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enty One Pilots는 2015년, 콧소리 랩, 레게 흉내, 감상적 얼터너티브 록을 섞어 돌파구를 열었다. 사람들은 말했다. '희석된 Linkin Park와 311의 잡종 같은데, 바지는 또 어디에 뒀냐고'¹. 보컬이자 멀티 인스트루멘털리스트 Tyler Joseph, 드러머 Josh Dun은 'the few, the proud, and the emotional'을 위한 대놓고 쿨하지 않은 음악을 자처했다. 허세 섞인 하이 컨셉과 신앙의 영향이 비친 내면 성찰은 세상에서 자리를 찾으려 애쓰는 어색한 고등학생들에게 꼭 맞게 재단되어 있었다. '후드에서 자라진 않았지만, 고통과 어둠에 대해서는 좀 알아'라는 “Lane Boy”의 라인이 보여주듯 불안하고 과보호적인 태도는 이 밴드를 쉬운 놀림감으로 만들었지만, 정신 건강을 정면으로 다루려는 진심 어린 시도는 ‘스켈레톤 클릭(Skeleton Clique)’²이라는 팬덤을 낳았다. ‘테라피스피크’³가 대중 팝 담론의 상식이 되기 훨씬 전의 일이다. 관대하게 말하면 Twenty One Pilots는 더 정교한 랩과 대안을 향한 관문이 될 수 있었고, 덜 관대하게 말하면 쉽게 감탄하는 이들을 위한 음악을 만들었다.
그런데 The Chainsmokers가 감정에 젖거나 Sleep Token의 앨범이 1위를 차지할 때, 모래 위에 남는 발자국은 Joseph과 Dun의 것이다. Billie Eilish가 성장기에 아꼈던 팀이기도 했고, Turnstile은 Adam Hawkins(Pilots의 엔지니어)를 영입해 자기들 음반을 다듬었다. 2018년의 <Trench>를 기점으로 Joseph은 Mutemath의 Paul Meany와 손잡고 더 촘촘하고 분위기 짙은 사운드로 방향을 틀었다. 작사도 성숙해졌다. 작년 싱글 “Next Semester”에서는 자살 시도를 둘러싼 정황을 '나는 기억해/몇 가지는 기억해/내가 입고 있었던 것/도로 위 노란 점선' 같은 디테일로 차근히 흘려 보냈다.
그리고 지금, 여덟 번째 앨범 <Breach>는 밴드 커리어 대부분을 관통해온 복잡한 서사의 마지막 장이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주인공 Clancy는 Dema라는 도시에서 탈출하려 하지만, 사악한 Bishops가 번번이 그를 끌어온다. Clancy는 Banditos—사실상 스켈레톤 클릭의 분신—에 합류해 함께 저항한다. 핵심은 ‘치유는 직선이 아니다’는 것, 나머지는 디스토피아식 YA 장식⁴이다. <Breach>에서 Clancy는 마침내 Bishops의 우두머리 Blurryface(맞다, 10년 전 라디오 옆을 지났다면 너의 생각에 집착하던 바로 그 녀석)와 최후의 대치를 벌인다. Joseph과 Dun은 아무도 만들지 못할, 더 정확히 말하면 아무도 만들 생각조차 하지 않을, 혼돈의 극대주의 레코드로 Clancy를 배웅한다.
이건 Twenty One Pilots의 순도 높은 원형이다. 오프너 “City Walls”는 5분짜리 리트머스 시험지. 거대한 'oh-woah' 훅, 치솟는 코러스, 퍼지한 베이스 톤, 과주파 드럼, 그리고 그렇다, 랩. 동시에 팬 서비스의 집합소다. 어처구니없이 비싼 100만 달러짜리 뮤직비디오는 과거 작업들을 연달아 호출하고, 곡은 "Holding on to You"를 공공연히 끌어다 쓴다. 'entertain my faith'라는 문장을 다시 노래하면서 영상은 Clancy가 어떤 종교적 컬트에 복속되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 함의를 끝까지 다룰 밴드는 아니지만, 기묘하게 흥미롭다.
한때 ‘수어사이드 스쿼드’ 사운드트랙에도 참여했던 이들은 이제 James Gunn의 ‘슈퍼맨’ 리부트를 떠올리게 하는 발랄함을 연주한다. Bishops의 강시 같은 설정 따위 몰라도 “The Contract”의 스노보드 게임 같은 광란의 브레이크비트와 광기에 가까운 보컬 프로세싱은 충분히 즐겁다. 바보 같은데 교묘한 장난도 수두룩하다. “Garbage”는 “Something Just Like This”풍의 고양감 넘치는 피아노를 살짝 들이밀다 Joseph이 'I feel like garbage!'를 외치며 뒤집어엎는다. “Rawfear”는 'never slowing down'이라는 가사에서 갑자기 속도를 올리더니, 곧 원래 템포로 돌아간다—끝없는 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설정처럼. “Cottonwood”(Joseph의 할아버지에게 바치는 곡)와 명상적인 클로저 “Intentions”가 나오기 전까지 숨 돌릴 틈도 거의 없다. 프리-메이저 시절 데모를 치장해 실은 “Downstairs”도 있는데, 여기 깃든 구태의연한 과잉 진지함은 이 앨범의 문법과는 빗나가 있다.
Twenty One Pilots의 카탈로그에서 가장 흥미로운 모티프는 Joseph과 팬들의 복잡한 관계다. <Vessel>의 하이라이트 “Guns for Hands”(레게 브레이크 정도는 감수한다면)에서 그는 자신의 정신이 무너지는 동안 팬들의 정신 건강에 책임을 느꼈다. <Trench>의 발라드 “Neon Gravestones”에서는 언젠가 자신이 우울증에 무너져 죽더라도 이를 미화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 긴장이 <Breach>에서 정점에 이른다. 올해 초 공연 중 누군가 Dun의 킥 드럼을 잠깐 훔치는 소동이 있었고, “Center Mass” 내내 밴드는 다른 관객의 '그건 진짜 가져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라는 경고를 샘플링한다. 아마 그 소동에 대한 응답처럼 보이는 “Drum Show”에서 Joseph은 지쳐버린 동료에게 경의를 표한다. '바위와 집 사이에 끼인 채, 둘 다 가고 싶지 않은 곳'에 서 있는 그에게. “One Way”에서 Joseph이 '한동안 이건 흥미롭지 않았어'라고 말할 때, 근본적으로 성실한 밴드는 환멸을 정면으로 고백한다.
Twenty One Pilots의 정공법 팝—<Scaled and Icy>의 “Shy Away” 같은—은 대개 최고조의 결과물을 낳는다. 그래서 이들의 끈질긴 힙합 시도는 더없이 답답하다. Joseph이 Zane Lowe에게 영향 플레이리스트를 건넸을 때, Ben Gibbard가 두 번 들어 있었고 유일한 래퍼가 Matisyahu였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Breach>에서도 장르는 피상적이다. 아마 <GNX>를 흘려듣긴 했나 싶다(“Center Mass”의 콜앤리스폰스는 “Reincarnated”의 데칼코마니). 하지만 여전히 얄팍하다. 'gangstas don’t cry, therefore I’m Mr. Misty Eyed'를 부르던 Tyler Joseph이 “Rawfear”에서 ‘빈 우지’를 입에 올릴 때만큼 설득력이 없는 순간은 드물다. 그럼에도 균형을 제대로 잡으면 이들의 커리어 베스트에 필적한다. “Mass”는 두 개 코드의 음울한 벌스로 출발해, 마지막엔 진짜 신나는 더블 타임 아웃트로로 질주한다.
지금으로선 Twenty One Pilots가 My Chemical Romance, Linkin Park처럼 ‘그 시절’을 통과한 세대에 의해 재평가되는 장면을 떠올리기 어렵다. 하지만 비슷한 스타일을 MGK가 야심 없이 흉내 내는 걸 보고 있으면, 이 듀오의 공적은 더 선명해진다. 적어도 이들은 자기들만의 쿨하지 않은 틈새를 끝까지 밀어붙였다. 랩을 완전히 걷어내면 더 큰 존중을 받을지 모르지만, 그건 이 밴드가 여기까지 온 이유와 정체성을 근본부터 바꾸는 일일 것이다. 불쌍한 Clancy에게는, 결국 순환을 끊지 못한다는 결말이 대기한다. ‘매트릭스 리로디드’식 반전처럼, 반란군은 또 다른 'Clancy'를 찾아 싸움을 이어가야 한다. 아무도 제 한계를 진정으로 초월하진 못하지만, 다시 시도하는 데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¹ 밴드의 초기 인상에 대한 비꼼. Linkin Park·311의 요소를 싱겁게 섞은 모방이라는 빈정, 그리고 무대 의상·스타일을 유치하게 본 조롱('바지는 어디에'). 실제로 벗었다는 뜻이 아니라 스타일 풍자.
2017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Stressed Out”으로 상을 받았을 때, Joseph과 Dun은 실제로 바지를 벗고 속옷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갔다. '우리가 처음 그래미를 보던 시절 약속한 것'이라며 농담을 곁들였는데, 이 장면은 이후 바지 없는 이미지가 밴드의 아이코닉한 순간으로 회자되었다. 따라서 리뷰의 '바지는 어디에'라는 농담은 단순 풍자이면서도 이 사건을 은근히 참조한 뉘앙스로 읽힐 수 있다.
² Twenty One Pilots의 팬덤 이름. 해골 후디·마스크 이미지에서 비롯되었고, ‘Clique’는 끈끈한 소집단 의미. 로고 “|-/”, 색상 코드, Banditos 서사와 연결된 상징을 공유한다. 팬들은 밴드의 정신 건강 주제와 세계관 해석을 결속의 원천으로 삼으며, 라이브 퍼포먼스 참여와 상호 지지 문화로 특징지어진다.
³ ‘테라피스피크(therapyspeak)’는 원래 심리치료·심리학에서 쓰던 용어(트라우마, 트리거, 경계, 셀프케어 등)가 팝 문화와 SNS 대화 속에서 대중화된 현상. 정신 건강 이슈를 공론화한 긍정적 효과가 있으나, 과잉 사용으로 의미가 희석된다는 비판도 있다. 여기서는 Twenty One Pilots가 이런 언어가 보편화되기 전부터 이미 우울, 불안, 자기 성찰 같은 주제를 노래에 담았음을 뜻한다.
⁴ “디스토피아식 YA 장식”은 헝거게임 같은 청소년 디스토피아 소설의 전형적 장치(억압적 권력, 저항 공동체, 상징적 도시)를 빌려온 서사적 겉치레를 뜻한다. 실제 핵심은 ‘치유는 직선적이지 않다’는 메시지이고, 나머지 세계관 요소들은 겉을 꾸미는 장식에 가깝다는 뉘앙스다.
트원파 얘네 음악 은근 개좋음
이번에 Trench 뛰어넘었다 생각할 정도로 좋게 들었는데 생각보다 평이 별로네요.
바지 업데이트 됐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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