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방의 가장 오래된 주인이다. Matt Champion의 <Mika's Laundry>는 이 빛을 녹색으로 물들였다. 시멘트 벽과 평원이 만나는 풍경, 돔으로 둘러싸인 가상의 공동체, 그리고 그 중심부의 클럽이 앨범의 서사적 무대를 이룬다. Champion은 이 상상의 건축물을 음악과 나란히 세웠고, 각 곡은 그 공간의 또 다른 방처럼 펼쳐진다. 초록빛 아래에서 매 순간 새로운 공기가 흘러들며, 그 안에서 이야기는 끊임없이 갱신된다.
"Green"은 입구의 휘장 같은 트랙이다. 몽환적인 질감의 신스가 내부로 이끌고, 보컬은 공간의 첫 울림을 전한다. 이어지는 "Matt Champion - <Mika's Laundry>"에서 Dijon은 'hallelujah'라는 종교적 이미지를 농담처럼 던지며 클럽의 친밀한 구역을 조성한다. "Steel"에서 Dora Jar와 주고받는 대화는 낯선 이와의 긴장감을 그리고, "Gbiv"는 갑작스러운 혼돈과 인더스트리얼한 소음으로 어두운 홀을 흔든다. 이 모든 장면이 녹색 톤으로 뒤덮이며, 서로 다른 성격의 방들이 같은 건축물 안에 배치된다.
공간은 점차 확장된다. "Purify"에서는 열쇠 소리와 아침의 디테일이 방 안을 채우고, "Dogfish"는 기타의 울림으로 외부의 황량한 평원을 불러온다. 하지만 이 확장은 균일하지 않다. "Code Red"는 경보등 같은 긴장으로 공기를 흔들고, "Project"에서는 관계의 의존과 두려움이 균열을 낸다. <Mika's Laundry>는 피난처이면서 동시에 불안정한 실험실이다.
"Slug"는 네온이 번쩍이는 댄스 플로어를 완성한다. 펑크와 소울이 뒤섞인 리듬은 이 허브의 심장부를 고동치게 한다. "Slow Motion"은 Jennie와의 화음을 통해 시간이 멈춘 듯한 순간을 포착한다. 피아노 발라드가 드럼 앤 베이스로 전환되며, 사랑의 절정과 현기증이 동시에 구현된다. 앨범 발표 3년 전에 이미 녹음되었다는 사실은, 세계관이 긴 시간에 걸쳐 천천히 숙성되었음을 보여준다.
<Mika's Laundry>의 가장 뚜렷한 힘은 색채와 공간의 조화다. Champion은 Brockhampton 시절의 빠른 집단 작업 대신, 몇 년에 걸쳐 천천히 방들을 세워 나갔다. 그 과정에서 Jabari Manwa나 Bearface의 흔적이 프로듀싱에 스며들었지만, 전면에 드러나지는 않는다. 이 앨범은 공동체의 기억을 바탕에 두면서도, 개인의 세계를 건축하는 방식으로 완성되었다.
마지막 트랙 "Meetin' You"는 문을 닫지 않는다. 반복적인 멜로디는 초록빛 클럽에 여전히 남아 있는 빈자리를 암시한다. 음악이 끝난 후에도, 어둠 속에 은은히 번지는 빛이 귀와 눈 사이를 떠돌며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그 빛은 곡마다 남겨진 대화와 숨결을 포개어, 앨범을 다시 찾게 만드는 작은 신호처럼 깜박인다. 문을 나선 이후에도 그 방의 잔향은 계속 이어지며, 다음 입장을 기다리게 만든다.
어느새 잊혀진 … 그래도 괜찮은 수작이라고 생각
브록햄튼 돌아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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