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에서 분출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 나는 있다. 수많은 목소리가 한꺼번에 치솟고, 무대 위의 불협과 베이스가 몸을 안에서부터 흔드는 순간. 해방. 분출. 무대를 향한 포효와 뒤엉킨 몸짓이 하나의 의식으로 바뀔 때, 남는 것은 소리의 압력에 흔들리는 육체뿐이다. 그런데 이게 평범한 공연장에서조차 가능한 일이라면, 레이지 공연장에서는 과연 어떠할까. Che의 <Rest In Bass>는 바로 그 상상을 음반이라는 매체 안에 봉인한 결과물이다.
앨범은 왜곡과 충돌 위에 세워져 있다. “SLAM PUNK”와 “ROLLING STONE”은 짓눌린 스네어와 과포화된 808으로 첫 장면부터 압박을 가한다. 보컬은 고의적으로 깨지고, 랩은 악기라기보다 금속성 신스의 파열음처럼 작동한다. 이 질감은 Opium 레이블의 공식과 겹쳐 보이지만, Che는 과잉된 디스토션으로 그 공식을 한층 더 몰아붙이며 자기만의 울타리를 구축한다.
앨범의 중심부로 들어서면 균열이 열린다. “HELLRAISER”는 OsamaSon의 보컬과 함께 산업적 노이즈와 글리치를 들이붓고, “DIOR LEOPARD”에서는 불시에 날아든 고백이 틈을 깊게 만든다. 'Momma found out I was doing drugs, then she spazzed out / She’s not playing games, OK, she kicked my ass out' 같은 라인은 허세의 가면을 찢어낸 듯 노골적이다. 무너지는 가정과 왜곡된 베이스가 겹쳐지며, 카타르시스는 피상적인 분출이 아니라 감정의 진폭을 넓히는 장치로 기능한다.
마지막 구간에 가까워질수록 긴장과 이완은 교차한다. “MDMA”는 순간적 평온을 흘려보내지만, “DOE DEER”에서 다시 파열음이 몰아치며 앨범의 심장을 두드린다. Che는 그곳에서 수도승과 펑크를 동시에 자처하며, 정체성을 왜곡된 사운드 속에서 갈라낸다. 끝을 장식하는 “BA$$”는 Beach House의 “Lemon Glow”를 샘플링해 투명한 여운을 남기며, 피로와 해방의 감각을 한꺼번에 안긴다.
<Rest In Bass>는 왜곡, 분출, 생존이라는 세 단어로 요약된다. Che는 깨끗함을 거부하고, 베이스 속에서 안식과 파멸을 동시에 끌어안는다. 비록 Playboi Carti의 그림자가 곳곳에 Che의 자리를 차지하지만, 그는 그 안에서도 레이지 씬 속 자신의 위치를 고정하려 한다. 이 앨범은 완벽한 성취라기보다, 무대 위에서 던져진 포효처럼 거칠고 삐걱이며, 그 자체로 살아 있음을 증명한다.
개 추
Goat
좋 다
명 반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