루어진 Ride around shining의
멜로디
금속스러운 비트 위에 Slim Thug의 중독적인 코러스가 얹힌 클럽 튠의 Wamp Wamp
과하다 싶을 정도로 뭉개진 베이스를 중심으로 에너지 넘치는 트랙 Trill
퍼렐은 단순한 재료를 자신의 리듬 감각만으로 가장 실험적인 방식으로 창조하는 것에 성공했다.
하지만 퍼렐은 단순히 프로듀싱만 하지 않는다.
그는 앨범의 히트곡 Mr Me Too를 포함한 여러 트랙에 랩, 보컬로 피쳐링에 참여했다
여기서 퍼렐의 가사는, 퍼렐 본인 외에는 쓸 수 없는 가사였다. 펀치라인이 독특한가? 랩스킬이 특출난가? 아니면 메시지가 너무 심오한가? 모두 아니다. 퍼렐의 가사는 그가 선도해온 모든 것에 대한 자랑으로 가득하다. 베이프를 유행시키고, 그 베이프의 창시자인 니고와 같이 Biliionaire Boys Club을 세웠다. 음악이든 패션이든, 2000년대 유행의 중심이었던 그이기에, Mr Me Too에서 모두가 자신을 따라한다는 오만한 가사도, 반박이 불가능하다
퍼렐은 이 앨범뿐만 아니라 본인의 정규 <In My Mind> 등 가히 2006년 MVP 프로듀서라 할 수 있다. (물론 역대 최고의 힙합 프로듀서의 유작이 나오지 않은 세계관에서는 말이다. RIP J Dilla)
푸샤티와 말리스 형제의 랩 역시, 프로듀싱에 캐리를 받을 레벨이 아니다.
과장을 좀 보태서 Only Built 4 Cuban Linx의 Raekwon과 Ghostface Killah,
The Infamous의 Havoc과 Prodigy(Mobb Deep)를 연상케 하는 서늘한 랩을 앨범의 시작부터 끝까지 보여준다.
선택지가 없는 삶.
마약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성공을 해야하는 삶.
단 한 순간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 삶.
하루하루 위협에 시달리는 삶.
거짓말 속에서 진실을 찾아야 하는 삶.
내일이 약속되지 않았기에, 이 순간을 즐겨야하는 삶.
모든 고난이 지나가고, 그 고난을 떠들어댈 수 있는 삶.
모든 고난이 지나간 후 얻어낸 부귀를 자랑할 수 있는 삶.
앨범 전체적으로 동생 Pusha T는 성공에 대해 자아도취된 상태로 광기어린 느낌을 주는 반면, 형 Malice는 지난날의 과오에 집착하고 후회하는 모습을 일부 보여준다.
어쩌면 훗날 종교에 귀의한 형과 끝없는 도전으로 코크랩의 권위자가 된 동생의 운명을, 우린 미리 알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자신들의 인생 그대로를 담은 가사들, 그게 전부 사실인지 아닌지는 그들만이 알겠지만, 수많은 펀치라인과 퍼렐의 비트에 어울리는 정상급 랩실력, 여유가 남아도는 그들의 태도는 놀라울 정도의 설득력을 갖춘다.
결론적으로 이 앨범을 당신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2000년대 최고의 힙합 앨범 중 하나임을 부정할 수 없다.
Hell Hath No Fury의 스타일은 우린 다시는
누구에게도 들을 수 없을것이다
심지어 16년만에 복귀한 그 앨범의 주인들조차도,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순 없었다. 랩은 더더욱 농익어 그때보다도 뛰어난 실력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 당시 에너지 넘치는 시절은, 확실히 지나가버린 것이다. 퍼렐의 프로덕션 역시 몇몇 곡에선 번뜩였지만, 대부분의 곡에서 아쉬움을 삼키게 했다. Hell Hath No Fury는 아무도 재현하지 못할 것이고,
그 어떤 래퍼도 두 형제만큼 퍼렐의 가장 실험적인 비트에 어울리게 랩하지는 못할 것이다
-홍보-
인스타에서 @roomfortheaddictz라는
자그만한 매거진 하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엘이에 유용한 정보가 많아 눈팅은 해왔지만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동안은 조금 불호였어서 가입은 하지 않았던 상태였습니다.
최근 제가 바뀐건지 엘이가 바뀐건지 모르겠지만 가입하고 싶게 되어서 가입하게 되었고
이왕이면 필력을 늘리는 경험으로 리뷰글로
첫 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장문으로 쓴 리뷰글은 처음이니, 많은 지적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잘 지내요




반가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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