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성은 오늘날 R&B의 새로운 통화다. Frank Ocean은 흔들리는 음색으로 삶의 균열을 기록했고, Daniel Caesar는 종교와 사랑의 충돌 속에서 상처 난 보컬을 내보였다. 얼터너티브 R&B의 설득력은 균열을 드러내는 용기에서 열린다. 고백은 틈에서 힘을 얻고, 그 모순이 현재의 서사를 움직이는 동력으로 작동한다.
이 궤도 위에서 Khamari는 두 번째 정규 <To Dry a Tear>에서 블루스적 전통과 현대적 감수성을 결합해 자신만의 결을 구축한다. 전작 <A Brief Nirvana>가 상실과 불안을 정제된 사운드로 붙잡았다면, 이번 앨범은 내러티브에 더욱 몰입한다. 사랑의 쇠락, 신앙의 흔들림, 거리감의 매혹을 짧은 장면들로 엮으며, 불완전성을 하나의 미학적 원리로 확장한다.
"I Love Lucy"는 정착과 유랑 사이에서 흔들리는 내면을 담는다. Khamari는 이미 쓰인 후렴과 사운드를 재조합하는 과정을 통해 곡을 ‘봉합된 유기체’처럼 설계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완의 질감이 곧 메시지의 핵심이 된다. 이어지는 "Acres"는 Marvin Gaye의 사회적 서사를 환기시키며, '모두가 더 나은 것을 바란다'는 깨달음을 개인적 고백과 시대적 맥락 속에 병치한다.
앨범의 중핵은 "Sycamore Tree", "Lonely in the Jungle", "Head in a Jar" 세 곡이 이룬 삼각형이다. "Sycamore Tree"는 D’Angelo의 "Untitled (How Does It Feel)"을 다시 불러와 깊은 소울의 울림을 자기 언어로 풀어낸다. "Lonely in the Jungle"은 군중 속 고립을, "Head in a Jar"는 단절된 시선을 형상화한다. 서로 다른 각도로 같은 장면을 비추며, 앨범의 모순적 정서를 입체적으로 압축한다.
후반부의 "Lord, Forgive Me"와 "It’s a Mad World"는 보컬을 극한까지 밀어붙인다. 전자는 깨지는 듯한 톤으로 죄책감을 토해내고, 후자는 세상의 광기를 거칠게 끌어낸다. 이 순간 Jeff Buckley의 드라마가 스치듯 겹쳐진다. "Close"는 앞선 트랙들과 이어진 서사의 또 다른 조각이 되고, "Apollo Eighteen"은 시선을 우주로 들어 올린다. 삶이 영속적이지 않다는 자각 속에서, 이야기는 끝이 아니라 열린 틈을 남긴다.
Khamari는 <To Dry a Tear>에서 균열을 숨기지 않는다. 매끄러운 멜로디와 날것의 보컬, 블루스의 어휘와 얼터너티브의 질감이 충돌하는 자리에서, 그는 지금의 R&B가 탐색 중인 지형을 선명히 드러낸다. 앨범은 완결을 선언하지 않는다. 대신 갈라진 표면에 작은 불빛들을 심어 두고, 그 빛들이 서로를 찾아 이어질 가능성을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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