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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Danny Brown - Stardust

title: JPEGMAFIA히오스는니얼굴이다2025.11.09 21:01조회 수 926추천수 9댓글 11

어떤 랩, 힙합이 멋있는 걸까. 아마 시대상에 따라 차이가 갈릴 것이다. 80년대, 90년대에는 그루비함과 재지한 프로덕션이 중시되는 축과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회에 넋두리를 던져대는 축이 공존하였다. 이후, 2000년대에는 팝 랩이 큰 호응을 얻었고, 10년대에는 멈블 랩과 트랩이 시장을 주물렀다. 그렇다면, 지금의 20년대는 어떤 힙합을 갈망하고 있는가? 이제는 정말 모르겠다. 20년대는 그저 몇몇의 트래퍼들과 10년대가 낳은 켄드릭 라마, 드레이크, 타일러 같은 아티스트들의 음악이 여전히 기세를 펴고 있는, 무언가 정체성이라는 게 없는 느낌이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20년대 들어서 메이저 씬에 큰 파장을 환기한 신예는 등장하지 못하지 않았던가.

 

Danny-Brown.jpeg

물론 이런 시대에도 기차는 뭣도 모른 채 가는 법이다. 자신의 색깔과 팬층을 견고히 다진 래퍼들은 여전히 행복한 음악 생활 중이다. 예컨대 상술한 10년대를 주름잡은 아티스트들이라든지 말이다. 한편으로는 대니 브라운처럼 장난스럽고 유쾌하면서도 실력까지 출중한 아티스트도 있다. 항상 유행에 편승하는 대신에 유행과 같은 위치에서 달리거나, 혹은 더 나아가는 이들 말이다. 

 

<Stardust>는 대니 브라운의 일곱 번째 정규 앨범이다. 결론을 털어놓자면, 기대에 비하면 너무나 회의적인 내용물이다. 본작에 들어가기 전에, 대니 브라운의 이전 두 앨범이 초창기 다섯 작품에 비하면 확실히 힘이 빠져 있었다는 점을 먼저 짚고 넘어가 보자.<uknowhatimsayin ¿>는 내게는 어딘가 부족하고 흐릿한 앨범이었고, <Quaranta>는 꽤 좋은 앨범이지만 역시나 <XXX>나 <Atrocity Exhibition>이 지녔던 기괴하고 어두운 매력에 비하면 한참 부족했다. 그렇다면 이번 앨범의 평가는 어떨까? 지금까지 대니의 앨범 중 가장 신기하고 다채롭기는 하다. 하지만 그의 디스코그래피 전체에서 봤을 때 과연 잘 어울리는가?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 EDM, 하이퍼 팝, 드럼 베이스까지 다양한 장르의 영향을 받아 다채로운 트랙들로 꽉꽉 채운 앨범이지만, 그가 그 다채로움을 성공적으로 촉진시키지는 못했다.

 

danny-brown-stardust-umru-8485-underscores.jpg

나이가 마흔넷, 여기에 거침 삶을 살아온 래퍼이기에, 그가 안전지대에서 벗어난 이러한 창작을 위한 실험을 도모하기라도 했다는 점은 충분히 고무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가 음악을 못 하던 인물도 아닐뿐더러, 하이퍼 팝의 대표 아티스트들을 모조리 포섭해온 결과물이라기에는 어딘가 공허함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물론, 타이틀곡 "Stardust"이나 "Whatever The Case" 같은 넘버에서는 그 특유의 광기와 혼란이 드러난다. 이 곡을 포함한 대부분의 트랙은 앞서 말했듯 EDM에 강하게 영향을 받았으며, 10대 하이퍼 팝 아티스트들에게서나 나올 법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선공개 곡 "Copycats"는 여전히 끝내주고 "1999"도 꽤 좋은 트랙이지만, 이 이상을 넘어가자 앨범은 불균형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이전에 함께 합을 맞추어 "G.I.R.L."에서 인상적인 콜라보레이션을 보여주었던 8485와의 트랙 "Flowers"는 프로덕션부터 맘에 안 들지만, 가장 크게 별로였던 점은 다름 아닌 8485의 코러스다. 사실 이 앨범의 보컬들은 거의 다 앨범에 해롭다고 해도 될 정도다. Quadeca는 왜 자꾸 등장해 대니 브라운의 랩을 끊어먹는 것이며, Frost Children의 코러스는 곡을 전형적인 플러그 양산형 곡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며, underscores는 물론 "Baby" 한정이지만, 곡을 루즈하게 만들어버린다. 이 앨범의 가장 큰 문제는 단연 피처링 아티스트들의 형편없는 실력이다. 곳곳에서 대니 브라운이 힘을 쓰고자 하는 순간들이 있지만, 그때마다 민망한 보컬, 끔찍한 코러스로 맥이 끊긴다. 

 

3000.jpg

대니 브라운이 앨범에서 시도한 방향성은 정말 존중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실험이라든가, 술을 끊은 이후의 새로운 자신으로서 자신만의 사운드를 찾으려는 시도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몇몇 좋은 명분으로 앨범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에는 다소 어렵다. 전체적으로 너무 혼란스럽고, 거칠고, 조악하다. 평소에 하이퍼 팝이나 실험적인 음악 장르를 꽤 많이 듣는 사람으로서, 앨범의 사운드는 대니 브라운의 래퍼로서의 강점이나 예술적 개성은 물론, 하이퍼 팝 사운드의 강점조차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모자라서 손님들의 난동으로 그가 오히려 뒤편으로 가려져버린다. 다음 프로젝트에서는 그가 가진 독특함과 캐릭터성이 중심에 서서 빛을 발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더해서, 그게 어설픈 피처링들과 지저분한 프로덕션에 삼켜지지 않기는 더더욱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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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
  • title: Dropout Bear (2005)패션커쇼Best베스트
    5 11.9 21:16

    좀 더 과감했어도 됐다고 봅니다

    대니한텐 정제되고 정제된 느낌을 원하는 게 아니었는데..

  • title: D'AngeloyukeBest베스트
    3 11.9 21:13

    저와 별로였던 부분이 정확히 일치함 ㅋㅋㅋㅋㅋ

  • 3 11.9 21:13

    저와 별로였던 부분이 정확히 일치함 ㅋㅋㅋㅋㅋ

  • 11.9 21:37
    @yuke

    저한텐 대니 커리어 로우

  • 5 11.9 21:16

    좀 더 과감했어도 됐다고 봅니다

    대니한텐 정제되고 정제된 느낌을 원하는 게 아니었는데..

  • 11.9 21:36
    @패션커쇼

    동감함미다

  • @패션커쇼

    이거 ㄹㅇ 일단 대니한테는 귀가 확 뚫리는 사운드를 기대할수밖에 없는데 그게 너무 아쉬움

  • 11.9 21:35

    앨범 전체를 하나로 묶는 뭐도 없는 것 같고 그냥 모든 트랙 모두가 확실하게 깽판 쳤으면 좋았을텐데 아쉬움

  • 11.9 21:36
    @릴랩스베이비

    스포큰 워드가 있었긴 했는데

    솔직히 없는 게 나았을 듯

  • 11.9 21:39

    여러 아티스트한테 짬처리 곡 받아와서 중구난방 섞어버린 느낌

    피쳐링 애들 못한다는 거 극공감합니다 대니랑 실력차가 너무 남

  • 11.9 21:40
    @스깨링더호

    대니가 장르에 대해서 잘 모를 만큼

    피쳐링들이 뒷받침을 해줬어야 됐는데

    그걸 못 해주니까 오히려 더 마이너스 요소가 된 것 같아요

  • 11.9 22:04

    솔직히 대니가 전까지 하이퍼팝에서 보여주던 퍼포먼스에 비해 앨범 내에서 그정도 고점이 안나옴

  • 11.10 14:07

    콰데카는 진짜 좀 쳐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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