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의 밤이 남긴 침묵은 그저 공백으로 남지 않았다. 멈춤과 조사, 취소와 유예가 이어지며 <UTOPIA>는 끝내 뒤로 미뤄졌다. Travis Scott에게 이번 음반은 재개의 제스처를 넘어 복귀의 증명에 닿아 있었다. 그가 오래 다뤄 온 사막, 경기장, 의식의 이미지는 한 겹 더 그늘을 얻고, 낙원을 장소에서 상태로 바꾸어 보여 주려는 의지가 또렷해졌다. 서두의 긴장감은 이 변화의 징후처럼 깔리고, 초반 트랙들은 그 긴장을 에너지로 치환하며 달리기 시작한다.
반응은 빠르고 날카로웠다. 피처링 의존, 새로움 부족, 길이에 따른 피로, 문장 기복 같은 말들이 빠르게 모였고, 영화 ‘Circus Maximus’와 대형 투어가 규모를 밀어붙이는 동안 '<UTOPIA>의 중심이 과연 단단한가'를 묻는 질문이 계속되었다. 제66회 그래미 무대에서 후보에만 머문 뒤, '크게 만들었지만 남는 장면이 적다'는 요약이 한동안 통용되었다. 다만 그런 요약이 음악이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을 충분히 반영했는지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UTOPIA>를 다시 들어보자. 이 프로젝트의 초점은 사운드의 세밀함에 더해 정교한 전환과 설계된 편집에 있다. “MY EYES”는 포크, 알앤비의 얇은 결에서 출발해 중반 이후 트랩으로 진입하며 호흡과 억양을 바꾸어 감정 압력을 계단처럼 올린다. “MELTDOWN”은 같은 틀 안에서 톤을 교체해 두 번의 정점을 만든다. “DELRESTO (ECHOES)”는 포 온더 플로어 킥, 맑게 퍼지는 패드, 저역을 비워 둔 보컬을 한 장면에 겹쳐 하우스의 촉감을 무리 없이 흡수한다. “TIL FURTHER NOTICE”는 건조한 피아노와 아래로 길게 깔린 로우엔드로 문을 닫지 않은 채 퇴장한다. 짧게 끊어치는 킥, 길게 눌러 주는 서브, 겹쳐 넣은 보컬의 두께와 자리 같은 미세 조정들이 트랙 사이의 숨을 맞춘다. 그 호흡은 앨범 전체의 흐름으로 환원된다.
게스트가 부각되는 순간에도 중심축은 흔들리지 않는다. “CIRCUS MAXIMUS”에서 Travis Scott은 스타디움 드럼 위에 리듬의 기준선을 먼저 제시하고, The Weeknd의 광택 있는 음색은 그 기준선을 높이 끌어올린다. “TELEKINESIS”는 초입의 포켓을 주인이 먼저 그려 두고, Future와 SZA가 그 선을 따라 고조를 덧쌓는 구조다. 이 배치는 주목도를 분산시키지 않고 에너지의 방향을 장면별로 배분해 장력을 유지하려는 선택처럼 들린다. 겉으로는 게스트 비중이 커 보이는 순간에도, 귀에 남는 건 Travis Scott의 묵직함과 톤의 방향성이다.
새로움의 감각은 구성의 움직임 쪽에서 더 또렷해진다. “MY EYES”의 전환 타이밍, “MELTDOWN”의 파트 체인지, “SKITZO”의 연속 톤 전환은 같은 원리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증명한다. 길이에 관한 피로감도 전개를 다섯 막으로 펼치면 의도가 드러난다. “HYAENA” - “MELTDOWN” - “FE!N”으로 압력을 모으고, “PARASAIL”에서 시선을 멀리 띄운 뒤, “LOOOVE”로 숨을 고르고, “TELEKINESIS” - “TIL FURTHER NOTICE”에서 카타르시스를 완성한다. 문장 중심의 잣대에선 기복처럼 보이던 대목이, 주문과도 같은 후렴과 반복적인 요소를 통해 함성의 박동으로 묶인다. “FE!N”의 음절 단위 훅, “SIRENS”의 시선의 무게, 브랜드와 권력의 어휘를 한 화면에 묶는 “MELTDOWN”이 그 구조를 지탱한다.
라이브를 기준으로 보면 이 설계가 더 명쾌하다. “FE!N”의 미니멀 루프와 단단한 킥은 베이스를 고정하고 떼창을 당겨 오며, “HYAENA”는 인트로의 가속으로 흐름을 단숨에 맞춘다. “MELTDOWN”은 변조된 톤과 메탈릭한 스네어로 두 번의 낙하감을 만들고, “CIRCUS MAXIMUS”는 톰과 스네어, 의식 같은 코러스로 공간 자체를 악기처럼 두드린다. “TOPIA TWINS”, “SKITZO”는 세트리스트의 중심축에서 에너지를 재점화한다. 무대, 클럽, 드라이브—세팅이 바뀌어도 유지되는 이 효율은 ‘크지만 비어 있다’는 인상을 설득력 있게 걷어낸다.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들으면 더 크게 들리는 것들이 있다. 장면을 옮기는 리듬, 군중의 고조, 끝나지 않은 여운. <UTOPIA>는 한때 붙었던 저평가의 라벨을 조용히 흔든다. 다음엔 Travis Scott이 어떤 소리를 꺼내 들까? 여기에서 안도하고 멈출까, 아니면 더 새로운 사운드를 탐구하려고 할까. 대답은 아직 열려 있다. <JACKBOYS 2>의 무난함을 잠시 가린다면.
이때 까지 스캇 좋아했었는데...ㅠㅠ
스캇아 위험을 감수해라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