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앨범은 Logic의 <Under Pressure>입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앨범이자 개인적으로 그의 커리어 하이라고 생각하는 작품이에요. 요즘 Logic은 레이지 비트도 시도해보고 앨범도 많이 드랍하면서 많은 활동을 이어오고 있지만, 확실히 이전에 비해서는 주목도가 많이 떨어진 모습이죠? 아마 이는 그의 전설적인 망작 연타로 인한 이미지 소모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연유로 Logic하면 다들 그를 그다지 긍정적인 아티스트로 보지는 않지만, 데뷔 초 Logic의 아성은 무시할 수준이 못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Under Pressure>는 더욱이 그렇구요.
우선 본작은 Logic이라는 아티스트가 메이저 신에서 어떤 위치를 지니고 싶은지를 또렷하게 보여줍니다. 본인의 출생 배경과 목표를 내밀하게 고백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정체성, 가족사, 빈민가에서 나고 자란 이야기, 음악 산업에 대한 담론까지. 본작은 <Young Sinatra: Welcome to Forever>로 올려놓은 기대감을 확실히 충족시켜줍니다.
<Under Pressure>는 기본적으로 붐뱁 기반의 비트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미니멀하고 클래식한 사운드와 더불어 빈티지 소울 샘플, 808 베이스, 그리고 이따금 등장하는 신스가 특징적입니다. 그리고 앨범의 핵심 프로듀서로 익숙한 이름 No I.D.가 참여했는데, 이는 Logic의 커리어에서 매우 상징적인 선택이었어요. NO I.D.가 수록곡 가사에서 몇 번 언급되기도 하고요. No I.D.는 Common, Kanye West, Jay-Z 같은 래퍼들의 사운드를 만져온 인물입니다. 힙합 음악을 오랫동안 들어오셨다면 익히 알고 있을 거에요. 그런 인물이 신예 아티스트의 첫 정규 앨범을 총괄 프로듀싱했다는 사실은, Logic이 지향하는 음악적 스탠스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를 분명히 말해줍니다. 조금 더 높이, 음악적으로든 대중적으로든 성장하고자한 선택일 것입니다.
앨범의 오프너인 "Intro"는 앨범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열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 곡은 Logic의 세계관을 환영하는 듯한 연출로 시작하며, 70년대 스타일의 빈티지 소울과 현대적 붐뱁 드럼이 혼합된 사운드를 가지고 있어요. 따뜻하고 희망적인 내용을 담은 오프너라는 점에서 Chance The Rapper의 앨범 인트로곡들을 떠오르기도 했네요. 그다음 이어지는 "Soul Food"는 이 앨범에서 가장 강력한 트랙 중 하나입니다. 이 곡은 두 개의 파트로 나뉘며, 전반부는 굉장히 따뜻한 붐뱁 스타일의 비트 위에 Logic이 자신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분위기가 웅장해지고 랩 디자인도 치밀하고 무겁게 바뀝니다. 가사도 훌륭하고, 사운드도 마찬가지입니다.
본작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Thalia에요. A Tribe Called Quest의 명작 <Midnight Marauders> 오프너 트랙 "Midnight Marauders Tour Guide"에서 등장하는 'Midnight Marauder 프로그램'을 오마주한, 앨범의 어떤 장치 같은 요소인데요. 본작도 마찬가지로 'Under Pressure 프로그램'이라는 장치를 통해 Thalia라는 인물(?)이 트랙이 끝날 때 앨범과 트랙의 제작 과정이나 뒷얘기를 설명하는 스킷 격의 장치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솔직히 없어도 상관 없을 듯한 장치인 것 같은데, 앨범으로서의 응집력을 갖추는 데에는 어느정도 효과를 준 것 같네요.
다시 앨범 내용으로 들어가서, 이번에는 앨범 내에서 가장 서사적인 트랙들을 살펴봅시다. 바로 "Gang Related"와 "Buried Alive"이에요. "Gang Related"는 Logic이 자신이 살던 빈민가의 현실을 자신과 자신의 형의 시선으로 재구성한 곡으로, 총성과 긴장감 넘치는 드럼이 비트를 장악하고 있으며, 랩의 플로우는 매우 공격적이고 속도감 있게 진행됩니다. 반면 "Buried Alive"는 명확히 감정선에 집중한 트랙으로 인기와 공백 사이에서 느끼는 정체성 혼란을 중심에 둡니다. Logic의 리릭시스트 면모가 가장 잘 와닿는 트랙 중 하나이기도 했구요. 래퍼로서 갖게 되는 고립감과 대중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도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본작의 훅 메이킹도 칭찬하고 싶어요. 저는 랩 장르의 곡을 들을 때 플로우와 가사, 사운드 만큼 훅의 잘 짜여짐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본작에서 보여준 Logic의 훅 메이킹 능력은 Future 같은 베테랑 트래퍼들에 비해서도 꿇리지 않을 정도의 중독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Never Enough"나 "Bounce", "I'm Gone" 같은 트랙들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빠른 래핑과 붐뱁 베이스의 사운드가 자칫 피곤하거나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이것을 유연한 훅을 통해 가감한 것은 매우 좋은 시도였습니다.
올 게 왔습니다. 본작을 이야기하는 데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을, 앨범의 타이틀곡이자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Under Pressure"는 꼭 이야기하고 넘어가야겠지요? 일단 9분에 달하는 러닝타임 동안 두 개의 파트가 서로 다른 곡처럼 구성되어 있구요. 초반부에는 Logic 본인의 성장 배경과 래퍼로서의 자의식을 주로 다루고, 후반부에는 어머니, 아버지, 형에게서 온 음성 메시지를 바탕으로 랩을 하고, 삽입합니다. 참을성이 없는 리스너분들에게는 지루하다는 감상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앨범을 쭉 돌리면서 감상해온 나름 인내심 있는 리스너라면 감정의 결을 훨씬 진하게 느낄 수 있을 거에요.
요즘 저는 2010년 초반대 앨범들을 부쩍 많이 돌리고 있습니다. Kendrick Lamar의 <good kid, m.A.A.d city>나 Tyler의 <Wolf>, Mac Miller의 <Watching Movies with the Sound Off> 같은 앨범들 말입니다. 그 속에 <Under Pressure>도 당당히 포함되어 있구요. 위 앨범들의 공통점은 그들의 초기작임과 동시에 각 아티스트가 어떤 과거를 지나왔고, 어떤 미래를 꿈꾸는지를 처음으로 정제된 형태로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Logic을 제외한 위 아티스트들은 계속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Logic은 안타깝게도 그러지 못하고 있죠? 그에게 있어서 <Under Pressure>는 그리운 순간이자 좋든 싫든 그림자로 남은 작품인 것 같아요. 근래에 후속작 <No Pressure>를 발매하기도 했고, EP <Aquarius III>에서 본작이 떠오르는 요소들을 의도적으로 풀어낸 것을 보았을 때 그렇습니다. Logic에게 <Under Pressure>의 영향력의 그림자, 그리고 그 속에 갇힌 독자적인 목소리에 대한 팬들의 갈망은 지금까지도 Logic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겨졌습니다. 이러한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본작은 데뷔작이라는 무게를 훌륭하게 견디며, 당시 메인스트림 힙합 씬에서 그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도와준 중요한 이정표였던 것 같네요. 최종적으로 제 점수는 5점 만점에 4.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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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앨범 IGOR에 이어서 두 번째로 샀던 Lp가 이 앨범이어서 그런 건지 참 애착이 많이 가는 앨범입니다. 지금과 근래의 Logic은 몰라도 요 당시의 Logic은 정말정말 저평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이거 들어봐야겠네요
아직도 안들어보셨다니
꼭 가사해석을 곁들이시길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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