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0vrBBRjk2fc?si=onen5houfXT3nd2b
10대의 폭력성과 혼란, 엽기적인 행동들은 '청소년기'라는 이유로 두둔되거나 감싸지는 측면이 있다. 타일러의 초창기 음악도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Bastard>와 <Goblin>에서 그가 토해낸 고어함과 소름 끼치는 문법은 평론가들과 일부 음악팬들에게 줄곧 비판과 질타를 받아왔으나, 당시 타일러의 어린 나이 덕분인지, 어느 정도 덜한 비판을 받아온 것은 분명하다. 타일러는 이러한 노이즈 낀 음악을 통하여 <Wolf>까지 세간의 관심을 받아왔다. 허나, 그의 나이가 점점 차오름에 따라서, 그의 음악이 보여주었던 잔혹한 허무주의는 늙은이의 별난 짓이나 엽기적인 기행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타일러의 이런 아웃사이더적인 음악은 그가 자신의 인생을 성장과 함께 할 수 없는 존재였다는 것이다.
타일러도 내가 상술해놓은 생각을 했던 것인지는 몰라도 분명히 그는 음악에 있어서 새로운 변곡점을 제시하고자 했다. 함께 디스코그래피 초창기를 만들어온 오드 퓨처 멤버들을 지우고는 칸예 웨스트, 릴 웨인, 칼리 우치스 등으로 구성된 메이저에 가까운 아티스트들을 채우고 왔다.
그리하여 세상에 공개된 앨범이 <Cherry Bomb>이다. 타일러의 음악이 본작을 거쳐서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기에, 필자는 본작을 타일러의 과도기적인 앨범, 다른 앨범들로 예를 들어서 설명해 보자면, 타일러의 <808s & Heartbreak>이라고 생각한다. 칸예가 <808s & Heartbreak> 이후로 보다 심층적인 음악을 행해온 것처럼, 큰 애정을 받고 있는 <Flower Boy> 이후 대두된 네오 소울 위주의 얼터너티브 힙합을 무대로 삼는 슈퍼스타 타일러와 음침한 아웃사이더 음악을 하던 오드 퓨처 너드 타일러는 <Cherry Bomb>을 축으로 삼아 갈렸다는 말이다.
정말 과도기적인 앨범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음악이 아닐 수가 없다. 타일러가 본작의 발매 전에 밥 먹듯이 해오던 폭력과 혐오의 산물은 귀가 터질 듯한 사운드로 새로이 잉태되었고, 일부는 허공에 떠다니듯이 그의 새로운 스타일에 영향을 미치고 있거나, 미약하게 묻어 나오고 있으며, 세련함보다는 조잡함이 강조되어서일까, 언더그라운드스러운 사운드가 앨범 속을 이리저리 활공하고 있다. 이 본래의 성질들이 앨범의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60%는 그의 새로운 스타일이 점칠 되어 있는 모양새다. 그 새로운 스타일은 다름 아닌 넵튠스와 퍼렐 윌리엄스가 절로 떠오르는 알앤비 사운드다. 은은한 빛을 내포하고 있는 사운드와 프로그레시브한 신스와 달콤한 멜로디가 중심을 이루어 자신의 형태를 뽐내는 전형적인 퍼렐 윌리엄스 사운드. 퍼렐과 넵튠스를 종종 샤라웃하고 도움도 받아온 타일러에게 있어서 이러한 스타일이 발현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과도기'라는 단어에서 염려했겠지만, 당연히 본작은 정돈되어 있거나, 탄탄한 결과물을 갖추지는 못했다. 애초에 '과도기'라는 말이 '혼란'이나 '불안정'과 같은 부정적인 단어와 결을 같이 하는 단어이니.. 우선적으로 큰 틀로 보았을 때, 올드 타일러와 뉴 타일러의 공존이 앨범으로서의 흐름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심하게 조악한 사운드와 그 사운드들의 시도 때도 없는 뒤섞임이 계속해서 유기성을 방해한다. 예를 들어서, 뉴 타일러의 시작을 알리는 듯한 "FIND YOUR WINGS"에서는 칼리 우치스와 함께 달짝지근한 알앤비, 소울을 형용하다가도, 바로 다음 트랙 "CHERRY BOMB"에서는 의도를 알 수 없는 날카로운 사운드에 몰입도가 그대로 반감되어 버린다. 이러한 구성으로 자신의 변화를 강조하고자 한 것일지는 모르겠으나, 음악을 두고 보았을 때에는 그다지 고무적인 방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독보적인 곡들도 많이 수록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DEATHCAMP"는 본작에 수록된 익스페리멘탈 힙합 곡들 중에서는 가장 좋은 퍼포먼스와 구성을 보여주는 트랙이고, "2SEATHER"는 타일러의 언더그라운드식 힙합을 매력적인 백 보컬과 프로듀싱 위에서 나름 번뜩이게 보여준다. 아웃트로의 몽환적인 무드도 일품이다. "FUCKING YOUNG / PERPECT"는 '그의 10번 트랙은 명곡이다"라는 명제를 다시 증명해 주었고, "SMUCKER"는 명품 피쳐링 아티스트들 곁에서도 꿋꿋하게 좋은 퍼포머로 감상을 굳히는 타일러가 인상적이다.
처지는 부분도, 매력적인 면모도 많은 앨범이지만, 결국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타일러의 <Cherry Bomb>은 아쉬운 앨범이 맞다. 두 개의 상반된 스타일을 섞으려다가 앨범으로서의 완성도는 미흡하게 마무리 지었고, 많은 트랙은 아마추어틱하다. 더 실험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타일러의 열정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애정은 가지만, 올드 타일러의 날것 그대로의 가사와 뉴 타일러의 매력적인 프로듀싱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놓쳤다는 점에서 매우 아쉬운 앨범임은 틀림없다. 물론, 필자는 이 앨범을 좋아한다. 역시나 잘 소비하지 않지만, 몇몇 트랙에서 보여주는 잘 마감된 그의 혼합된 스타일이 뉴 타일러와 올드 타일러 둘 모두에 질려버린 내게는 가끔가다 입가심으로 먹고는 하는 불량식품 같은 느낌인 것이다. 확실히 타일러에게 큰 애정이 없는 리스너들에게는 끔찍한 앨범이겠지만, 당신이 진성 타일러 빠돌이라면 본작은 당신께 특이하고도 사랑스러운 앨범일 것이다.
10주년 + 타일러콘 기념
물론 셋리스트에서 체리밤은 영영 빠져버렸으니 안 듣고 가도 될 듯
과도기라서 더 조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올드 타일러랑 뉴 타일러랑 스까놓은 그 감성이 참 좋음
언더스러움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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