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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Freddie Gibbs & The Alchemist - Alfredo 2

예리12시간 전조회 수 432추천수 13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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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ddie Gibbs & The Alchemist - Alfredo 2






"증명의 시간은 더 이상 없다. 남은 건 삶과 예술 그리고 코카인뿐이다."


지난 20년 가까이 봐온 Freddie Gibb는 단순하다. ‘어떤 수단과 방법이 개입하더라도, 결국 랩으로 다 부숴버릴 거다’. 시대와 유행이 변하며 모두들 역사를 잊어갈 때, 빛났던 황금기의 권능을 넘볼 무자비한 랩 실력으로 영광스러운 부흥에 앞장섰다. 상극에 가까운 Young Thug과 경합을 주고받을 때도, 전설이 된 Madlib의 손을 맞잡았을 때도, Ye의 부름을 받았을 때도 Gibbs의 무기는 오직 하나였다. 실로 불합리한 존재다. 랩은 2008년에 완성한 채 아직까지도 그 역량을 뽐내는 것만으로 최정상에 위치해있다니. 정직하고도 비대칭적인 전법이다. 


래퍼와 리릭시스트를 동일시하는 이데올로기. Gibbs는 본분에 충실했다. 갱스터 코크 랩. 폭력 조직의 일원은 대부[The Godfather, 1972]가 시민들에게 심은 이미지대로다. 겉으론 지조 있고 고풍스럽지만 속이야기는 부단히 매정하고 저급하다. 여성 편력을 휘감고 수백 종류의 체위를 묘사하거나, 적의 적과 친구의 친구들 사이 총격전에 시달리거나, 모든 전쟁통에서 내일은 없는 듯 Backwoods 시가와 코카인으로 범벅을 낸, 그런 이야기들을 맹랑히 써내려왔다. 마초 편향적이며 병적으로 심취한 프로페셔널함이다. 이상할 건 없다. 마약상에게 갱스터란 삶이다. Gibbs는 본분에 충실했다. 그렇게 20년을 살았다.


허지만 영원히 꺾이지 않는 골조같던 Gibbs도 여지를 남기기 시작한다. 주목해야할 장면들이 있다. "A Thousand Mountain" 속, André 3000를 언급하며 그의 오늘날을 빗댄 피리 연주로 시작하는 도입이다. 허심탄회하며 무용론에 귀를 기울이는 듯 관조적인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보는 흔적이다. Outkast의 데뷔 앨범 타이틀을 오마주하던 Gibbs는 래퍼란 이름을 탈피한 André 3000을 마주한다.



"Feel like the only nigga rap cold as me, André 3000"

‘나만큼 멋들어진 랩을 하는 건 단 하나, André 3000 뿐이야‘

"I should go get me a flute and just disappear in the mountains"

‘난 플루트를 챙겨서 산속으로 사라져야겠어’


Freddie Gibbs & The Alchemist - A Thousand Mounta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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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fredo>와 <Alfredo 2> 사이. 5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Gibbs는 혼자서 남들과 달리 10년("1985" - "1995")이란 시간을 나아간다. 전작에 참여한 Benny The Butcher와는 소란을 피우며 등을 돌린다. 갱으로 인해 세상을 떠난 이름들 Nipsey Hustle, Takeoff, Young Dolph 옆에 제 이름을 끼워도 본다. 오랜 우상 2Pac 그리고 오랜 친구 Mac Miller. 떠나버린 모두를 그리워한다.


랩 게임은 Gibbs를 만들고 동시에 죽여왔다. 그는 정말 오래 상처받았다. 그는 사랑을 갈구한다. 이제 그에겐 사랑이 필요하다. 하지만 오랜 철학을 등지지 않는다. 마약상의 삶. 갱스터의 삶. 래퍼의 삶. 마흔셋의 어른은 모두를 저울질하며 애써 쓰디쓴 미소를 지어보인다. 누구도 죽지 않는다고. 다시 되돌아온다고.



"We don't die, we multiply like rabbits"

‘우린 죽지 않아, 우린 토끼 떼처럼 번성해’

"Ran back like an addict"

‘중독자처럼 다시 되돌아왔지’


Freddie Gibbs & The Alchemist - 1995



그러한 변화점을 두고 Alfredo 시리즈는 비행길에 올라 어느 한적한 동양 땅에 착륙했다.



"But the truth is we ain't got no love for us"

‘하지만 진실은 우리에겐 우리를 위한 사랑이 없었단 거지’


Freddie Gibbs & The Alchemist - Gas Station Sus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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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fredo 2>. 덧없던 5년의 시간은 마피아로 살던 남자들의 얼터 이고를 반쯤 죽여놨다. 대부[The Godfather, 1972]를 위시한 이탈리아 마피오소 컨셉이 깨졌다. 다른 국면이 접어들며 Alan과 Fred는 새로운 땅 일본에 떨어져 새로운 요리를 'Cook'하기에 돌입한다. 자연스레 The Alchemist의 레시피도 변화했다. 장기인 스산하고도 변태적인 루프를 보다 점진적으로 연약하게 배치하고, Gibbs의 템포를 조절하여 보다 서정적이고 멜로틱한 분위기를 지휘한다.


Gibbs의 스토리가 전반적인 톤앤매너를 뒤흔들었지만, 늘어난 분량 속 다소 느슨해진 흐름의 균형을 맞추는 데엔 The Alchemist의 공이 지대히 작용했다. 둘에겐 세 가지 미션이 주어졌다. 변모한 서로와 일으킬 수 있는 테마의 시너지. 앨범 홍보와 커버 등 전면에 내건 오리엔탈리즘의 충족. 동시에 ‘Alfredo 시리즈’의 연작으로서 붙잡아야 할 드럼리스 갱스터 랩의 구심점.


이 지점에서 오리엔탈리즘은 예상치를 벗어난다. 트랙 네이밍과 레퍼런스, 대화 스킷, 혹은 Casiopea의 짤막한 키보드 파트에서나 봤을 법한 멜로디 스타일의 차용으로 해석된다. 모두들 전적인 도구로 활용되기에 그친다.


Preservation의 <Eastern Medicine, Western Illness>이나 Ka의 <Honor Killed the Samurai>를 짚어볼 때,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카테고리를 씌우기에 <Alfredo 2>는 동양스러운 레퍼런스를 뽐내기엔 확연히 빈약하다. 하지만 괜찮다. 그럴 목적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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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The Alchemist의 목표도 단순했다. 20세기가 남긴 재즈·소울·훵크·알앤비를 현대의 방식으로 해석으며, 황금기 끝물에 이르러 봉오리가 여물던 그 절정의 기운을 얼마나 비슷하고 멋들어지게 주조해내느냐. 동시에 이 모두를 잘 휘젓고 파괴하며 재조립하는가. 그 목적 하에 움직이는 The Alchemist는, 유럽에서 동아시아로의 장소 이동 역시 애시당초부터 부가적인 요소로 설계해뒀다.


Gibbs와 The Alchemist는 세상사와 참극에 진절머리가 나 쫓겨나듯 도망쳐온 피신자처럼 군다. 우수에 젖은 이들은 타국에 뒤섞이지 못하고, 일본의 냄새는 작품 전면에 나서지 못하며 이방인으로서 ‘녹아듦’이 아닌 ‘녹아들 수 없음’을 선보인다.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다. The Alchemist의 설계 아래 양립하기 때문이다.


이 양립을 위해 앨범엔 The Alchemist 다운 면모와 그렇지 않은 양면성이 공존한다. 흡인력 있는 멜로디 루프로 전개되는 두 곡 “Feeling"과 "Lavish Habits"가 특히 대조적이다. The Alchemist에게 이렇게 이질적인 부드러움과 포근함이 존재했는가? 또한 이렇게 서정적이면서도 석연치 않은 찡그림과 간질거리는 루프를 선사하는 이가 The Alchemist 말고 존재하는가?


이렇게 서로 정반대에 놓인 두 트랙이지만 서로 소통 가능한 문법 안에 놓여 있다. Gibbs와 The Alchemist 모두 한 번도 골자로 삼은 적 없던 섬세함. 선지자가 된 존재 둘은 이제 새로운 내면을 탐구하기에 나섰다. ‘Alfredo 시리즈’의 두 마피아 캐릭터도, 현실에서의 Fred와 Alan도.


Gibbs와 The Alchemist에게 주어진 세 가지 미션 중에서 그들은 무엇을 놓쳤는가? 둘의 시너지? 새로운 컨셉? 드럼리스 갱스터 랩? <Alfredo 2>는 Gibbs의 서사와 맞물리며 새로이 해석 가능한 마피오소 Gibbs의 2막을 완성도 있게 구현해냈다. 그것만으로도 <Alfredo>의 연작이란 타이틀을 충실히 만족한다. 지켜볼 이야기는 여기서 더 나아가는 Gibbs다. KAYTRANADA와의 합작, 그리고 <Mont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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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 11시간 전

    글 너무 잘쓰시네요

    내일 다시 들어봐야겠어요

  • 예리글쓴이
    11시간 전
    @따흙

    감사합니당

  • 10시간 전

    대부는 저급하지 않아요.

  • 예리글쓴이
    10시간 전
    @온암

    You are

  • 1 9시간 전

    언제나 그랬듯 정말 깊이 있는 글에 감탄하고 추천드립니다!

    뭔가 한동안 조금 쉽게 쓰셨을 때의 '예리'함에 비해

    조금 어렵게 (또는 넘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는 듯 합니다..

    믈론 이 큰 글을 담아내기에 제 그릇이 부족한 탓이겠지만요 😆

  • 예리글쓴이
    1 9시간 전
    @DJSam

    과찬이십니다 아잉아잉 😋

  • title: Kanye West (Korea LP)tls
    9시간 전

    글을 정말 맛들어지게 잘 쓰시네요🍜

  • 7시간 전

    이잉 요번 앨범 별루야... 그래도 리뷰는 좋아


    tjn42q0hw5t71.jpg.png

  • 7시간 전

    잘 읽었습니다

  • 7시간 전

    깁스 남친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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