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문이 내려앉은 뒤에도 골목은 깨어 있다. 베이스가 바닥을 문지르고, 건조한 스네어가 순찰처럼 되돌아오며, 반복되는 루프가 어둠의 결을 일정한 간격으로 긁어낸다. Heltah Skeltah의 <Nocturnal>은 이 밤을 기준시간으로 삼는 야간 작전 매뉴얼에 가깝다. “Soldiers Gone Psyco”, “Operation Lock Down”, “Prowl”이 순서 없이 교차하며 만든 단어장은 명령, 잠행, 격리 같은 군사 어휘를 힙합의 리듬으로 번역하고, 명령형 훅은 개별 퍼포머로서의 위치를 뒤로 물리고 집단의 박동을 전면에 세운다. Rock의 수직 압력과 Sean Price의 수평 유연성이 같은 비트 안에서 두 개의 진동을 만든다는 점에서, 이 음반의 첫인상은 도심의 야간 풍경을 하나의 박자로 고정하는 시청각에 가깝다.
이 밤이 우연히 조립된 것은 아니다. Boot Camp Clik라는 생태가 이미 집단의 규율을 세웠고, Fab 5의 “Leflaur Leflah Eshkoshka” — O.G.C. 참여가 만든 합창의 열기는 곧장 정규의 설계로 이어졌다. 중심에는 Da Beatminerz 라인의 미학이 있다(Baby Paul, Mr. Walt, DJ Evil Dee), 바깥 가장자리는 Shawn J. Period, E-Swift가 환기와 긴장을 분담한다. 서문 격의 “Intro (Here We Come)” — Starang Wondah 참여가 집결의 이미지를 선포하고, “Who Dat?”, “Sean Price” — Illa Noyz 참여 같은 자기명명 트랙들이 캐릭터의 윤곽을 굵은 선으로 잡는다. 게스트들은 색조를 보태는 수준을 넘어 지형을 넓히는 존재로 움직이고, 이 앨범의 밤은 음향적 톤과 인물 배열이 맞물려 완성된다.
사운드의 문법은 분명하다. 소울, 재즈, 사운드트랙을 밤의 온도계로 재배치하는 방식, 그리고 로우엔드 중심 믹스와 건조한 스네어가 만드는 폐쇄감. “Letha Brainz Blo”가 차용한 Johnny Pate의 “The Look of Love”는 원곡의 우아함을 더스트로 눌러 밤색으로 변조하고, “Undastand”의 Jeanne & the Darlings의 “Soul Girl”은 따뜻한 음색과 차가운 로우엔드가 어긋나는 온도차로 아이러니를 만든다. “Prowl”은 Lalo Schifrin의 “Danube Incident”가 지닌 스파이 서스펜스를 골목의 그림자로 이식하고, “Grate Unknown”은 Gloria Lynne의 두 표정을 로파이하게 눌러 낮은 체온의 독백을 남긴다. 이후 “Operation Lock Down”은 George Benson의 “Theme From Summer of ’42”를 차갑게 재조립해 감시, 격리의 영화적 기류를 완성하고, Mr. Walt가 주도한 “Da Wiggy”의 모래 알갱이 같은 루프는 말맛의 끊김과 착지를 더욱 또렷하게 한다. 한편 Shawn J. Period의 “Place to Be”는 이 앨범에서 드문 통기성을 만들어 잠깐의 개방감을 마련한다.
이 구조 위에서 듀오와 크루는 서사를 전개한다. Rock은 낮게 깔리는 중량으로 바닥을 다지고, Sean Price는 멜로디컬한 억양과 펀치라인으로 관성의 방향을 바꾼다. 그 대비가 “Soldiers Gone Psyco”처럼 행군 보폭의 전진감을 밀어 올리고, Representativz가 합류한 “The Square (Triple R)”는 목소리의 군집이 블락의 윤곽을 두텁게 하는 순간이다. “Clan's, Posse's, Crew's & Clik's”에서 규율은 명문화되고, “Therapy”와 짧은 “Gettin Ass Gettin Ass” — Vinia Mojica 참여는 블랙 코미디와 환기로 긴장을 완충한다. “Leflaur Leflah Eshkoshka” — O.G.C. 참여가 보여주는 것은 집단 박동의 증폭이며, “Intro (Here We Come)”에서 시작된 집결의 이미지는 트랙들이 서로의 어조를 반사하며 계속 갱신된다. 이처럼 하드한 루프 위에 보컬 텍스처를 전면화하는 미니멀리즘은, 둘의 상반된 박동이 한 비트 안에서 기승전결을 만드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완성도는 높지만 균질한 팔레트가 만들어내는 파동은 있다. 인터루드 성격의 짧은 컷에서 텐션이 순간 느슨해지고, 낮은 대역의 압력이 가끔 라인 엔딩의 자음을 덮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설계가 흐트러지진 않는다. E-Swift, Shawn J. Period 같은 외부의 인원이 가져온 환기, Da Beatminerz가 지켜낸 핵심 질감, Rock과 Sean Price의 대비가 만들어내는 미시적 기승전결이 전체 구조를 단단히 붙들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 음반의 유산은 더 또렷해졌다. Heltah Skeltah의 밤은 Duck Down 사운드의 지속성을 증명했고, 훗날의 Sean Price가 구축한 솔로 활동은 여기서 이미 자신의 체온과 속도를 예고했다. 사이렌이 멀어지는 새벽, 킥과 스네어의 교대만이 남아 공기를 건드리는 장면, 그 여백에 아직 꺼지지 않은 빛.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