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검색

리뷰

Jeru the Damaja - The Sun Rises in the East 리뷰

title: Stevie Wonder공ZA2025.09.07 12:47조회 수 1080추천수 9댓글 10

Jeru the Damaja - The Sun Rises in the East Lyrics and Tracklist | Genius

 

1994년, 뉴욕은 깊은 침체에 빠져 있었다. 범죄와 마약, 상업화된 힙합의 공허한 이미지가 도시를 잠식하던 그 시기에, Jeru the Damaja는 스스로를 선지자로 자리 잡았다. 그는 화려함 대신 엄숙함을, 쾌락 대신 날카로운 경고를 선택했다. <The Sun Rises in the East>는 마치 도시의 한가운데 걸린 검은 현수막 같았다. 누구도 반기지 못할 불길하지만, 시선을 떼어낼 수 없는 충격적인 메시지.

전곡을 책임진 이는 DJ Premier. 그는 Gang Starr 외의 프로젝트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던 전곡 프로듀싱을 맡으며, Jeru라는 새로운 MC를 힙합 씬에 떠오르게 했다. 그의 전략은 명확했다. 모든 화려한 장식을 제거하고, 황량한 공간 위에 Jeru의 목소리만을 남기는 것. "Come Clean"의 물방울 소리는 이미 전설처럼 회자되지만, 이는 단순한 샘플링의 기교가 아니라 앨범 전체의 은유였다. 경고음처럼 울리는 여백 속에서 Jeru의 라임은 칼날처럼 예리하게 튀어나왔다.

초반부 "D. Original"과 "Brooklyn Took It"은 자기 선언의 곡들이다. Jeru는 가짜들을 무너뜨리고, 브루클린의 이름을 콘크리트처럼 깊게 새겨 넣는다. 중반부로 접어들면 앨범은 더욱 거칠고 노골적인 설교로 나아간다. "Mental Stamina"와

"You Can't Stop the Prophet"은 의식의 힘을 강조하며, Jeru 자신을 무지와 악에 맞서는 전사로 그려낸다. "Ain't the Devil Happy"에서는 불협화음 같은 루프가 흐르고, 앨범의 긴장감은 폐쇄된 공간처럼 더욱 고조된다.

후반부는 정화와 심판의 언어로 가득 차 있다. "My Mind Spray"는 생각을 무기처럼 쏟아내고, "Come Clean"은 힙합의 거짓된 면모를 씻어내라 외친다. "Jungle Music"에서 도시는 정글로 은유되고, 마지막 "Statik"은 노이즈만 남긴 채 모든 것을 공허 속으로 던져버린다. 해소는 없다. 그 불편한 여운이야말로 앨범의 진정한 목적이다. 청자를 압박하고, 숨 막히게 만들며, 결국 현실의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지 못하게 하는 것.

동시대의 명반들과 비교해도 Jeru의 위치는 독보적이다. Nas는 퀸즈 브리지를 시로 기록했고, Biggie는 브루클린의 삶을 서사시로 만들었으며, Wu-Tang Clan은 크루의 신화를 창조했다. 그러나 Jeru는 그 어느 누구보다 차갑게, 오직 경고만을 남겼다. DJ Premier는 그 메시지를 위해 자신의 특기였던 스크래치 훅조차 포기했다. 오직 랩과 드럼, 최소한의 루프로만 구성된 이 앨범은 공격적이고 배타적인 방식으로 힙합의 정통성을 증명한다.

결국 어떤 해답도 제시하지 않는다. 경고를 마친 자리에는 황량한 정적만이 남고, Jeru의 목소리는 벽에 새겨진 균열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The Sun Rises in the East>는 밀폐된 공간에 갇힌 공기처럼 오래도록 가라앉으며, 듣는 이를 불편하게 흔들어댄다. 그 흔들림은 시간이 흘러도 가라앉지 않고, 끊임없이 귓가를 두드린다.

신고
댓글 10
  • 9.7 14:26

    Real Hip Hop!

  • title: Stevie Wonder공ZA글쓴이
    9.7 18:27
    @DJSam

    진짜리얼원조오리지날

  • 9.7 16:45

    아 이거 들어봐야되는뎅

  • title: Stevie Wonder공ZA글쓴이
    9.7 18:27
    @따흙

    들어보세용 !!! 좋숩니다

  • 9.7 17:04

    아무래도 엘이는 저포함 어린 팬들이 많아서 이런 올드힙합 리뷰들이 더 귀한거 같습니다 개추

  • title: Stevie Wonder공ZA글쓴이
    9.7 18:27
    @음잘알되고싶

    한번 빠지면 계속 듣고 싶어지는 ~~~ 올드스쿨

  • 9.7 21:29

    프리미어랑 역대급으로 궁합이 잘 맞았던 래퍼들 손꼽으라고 한다면 다섯 손가락에 꼽지 않을까요

    Can't Stop The Prophet이란 곡 때문에 그런가 선지자 비유가 쏙쏙 들어오는 느낌이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title: Stevie Wonder공ZA글쓴이
    9.8 13:11
    @KnightsVizion

    제루더다마자의 말을 깊게 새기십시오..

  • 9.8 10:02

    좋은글 잘 봤습니다 !!

  • title: Stevie Wonder공ZA글쓴이
    9.8 13:11
    @nasty2pac

    감사합니다!!!!

댓글 달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회원 징계 (2025.10.23) & 이용규칙7 title: [회원구입불가]힙합엘이 2025.10.23
[아이콘] Stevie Wonder, D'Angelo 등 아이콘 출시 / 11월 ...45 title: [회원구입불가]힙합엘이 2025.10.23
화제의 글 인증/후기 10월달 구매 음반5 title: BoombapEPMDbaby 2025.11.04
화제의 글 리뷰 나는 부두가 싫어9 title: Frank Ocean (2024)NikesFM 7시간 전
화제의 글 인증/후기 나스의 명반을 구매했습니다6 title: Dropout Bear (2004)쓸쓸하구만 9시간 전
리뷰 Jeru the Damaja - The Sun Rises in the East 리뷰10 title: Stevie Wonder공ZA 2025.09.07
223357 일반 Yvl모자 출발한 사람 있나여1 title: Mach-HommyStarboiCarti 2025.09.07
223356 음악 호러코어 TOP 104 title: JPEGMAFIA기분이조아 2025.09.07
223355 음악 비슷한 노래 찾아여 title: JPEGMAFIA기분이조아 2025.09.07
223354 음악 저스디스가 뽑은 외힙 현폼 Top 512 title: Mach-Hommy다스시디어스 2025.09.07
223353 인증/후기 밤빠밤빰 밤빠밤빰 밤빠밤빰 밤빠밤빰 이지 시즌 어프로칭5 title: Dropout Bear (2004)국힙버러지손심바 2025.09.07
223352 음악 swag 2 1보다 좋네요 title: D'Angeloyuke 2025.09.07
223351 일반 오늘은 Eazy-E의 생일입니다! 😍4 생일봇 2025.09.07
223350 음악 주말이햄 10주년 LP 우는보이 2025.09.07
223349 일반 국힙이 외힙 확실하게 따잇한 부문 중 하나1 title: Lil Yachty오션부활기원 2025.09.07
223348 음악 오늘은 맥 밀러가 우리 곁을 떠난지 7주년이 되는 날입니다18 title: D'AngeloFINNIT Hustler 2025.09.07
223347 일반 음...식 vs 음음...식 vs 음음식9 title: Madvillainylazturtle8231 2025.09.07
223346 일반 꿈을 꿨는데 title: Madvillainylazturtle8231 2025.09.07
223345 음악 프레드어게인 title: loveless6vrter6 2025.09.07
223344 음악 El Cousteau 앨범 9월 10일 (라키, 얼 스웻셔츠 참여)3 title: D'Angeloyuke 2025.09.06
223343 일반 떠거 뒷담 특3 오케유더킹 2025.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