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BY BABY"의 중반부. Nourished by Time의 새 앨범 <The Passionate Ones>에서 가장 전율적인 순간 중 하나다. 갑자기 내려앉는 신스와 함께 황홀하게 뒤틀린 신음이 터져 나온다: 'Baby, baby, baby, baby, baby, baby!' 그 전까지 'baby, baby'는 나른한 연인처럼 중얼거리던 말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속삭임은 신음으로 번져 고통의 울부짖음이 된다. 다정했던 호명은 자비를 구하는 절규로 뒤집힌다. 모든 걸 가진 듯하다가, 눈 깜짝할 새에 다 빼앗기는 그 임계점.
Marcus Brown, 볼티모어 출신의 31세 뮤지션은, 우리 시대가 앗아간 것들을 위해 음악을 만든다. 'Nourished by Time'이라는 이름은 'Guided by Voices'에서 따왔지만¹, 동시에 창작의 태도를 담는다². '에너지를, 사랑과 마음을 쏟아부으면 결국 꽃이 핀다'는 식의 선언. 하지만 그 말엔 씁쓸한 그림자가 깔려 있다. 인간적인 것들은 후기 자본주의와 충돌한다. 여기서 시간은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사람과 함께 갈려나가 이윤으로 바뀌어버린다. 2023년 데뷔작 <Erotic Probiotic 2>는 그 잿빛 풍경을 애도의 무늬로 그려냈다. 희망이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사라지는 광경. "Workers Interlude"의 'Don’t make me wait so long'은 단순한 청원이 아니라, 블랙 노동계급이 시간을 결코 기다릴 수 없다는 메타 발언처럼 들렸다.
미국의 혁명사는 늘 '기다려라'라는 말로 가득하다. 체제를 믿고, 참으라는 명령. 그래서 'Nourished by Time'이라는 이름은 어쩐지 풍자 같기도 하다. <The Passionate Ones>는 그 냉소를 더욱 뾰족하게 만든다. 앨범 속 화자들은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인간성을 짓밟는 시대와 몸으로 맞붙는다. 이전의 <Erotic Probiotic 2>가 몽환적인 꿈결에 가까웠다면, 이번에는 훨씬 더 물질적이고 거칠고, 질식할 듯 무겁다. 그렇다고 Brown 특유의 거대한 공간감이 사라진 건 아니다. 오히려 그는 도피적인 몽상을 단호히 거부한다. 이건 현실을 피하는 음악이 아니다. 절박한 시대가 부른, 절박한 사운드다.
싱글 "Max Potential"은 사랑을 순교처럼 노래한다: 'If I’m gonna go insane/At least I’m loved by you/If my heart should burst or break/It was overdue.' 그 앞에 놓인 "INSTANT DEATH"(evilgiane 협업)는 얼음처럼 차갑고 두 분 남짓 이어지는 기타 솔로다. 하나는 고립된 디스토피아, 다른 하나는 사랑할 수 있지만 반드시 죽어야 하는 디스토피아. Brown은 후자를 택한다. 무기력한 삶 대신 뜨거운 죽음을 붙든다. "9 2 5"는 'It’s a hateful life'라며 고단한 삶을 묘사하지만, 동시에 살아남으려는 투지를 강조한다: 'May you always have a fight.' 익명의 'you'에게 던져진 말이지만, 바로 그 거리감 덕에 메시지는 더 집단적이다. 투쟁은 개인이 아니라 모두의 몫임을.
유일한 피처링 트랙 "Jojo"에서는 영국의 Tony Bontana가 등장한다. 그의 대화하듯 풀어내는 플로우는 Brown의 설교 같은 바리톤과 어긋나지만, 그 삐끗거림이 오히려 신선하다. 'I ain’t got time'이라 내뱉는 순간 음악이 멈췄다가 다시 시작되고, 박자를 비껴 선 그가 돌아오는 장면은 묘하게 감동적이다. 어긋나고, 흔들리다가, 다시 발을 딛는 모습. 결국 이 앨범이 말하는 건 자본주의가 빼앗아간 자율성을 되찾는 일이다. 시간, 공간, 연민. 그리고 마지막, 그는 이렇게 말한다: 'We hardwired for love.' 시간이 우리를 먹여 살리지 않아도, 사랑은 여전히 남아 있다.
¹ 미국 인디 록 밴드 Guided by Voices에서 착안: 인디 록/DIY 정신과의 계보 연결
² '시간에 의해 양육된다': 꾸준한 에너지와 사랑, 마음을 쏟아야만 꽃을 피운다는 창작 철학
이번 리뷰는 조금 모호했네요? 어떤 포인트에서 고평가를 했는지 잘 모르겠어요!!
여러분들은 Nourished by Time의 신보 어떠셨나요?.?
그렇게까지 무겁게 들리지는 않던데, 되게 그런 쪽으로 해석했네요. 저는 상당히 좋았습니다 ㅎㅎㅎ
DESERVED!
전 너뮤 별로였는데 세간의 평가는 좋네요
왜죠
걍 심심했어요
신스도 좀 촌스럽게 느껴지는 부분들도 많았고..
BABY BABY랑 후반부 몇 트랙들은 좋았는데
전작의 the fields, daddy, rain water promise 같이 인상적인 곡들은 없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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