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여름, EPMD는 이미 이스트코스트 힙합 씬에서 거의 불가능한 '안정감'을 상징하는 듀오였다. 〈Business Never Personal〉은 그들의 안정감의 마지막 순간에 탄생한 앨범이다. 혁신의 화려함보다는 자신들이 구축한 스타일을 얼음처럼 견고하게 다지려는 의지가 느껴진다. 그 결과물은 놀랍도록 차갑고 냉소적이다. 힙합이 점점 더 화려한 무대가 되어가던 시점에 이 앨범은 마치 조명을 꺼버린 듯, 훵크 그루브의 살을 발라내고 거친 뼈대만 남겼다.
프로덕션은 절제라기보다 삭감에 가깝다. Zapp, Parliament, Ohio Players의 샘플들은 원래의 화려함을 지워버리고 무겁고 단조로운 루프로 재탄생한다. "Boon Dox"의 어둡고 막힌 베이스라인은 도시 변두리의 공기처럼 숨 막히고, "Chill"의 반복은 여백이 아니라 불안의 메아리처럼 울린다. 이 앨범에서 음악은 즐기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것이다.
그 절정이 바로 "Crossover"다. Zapp의 익숙한 "More Bounce to the Ounce" 리프 위에서 EPMD는 대중의 환심을 사려는 래퍼들을 정확히 조준한다. 'So rap is in the rap, the R&B and the R&B's in the rap'이라는 비꼼은 명확하게 다가온다. 역설적이게도, 이 곡이 그들의 최대 히트곡이 되었다는 사실은 아마도 그들 자신을 가장 불편하게 했을 것이다. 그들은 상업적 성공을 비판하다 정작 그 성공의 포로가 되었다. 앨범 제목이 던지는 차가운 선언—business never personal—이 바로 여기서 자기모순의 형벌로 되돌아온다.
만약 "Crossover"가 아이러니의 교본이라면, "Head Banger"는 원초적 선언이다. Redman과 K-Solo가 뭉친 이 트랙은 Def Squad의 존재를 알리는 의식이자, 동시에 응축된 분노의 폭발이다. 사이퍼의 긴장감이 생생하게 스며들어 있으며, 특히 Redman의 등장은 90년대 이스트코스트 하드코어의 미래를 단번에 보여준다. 여기서 EPMD는 더 이상 하나의 듀오가 아니라, 한 무리를 이끄는 전략가가 된다.
앨범의 나머지 곡들은 이 긴장감을 다양하게 풀어낸다. "Play the Next Man"은 인간관계마저 냉철한 거래처럼 다루고, "It's Going Down"은 거리를 폭발 직전의 생생한 다큐멘터리처럼 포착한다. "Who Killed Jane?"은 익숙한 시리즈의 연장이지만, 이제는 유머보다 잔인한 현실에 더 가깝다. 그들의 세계에서는 끊임없이 무언가가 무너지고, 누군가의 배신이 도사리며, 모든 것이 의심스럽다.
결국 모든 것을 감싸는 근본적인 그림자는 앨범 제목 자체다. 'Business never personal', 앨범의 타이틀은 힙합 씬의 냉정한 교훈이자, EPMD라는 그룹의 비극적 예언이었다. 곧 다가올 해체는 개인적 감정과 비즈니스가 결코 분리될 수 없음을 증명했다. 이 앨범을 듣는 것은 단지 음악 감상이 아니라, 두 사람이 차갑게 결별하는 장면을 미리 목격하는 듯한 경험이다.
〈Business Never Personal〉은 힙합이 거대 자본에 흡수되던 시점에 던진 날카로운 경고장이었다. 동시에, 그 경고는 경고를 던진 이들에게도 치명적이었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이 앨범은 단순한 음악으로 치부되지 않는다. 그것은 예술과 산업, 충성과 배신, 정체성과 자기모순 사이에서 버텨낸 두 사람의 흉터처럼, 여전히 날카롭게 울려 퍼진다.
추천 글 보고 삘 받아서 써봅니다. 항상 좋은 컨텐츠 만들어주시는 회원님들 리스펙트 . . .
오 영향을 미친 거였군요! 리스펙!
🥰🥰🥰
좋은 글 고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pmd 넘 져아..
그저 감동
epmd 앨범중에 손에 꼽히죠~
진짜 좋더라구용.. 서늘한 그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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