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디트로이트에 폭동이 일어났다. 힙합을 탄생시킨 뉴욕 정전 사태와 비슷하다면 비슷하다. 다만 뉴욕의 암전에선 훗날 힙합을 피워낸 작은 문화 한 송이라도 건졌으나, 보잘 것 없는 공업 도시는 5일 동안의 난동과 몸부림으로 폐허 그 자체가 되었다.
당시 디트로이트는 점점 기계화된 목화밭으로 변해갔다. 당시 미국 북부 지역에는 대규모 자동차 산업이 유행처럼 들어섰다. 남부의 농장에서 비지땀을 흘리던 흑인들은 말라버린 남쪽 땅 대신 새로운 돈밭을 찾아갔다. 수요와 공급의 논리 아래 백인들의 땅은 그들의 욕망을 채워줄 값싼 존재들로 채워졌다.
이해관계는 철저하다. 노동력을 부리고 돈방석에 앉은 부유층은 삭막한 기계 도시 디트로이트를 떠나기 시작한다. 가난한 계층들은 도시 한복판에 방치됐다. 그들을 위한 복지 안건 따위는 회의장 구석에 내몰렸고, 디트로이트는 유령 도시를 넘어 고물상의 폐창고만도 못한 신세로 전락했다. 남은 건 서로를 물어뜯는 선택지 뿐이었다.
역사 공부도 아닌데 굳이 이 얘기를 왜 하느냐. 새로 알게 된 디트로이트의 이야기다. 꼬꼬마 시절 에미넴의 [8 Mile]로만 들었던 가사 속 디트로이트를 아틀란티스 따위로 생각했던 과거에서 탈피한 뒤의 이야기다.
그 도시 전설에는 진짜 살아 숨쉬는 생명이 있었구나. 출신의 이름을 잇는 아티스트들은 그 잔재를 딛고 일어서야만 했구나. 디트로이트를 불모지로 만든 사건은 디트로이트 힙합의 발발보다 더 앞서있지만, 저마다의 목소리는 꽤 닮은 모습으로 디트로이트의 냄새를 풍기는구나.
경이로운 디트로이트. 여기서 모타운 레코즈가 탄생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은가? Stevie Wonder와 Marvin P. Gaye. 거기에 J Dilla, eLZhi, Apollo Brown, Black Milk, Boldy James, Danny Brown을 들이밀 수 있나?
염세, 공허, 하드코어, 결여, 완곡, 가라앉음, 이면, 양가감정, 애석함, 애틋함. 표현할 때나 무시무시한 척 보이지 정작 그들만큼 세련되게 돌려 말하는 톤앤매너란 흔치 않았다.
그들의 음악을 돌아보니 좀 슬퍼졌다. 끝내 모두가 떠나고 텅 비어버린 디트로이트처럼, 서로 뒤섞이다 폭발해 사라지는 감정들만이 오가니 말이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아이들의 힘찬 발걸음과 어른들의 둔탁한 구두굽 소리가 남는 디트로이트의 음악이란 이런 느낌이다.
벗어나고 싶지만 절대 잊을 수 없는, 사랑과 증오가 뒤범벅되어, 응어리진 분노와 미소 어린 기억이 바짓가랑이를 적시는 흔적의 땅.
아오 항상 말이 길다.
Black Milk - Tronic
J Dilla - Welcome 2 Detroit
Danny Brown - The Hybrid
Apollo Brown & O.C. - Trophies
Boldy James - My 1st Chemistry Set
eLZhi - Elmatic
Frank-N-Dank - 48 Hrs
Guilty Simpson - OJ Simpson
Slum Village - Fan-Tas-Tic, Vol.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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